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물 다섯 살에 결혼을 해서 아들. 딸 하나씩 놓고 살자고 했어.
친정집 가까운 데에 전세방이라도 얻어놓고 네 엄마가 밥을 해 놓으면 국이 식기 전에 엄마 보러 가자는 얄궃은 말도 했었어.
별자리가 보이는 홍천 전망대로 캠프를 가자고도 했어.
호수가 멋졌던 뚝섬 유원지에 나중에 다시 가자고도 했고
남들 다 가는, 비싼 레스토랑 가서 예쁜 사진도 찍자고 했었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새빨간 꽃다발에 내 덩치만한 트롬 곰인형도 사달라고 했었어.
집에서 구박만 받고 살아 서글프니, 빨리 데리고 살라고 했었고
이럴바에 어디 먼 곳으로 도망가서 살자는 말도 했었어.
잘난 사람이 되어 줄거지?
너는 울면서 말했어.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지. 너의 부모님 앞에서나, 네 친구들 앞에서 떳떳하고 잘난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기다려 달라고... 네게 상처였던 그 모든 일... 갚으면서 살겠다고, 다신 울리지 않겠다고
나는 이제 곧 서른 살이야.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일년동안 막일을 했고... 남들보다 늦게 졸업했고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하다가 이곳저곳 팔려가다시피 이용당하기도, 버림 받기도 했지.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고, 전화번호도 바꿨어.
몸이 아픈 적도 있었어. 한 겨울에 외풍이 스미는 골방에서 끙끙 앓았었어.
그러면서도 본가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오면 잘 지낸다고 했어.
나는 갖가지 일을 했고, 혼자 있었고, 때론 굶었고, 화가 치밀어서 소릴 질렀고,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렇게 여러 날을 보냈어.
그러는 동안...
너와의 약속들은 지나가 버렸어.
그런데 계속 기억이 나.
약속들은 지나가버리고
계속 기억들도 지나가버릴거에요.
그리고 새로운 모든 것들이 올것임은 분명하고.
큰 숨 쉽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무슨 의미가 있냐 생각이 들겠지만 의미를 부여하며 힘내길 바라요. 음이 좋아서 이 음악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더러구요. 위로가 되길 바라요. 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슬픔은 잊어 버려요.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하림
기억이 닳아 없어질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래서 기억이 안날만큼 기억해주세요.
울음이든 웃음이든 그래도 반짝반짝 빛나던때라 생각하고
오늘같은날 글쓰며 우리 같이 추억해요.
자꾸 생각이나 -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