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요청어느 페미의 하루.txt

잔뜩 어질러지고 냄새나는 작은 골방. 해가 중천에 뜨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본능적으로 냉장고 부터 뒤짐. 밤새 한남들과 전쟁을 펼치다 잠들었더니 배가고픔. 먹을 게 없다고 짜증섞인 표정으로 궁시렁대면서도 결국 이것저것 주워 쳐먹음.
쳐먹으면서 생각함. 오늘은 또 어떻게 한남들과 싸우고 사회의 정의를 지켜낼까 즐거운 생각에 혼자 음흉하게 미소지음. 그렇게 자기 스스로가 뭐라도 된 사람처럼 그렇게 한참 망.상에 빠져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하도 주워쳐먹어서 그런지 배가아픔.
화장실로 달려감... 쿵쾅쿵쾅... 넓은 배통 만큼이나 냄새도 소리도 구리지만 운동부족 돼지라 소리에 비해 나오는 건 또 없음. 이 지겨운 변비조차 한남탓인 것 같아 화가 남. 대충 끙끙거리다 포기하고는 나오려는데 거울이 보임. 물론 손 씻을 생각은 없었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거울 앞으로 가게됨.
남자처럼 짧게자른 머릿털이 사방으로 삐져나와 보기흉한 두상, 축 처진 뱃살, 쳐진피부, 제멋대로 붙어버린 이목구비들, 거무튀튀한 털들... 이건 뭐 산적이 따로 없음. 그렇게 막생긴 본인면상을 멍하니 들여보다 갑자기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빡치기 시작함. 이것도 역시 한남잘못인거 같음. 한남이 코르셋씌운덕에 내 개성있고 매력적인 얼굴이 못생긴 얼굴이 된 것 같아 화가나기 시작함.
지 면상붙잡고 미간에 주름지어가며 이리 조물딱 저리 조물딱 한참을 꼼지락 거리다가 이내 포기한듯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혼자 무언가 결심한듯 작게 한마디 내뱉음 "어차피 난 한남은 만날생각없어^^ 진정한 탈한남이라면 나의 내면을 더 사랑해줄거야.." 결국 오늘도 혼자 정신승리하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옴.
사실 지 면상보고 화난 거지만 그래도 화풀이는 해야겠어서 구석에 쟁여둔 과자한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감. 물론 그 과자도 한남인 아버지돈으로 산거지만 괜찮음. 한남등골 빨아먹는 게 갓치의인생이자 사명이니까.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지 엉덩이 보다 한참 작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켬. 물론 화풀이 대상은 한남과 몸매좋고 예쁜여자임. 사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게 다 사회를 이렇게 만든 게 한남과 남자들 편만 드는 예쁜 여자들 때문이니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갖지 못하는 건 부숴야 성이 풀리기도 하니까. 한참을 예쁘고 몸매좋은 여자들 나오는 기사들, 갓치언냐기자님이 쓰신 한남비판 기사들을 찾아 악플을 달고 자기 논리를 전파함. 몇시간 하다보니 저질체력덕에 슬슬 지치기 시작함.
잠깐 쉬고 해야겠단 생각에 본인이 즐겨하는 갓치커뮤니티사이트에 접속함. 여긴 본인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시대의 신여성들이 모인곳. 그렇게 스크롤을 내리다 얼굴은 모르지만 분명 걸크러쉬 돋는 예쁜 언냐가 쓴거겠지 싶은 한남퇴치소설을 발견하곤 읽음. 읽다보니 벅차오르기 시작함. 눈물이 맺히고 코에서는 쉭쉭 소리가남. 나도 언젠간 이 언니처럼 걸크러쉬 돋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거야 하곤 잠시 상상 속에 빠짐.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짐.
이 언냐들은 이렇게 열심인데 나도 이렇게 손 놓고만 있어선 안되겠단 생각에 다시 힘이 차오름.다시 한남들이 잔뜩 모인 사이트에 접속함. 본인이 글 속 피해자언냐가 된 것 처럼 감정이입해서 오늘도 본인은 평생 해당사항 없을 시선강O이니 결혼이니 연애니 하는 얘기들로 소설을 쓰고 논쟁을 펼치기 시작함.
말 안통하는 한남들을 떼거지로 상대하려니 피곤하고 지치지만 내가 한남들로부터 고통받는 언냐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대표가 된 것 같아 내심 뿌듯함. 그렇게 온종일 컴퓨터 부여잡고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을 주제로 키배를 뜸. 어느덧 해는 저물고 또 다시 떠오르는 게 느껴짐. 문득 저 떠오르는 일출도 나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찡해짐. 슬슬 퇴근할 시간이 돌 것 같음.
오늘도 나의 작은 노력덕에 세상은 조금 더 나아졌겠지란 생각에 스스로 대견하기도함. 도저히 나의 멋진 행적들을 나만 알고 넘어갈 수 없어 갓치언냐들이 있는 여초사이트에 들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함. 최대한 자극적이게 멋지게 걸크러쉬돋게. 물론 살은 많이 붙였지만 언젠가 나도 낮에 읽었던 소설 속 멋진 걸크러쉬 언냐가 될 거니까 괜찮아 하며 합리화함.
이제 자야하는데 막상 자려니 배가고픔. 한남아빠가 공부열심히 하리고, 취업준비 잘 하라고 챙겨준 만원짜리 몇장으로 야식을 시킴. 잠시 후 배달이 도착하고 음식쳐먹으면서 생각함. "ㅋㅋ 바보같은 한남아빠 오늘도 내가 열심히 사는 줄 알고 속았겠지." 다쳐먹으니 슬슬 졸림. 내일을 위해 또 푹 자둬야겠음. 그대로 자리에 누움. 물론 안씻고 양치도 안함. 내일도 역시 누구 만날 일 없으니까.
씻는단건 어디나갈때나 하는 행사 같은 거 니까.. 오늘도 피곤한 일과를 끝마치고 본인 사명을 달성한 김치워리어는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누움. 밖에는 출근하는 사람들 소리로 시끄럽지만 피곤에 지쳐서인지 잠이 스르륵 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잠듬.
-어느 페미의 하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