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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고양이 이야기) 떠나간 아이들, 떠나갈 아이들.

#. 떠나간 아이들.


아이의 상태가 영 불안하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선택을 해야 할 시간,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오후에 안락사를 예약했습니다.


말 없이 아이를 계속 안아주다가 예약 시간이 다가와 이동 가방에 아이를 넣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면서 화단 쪽에서 가방 안에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여기가 네가 베란다에서 내려 보던 화단이야. 여기에도 네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새벽에 가끔 아이들끼리 싸우는 소리에 창가에서 내려다 봤지? 이제야 네게 보여주는 구나... ’


걸어서 20분 거리의 병원까지 가는 길에, 어깨에 메고 있는 이동 가방으로 느껴지는 아이의 무게는 무척 무거웠습니다. 건강 할 적에 9kg 나가다가 투병을 하면서 3kg 중반대로 떨어 진 아이의 몸무게 였지만 그 가는 길에 유독 10kg의 쌀 포대 무게였습니다.


‘ 죽음의 무게인가 보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평소 같으면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가방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아이는 힘없이 가끔 나를 부르기만 하고 그 길을 같이 걷다가 공원에서 잠시 쉬어 볕도 쬐고 다시 걷다가 병원 근처 아파트 화단에서 잠시 쉬다가 또 낙엽 냄새도 같이 맡고 병원에 들어섰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던 원장님은 오늘은 아닌 것 같다고 더 치료를 해보자고 말을 하십니다. 평소 안락사에 대하여 보호자의 의견을 중시하고, 자신의 감정으로 고통스럽게 아이들을 안고 있는 보호자에게는 동물들의 고통을 위하여 냉정하게 안락사를 말하시던 분이 평소와 다르게 안락사를 미루자는 말에 혹시 하는 희망과 함께 간단한 검사와 수액을 맞추고 3일 후에 다시 검사를 하자고 합니다.


수액을 맞추고 이제 데려가도 된다는 병원의 전화를 받고 처방약 받고 함께 아이와 집에 왔습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잠시 안정을 취하던 아이는 약을 먹이자마자 심한 고통과 함께 발작을 보이며 다리를 쓰지 못하고 몸으로 바닥을 튕기며 돌아다니고...그 발작이 20분 정도 지나 잠시 안정을 찾다가 결국 그 날, 지난 10월 15일 밤 10시 50분에 발작과 함께 품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C는 2014년 01월 14일에,

G는 2019년 04월 15일에,

B는 2020년 10월 15일에 그 아이들에게 갔습니다.


그냥 안락사를 해 줄 걸...그랬으면 이렇게 고통스럽게 보내는 게 아니였는데...

B가 죽는 순간에, B가 고통으로 몸부림 칠 때 꼭 안으면서 귓말을 해 주는 그 순간들에 C와 G를 보낼 때 와는 다르게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실은 B를 간호하는 순간에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제게 형제보다 친구보다 연인보다 더 각별한 존재 였습니다.



#. 떠날 아이들.


B가 투병하던 시기에 2일 차이로 300g과 400g의 아깽이들을 임보하고 있었습니다.


편의상 'aa'라고 부르던 아이는 결막염, 피부병, 허피스, 중이염을 가지고 저희 집에 왔습니다. 문제는 구조자와 aa를 처음 진료하던 병원에서 허피스만 발견하고 나머지를 제가 발견했다는...작년에 잠시 임보한 아이가 링웜이였는데 잠복기를 병원에서 발견 못하고 케어하느라고 고생했는데  -_-


2일 후에 편의상 'bb'라고 부르는 또 다른 아이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왼쪽 눈을 대충 긁고 봉합하여 차후에 적출 수술을 시켜야 하는 아이였습니다. 매일 2~3시간 간격으로 터진 눈에서 나오는 진물을 닦아 내고는 점안액을 상처 난 눈에 넣으면서 멀쩡한 오른쪽 눈으로 전이되어 멀쩡한 한 쪽 눈마저 실명 될 수 있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 모두 아프지 말길.


그렇게 새로운 아이들을 임보 하는 과정에서 B는 C와 G에게 떠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번 주 일요일에 B가 떠난 지 1달이 되어 그 아이 무덤에 작은 묘목을 심고 왔습니다. 이 추위를 잘 이기면 내년에 그 묘목은 키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겠죠.


시간이 지난 aa와 bb는 예방 접종 2차를 끝내고 aa은 이번 주에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을 갑니다. 그 사이 각 300g과 400g의 아깽이들은 이제 1.2kg 정도 나가는 미친 아깽이가 되었고 이 아이들을 보낼 생각을 하니 시원도 하지만...이제는 새로운 집사를 만나 잘 지내겠죠. 여기서처럼 친구나 오빠, 언니는 없다지만 잘 지내겠죠.


aa과 bb 중에 한 마리를 품을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더 이상 아이들을 집에 들이지 말고 임보도 하지 말라고, 마음만 다친다는 병원 원장님 조언처럼 서로 상처 받지 않게 L과 E를 제외하고 모두 보낼 생각입니다.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보낸 아이들과 보낼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밀려오는 하루입니다.



댓글
  • Taipan 2020/11/19 06:57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이별은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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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아지 2020/11/19 06:57

    어딜가든 잘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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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봉이얌 2020/11/19 07:11

    아침부터 먹먹해지는 글이네요 짧은 삶이었지만 냥이들도 글쓴분과 함께여서 행복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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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미유비단 2020/11/19 07:14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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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BDJ8 2020/11/19 07:17

    좋은곳으로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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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룸펜 2020/11/19 07:51

    가슴이 아프네요. 신은 참 야속하게도 ... 고생하셨어요. 모두 아프지 않고 고양이별에서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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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페킨파 2020/11/19 08:40

    이래서 애완동물 키우는 데 주저함이 있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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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gloo 2020/11/19 09:12

    인생을 살다보면 선택을 할 때가 있죠. 어쩔수 없어요. 냥이도 집사 원망은 하지 않을테니 너무 자책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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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토시스 2020/11/19 10:20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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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오오오옹 2020/11/19 10:28

    슬플까봐 글은 안읽었었요.사진만 봐도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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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캉MVP 2020/11/19 11:37

    보낸 아이들이 모두 글쓴님의 보살핌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을겁니다.
    보낼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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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K_49 2020/11/19 12:15

    저도 올여름에 탯줄이 붙은 채로 어미가 버린 갓난쟁이 4마리 데려와서 병원도 데려가고 첫병도 사고 온열도구도사고...했지만 차례로 모두 며칠이내로 떠났어요ㅠㅠ 그며칠이뭐라고 많이울었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한마리 또 바로 임시보호해서 지금은 새가족에게 보내 사랑받고 발랄하게 잘 크고 있어요 그래도 그 죽은 아이들 이름도 붙여서 불러주고 마지막엔 따뜻한 사람 품에서 사랑란다는 소리 듣고 보내라고 제가 그 애들을 만난건가 싶어요 그래도 고양이들에게 글쓴님이 따뜻하고 든든한 존재가 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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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로리 2020/11/19 12:48

    떠나 보내는 일 너무나 마음이 아프죠ㅠㅠ
    글 읽으면서 눈물이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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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샤 2020/11/19 13:14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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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레타 2020/11/19 13:42

    모두 고양이별에서 고통없이 행복하길.
    3년 전 제 곁을 떠나간 펠릭스 군이 무척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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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초 2020/11/19 14:23

    고양이별에선 츄르길만 걷고 아프지 않을테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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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더풀마왕 2020/11/19 14:36

    아이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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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키D거프 2020/11/19 15:19

    복막염으로 아이들을 떠나보냈었죠,,,기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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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파플레이어 2020/11/19 16:01

    ㅠㅠ 너무 슬프네요. 저도 반려동물 키우는데 읽는데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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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상트 2020/11/19 16:47

    너무 슬프네요 ㅠㅠㅠㅠㅠㅠ 제 아이가 떠난다는건 상상도 하기 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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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블루 2020/11/19 17:3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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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유두산포에버 2020/11/19 17:57

    마음이 아파서 글은 다 읽지 못했습니다
    야옹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아이들도 잘 보살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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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彬彬 2020/11/19 18:29

    위로의 덧글들 감사합니다.
    첫 아이를 보내고, 두 번째 아이를 그렇게 중병으로 보내면서 동물판에서 봉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안락사도 해보고 아픈 아이들 치료나 갓 태어난 핏덩이들을 수유 도중에 무지개 다리로 보내주면서 내성으로 강해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시한부의 B를 보낼 준비하는 그 과정에서 다가오는 슬픔은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B를 더 지켜보자고 하시던 병원 원장님은 결국 오랜 시간 지켜보던 보호자의 판단이 옳았는데 당신이 더 상처를 준 것 같다고 미안해하고 계십니다.
    B를 보내고 꾹꾹 참고 있던 복합적인 서러움이 비가 오니 터졌는가 봅니다. 그래서 주절주절 오랜 만에 혼자 읊어버렸습니다.
    살아갈 생명들은 모질게 살아야겠지요.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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