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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치매..



단순히 기분이 좋은 날인줄 알았어. 너에게.


올해 16살은 먹은 너지만, 너는 내게 아직은 어린 내 첫째딸이니깐.


평소엔 한번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힘들어서 큰숨 한번 내쉬면서 올라가곤했던 그 계단을.

그날따라 아무이유없이 연달아 3번을 쉬지도않고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서 간신히 세웠을때 너는 나를 보지않고 그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벽을 보고있었지.

그저 귀엽다고 생각했어. 운동하다가 잠깐 쉬는건가? 벽보고 쉬네?..

그러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날보며 갸웃거리며 오는 네게. 순간. 내가 그동안 알던 첫째딸이 아니구나 느꼈단다.

너는 내가 아플까봐 내 몸에 한번도 올라온적도 없고 밟으면 아플까봐 누워있을적에도 내 발끝을 빙.. 돌아서 옆으로 오던아이였는데.

내 몸을 성큼성큼 밟고 기어올라와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네가.. 낯설었단다..


거의 울어본적이 없는 너였지.

전에 주인분이 내게 말하길 발정났을때도 너무 조용해서 그냥 넘어갔었다고 했었잖아.

내가 이름부르면 대답하는거 빼곤 니 목소리를 들을일은 거의없었지.

재작년. 너의 눈수술을 위해 병원을 갔을때 너의 나이를 듣고 마취제를 사용해서 수술을하면 마취하는 도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널수도 있다는말에

환각제를 이용해서 큰수술을 마쳤을때도. 너는 안울었었대. 그래서 수의사선생님께서 너무 이뻐하셨지.너무 얌전하다며.

그런 니가.

요즘 밤마다 울어댔지.

이미 중성화수술도 오래전에 끝낸 너가. 이유도없이 울다가 이유도없이 계단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곤 했었어.

그리고 내가 이름을 불러 너를 데리고 옆에서 토닥토닥해줘야 그제서야 잠을 자곤했지.

몰랐어. 그냥.. 그냥 나이들어 밤잠이 없어졌나 싶었어..


내 착한고양이.

너는 발톱을 자를때도 나 편하라고 오리발마냥 힘주어 발가락사이를 벌려주며 얌전히 안겨있었고.

너는 집에서 야매미용을 할때도  나이들어 늘어진 뱃살을 내가 잘못건들여 피를 보였을때도 아무말 않고 앉아있었지.

그런 너가. 자꾸 먼저 다가가는 둘째녀석에게 하악질을 할때마다 몇년째 텃새를 부리는거냐고. 왜 점점더 심해지냐고. 서운해하기도했었고.

늘 같은 시간에 먹는 간식을 너가 안먹고 멀뚱거리며 날 바라볼때. 입맛이 갑자기 까탈스러워졌냐며 투덜대기도했었어..


그날.

단순히 기분이 좋아보였던 그날.

그리고 너의 알수없는 그 행동에 내가 갑자기 쿵하고 마음이 가라앉던 그날.

혹시나 하고 검색해본 고양이치매.

설마설마했어.

15살 넘은 아이들에게 50%정도 나타난다는 그증상이 네게도 시작된다는걸 이제 알게되었단다.


너는.

다시 내게 어린고양이가 되어주기로 한건가봐.

내 첫째딸. 내 어린착한고양이.

끝없이 아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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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사진너무 크네요 ㅜ.ㅜ


고양이 치매 증상이 몇가지 있다고 하네요

- 수면시간이 길어져서 밤에는 잠이 오지않아 돌아다니거나 울어대는일이 있대요

- 방향감각을 잃어 목적없이 다니다가 갑자기 멍해지기도 하구요.

- 공격력이 증가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집사에게나. 같이 지내는 반려묘들에게두요.

-집사를 못알아보는일도 생기며 집사가 집에 들어와도 반기지 않는것도 한 증상이래요.


다시 아깽이가 되어가는 이들에게 집사는 더많이 이름불러주고 놀아주고 챙겨주고해야할듯해요.

이제 슬슬 배변습관도 잊고 아무곳에나 실례를 하기 시작할테고.

3살짜리 둘째에게 살펴주고 대신 그루밍해줘야할 16살짜리 여동생이 생겼어요.

아깽이가 한마리 더 늘었네요 ^^










댓글
  • 몽말라 2017/03/25 21:03

    우리 강생이도 16살쯤부터 치매증상이 왔어요ㅠㅠ
    늙어서 눈도 잘 안보이면서 자꾸 집안 곳곳을 방황하고 밤에 안자고 돌아다니고..
    16살 전엔 배변 실수 한번도 안하다가 한두번 실수하더니 곳곳에 실례하는게 일상이었구
    걷다가 화분 사이나 어디 구석진데 들어가며 뒷걸음쳐서 나오지를 못하고 울기만 하고 ㅎㅎ
    그래서 곽티슈 있죠? 그걸 가득 사서 어디 들어갈만한 틈에 소파뒤 커튼뒤 이런데 다 막아 놓구 그랬네요
    마지막 쯤엔 며칠 밤을 안자고 울면서 돌아다녀서 병원에 문의하니 동물신경안정제 같은걸 처방해 주시더라구요
    그거 먹이니 밤에 잘자더라구요ㅎㅎ
    아직 이런 얘기 넷상에서 해본적 없는데 남일 같지 않아서 뭔가 도움이 될까싶어 주절주절 얘기해보네요
    보고싶어요 우리강생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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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구한접시 2017/03/25 22:16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말로 두렵고 죽음만큼이나 피하고 싶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이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것과는 다르게 잃어버린 기억을 대신할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이 글에 나오는 시간을 거꾸로 간 그 친구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하건 하지 못하건 행복하고 또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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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구누나 2017/03/25 22:41

    아 저희 친정집 펠시안도 올해16살 이예요 ㅜ 딱 10년만 더 같이 있었음하는데 저랑같이 6년을 살고 떨어져 살았지만 무지개다리건너기 전까지 많이 사랑해주고 싶어요 나리야~~ 언니가 많이 사랑해 내 보물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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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신영 2017/03/25 23:04

    눈안보이게된진 2년쯤됐구요..요샌어디서부르는지 방향을 못잡아서 바닥을 때려줘야 그 진동으로 주인을 찾아오는 노견 견주인데요
    지난주쯤 저도 비슷한일을 겪었어요..밤에 갑자기나와 돌아다니더니 땅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보다가 허공에 앞발을 휘젓더라구요
    다리가아픈건아니었어요 그순간 마음이 쿵..
    액티베이트라고 항산화제가 도움이된다네요..배송기다리는 중이예요..노견과 노묘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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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luga 2017/03/25 23:11

    아프고 힘들어서 고통을 느끼는 것 보다는 행복하던 아깽이 시절로 돌아가서 사랑받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것이 어쩌면 첫째에게는 더 행복할지도 몰라요
    고양이가 10살이 넘을때부터 이 애가 나를 잊으면 어쩌나, 벽에 똥칠하면 어쩌나, 아니 그래도 좋으니 하루라도 더 오래 내 곁에서 살아달라 고양이 꼬리 붙잡고 엉엉 울던 밤이 떠오릅니다
    제 첫째는 지금 제 곁에 없지만
    제 첫째의 몫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행복하게 오랜시간 건강히 잘 지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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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Km 2017/03/25 23:18

    꼬리로 꼬옥 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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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꼬랑내♥ 2017/03/25 23:27

    ㅠㅠ다시 아기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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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파이 2017/03/25 23:28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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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꾼p 2017/03/25 23:54

    사람 치매랑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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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후믹 2017/03/25 23:55

    눈물나요 우리애들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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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의균형 2017/03/25 23:59

    저희 16살 할매견도 깍쟁이라 단한번도 소변실수한적 없는 아이였어요.
    안고있으면 참을때까지 참다가 내려놓으면 후다닥 달려가서 패드에싸던 녀석이 한달전부터 여기저기 용변을 보더라구요.
    이사를해서 새집이 어색해서그런가? 이사문제로 몇일친정에 맡겨 스트레스를 받았나?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계속되는 용변실수와 집안탐색.
    심장이 덜컥 아차 싶었어요.ㅜㅜ
    15년을 품고있던 내동생인데 사라져가는 시력에 한두번씩 여기저기 쿵쿵 부딪히고,
    코앞에서 불러줘야 누가부르는구 반응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코끝에 대줘야 그제사 먹고요..
    이유없이 집안 여기저기를 헤매고다니고,
    그러다 또 어느순간 멈춰 멍하니 서있고 ㅠㅠ
    마음 너무 아프고 눈물나죠...
    내 무관심때문인가 익숙함에 어련히 잘지내고있고 건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를 기억할때 왜 더 못불러주고 못놀아줬을까.
    더 많이 불러주고 사랑해주고 그래도 예전처럼 돌아올순 없겠지만,
    아직도 잘먹고 용변잘 보고 네다리로 걸어다녀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며 지내고있어요..
    그리고 저도 액티베이트 구해서 먹이고있어요.
    치료제는 아니고 영양제정도로 생각하면 된다하더라고요. 치매견묘 혹은 노견들에게 좋다하더라고요.
    곁에있어주는 그날까지 많이 사랑해줘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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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우물 2017/03/26 00:14

    다시 어린 고양이가 되어 주기로 했다는 작성자님  그 표현이 너무 서글프면서도 예뻐서 지나가던 길에 글 남겨요. 16살의 아이는 예쁜 작성자님 곁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행복할꺼예요. 냥이와 작성자님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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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히또나홍이 2017/03/26 00:16

    제 늙은 고양이는 열일곱살입니다.
    아직은 이상증상 없이 잘먹고 잘돌아다녀요.
    지금도 제 배위에 올라와서 한시간 넘게 자고있네요.
    다만 예전보다 잠이 많아지긴했어요.
    키우던개를 삼년전에 18살의 나이로 보내줬는데 여로모로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네요. 보내주는것도 힘들고 보낸후엔 더 힘들거든요.
    이런글 볼때마다 건강하게 제곁에 있어준 제 아이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작성자님과 첫째아이의 행복한 날들을 바랍니다.
    저도 있을때 더 잘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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