소화기내과 의사 Hun 입니다
자게를 오래 하다보니 감기 환자나 당뇨, 고혈압 환자 처방전 뽑아주면서 고연봉으로 꿀빤다는 분들이 있어서
소화기내과 봉직의(월급쟁이)로써 병원에서 하는 일들을 간단히 써보려고 합니다
소화기내과는 5.56mm K-2 같은 소화기를 다루는 과는 아니고
소화기관을 다루는 내과의 한 분과 입니다
크게 세 분야로 나뉘는데
(1) 음식물의 통로 역할을 하는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항문 등의 위장관계
(2) 췌장, 담낭, 담관을 보는 췌담관계
(3) 간
등이 그것입니다
병원이 클수록 한분야만 전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작은 병원과 의원급은 크게 분야를 나누지 않고 폭넓게 보게 됩니다
저는 종합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소화기 질환들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고
내과 응급실 당직에 해당 되는 날은 소화기 이외의 분야까지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폐렴, 신우신염, 신부전, 음독, 당뇨성케톤산증, 저혈당 같은 질환들도 종종 보게 되죠
소화기내과의 세 분야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아무래도 위장관계입니다
그리고 간염, 간경화, 지방간 등의 간질환 비중도 꽤 높습니다
췌장염 같은 췌담관계 환자들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위장관계는 내시경이 필수인 질환들이 대부분이라 소화기내과 의사는 내시경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증상이 없는 분들의 검진내시경 부터 해서
증상이 있는 외래 환자들 진단 내시경, 심한 증상을 가지고 내원하는 응급실 환자의 응급내시경 등 다양합니다
위궤양 환자들은 주로 속쓰림, 토혈, 혈변 등으로 내원하는데
지혈제(Epinephrine)를 궤양에 뿌리거나 궤양 주변에 주사하거나 전기로 지지거나 클립 등을 이용해서 지혈합니다
십이지장궤양 역시 증상이나 치료방법은 위궤양과 비슷합니다
제주도는 알콜 섭취량이 전국 1-2위로 간경화 환자들이 많아서 식도정맥류 출혈도 자주 발생합니다
궤양과 달리 정맥이 부풀어 올라서 터지기 때문에 고무줄로 머리 묶듯 밴드결찰술(EVL)로 주로 지혈하게 됩니다
위정맥류는 식도에 인접한 경우는 밴드결찰술로 치료하고 그게 어렵다면 정맥류경화술(EVO)로 치료합니다
혈액과 만나면 순간적으로 굳는 생체적찹제를 주사기를 이용해 정맥류 안으로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응급실에 오는 응급내시경 환자들 중에는 이물질을 삼켜서 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이물질을 경험하는데 나이드신 분들이 부분틀니(?)를 삼켜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겸자로 잡아서 꺼낼 수도 있고 회수용 그물을 이용해 꺼낼수도 있습니다
제주도는 자리돔을 먹고 가시가 걸려서 오는 분들이 많은데 이 자리돔은 가시 모양이 독특합니다
양쪽으로 날이 달린 창처럼 생겨서 양쪽 식도 점막을 모두 찌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쪽을 빼기 위해 당기면 반대쪽이 식도를 더 뚫고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자리돔 가시 제거는 제주도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전국 탑급일겁니다 ㅎㅎ
회를 먹고 복통으로 오신 분들 중에 고래회충으로 진단 받아 제거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리고 종양이 생기면 용종절제술, 점막절제술(EMR), 점막하절제술(ESD)등의 치료내시경을 시행합니다
위에 생긴 조기위암을 점막하절제술로 치료했던 케이스로
깊이가 깊지 않은 병변이라면 위암의 경우라도 저렇게 근육층이 드러날때까지 도려내는 방법으로 제거합니다
대장은 위에 비해 매우 얇아서 시술 중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몇배는 높습니다만
위치나 크기가 괜찮다면 복부수술을 피할 수 있어서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옵션이 될수 있습니다
그 밖에 담석을 제거하는 ERCP, 암환자에서 폐쇄를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도 초반에 했지만
병원 사정으로 현재는 한라병원이나 제주대병원으로 전원을 시키고 있습니다
저의 일과는 출퇴근 전후 입원환자 회진을 돌고 타과 협진을 보고
외래에서 진료를 보고 내시경을 하는 것입니다
당직 때는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내시경을 하기도 하고
당직이 아닌 날도 입원환자 관련된 전화 대기를 하는건 필수죠
제주도는 중증 질환을 서울의 메이저병원으로 전원시키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앰블런스가 아닌 항공편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죠
항공사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에어 앰블런스로 가기도 하지만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환자들의 중증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내과의사는 바이탈을 다루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의사고
의원급에서 경질환자를 커버해 주셔야 저같은 병원급 의사들이 좀더 중증의 환자들을 볼수있고
대형병원의 교수님들이 중증질환, 희귀질환을 보는데 기여할 수 있는 거겠죠
자게에서 자주 보이는 의사분들 대부분도 환자들을 위해 수고하시고 계시고
격려는 못하더라도 상식 이하의 표현으로 상처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위의 케이스는 환자분들에게 교육목적으로 사용을 구두로 동의한 분들만 올린 것으로 무단 개재를 금합니다
P.S 15년만에 SLR에 글을 써보는데 글 올리는 인터페이스 엄청 불편합니다 ㄷㄷㄷ
그냥 댓글만 써야할까 봅니다
https://cohabe.com/sisa/209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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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하는게 좋나요 참는게 좋나요
저는 치질을 대장내시경으로 진단만 해드리고 수술이 필요하면 외과로 넘겨드립니다
1,2기는 연고로 해결 가능하고 3,4기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연고, 좌약, 약물 치료를 몇개월 해도 호전이 없고 불편감이 심하면 수술을 하시는게 좋죠
5.56mm K-2 부분 인상 깊게 봤습니다 ㄷㄷㄷ
밀덕이라 이런 드립이 나왔네요 ㅎ
저도 이것만 기억에..ㅋ
와.... 무섭네여 ㄷㄷㄷ
저런 상황 자체보다는 저렇게 해결되지 않으면 그 뒤의 결과가 무서운 거죠 ...
불 잘 끄나요?
불은 119 대원분들께 양보할게요 ㄷㄷㄷ
와 하면서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지신 일 하시네요
클립 찝은건 나중에 제거 하는건가요?
아니면 평생 달고 사는건가요? ㄷㄷㄷ
하부식도괄약근 수축력 증가시키는 방법 정말 없나요?;;;
훈옹~코로나 잠잠해지면 응꼬내시경 받으러 갈게요~~~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만 39세인데 2달전 당화혈 10에 몸무게 8kg정도 감소하고 간수치도 200넘고 당뇨진단받고 약 먹고 있습니다. 3주전부터 설사하고 복통이 있어서 장염기준으로 치료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찾아보다가 등도 아픈거같이 느껴지고. 동네의원말고 상급병원가서 복부CT 찍어봐야겠죠? 피검사시 이상이 없어서 그런지 담당 선생님도 그냥 유산균 처방 해주시더라구요 ㅜㅜ 운동으로 살빼고 지금 공복 100정도 나오고 당뇨진단 던 182cmm 89kg . 지금은 77kg 정도나갑니다.ㅜㅜ
의사는 인정. 전 하라고해도 못함…
고생하십니다…
제주도 자전거 종주갔다가, 같이간 동생친구가 사고를 당해서 서울로 옮겨갈려고 하니..
문제가 크더라구요. 일단 비행기 수송은 누어가야하니(9자리값을 내야한다하네요.) 비용도 만만찮은데..그마저도 대한항공뿐이 없더라구요.
근데 대한항공도 의사의 소견서 접수를 받아서 그쪽 의사가 허가를 해줘야 실을수 있다는데..이거도 복잡하고 오래걸려서 바로 올라갈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배편빠른걸로 앰뷸런스를 태워서 올라갈려고 하니..제주도는 사설구급이 없고 도내 병원 구급차뿐이 없어서 못간다네요.
할수 없이 배까지 옮겨달래서 선장님에게 사정해서 저희가 방으로 옮겨서 육지 사설구급차 대기하라고 해서 올라갔습니다.
이걸 한번 겪고 나니..제주도서 사고나면 정말 끔찍하다 생각이 들어 제주살이가 겁나더군요.
그래도 도민은 응급 헬기 이용이나, 배를 섭외해서 그나마 빨리 갈수 있다고 하는데..이게 참 보통은 문제가 없다가도 막상 닥치면 큰 문제로 다가오는거 같습니다.
밀리터리 덕질이 본업이시고 의사는 부업이라는 소문이..
소화기내과셨구나...
오~~ Hun옹. 코로나 끝나면 제주도 관광 겸 대장내시경 하러 가겠슴다~~!
좋은일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와아.. 훈님이 글을 쓰셨다!! (*ㅁ*) 따봉!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우왕 굿..
이런 양질의 자료를 자게에서 보다니..
제주 ㅈㅇㅂㅇ 부근의 환자분들은 명의가 가까이 있어 좋겠습니다.
제주계시는군요. 20년전 예비군소집 가있는데 의국에서 전화와서 제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로가라는거 못가겠다고 했는데. 개업한지 얼마안되어서. ㅋ
from SLRoid
코로나만 아니면 제주도로 의료여행을 떠날텐데..언제나 밀리터리 이야기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훈옹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