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630848

디지털 세상에 왜 필름카메라가 필요할까?

다음은 포토저널에 연재하였던 저의 칼럼 중에서 필름카메라의 존재이유에 대해 쓴 글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아무리 화질이 좋아져도 판형에 따른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글이지요.
포토저널114호_표지_1.jpg포토저널114호_안태석의_카메라이야기_1.jpg
디지털 세상에 왜 필름카메라가 필요할까?
이제 어디에서도 필름카메라로 촬영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디지털 카메라가 늘리 보급되었다..
촬영 후에 즉시 영상의 확인이 가능한 건 물론이고 촬영하기 전에도 실제 촬영될 영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촬영도 가능하며 화질의 수준 또한 필름카메라보다 더 우수하며, 심지어 비디오카메라의 화질을 능가하는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필름카메라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일까? 35mm 필름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완전히 대체 되었다. 하지만 중대형의 필름카메라는 아직 건재하다.
피사체에 따라서 중대형 카메라의 역할이 더 우수한 화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피사체는 35mm 포맷으로도 충분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앞뒤의 원근감이 표현되어야 하는 피사체는 어떤 포맷으로 촬영하였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다를 수도 있다. 이건 필름이 우수한가 디지털이 우수한가의 문제가 아니고 사용되는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른 차이가 발생한다. 즉 공간감이 다른 사진이 촬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면 경주의 삼릉 같은 곳엔 휴일이면 소나무 사진을 찍으려고 수많은 사진 인이 몰려든다. 대부분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데 풀프레임이던 크롭바디이던지 35mm 포맷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나무 숲의 넓은 범위를 촬영하려니 광각렌즈를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앞의 소나무는 촬영자가 다가서면 나무가 굵게 표현되겠지만 그 뒤에 있는 소나무들은 광각렌즈의 특성 때문에 가늘게 표현된다. 소나무의 조밀도가 떨어져 보이고 힘있고 당당한 소나무 사진이 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렌즈의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원근감이 더 멀어지고 초점거리가 길수록 앞뒤의 겹치기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초점거리가 긴 150mm 정도의 렌즈로 촬영하면 35mm 포맷에서는 앞뒤의 소나무 간격은 좁아져서 밀집도가 높아 보이지만 촬영되는 좌우의 범위가 좁아서 한두 그루의 나무만 촬영하게 될 것이다. 초점거리 150mm 렌즈는 35mm 포맷에서는 망원이지만 4X5인치 포맷에서는 표준렌즈의 화각을 가지기 때문에 35mm 포맷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삼릉의 소나무 숲에서 그러한 표현을 제대로 하려면 중형도 모자라고 대형카메라가 필요하게 되는데, 612나 617같은 파노라마 카메라나 4X5, 8X10같은 대형 필름카메라로 촬영하는 이유인 것이다.
포맷의 차이가 있더라도 같은 초점거리의 렌즈는 이미지서클만 다를 뿐이지 렌즈의 기본성격인 조리개에 따른 피사계심도, 원근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는 10X12cm(4X5인치) 대형카메라로 촬영한 필름에서 5.6X5.6cm로 잘라내면 중형인 핫셀블라드로 촬영한 사진이고 3.6X2.4cm로 잘라내면 캐논이나 니콘의 풀프레임 카메라로 촬영한 범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공간감의 차이는 확대하였을 때의 화질과는 또 다른 문제, 즉 표현되는 원근감의 차이 같은 포맷의 차이에 따른 문제는 좋은 화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이다.
물론 중형 디지털카메라가 있기는 하다. 화질 면에선 대단히 우수하지만 구입하기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수천만 원의 금액이다. 구입비용은 그렇다 해도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의 규격이 중형에서 가장 작은 645포맷인데 필름 카메라의 645보다는 약간 작다. 그리고 대형 포맷의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 바로 무브먼트 같은 효과이다. 중형 디지털카메라에도 별도의 장치를 부착하여 무브먼트를 할 수 있긴 하지만 대형카메라처럼 자유롭지는 못하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포맷의 차이점과는 관계없이 모든 필름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유리한 분야가 장노출 사진이다. 몇 십분 정도의 장노출은 요즘의 디지털카메라에서도 가능하지만 그 보다 더 긴 시간의 장노출의 경우는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아직 대응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면 별의 궤적 같은 경우 수 백장을 촬영하여 합성으로 붙이지만 이렇게 하면 별의 궤적이 중간중간 끊어지거나 연결된다 하더라도 표시가 난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아직 필름카메라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댓글
  • 산으로가는달팽이 2020/09/09 16:58

    이 글 주인이셨군요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도움 많이 됬숩니다..요즘 필름을 접근하는 방식들이 너무 달라져서 안타갑습니다... 제 주변환경만 그런건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i3uwzX)

  • BigStone 2020/09/09 17:27

    안녕하세요? 당시 제가 이글을 쓴 이유는 디지털카메라의 화소수가 증가하면서 중형이나 대형의 필름카메라 보다 더 화질이 좋다는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어서 판형에 따른 차이는 화질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진인들은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핫셀을 비롯한 중형이나 심지어 대형 카메라 사용자들까지 편리성이란 이유만으로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로 급격히 쏠려갔지요.
    만약 중형이나 대형카메라 사용자가 자신이 왜 35mm 포맷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중대형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35mm 포맷의 디지털 카메라로 전향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판형이 커지면 화질이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과거는 모두 맞는 이야기이고 지금은 더러는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요. 35판형의 고화소 디지털 최신 카메라는 화질적으로는 더 큰 판형의 중형 필름카메라보다 더 좋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건 화질의 문제도 아니고 디지털이냐 필름이냐의 문제도 아닌 판형의 따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난 다음 기호에 따라 필름이냐 디지털이냐로 나뉘게 되겠지요.
    그런데 자신의 사진에 중형포맷 이상이 필요한데 현재 중형 645 풀프레임의 디지털백의 가격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디지털로 넘어가려고 해도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고 구입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름 중형카메라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만약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고 중형이나 대형을 사용하였다면 자신이 왜 그런 카메라를 사용하여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경우입니다.
    니콘, 캐논, 소니 같은 35mm 포맷 사용자들 사이에서 중형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마치 고수가 된듯한 우쭐한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보아야 할 이야기이지요.
    만약 자신의 사진에 중형 카메라 이상의 포맷이 필요하였다면 그리 쉽게 35mm 판형의 디지털로 넘어가지 못하였을 겁니다. 디지털이 좋아도 수천만원의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워 아직도 필름 중형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겠지요.

    (i3uwzX)

  • 아타맨 2020/09/09 19:56

    이 이야기는 안 선생님이 전에 전화로 알려주신 내용이군요 ㅎㅎ

    (i3uwzX)

(i3uwz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