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의 레드로드 관문은 던스타에서 정남쪽으로 위치해있는 거인 캠프로, 별다른 퀘스트도 없는 지역이다.
근데 특이하게도 이름이 Pass, 관문이라고 되어있다. 왜 뜬금없이 여기에 관문이라는 지명이 붙은겨?
일단 가장 생각하기 쉬운 이유는 바로 레드로드 관문이 실제로 국경 관문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륙지방에 무슨 국경이냐고?
일단 4시대의 스카이림과 달리 고대 아트모라 시절부터 내전에 익숙했으며 상무적인 문화가 더 강했을 고대 노르드들의 문화를 생각해보면, 스카이림에는 꽤 잦은 내전이 벌어졌을 것이라 생각해볼 근거가 충분하다.
사실 제 3제국이 대륙 전체를 통일한 이후, 시로딜과 스카이림의 지방정부들이 모두 제국이라는 체제에 묶여있게 되어서 티가 안났던거지, 불과 200년 전에 힘의 공백이 생겼던 틈을 타서 시로딜의 브라빌과 레이야윈이 독립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고대시대에 스카이림 영주들이 각축전을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볼수있다.
예전 답사에서 언급했다시피, 여기서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바로 나오는 코르반준드는 십중팔구 윈드헬름/윈터홀드와 화이트런/던스타 간의 연결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며, 요새화되어있다는 기록에 따르면 군사거점의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군사거점의 존재는 다른 말로 하자면, 군사분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것이라는 뜻이기도하다.
사실 스카이림 문화에 내전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있다는 증거는 매우 많은데, 내전을 두고 "영주들끼리 죽고 죽이는 시대로 돌아갈수는 없다."라고 주장하는 평민이 등장하거나, 스카이림은 아니지만 스카이림에 정착하여 노르드들이 된 아트모라 인들이 "끊임없는 내전을 피해 탐리엘로 왔다."라고 자주 언급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 중에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드래곤 전쟁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이트런 영지의 경계를 보면 현대 화이트런 영지의 경계를 넘어서서 페일, 리치, 리프트의 경계를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드 로드 관문과 가까운 곳의 화이트런 영지 최전방에는 코르반준드라고 하는 요새화된 정착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수있다.
즉, 고대 스카이림이 내전이 잦은 곳이였다는 것을 깔고 들어가면, 레드로드 관문의 위치가 말이 되기 시작한다.
(참고로 솔리튜드가 다른 영주들(특히 화이트런과 윈드헬름과 같은 동부 영주들)과 내전을 벌인건 기록된 것만 2번이 더 있다.)
만약 윈터홀드, 윈드헬름이나 화이트런에서 군사행동에 돌입하게 되면, 레드로드 패스를 통과하거나, 빙돌아서 로릭스테드를 통과하여야 된다.
즉, 레드로드 관문은 코르반준드를 통과한 적군이 서쪽으로 향하는 것을 가장 먼저 가로막는 곳이라는 것을 알수있다.
이제 다시 레드로드 관문으로 돌아가면, 일반적인 거인 캠프와 다르게 고대 노르드 석공양식의 장벽 잔해가 동서로 쭉 뻗어서 남아있는 것을 알수있다. 그것도 정확하게 길을 한 가운데 두고 분단된 형태로 말이다.
이게 무슨 성벽이냐는 생각이 들수 있는데, 사실 이런 형태는 고대 노르드 성벽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4시대 시점에는 무슨 홈파진 돌 같은거에 고인돌이 얹혀진 형태에 불과하지만, 저런 형태의 석재성벽이 동시기의 큰 마을이였던 브로뮤나(미궁)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을 토대로 원래 모습을 짐작할수 있다.
즉, 원래 레드로드 관문은 화이트런 영지에서 코르반준드를 통과하여 빠져나오는 가도를 가로막고있는 하나 혹은 두겹의 성벽이 동서로 뻗어있었던 어엿한 군사거점이였고,
성벽이 무너지면서 최상층 구조물인 고인돌과 성벽 윗부분 일부만이 현대에 이렇게 남은 것이다.
여기서 나는 두가지 의문점이 드는데,
첫번째로 레드로드 관문의 소유자는 누구였는가(즉, 누가 왜 이곳을 필요로 했는가)? 그리고 두번째로 레드로드 관문은 왜 버려졌는가?
이 두가지가 궁금해진다.
일단 첫번째 의문점의 답은 확실치 않다. 설치 시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마지막' 소유자는 솔리튜드 영주일것이다.
1시대 이전 시점(특히 드래곤 전쟁 이전 시점)은 레드로드 관문의 설치 자체도 의심해야되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지정학적 위치가 코르반준드까지 진출한 화이트런이나 다른 올드홀드(윈터홀드/윈드헬름) + 화이트런 세력을 견제하기 좋은 위치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솔리튜드가 어떻게든지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 레드로드 관문이 직접 위치한 던스타가 아니라 솔리튜드를 지목하냐면, 던스타는 현대에도 규모가 일천한 마을이고 무엇보다도 1시대 2920년에 처음 언급된 것을 제외하면 정확한 생성연도가 불분명하다.
반면에 솔리튜드는 이미 1시대 초기에 어느정도 독립된 세력을 갖췄다는 기록이 있으며,
2시대나 그보다도 이전인 하이킹 올라프의 제위기 등에 묘사되듯이 주류 스카이림 문화에 완전히 융합되지 않은채 삐딱선을 타면서 내전의 한 축이 된 전적이 많기 때문에(나머지 스카이림에서 존경받는 하이킹 올라프를 불태우는 행사가 4시대까지 전해내려올 정도), 레드로드 관문을 군사거점으로 유지할 동기가 역사적으로 충분하다고 볼수있다.
두번째 의문점의 답은 아마 코르반준드가 버려진 이유와 비슷할거다.
내전이 점점 격화되었을 아트모라와 달리, 스카이림의 경우 노르드들이 점점 정주 농경민족으로 전환되며, 정치체제가 하이킹을 정점으로 안정화되면서 점점 대내적 군사분쟁(내전)의 위협이 뜸해졌것이다.
그러면서 더 이상 레드로드 관문에 군사거점을 유지하면서 올드홀드와 솔리튜드 등의 갈등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로 레드로드 관문도 코르반준드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륙 전체를 통일한 제3제국의 등장을 계기로 탐리엘 전체로도 정치적, 경제적 통합과 교류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렇게 군사거점을 유지해야될 필요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대륙 전체를 통일한 제국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누가 내전을 걱정하겠는가?
1번
2번
3번
사실 이런 레드로드 관문 같이, 각 영지의 경계에 군사거점이 위치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지는 스카이림에 꽤 흔하다.
일단 먼저 팔크리스-리프튼을 이어주는 산악도로 출입구에 뜬금없이 배치되어있는 고대 노르딕 성공양식의 장식기둥과 돌기둥 들이 그것이고(1번),
개중에는 여전히 멀쩡하게 살아남아서 산적에게 점거당해 플레이어들이 움직임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화이트런-윈드헬름을 연결하는 도로상에 위치한 발헤임 망루다(2번),
그 외에 로릭스테드-드래곤 브릿지를 이어주는 가도 상에 뜬금없이 이렇게 고대 노르딕 양식의 돌기둥이 도로 주변에 널려있기도 하다(3번).
이들의 위치를 고려했을때, 모두 다 어느 시점에는 국경관문으로 사용되다가 그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각 영지에 국경지대에 전진배치 되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과거 스카이림의 불안정한 정치체제를 대변하는 흔적이라고 볼수 있다.
이런 중요한 떡밥 두고선 좉도 아닌 1회성 의미없는 잡퀘로 때운건 정말 태업이지 ㅅㅂ..
잡퀘로 다뤄주기만 하면 양반이지 가끔은 무슨 고고학 하듯이 유저들이 맵 오브젝트 있는거 보고 이전작이랑 비교해서 알아내야 하기도 함
루리웹-8514721844 2021/07/13 22:15
이런 중요한 떡밥 두고선 좉도 아닌 1회성 의미없는 잡퀘로 때운건 정말 태업이지 ㅅㅂ..
춤추는 테드린 2021/07/13 22:18
잡퀘로 다뤄주기만 하면 양반이지 가끔은 무슨 고고학 하듯이 유저들이 맵 오브젝트 있는거 보고 이전작이랑 비교해서 알아내야 하기도 함
뷁투더퓨챠 2021/07/13 22:19
빌헤임 망루는 털때마다 ㅈ같은 지형이라고 욕하기만 했는데 저련 뒷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