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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화와 사망도 진화적으로 선택된 형질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 풀의 생존에 더 유리해서 선택된 형질이죠. 철학쪽에서야 사망과 노화에 대해서 여러 문과적인 상상력을 펼치지만 진화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아니 난자와 정자가 착상되는 순간부터 유전자가 고정되게 됩니다.
인간이야 문명을 발전시켜서 꼭 유전자 변화를 통해서만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생명체의 경우에는 지질학적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진화를 해야하죠.
세대가 교체되지 않고 한 세대가 무작정 버티게 되면 환경이 변화할 때 유전자 풀이 완전이 전멸하는 상태가 도래할 수가 있으니까요.
굳이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포식자의 진화라던지 먹이감의 변화로 인해서도 이러한 진화압력은 발생하고요.
이 때문에 생명체에게 세대 교체는 필수적입니다. 세대 교체 과정에서 일부 터지는 프루크(돌연변이) 중에 하나가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세대 교체가 유전자 풀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개체의 노화와 사망이 왜 발생하는지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식 세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 세대와 한정된 자원(주로 먹잇감)을 두고 경쟁관계가 되게 되는데, 아무래도 부모 세대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얻은 경험 등의 이유로 자식 세대보다 이러한 자원 경쟁에 더 유리합니다.
그러니까 부모세대가 노화도 사망도 겪지 않게 된다면 말이죠.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하시려면 수도권 부동산을 두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간 수명이 뭐 2배로 는 것도 아니고 1.3배나 1.4배 쯤 정도늘었을 뿐인데 한정된 자원(수도권 부동산)을 둔 경쟁에서 자식세대가 기성 세대한테 제대로 힘도 못쓰고 밀리고 있죠
뭐 다행히 농업혁명 덕분에 인간의 경우에는 식량이 부족한 파국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고 있지만요.
여하튼 이렇게 노화와 사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특정 종의 1세대가 생태계에서 장기집권을 하게 되며 세대 교체가 원할하게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1세대가 기껏 2세대를 낳아도 2세대 대부분이 특히 취약한 유생체 시절에 1세대와 자원을 두고 경쟁을 하다가 탈락하고, 번식기에 개체 대부분이 1세대들이니 또 2세대들만 양산되고 이런 식이 되는거죠.
2세대->3세대->4세대->5세대->6세대...... 이런 식으로 쭉쭉 세대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 순환에 경색이 일어나게 됩니다.
노화와 자연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각 세대가 적당히 번식을 한후 강제로 몸을 약화(노화)시키고, 사망케 함으로써 다음 세대와의 경쟁을 없애 버리고 세대 교체가 원할하게 일어나도록 압력이 가해지는거죠.
이러한 노화와 사망에 의한 세대 교체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종은 연어나 문어들입니다
연어나 문어들은 짝짓기를 하고 번식을 하는 순간 부모 세대가 모조리 자연사 하면서(즉 노화가 순식간에 일어나서 사망하게 되는거죠) 새롭게 태어나는 세대와 먹이나 자원을 둔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자리를 강제로 비키도록 하죠.
그리하여 유전자풀은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생존을 담보할 수 있게 됩니다.

댓글
  • 목동하늘 2020/10/14 06: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문송한 사람인데도 잘 이해가 되네요^^ 결국 생명체의 진화란 생명체 자신보다 유전자와 DNA를 운반하는 매개체 역할을 우선한다고 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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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자 2020/10/14 06:18

    [리플수정]목동하늘// 뭔가 의도를 갖는다는 식으로 표현한다면 그렇지만, 사실 저 과정에서 누군가의 의도같은건 조금도 없습니다.
    그냥 저런 식으로 하는 유전자풀들만 살아남아서 현재의 생태계가 형성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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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재요.. 2020/10/14 15:20

    어떻게 보면 당연한건데 이런 관점으로 논리적으로 보니 또 새롭기도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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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s99 2020/10/14 15:22

    이기적인 유전자가 생각나네요ㅎ 잘읽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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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돼지초밥 2020/10/14 15:34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궁금한게 있는데
    만약에 노화와 사망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가정했을때
    그 둘을 없애는게 가능한가요?
    글쓴분께서는 노화와 사망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더 좋기에 이를 장착했다는 글을 적어주셨는데, 노화와 사망이 선택의 요소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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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로 2020/10/14 15:35

    합리적인 식견이시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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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은골족 2020/10/14 15:37

    저 방식으로 작동하는 생물들이 번성하기 훨씬 유리했다라고 생각하심 될 듯 합니다. 한 개체의 생명이 극단적으로 길거나, 자가분열을 하는게 번성에 유리했다면 그러한 생물종들이 번성했겠지만, 결국 세대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쪽이 환경적응에 훨씬 유리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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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다왕강민호 2020/10/14 15:38

    저출산은 고령화의 산물이라 봐도 되겠네요...늙고 없어져야 할 개체가 끝까지 살아남아 한정된 자원을 쥐고 있으니..2세대 개체들이 힘겨워지고..힘겨워지니..출산률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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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돼지초밥 2020/10/14 15:39

    혹시 뜻이 전달이 제대로 안될까봐 예를들면
    생물이 우주밖으로 나가는것
    생물이 빛의 속도로 날아거는것
    들은 장점 단점과 상관없이 그냥 불가능해서자나요
    노화와 사망도 위에 것들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제가 이질문을 드리는것은 생물학? 유전학? 적으로 노화와 사망을 없애는게 가능한건지 궁금해져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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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5:46

    노화역전 및 영생 프로젝트인 칼리코프로젝트가 실패하길 바라는 입장에서 본문이 너무 합리적인 설명으로 다가옵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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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는중 2020/10/14 16:02

    [리플수정]맞습니다. 현재 종교라는 관념, 정치 시스템, 경제 시스템 모두 인간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인간이라는 종에 의해 선택되어진 것이지요. 신도 마찬가지로 인류의 생존에 유리하기에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저도 인간이란 종이 죽음이 있기에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죽음을 앞두고서 정권의 비리를 폭로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죠... 만약에 인간이 영생한다면 그런 폭로를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인간의 사회에서 진보적인 사상이나 도전은 다 없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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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미무무 2020/10/14 16:05

    왜 노회찬 사망으로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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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quare 2020/10/14 16:10

    왜 노회찬 사망으로 봤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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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라디오 2020/10/14 16:25

    아기돼지초밥// 글쓴이는 아니지만 유전자의 힘이 아무리 대단해도 물리법칙을 초월할순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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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선생 2020/10/14 16:34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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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삼LS 2020/10/14 16:56

    딸기 생각하시면 될것 같네요.
    우리가 먹는 특정 종자 딸기는 인간에 의해 영원불멸 1세대 딸기만 수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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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낄낄꼴깔김꼴깔 2020/10/14 17:08

    저출산의 근본원인이 고령화 사회때문이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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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아지 2020/10/14 17:15

    진화적으로 선택된거면
    노화를 겪지 않는 생명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현재는 죽음이나 노화의 개념을 알고 있어서
    본문의 내용에 대입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런 개념이 없었던 1세대의 증명(?) 증거(?) 기록(?)이 있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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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7:15

    운동권도 빨리 사라져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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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llibro 2020/10/14 17:16

    고령화 사회의 부작용과 저출산 현상이 생각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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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00N 2020/10/14 17:25

    생물학적 관점에서 생명체의 목적은 오로지 번식이네요. 유전자의 전달을 위한 끝없는 무의미한 번식 그리고 죽음. 무의미한 번식이 하기 싫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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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가을 2020/10/14 17:36

    죽음은 진화적으로 발명된 현상이 맞습니다. 사고사가 아니면 영생할 수 있는 생물들도 이미 발견됐고 실제 진화의 매케니즘을 보면 죽음이 있는게 종의 입장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그래야 유연한 적응이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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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씨 2020/10/14 17:55

    자연 선택에 자식을 낳을 때까지 생존 여부는 매우 중요하지만 낳은 후의 생존 여부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합니다.
    사람같은 경우는 육아기간도 포함되므로 자식이 큰 다음엔 부모가 죽든지 말든지 자연선택의 원리상 상관이 없습니다.
    장수하도록 진화하려면 장수하는 유전자가 2세를 남기는데 유리해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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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데쿠 2020/10/14 18:06

    재밌게 읽었습니다.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이야기네요.
    현상적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오랜 기간에 걸쳐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데, 주로 위생과 의학이 발전을 그 원인으로 꼽고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현상까지도 유전자의 번식/번영의 의지(?) 라는 본문의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 지, 아니면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인간이라는 최고등 동물군에서만 가능한 예외적인 현상으로 보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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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점사 2020/10/14 18:58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이런 식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및 해석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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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자 2020/10/14 22:47

    아기돼지초밥// 유전자풀의 생존에 노화와 사망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없어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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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자 2020/10/14 22:49

    송아지// 정확하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조금 이해하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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