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를 거두며 안철수를 위한 변명

그간 안철수를 지지하고자 한 마음이 있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짠한 마음으로 안철수 지지를 거두면서, 중심이 없이 좌충우돌하는 안철수, 그런 안철수가 여기저기서 폄하되고 조롱당하는 모습이 안타까와(짠하여) 변명처럼 궁색하고 장황하게 몇 자 적어 봅니다.
과학자, 경영자들이 정치를 바라볼때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현실의 정치현상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국가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정치라는 시각을 보인다.
-이런 분들의 정치스타일은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추진력이 있다.
-정치와 역사에서 이념은 무용하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본성을 도외시함으로써 인간과 사회, 그 안에서의 갈등에 대한 이해와 소통에 서투르다.
-이런 분들도 때로는 정치리더가 되고 또 성과도 거둘 수 있다. 다만 변수가 몇 배로 증가하는 역사적 전환기 또는 갈등이 첨예한 시기에서는 매우 무능하여 절대 실패한다.
안철수. 의사이고 경영자이고 과학자였던 안철수도 가만 보면 영락없습니다. 위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안철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비록 현실정치에 대해 위와 같은 시각으로 보고 비판한다 해서 전적으로 틀리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결정적으로 저지르는 오류가 있는데 바로 인간과 정치, 역사에 대한 시각의 단편성, 저급성에 연유한 오류입니다. 역사와 사상, 이념,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이 없이는 인간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철수, 정치가 경영에 저해요소라 한다든지, 진보와 이념, 지역으로 나뉘어 다투는 정치현상이 대표적인 비효율적 모습이라고 보는 그런 이념무용론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잠시 안철수 지지를 생각해봤었는데 결국은 마음이 바뀌네요. 정치와 역사에 대한 초보적 수준의 시각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실용적 이념만으로 햇볕정책을 공과가 있는 정책 차원으로 말한다든지, 지금 투표일에 임박해서는 이념대결이 나라를 망친다는 식의 캐치프레이즈는 그 정치이념결핍의 본색을 드러낼 뿐입니다. 정치에서 이념이 무용하다라는 인식이나 국가와 사회, 국민에게 정치가 비효율적이며 유해할 뿐이다는 인식은 사상과 이념적 토대가 얼마나 빈약한 지를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안철수는 이처럼 비합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어온 역사, 인간이 행하는 정치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찰이 부족하다보니 정치인으로서 중심과 방향이 일정치 않고 자주 흔들리며 그러다보니 정치사안마다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면서, 좌충우돌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이게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의 한계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 볼 때 안철수는 적어도 청렴하고 정직한 분이라고 믿습니다. 그 사람됨이 훌륭하다고 전 믿습니다. 또 용기도 있고 열정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분명하고 이런 점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서 오히려 앞섭니다.
안철수는 입문한 지 얼마 안되는 정치인으로서 그간 평생을 의사와 경영자, 과학자로 살아왔습니다. 정립된 정치사상이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고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완벽할 수 없으니 부패하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열정과 능력이 다른 후보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돼서 잠시 안철수를 결정적으로 햇볕정책에 대한 공과 운운, 정치를 오로지 세력의 대결만으로 인식하는 지극히 초보적인 의식, 그런 것들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 결국 안철수 지지를 거두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안철수가 지나치게 폄하, 왜곡되고 조롱당하는 모습은 많이 불편합니다. 많이 부당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MB아바타라는 말처럼 실용주의 외엔 아무것도 없는 안철수이지만,그래도 MB처럼 부패하지 않았으며, 가장 유력한 문재인보다 더 유능해보이기도 하고, 인품을 볼 때도 저급한 홍준표 따위의 부류는 아니잖습니까.
전에 안철수 지지글을 올린 적 있는 사람으로서, 안철수 지지를 거두면서 투표권 한 장 가진 일개 한 유권자에 불과하지만, 안철수가 안타까와 적어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