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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RF 85mm F2 IS와 삼양 RF AF 85mm F1.4 간단비교

저도 구매 전 많이 궁금했던 부분이라 한번 써봅니다. 삼양렌즈는 국내에선 현재 구하기 힘들지만 BHphoto에선 현재 미화 629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외배송 대행으로 구매하실 수 있고 A/S는 모르겠는데 펌웨어 업데이트는 삼양 국내 서비스센터에서 무료로 해주는 걸로 알아요.
삼양 렌즈가 AF 1.4 렌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RF 85mm 1.2L과 비교해야 정당(?)하겠으나, 가격면에서 삼양과 RF 85mm F2가 거의 같기 때문에 (저도 그래서 둘 중에 고민) 두 렌즈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두 렌즈를 모두 써봤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삼양 구매하기 전에 먼저 캐논 RF 85mm F2 IS 렌즈를 구매해서 3일 정도 써봤습니다. (제가 사는 호주는 좋은 점이 7일 이내 마음에 안들면 묻지마 반품이 가능해요. 대신 나도 그런 반품된 렌즈를 받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두 렌즈를 동시에 써본 건 아니라 동시에 촬영한 객관적 비교사진은 없지만 어느 정도 비교는 가능했기 때문에 한번 써보겠습니다.
1. 해상력 (삼양 승)
개방 화질은 둘 다 좋습니다. 특히 삼양렌즈는 기존 삼양렌즈들 대비 개방화질이 놀랄만큼 좋아져서 거의 최대개방으로만 놓고 쓰게 되더군요. 같은 F2 조리개에선 삼양이 미세하게 나은 해상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좌측이 삼양 F1.4 최대개방 우측이 캐논 F2 최대개방입니다. 크기도 약간 다르고 빛도 방향도 약간씩 다르지만 간접 비교는 가능하실 겁니다. 1.4 최대개방과 F2 최대개방이 차이가 거의 안 느껴집니다. 배경흐림은 비교가 안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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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만듦새 (삼양 승)
캐논 85mm는 전형적인 보급형 RF 렌즈의 외관과 만듦새입니다. 삼양과 캐논 둘 다 프라스틱로 된 외장을 가지고 있지만, 캐논은 그것은 좀 더 프라스틱스러운 느낌이라면 삼양은 언뜻 만져서는 마치 메탈 재질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페인팅도 그렇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캐논은 마치 RF 35mm F1.8 렌즈를 늘려놓은 것 같은 생김새와 만듦새입니다. 무게는 삼양 583g 캐논 500g으로 캐논이 약간 가볍지만 AF 85mm 조리개 1.4 렌즈를 583g의 경량으로 만든 (그러면서도 화질과 크게 타협하지 않은) 삼양에게 박수를 치고 싶네요. R에는 삼양이 무게 밸런스가 딱 좋고 RP에는 캐논이 딱 좋습니다. 길이는 90.5 vs 97.5로 삼양이 약 7mm 더 길고 두께도 직경 약 1cm 더 두껍습니다. 필터는 캐논 67mm, 삼양 77mm 삼양이 필터값이 더 들어가지만 77mm 필터가 범용으로 많이 쓰이는 필터라 대부분의 사진가가 몇 개씩 여분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죠. 저도 그렇고요. 딱 하나, 캐논이 더 좋은 점이라면 반짝이는 'Canon'로고 정도 -_-;;
3. 수차제어 (무승부)
개방 조리개에서 색수차는 두 렌즈 모두 준수하게 제어하고 있습니다. 딱히 색수차가 문제되는 느낌은 거의 받을 수 없네요. 물론 강한 역광에서 금속성 물체에 반사되는 빛을 찍으면 미세하게 색수차가 보이지만 100% 확대했을 때나 미세하게 보이는 수준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아래는 삼양 85mm로 강한 역광 상태에서 반사가 많은 물과 물에 젖은 낙엽들 촬영했음에도 거의 색수차 문제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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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색감 (캐논 승)
캐논은 약간 푸른색이 비치는 색감이고 삼양은 노란색쪽으로 약간 치우친 색감입니다. 둘 다 심하진 않은 수준이지만 동일한 피사체를 동일한 조건으로 찍으면 어느 쪽이 어느 렌즈인지 구분 가능할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따듯한 색감을 선호하시면 삼양이 좋고, 약간 차가운 색감이 좋으시면 캐논도 나쁘지 않습니다. 위의 해상력 비교 사진엔 삼양이 차갑고 캐논이 따듯해 보이는데 그건 맑은 날과 약간 흐린 날 찍은 외부환경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 어차피 RAW로 사진을 찍어서 큰 의미는 없지만 둘 중에 고르라면 색감은 캐논 쪽이 약간 나아 보입니다.
5. 배경흐림 (삼양 승)
85mm 렌즈를 구입하는데 가장 큰 이유겠죠. 이건 뭐 비교하나마나 삼양의 승리입니다. 1스탑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차이죠. 같은 조리개의 경우 둘 다 크리미하고 스무스한 배경흐림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인 선호도로 치면 캐논의 효과가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다만, 조리개 1단 낮추면 바로 삼양의 승리라 비교불가라는 점이.. 캐논의 최대개방 조리개가 1.8 정도만 되었어도 어쩌면 캐논을 선택했을지 모릅니다. IS 기능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삼양의 특이점 (개인적으로는 장점)이라면 1.4 개방에서 배경의 구성에 따라 약간 회오리 보케스러운 효과가 납니다. 회오리 보케 싫어하시는 분은 삼양보단 캐논이 나을 거에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뒤에 나뭇잎이 약간 회오리보케 효과를 내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거보다 회오리 보케 효과 훨씬 심한 사진도 있는데 그건 와이프 찍은 사진 배경이라 못올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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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F (삼양 승)
제가 캐논 대신 삼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AF는 압도적으로 삼양이 우위입니다. 싱글 스테핑 모터를 쓴 캐논에 비해 삼양은 듀얼 리니어 모터를 써서 쾌적한 AF 환경을 제공합니다. 두 렌즈 모두 동영상 녹화시 완전 무음형태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크게 모터 소리가 신경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삼양이 우위인 다른 이유는 삼양의 경우 초점 범위가 0.9m~무한대지만 캐논은 0.35m~무한대라서 초점 이동 범위가 캐논이 훨씬 넓습니다. 이것이 안 그래도 느린 캐논의 스피드를 더 느려지게 만들죠. (대신 캐논 렌즈에는 초점범위 제한 기능이 있습니다.) 삼양의 또 하나의 장점은 IF 방식이라 경통의 변화가 없어서 필요에 따라 후드없이 촬영할 때도 렌즈 보호에 더 안심입니다. 더 고급렌즈라는 느낌도 나고요. 반대로 캐논은 매크로 기능 때문에 생각보다 코가 많이 나와서 후드를 반드시 끼고 다녀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7. 주변부 화질과 광량저하 (캐논 승)
극 주변부의 화질은 삼양이 미세하게 캐논보다 뒤쳐지는 느낌입니다만, 프레임의 중간 지역 (포트레이트 촬영시 인물을 가장 많이 배치하는 부분)까지는 여전히 삼양이 좋습니다. 삼양이 캐논보다 아쉬운 점이라면 최대개방에서 주변광량저하가 좀 심한 편입니다. 공개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심지어 캐논 85mm 1.2L렌즈 1.2 최대개방보다 삼양의 1.4 최대개방 광량저하가 25% 정도 더 심합니다. (캐논 L렌즈의 1.4보다는 거의 50% 더 심함) 다만, 같은 F2 조리개에선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2.8부터는 거의 사라집니다. 최대개방에서 광량저하도 포트레이트 사진용으로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물을 극 주변부에 배치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나 구도를 제외하곤 딱히 큰 불만은 없습니다. 요즘처럼 좋은 센서들 달린 카메라 많은 시절엔 그 정도 광량저하는 보정도 쉽고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1.4로 촬영한 우측의 삼양렌즈 결과물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주변광량 저하가 보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펙트라 오히려 이게 더 좋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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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각과 왜곡 (무승부)
같은 85mm지만 캐논이 미세하게 더 넓습니다. 캐논은 화각 28.3도, 삼양은 28.9도입니다. 둘이 같이 놓고 비교샷 찍지 않는 이상 거의 체감하기 힘든 차이지만 망원 렌즈로서 본연의 임무엔 삼양이 더 충실하다고 보여지네요. 망원렌즈에 흔히 나타나는 핀쿠션 디스토션은 두 렌즈 모두 아주 미세하게 있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9. 플레어 (캐논 압승)
렌즈 해상력은 많이 잡았지만, 역시 코팅쪽은 아직 삼양이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역광에서의 플레어 제어가 좀 아쉽습니다. 삼양 85mm의 후드는 꽤 크고 긴 편인데도, 역광에서 해가 조금만 낮게 있으면 은근히 플레어가 생깁니다. 역광 사진을 좋아하는 편인데 신경쓰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반대로 신경 안쓰면 플레어 생긴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경우에 따라선 그 큰 후드 앞쪽을 추가로 손으로 막아줘야 플레어가 안 생기더군요. 200mm 렌즈 후드라도 껴야 할 기세. ㅎㅎ 그에 반해 역시 캐논은 플레어 거의 안 생기는 편입니다. 3일간만 쓴 결과긴 하지만, 정품 후드가 별매라서 임시로 사이즈 맞는 다른 렌즈 후드 대충 끼어서 썼는데도 플레어 때문에 신경써본 기억이 없네요.
10. 부가기능 (캐논 승)
캐논은 매크로 기능과 IS 두 가지 부가기능을 제공합니다. 매크로 기능은 35cm까지 근접해서 최대 0.5배율의 접사촬영이 가능합니다. 전 매크로 사진을 잘 찍지도 않을 뿐더러 85mm는 어차피 포트레이트 용으로 산 거라 매크로 기능은 전혀 필요가 없어서 아예 비교항목에서 제외했습니다만, 매크로와 포트레이트 겸용으로 두루두루 쓰시려면 캐논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게다가 전 이미 가지고 있는 RF 35mm F1.8도 0.5배율 간이 매크로를 지원하고 있어서 더더욱 필요가 없었죠. 캐논의 강력한 장점은 IS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삼양에 IS가 없는 점이 제가 캐논을 포기할 때 가장 망설였던 부분입니다. 제 메인 바디가 EOS R이라서 IBIS가 없는 관계로 IS 기능이 있는 렌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많이 아쉽습니다. 언젠간 바디를 R6로 (5년 후쯤? ㅎㅎ) 업글할 생각이 있는 터라 그 때까지 MBIS로 버텨 보려고요. (My Body Image Stabilization) IS 기능이 특히 요긴한게 동영상 찍을 때인데 85mm로 동영상 찍을 일은 별로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11. 가격 (무승부)
두 렌즈 모두 가격이 거의 비슷합니다. 같은 값이면 캐논이냐 아니면 같은 값이면 더 밝은 렌즈냐의 싸움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전 단렌즈는 밝은 맛에 쓰는거라 믿는 사람이라 무조건 같은 값이면 밝기! 라고 생각해서 삼양으로 최정 결정 했습니다.
12. R5, R6 사용자 분들의 주의사항
삼양 85mm AF렌즈가 R5, R6 바디보다 먼저 발매된 탓에 R5, R6 바디와 호환성 문제가 있습니다. AF가 추적을 제대로 못한다던지, 프리뷰시 노출과 실제 촬영시 노출이 다르다던지 (EOS R 처음 나왔을 때 어댑터에 시그마 EX 렌즈들 예를 들어 구형 및 신형 오식이를 끼워서 쓰면 생겼던 현상)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는 곧 삼양의 펌웨어 업데이트로 수정이 되었습니다. 다만 펌웨어 업데이트는 바디에서 할 수 없고 (서드파티니 당연하겠죠.) 삼양 렌즈스테이션이 있던가 아니면 삼양 서비스 센터에 가서 해야 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3. 결론
둘 다 좋은 렌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결국 선택은 이 렌즈로 어떤 피사체를 주로 찍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보이네요. 인물 포트레이트 거의 전용으로 찍으려면 삼양쪽이 낫습니다. 캐논은 F2조리개의 배경흐림 한계 때문에 쓰다보면 아쉬울 때가 많을 겁니다. 반대로 인물 포트레이트도 찍지만 접사나 스냅샷 등 다양한 용도로 찍고 싶다면 캐논이 좋습니다. IS도 있고, 간이 매크로 기능도 있으니까 건질 수 있는 결과물의 폭이 훨씬 높죠. 전 85mm는 인물찍는데만 사용하기 때문에 삼양으로 최종 결정했습니다만, 지금도 캐논이 최대 개방 1.8만 됐어도..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이번 삼양렌즈를 보면서 삼양의 기술력이 여기까지 올라온 점에 나름 감명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메이드 인 코리아 렌즈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겠구나. 옛널엔 농담반 진담반으로 삼짜이스 삼짜이스 불렀는데 이젠 진짜 삼짜이스라고 불러도 될 듯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RF 마운트 삼양 렌즈들은 모두 판매가 중지된 상태입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루트는 중고나 해외직구 정도가 있겠네요. 여러 루머가 있지만 거기에 대해선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마치면서 삼양으로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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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플래티넘pt 2021/07/07 17:07

    전 중고로 올해 초인가 구입했는데 좋더라구요 삼양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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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dvaid 2021/07/07 17:10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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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다컸다 2021/07/07 17:20

    만투가 있는데도 캐논 85 F2.0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만투는 어댑터 써야 하고 최대 개방하면 주변부가 좀 별로라 세로로 사진 찎을 때
    긴가민가하는 사진이 좀 나오는 편이라서요. 특이 얼굴을 가장 자리에 두면 실망스런
    경우가 있더군요.
    캐논 RF 85는 배경 처리는 좀 그렇지만 인물도 찍고 꽃 사진 찍기에도 좋아서
    요새 거의 렌즈캡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RF 35와 같이 가지고 다니면 다른 렌즈가
    거의 필요 없더군요.
    예전에는 발줌을 이해 못했는데 결국 돌고 돌아 단렌즈로 발줌하게 되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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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우든 2021/07/07 17:21

    리뷰 감사합니다. 매력적인 렌즈군요. 삼양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앞으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니 구매가 망설여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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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ringmaker 2021/07/07 17:26

    캐논바디에는 캐논렌즈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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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mantic™ 2021/07/07 18:35

    저도 그러고 싶은데 용돈받는 유부 지갑사정이..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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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지니™ 2021/07/07 17:59

    무게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1스탑 조리개에서오는 결과물차이는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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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mantic™ 2021/07/07 18:34

    가볍고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게 제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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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x>amer 2021/07/07 18:30

    1스탑 차이면 보통 가격차이가 2배인데 ㄷ ㄷ ㄷ
    삼양 가격도 좋고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네요
    캐논 렌즈 가격이 내려가면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 될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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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mantic™ 2021/07/07 18:35

    캐논 가격이 신품 50만원 대라면 캐논이 나을 듯 해요 그런 그러긴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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