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불펜에 썼다가 지운 글인데 그냥 다시 올립니다.
다만 제가 취향이 특이하다는 걸 염두에 두세요.
가령 히가시노 게이고를 추천할 때 저는 절대 "나미야, 비밀, 백야행"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셋 다 별로거든요.
최근 2년간 일본 미스터리만 한 200권 본 거 같네요.
뭐 너무 재밌어서 본 건 아니고 그냥 가볍게 읽혀지고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좋아서
계속 보게 됩니다.
물론 추리물도 머리가 아프지만 진지 근엄 모드의 철학책이 가지고 있는 머리 아픔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거니깐요.
한 작가에 빠지면 재밌든 말든 그 작가 책을 모조리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네요.
1. 히가시노 게이고
50권 정도 봤는데 제일 가볍게 술술 읽히는 작가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볍고 재밌는 책을 보고 싶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집어 듭니다.
앉은 그 자리에서 2,3시간 내에 바로 다 읽게 됩니다.
이 작가가 좋은 게
쓸데없는 배경 이야기 안하고 등장인물 적은 편이고 전혀 농담을 하지 않고 책이 짧습니다.
90점 넘는 작품은 거의 없는데 80점 이하 작품도 없는 느낌입니다.
대부분 평타는 쳐줍니다.
다만 "악의"는 히가시노 작품이라고 보기에 굉장히 이질적인데
개인적으로 히가시노가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를 보고 영감을 얻게 돼서 나온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작은
악의, 용의자 X의 헌신, 가가형사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갈릴레오 교수 시리즈
2. 미야베 미유키
많이 읽진 않았지만 감상평을 남기자면
미미 여사는 추리물이 아니라 사회학 교재를 쓰는 느낌입니다.
"이유" "화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본 스토리에 외에 거품 경제 이야기를 정말 수도 없이 합니다.
거품 경제로 인한 가족의 붕괴, 개인 가치관의 혼란 뭐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합니다.
에도 시대물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현대물은 농담이 전혀 없고 언제나 굉장히 진지합니다.
"모방범"은 정말 재밌긴 한데 결말 부분이 부실한 게 안타깝더라구요.
책이 너무너무 두껍고 진지해서 손이 잘 안 가게 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추천작은
솔로몬의 위증, 모방범
3. 아비코 다케마루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런데 다른 작품 보면 당황스러운 게 "살육"과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살육"만 보면 피와 살이 분리되는 책만 쓸 거 같은데 정말 의외로 가벼운 미스터리물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복화술 인형사가 나오는 인형 시리즈 같은 거 말이죠.
이건 코믹 미스터리입니다.
"살육"은 정말 최고이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냥저냥 볼만합니다.
대부분 일본 미스터리물이 아주 재밌진 않고 그냥 볼만한 정도입니다.
추천작은
살육에 이르는 병, 인형 시리즈, 무슨 무슨 살인 시리즈
4. 아야츠지 유키토
관 시리즈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입니다.
암흑관, 십각관, 인형관, 수차관, 기면관, 흑묘관 등등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뭐 배경만 살짝 바뀌지 모든 작품의 수준과 패턴은 한결같이 동일합니다.
점수로 치면 모든 관 시리즈 작품이 82점 정도입니다.
대표작인 "십각관"이 그나마 85점 정도고.
다만 대표작 중의 하나가 "암흑관의 살인"인데 오래 전에 절판된지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못 봤습니다.
3권짜린데 중고로 5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추천작은
그냥 관 시리즈
다만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무조건 피하세요.
4. 오리하라 이치
그 유명한 "도착 3부작"을 쓴 작가입니다.
최고의 두뇌게임을 하고 싶으시면 도착 시리즈를 보시면 됩니다.
3부가 좀 취약하긴 해도 1,2부는 정말 머리가 깨질 정도로 혼란을 줍니다.
도착 시리즈 외에 무슨 무슨 "자" 시리즈가 있는데 도착 만큼의 완성도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죄자" 정도가 도착의 연결 선상 위에 있는 작품이고요.
추천작은
도착 3부작, 원죄자
5. 기리노 나쓰오
미미 여사와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는 여성 하드보일드 작가입니다.
일본은 하드보일드라는 단어를 정말 사랑하는데 기리노 여사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여성이 피해자지만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로 역습하는 느낌의 책이라고 할까나 ...
이 작가 책을 보면 아 하드보일드란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감이 오실 겁니다.
역시나 진지 근엄한 작가입니다.
"아웃"은 모방범과 비슷한 느낌인데 다만 결말에서 힘이 딸립니다.
추천작은
아웃, 나머지 작품들은 한결같이 제 취향이 아니어서 70점대
6. 우타노 쇼고
그 유명한 "벚꽃지는 계절을 그리워하네"를 쓴 작가입니다.
책을 덮는 순간 튀통수를 야구 빠따로 가격당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걸작이죠.
다만 "벚꽃"만 걸작이지 다른 작품들은 그냥 쏘쏘합니다.
그렇다고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대략 다 75점 정도 되는 작품들.
아 밀실살인게임 3부작도 아주 괜찮습니다.
전혀 우타노 쇼고스럽지 않은 내용과 문체라서 누가 대필이라고 해줬나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하여간 1부는 93점, 2부는 87점, 3부는 75점 주겠습니다.
추천작은
벚꽃, 밀실살인게임 1,2부
7. 미나토 가나에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고백" "속죄"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 작가 모든 책이 한결 같이 "편지글" 형식을 띄고 있는데 조각 조각 분리된 듯 한 이야기들이 나중에 다 합쳐지더군요.
"N을 위하여"도 괜찮습니다.
여성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리노 나쓰오와 비슷하지만 미나토 가나에는 훨씬 더 "여성적"입니다.
스토리가 좋아서 대부분의 책들이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초기작들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다만 매번 같은 형식이라 읽으면 읽을수록 단조롭고 스토리가 빈약해집니다.
추천작은
고백, 속죄, N을 위하여
8. 하라 료
기리노 나쓰오 남자 버젼입니다.
하드보일드란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는 작가입니다.
은퇴한 형사가 책을 쓴 듯 한없이 무겁고 어둡습니다.
책도 어지간히 두꺼워서 잘 읽히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재미라기보다는 우울함을 덮게 되는 그런 느낌의 책들입니다.
추천작은
내가 죽인 소녀,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9. 요코야마 히데오
경찰서 출입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한곁같이 기자와 경찰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인간 관계의 부조리를 다룬 책들이라 한없이 무겁고 진지해서 숨이 막힙니다.
책이 내키지 않으시면 이 작가의 "제3의 시효"라는 책을 만화로 바꾼
"강력 1반"이라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정말 구하기 힘든 만화책인데 정말 볼만하니 이 만화책을 먼저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추천작은
제 3의 시효, 사라진 이틀
10. 히가시가와 도쿠야
모든 책이 코믹 미스터리여서 정말 가볍게 읽고 싶을 때 항상 땡기는 작가입니다.
읽기 전에는 일본 미스터리하면 굉장히 가벼울 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모든 작가들이 다 진지하고 근엄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로지 혼자 코믹 미스터리만 줄창 쓰는 다작하는 작가입니다.
모든 작품들이 80점으로 다 평타는 됩니다.
다만 아주 뛰어나거나 재밌는 작품은 없습니다.
추천작은
수수께끼 시리즈, 우카이 탐정 시리즈
11. 온다 리쿠
한국에 3~40권 정도 출간된 다작 작가인데
취향이 종 잡을 수 없도로 다양합니다.
제가 많이 보지는 않아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읽었던 모든 작품들은 문체만 비슷하지 다들 제각기 따로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결성이 없었습니다.
다만
"초콜릿 코스모스"를 너무 재밌게 봐서 추천합니다.
만화 "유리가면" 좋아하시면 이 작품 꼭 보셔야 합니다.
정말 재밌어요.
다만 흑과 다의 환상, 삼월은 붉은 구렁을 등 이런 부류의 환타지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추천작
초콜릿 코스모스, 도미노, 유지니아
12. 렌조 미키히코
많이 읽진 않았지만
대단한 옛스럽고 일본적인 분위기의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만화로 치면 민속탐정 야쿠모같은?
회귀천정사, 저녁싸리정사 추천입니다.
제가 작가의 모든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일부 읽은 책만 평가한거라 정말 부실합니다.
그냥 가벼운 참고만 해주세요.
그리고 권일영이라고 일본 미스터리 전문 번역가가 있는데 이분이 번역하신 책들은 대부분 퀄리티가 좋습니다.
네이버에 일본 미스터리 카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참고하세요.
일본 추리소설 팬으로서 반가운 글입니다.
추가로 마쓰모토 세이초(개인적으로 이 양반 빼고는 도저히 얘기가 안된다 생각해서^^)
그리고 요네자와 호노부도 추천합니다. 물론, 저는 모든 일본 추리소설을 사랑합니다 ㅋㅋ
정성글 추천드립니다~
미미 여사님의 외딴집도 추천드려요~
두고두고 보려고 추천 했습니다.삭제 하지 말아주세용~
추천
[리플수정]아..그리고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과 '푸른 불꽃'도 추천합니다~
더불어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들도....
확실히 댓글 봐도 개인차가 너무 심하네요.
저같으면
요코미조 세이시, 마쓰모토 세이초, 요네자와 호노부, 기시 유스케, 혼다 테쓰야,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모든 작품을 읽은 건 아니지만 추천하진 않습니다.
하여간 개인 의견이니 본인이 알아서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추천하신거 스크랩해서 다 읽어볼까 합니다. 예전에 용의자x를 우연히 집었다가 그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은 기억이 나네요. 부탁인데 글삭제하지 말아주세요~~
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도 대단하고
님도 대단하십니다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플수정]인형탐정 시리즈(탐정이 등장한? 계기와 가끔씩 묘사되는 남주인공의 고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나 수수께끼 시리즈는 비교적 가볍게 읽기 괜찮았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ㅎㅎ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스타일 평도 공감갑니다
정성글 추천드립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호오가 갈리는 이유중 하나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가 달라서가 아닐까 합니다. 본격추리와 사회파의 큰 갈래가 그래서 나타나겠죠. 저같은 경우에는 트릭과 수수께끼풀이 위주의 소설에서 갈수록 사회적 이슈나 호러 같이 다른 장르와 결합된 쪽으로 추리소설 독서가 옮아가는 느낌이네요. "살육"이나 "벚꽃"보다는 미미여사 작품 중에서 "화차"가 마음에 남더군요. "악의", "아웃", "고백"도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추리소설은 어깨에 힘을 빼기 의해 읽는 거죠. 올해는 나카야마 시치리 책을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슬렁슬렁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어치운다는 의미에 가장 가까운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어떻게 1년에 몇권씩 책을 쓰면서 그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는지 글쓰기 기계가 아닌가 싶네요. 20여권 정도 읽었는데 그중 "작가형사 부스지마"는 일본 추리소설 출판계를 배경으로 쓴 작품인데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읽었네요. 일본 추리문학계는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못지 않는 다양함과 나름의 깊이를 갖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긴 소득세 순위 상위권에 추리소설 작가들이 올라가는 나라니까요.
"악의"를 인상깊게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다른 것들은 영 성에 안참
그나저나 작가 목록을 봐도 일본의 추리, 미스터리 소설계는 참 부럽네요.
우리나라는 이쪽 장르가 완전 매니악하고 폭망 수준에 가까워서...
왜 요네자와 호노부가 없죠????
추리ㆍ미스터리류는 그리 관심이 없어 얼마 안보았는데,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 권은 봤어요.
우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반부로 가면서 다작 작가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스토리를 직조한다,해냈다..라는 느낌.
영화는 하...제발 보지마시길.
*마구.
야구를 좋아해서 찾아 읽어봤는데,그냥 쏘쏘한 정도.
본격 야구 소설이 아니라 야구를 재료로 했을뿐
결국 미스테리 신파극.
*인어가 잠든 집.
하..이거 아무 기대없이 봤는데, 띵작!
연명치료 같은 사회 문제도 생각하게 하고
과학과 인권을 생각케하는 철학적 노크도 있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중에 사람들이 잘 추천은 안하는데
성녀의구제 이거 진짜 충격적으로 재밌게 읽었음
반전을 전혀 예상못해서
다카노 가즈아키
이사카 고타로
오츠 이치
사사키 조
예전에 많이 봤네요. 본문과 리플에 있는 작가들도
없는 사람만 써봤습니다.
히가시노의 뒤를 잇는 나야카마 시치리 가 없다니...
저도 첫댓글 쪽 ㅋㅋㅋ
세이초나 호노부는 잘 보는데
본문 작가들은 잘 읽히지가 않음
[리플수정]기리노 나쓰오 극호 요코야마히데오도 좋아하구요 최근에 주목하는건 유즈키 유코 반상의 해바라기 고독한 늑대의 피 영상화되었는데 원작도 대박이고 먼저 영상화된 사카타사다토 시리즈들도 나머지 이어서 발매 되었으면
저는 시마다 소지가 최고더라구요. 재미없는게 하나도 없었음
좋은 추천글 감사합니다. 솔로몬의 위증 양이 정말 방대해서 읽는데 고생했던 기억이...ㅋㅋ 기시유스케는 취향에 안맞으셨나보네요
일본 미스테리 추전 작
교고쿠 나쓰히꼬 작품 추천좀
나중에 참고할게요 추천!
[리플수정]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일본 추리소설 좋아하는데 반갑네요. 추천해주신 작가들 중 안읽어본 작가도 많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위에도 다른 분들이 얘기해주셨는데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들도 추천합니다. 당시 시대배경 때문에 약간 느와르 같은 분위기도 있고, 작품 하나하나가 주옥 같습니다.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도 히가시노게이고 작품에 버금갈 정도로 술술 읽힙니다. 저는 미마여사의 현대물보다 에도시대물을 더 추천드려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물이 특히 재밌습니다. 유일하게 전작품을 소장한 시리즈입니다.
교고쿠 나쓰히코도 재미있는데 술술 읽히지는 않네요
정성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