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30분 기상인데 잠들기 실패입니다.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은 거의 잠을 못 잡니다.
다음날 일정이 없어야 안심하고 푹 잡니다.
이건 아마도 평생 못 고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습관이 사실 시간강박증을 물려주신 어머니의 영향이 큰데 43년생인 어머니가 아직도 여전하신 걸로 보아 저도 영 못 고칠 것 같아요.
무슨 일이건 미리미리 해놔야 맘이 편합니다.
보통 제 직업의 경우 아무리 바빠도 일 주일, 가급적 이 주일 정도 앞서 업무 준비를 해놓는 편이죠.
그러고도 일 시작 시간보다 적어도 두 시간, 가능하면 세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해서 시뮬레이션 해보고 일 시작하는 편입니다.
대신 쉬는 날에 업무관련 연락이 오거나 제 휴식을 방해하는 일들이 발생하면 극도로 화가 납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 참고 협조하지만 사실 정말 싫습니다.
정장이 한 벌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장을 샀던 것이 동생 장가갈 때니까 벌써 20년 전이네요.
업무상 옷차림에 신경써야 하는 날에는 그냥 청바지에 셔츠, 단정한 베스트나 가디건에 자켓을 입는 정도입니다.
신발은 언제나 운동화.
그나마 드레스코드가 그닥 필요없는 업종이라 참 다행입니다.
화장도 안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금까지 화장 세 번 했는데 아마 네 번째 화장은 조카 결혼식일 테고 다섯 번째 화장은 제가 죽어서 화장장에서 하는 화장이 되지 싶습니다.
투자는 할 줄도 모르고 쫄보라서 할 깜냥도 못 됩니다.
아마 지금처럼 평생 예적금 들고 만기되면 모아서 여기저기 분할로 장기 예금 묶어서 뭉쳐서 목돈 만들기라는 패턴을 평생 유지하겠죠.
그냥 제가 재테크에 손방임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책과 음반과 기타 취미용품이 너무 많아서 이사를 해야만 합니다.
한 2년 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제 게으름에 부동산 급상승이 겹쳐서 평수 늘려 가기가 부담이 되는데 이쯤에서만 부동산 급등이 멈춰준다면 2~3년 내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서 제 구상대로 싹 고치고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어지간하면 눌러살 생각입니다.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 창문이 안 열리는 탈 것을 못 탑니다.
어쩔 수 없이 타더라도 장시간은 정말 고통스럽고, 말로 설명을 잘 못하겠네요.
대개의 사람과 쉽게 대화를 트는 편이나 그 다음 단계부터는 허들이 굉장히 높습니다.
대신 먼저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고 살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미워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이나 에너지를 많이 요하는데 미워한다는 음(-)의 행위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잠 못 자고 출근할 것 같은 밤을 빌어 그냥 제 자신의 삶의 태도를 한 번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불펜이 말머리 개편을 하는 가운데 '뻘글' 말머리를 유지해 준 덕분에 이런 뻘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한게랑 불펜에서 베레타님 글 보면 만난적은 없어도 어떤분인지 알것 같은 느낌이에요 ^^ 마음 정리 잘하고 얼른 주무시죠!
No9.트윈스// 제 글 많이 읽어주신 고마운 분이군요. 아마 제대로 못 자고 대충 한 시간 정도 명상하다 출근할 것 같은데 걱정해주시니 또 고맙습니다. 저에겐 박카스와 홍삼과 제자들 뽕이 있사옵니다. ㅎㅎ
[리플수정]저랑 비슷하신 거 같아요. 저도 다음날 일정 있으면 모든걸 다 준비해놓아야 쉬는 사람이라 쉬는 날엔 연락오면 화 나요. 대신 여행 다니는건 좋아해서 기차 타고 여기저기 잘 다니는거 빼고는 정말 저랑 비슷하셔요. 저도 웬만하면 사람 잘 안 미워합니다...그러려니 하면서 삽니다. 저도 박카스 매니아인데... 못 주무시고 나가면 힘드실텐데 ㅠㅠ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문체에 보이는 완고함과 배려에 수십년 존경하고 있는 1인입니다..^^
시간강박증.. 저도 공감해요. 이거 신경쓰여서 잠못잘때가 많음. ㅋㅋ
라이온즈팬// 사실 수요일에 출근했을 때 토요일, 일요일 일 다 준비해놓고 왔는데도 이 모양이니 여러모로 저는 태생이 쫄보인가 봅니다. 제가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창문과 욕실입니다. 창문 안 열리는 공간은 저에겐 대충 약한 지옥정도의 타격 ㅎㅎ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서울에서 지하철 못 타시면 상당히 힘드시지 않으세요?
고글오리// 제가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제일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가 문체론입니다. 가수의 음색에 이끌려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제가 좋아한 작가들은 대부분 문체가!!!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내일 업무 부담이 있으실텐데도 이렇게 삶의 방식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능력입니다.
우주는 드러난 부분과 드러나지 않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묘사하는 글도 마찬가지이고,
때로는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더 큰 글도 있을 수 있겠죠.
묘사된 것들은 모두 모자란 부분만 적어놓은 것 같지만,
그래서인지 더 고귀한 부분들로 가득한 삶의 방식일 것 같은
메아리가 울리는 군요.
남들처럼 재빠르지는 못해도,
본질적인 측면에서 인생의 건강함과 지혜를 택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크셔// 아아..그러게요. 저는 사실 천상 백수체질인데 안 어울리게 성실하게 사느라 생긴 습관이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합니다.
미혼이시죠?
라이블링// 네.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일찍 나가서 몇 번씩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통학이며 출퇴근을 했습니다. 자차가 생긴 이후로는 출퇴근은 자차로 하고 그밖에는 택시와 버스를 조합해서 버티고 있습니다.
自己// 시간보다 더 소중한 자산이 없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시간을 다 쓰면 제 인생이 끝나기에. 그래서 그 시간 중 업무에 빈틈이 없게 해서 나머지 시간을 내멋대로 쓰는 '사치'가 제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나이를 먹을수록 남과 세상이 불만스러워도 그게 자신이 모자란 것에서 오는 불행보다 더할까 싶어서 자꾸 제 못남을 돌아보게 됩니다.
정글차이// 네, 혼인신고를 한 적 없으니 미혼입니다. 다만 배우자는 있다고 말씀드리면 적절한 형태의 삶입니다.
배워라
죽기 1분전까지
말해라
행동으로
베풀어라
그럴만한 사람들에게
제 방식이랍니다.
역시 불펜은 새벽반이 좋아요.
추천드립니다. ㅎㅎ
flythew// 오 멋진 방식입니다. 저는 평생 몽상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천성이라 행동으로 말하는 것 참으로 배우고 싶습니다.
[리플수정]안녕하세요 !
예전에 수능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치르고 대학에 들어왔더니
코로나땜에 대학생활도 못해서 우울하단글 올렸던 학생입니다!
그때 베레타님이 남겨주신 따스한 댓글 한마디 덕에 뭔가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적이 있어 베레타님께 감사하단 댓글 남기려고 왔습니다 ㅎㅎ 그 생각의 전환이후 군대가기 전 연애는 할까 싶었던 제가 4살어린 동기랑 연애도 하고 있습니다..ㅎㅎ
국어강사란 직업을 가지고 계셔서 기억에 유독 잘 남는데 항상 따스한글 감사하게 생각하고있습니다. 부디 엠팍에서 오래 좋은글 남겨주세요!
재수때 국어 쌤들은 맞춤법틀리면 못 배운티 나는거라고 맨날 핀잔주셔서 조심한다고 하는데 모바일이라 잘 안지켜지네요 ㅎㅎ
현우진// 제가 드린 말 한마디에 힘을 얻으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아마 기간 별로 많은 허들을 만나실 텐데 지금처럼 훌쩍훌쩍 잘 뛰어넘으며 앞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현우진// 괜찮습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 잘 전달되는데 그깟 맞춤법 좀 틀리면 어떻습니까. 저도 맨날 틀립니다. ㅎㅎ
아.. 그렇군요. 시간을 아끼고, 재테크에 들어갈 비용와 노력을 아끼고, 남에 관심 줄 시간을 아껴 나를 반성하고... 기본적으로는 효율성을 택한 것이로군요. 인간에게 주어진 삶에는 한계가 있으니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리는 삶.
집안에 쌓아놓은 것이 많다 하더라도, 역설적으로 무소유를 지향하는 삶이자,
선禪적인 느낌도 있는 방식이네요.
이러한 방식의 삶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自己// 어잌후..기본적으로 제가 게을러서 생긴 삶의 방식인데 이렇게 멋지게 해몽을 해주시면...저는 인간은 게으름을 즐기기 위해 열심히 진화해 온 생물이라고 생각한답니다요.
베레타님, 넘 멋진 분~닮고 싶은 분~^^
늘 좋은 글만 적어주시는 베레타님..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LG 우승년도 좀 알려주십시오..
아아.. 아무리 책을 읽어도 글을 써도 그건 알 수 없는건가요 ㅠㅠ
킹캉MVP// 저는 특급집사이신 님을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자이// 음..제가 백 살까지 살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데 그 중 큰 이유 하나가 설마 그 때까지는 내가 잠실에서 엘지트윈스 우승하는 꼴을 볼 수 있겠지 하는 이유걸랑요....
모르죠, 제가 백 살까지 살아도 못 볼 수도 있고 바로 올해 볼 수도 있겠죠 ㅎㅎ
앗 저랑 되게 많이 비슷하세요 수집품 탈 것들 빼고는? ㅎㅎㅎㅎ
요즘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건성으로 살고 있어요
그런 나 자신에게 작은 물결처럼 다가오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몰랐는데 제 와이프랑 비슷한 면이 참 많으시네요
약간의 완벽주의, 노화장, 노 테크, 안전에 대한 염려, 글에 대한 사랑 등등
다만, 울 와이프는 역대급 구두쇠(본인한테도 돈을 안씀)라는게 좀 다르네요 ㅠ
글쓴님이 조금 더 관조적이신것 같네요 ^^ 울 와이프도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겼으면 좋겠네요.
시간이 갈수록 더 행복한 일들이 많아지시길 바랍니다. 항상 좋은 글 잘 보고있습니다.
오늘 좋은 글 많네요!
적어 주신 부분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좋은일만 가득하시길요.
머래는겨 ㅋㅋㅋ 지 ㅂ시이라고 자랑하는건가
파스토레// 그건 니가 하고 있네
이런글 많이 좀 써주세요.
삶이란게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만도 아껴줄 시간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저랑 이 점은 비슷하시군요. 타인을 미워하거나 시기할 시간에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나 더 아껴주는게 낫다고 막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저랑 굉장히 다른 면도 있고 굉장히 통하는 면도 있는 분일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사회생활 하면서 부족해지는게 이런 사람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적다는건데, 개인적으로 알게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랜선 너머로라도 만나게 되는게 온라인 커뮤니티의 재미인듯
창문이 없는 교통수단의 문제는 육체적(호흡기 계통)인 건가요, 정신적(답답한 느낌, 폐쇄)인 건가요? 저희 부친도 비슷하셔서 문의드립니다.
담장에 뜬 제목만 보고 혹시 그분 글이? 했는데 예지력 상승.
불펜을 너무 많이 했나봄...
어렸을적엔 막 나는 왜 이럴까 바꿔볼까 막 그랬는데 이제 나이 먹고 살 날 보다 산 날이 더 많아 질 쯤 되니 그냥 인정하고 사네요.
인정하고 따르면 편합니다. 편한 게 최고.
파스토레// 진짜 불쌍한 새!끼네ㅋㅋㅋㅋ 말도 이해못하고 니하는꼬라지 알만하다ㅋㅋㅋㅋ 일이나하러가라
시간강박부분은 저랑 비슷한데 레벨은 저보다 엄청높으시네요. 이게 고칠래야 고쳐지지가 않더라고요. 정장잘안입는거라 운동화도 비슷하고요.
드림아이// 정신과 육체 같이 동반되는걸로 압니다
정신적인 문제부분으로 출현해서 실제로 육체적인 증상이 나타나요
와..이 담백함..글 내용도 내용이지만, 흡사 좋은 누군가를 만나고 기분좋게 집에 오는 길의 그 느낌입니다..
제목만 보고 왠지 님글일거같았는데 맞았네요 ㅎ
재밌게 보고 갑니다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ㅎㅎ
항상 해야할 일을 미루기만 하는 저로서는 부럽고 반성이 되는 글이네요
음의 행위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은 안타까운 일
요즘들어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전재산17억// 글쓴님께 여쭌건데요.. 사람마다 다 이유가 다를테니까요... 저희 부친께서는 폐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실제로 창문 없는 곳에 있어서 정말 육체적으로 힘든 사례이신가 궁금해서..
............삶은 많이 내려놓을수록 편해집니다.
걱정해야할게 사라지니 삶이 단순하고 조화로워지죠.
단 좌절에서 오는 자포자기를 내려놓음과 착각하기 쉽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