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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고양이, 만두가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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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고양이에 대한 사적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고양이는 고작 7개월 째에 신부전에 걸렸습니다. 보통 BUN 수치가 40을 넘어가면 신부전이라고 하는데, 무려 200을 넘는 무시무시한 수치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습니다. 2kg 도 안되던 몸으로 매일 1L가 넘는 수액을 맞으며 간신히 수치를 낮췄죠. 그래봤자 70 이하로는 낮추지 못해 결국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신부전고양이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사료는 처방식 밖에는 먹지 못하다보니 신부전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단 두 종류의 사료 말고는 다른 사료는 먹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가끔 주는 간식도 보통 고양이의 반도 주지 못했죠. 그래도 튼튼하게 태어난 건지, 자기가 삶의 의욕이 넘친건지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고양이처럼 생활하며 7년을 살아왔습니다. 처음 2년간은 매일 집에서 수액을 맞았지만, 이후에는 수액을 맞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보통 고양이처럼 살다보니 방심한 것일까요. 5월 말 갑자기 수치가 나빠졌습니다. 급히 병원에 가보니, 수치가 다시 200을 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어릴때는 모험을 해서라도 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있었지만, 이제는 7년을 넘어선 고양이다보니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습니다. 신부전의 악화와 함께 헤모글로빈 수치도 낮아져 수액도 맘대로 못맞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먹을 수 있는 약도 한정적이고, 마취도 치명적인 상태였습니다.
결국 다시 매일 수액과 극도의 식이조절이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신부전으로 위장, 식도, 구강의 점막이 손상되면서 뭘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뭔가 먹으려고 노력을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먹고 싶어도 못먹게 되더군요. 어쩔 수 없이 강제 급여가 시작됐습니다. 사료를 갈아서 죽으로 만들고 처음에는 수저로, 나중에는 주사기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건, 그래도 꿀꺽꿀꺽 잘 받아먹더군요. 쉽게 포기하지 않는 고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투병이 이어지면서, 조금 상태가 나아지면 기뻐하고 다시 나빠지면 병원에 싣고 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아, 시간이 많지 않은건가 생각도 하게 됐구요. 실제로 투병 기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수치가 확 나빠지고 겨우 1달 반 정도 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2주 전부터는 눈에 띄게 나빠졌고, 지난 주말에는 결국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저녁, 결국 고양이별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저희 고양이가 특별한 것은, 일찌감치 걸려버린 신부전 덕분에 중성화를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톰캣으로 살아온거죠. 절기마다 발정이 나서 울어댄 덕에 온동네 사람들의 잠을 깨우기 일쑤였습니다. 좋은 이웃들을 둔 덕에 항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늘상 죄송했습니다.
저희 고양이는 산책을 좋아하고, 차를 타는 걸 좋아하고, 사람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보통 집에 사람이 오면 보통 고양이들은 숨기 마련이라는데, 검침원 아줌마나 택배 아저씨가 오면 현관까지 마중을 나가서 야옹거리고 사람들을 따라다녔습니다. 아무에게도 잘 안기고 응냥거리고는 했죠.
단 한번 발톱을 세운 적이 없습니다. 다른 고양이와 투닥거리거나, 강아지들이 쫓아오거나, 동네 꼬마들이 귀찮게 주물럭거려도 단 한번 발톱을 세운 적 없습니다. 하악질도 평생 거의 해본적이 없죠. 그렇게 순한 고양이였어요.
유난히 자존감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고양이는 자존감이 강하다지만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잘 걷지도 못하면서 자기 발로 화장실을 다녀오더군요. 사람도 누운자리에 대소변 못가린다는데, 끝내 깔끔한 자리에서 떠났습니다.
떠나던 날 자기를 이뻐해주고 자기도 좋아했던 가족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할머니, 외삼촌, 고모, 고모할머니 다 오셔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다들 돌아가고 난 후에야 숨을 거뒀습니다.
아빠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아빠가, 가도 된다고, 이제 편안해지라고 얘기를 해주니 그제서야 떠나더군요. 혹시 제가 너무 오래 붙잡은 것은 아닌가 미안해졌습니다.
제 친구가, 저희 고양이 먼길 가는데 노자돈이라도 챙겨줘야 한다면서 부조를 했습니다. 덕분에, 평생 먹고 싶었지만 잘 먹을 수 없었던 간식 사먹을 용돈까지 챙겨서 떠나게 됐습니다.
저희 고양이가 지구별에 산 건 7년 하고 6개월이 조금 넘습니다. 참 짧죠. 더 짧게 있다가 간 고양이들도 많겠지만요.
고양이가 숨을 거두고 바로 보내고 싶지는 않아, 깨끗이 닦아주고 하루밤 함께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화장터로 향했습니다.
너무도 허망하고, 아직도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제는 밥그릇과 화장실과 장난감들을 치우다가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아직은 마음이 추스려지지 않네요.
그래도 저희 고양이가 평생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기억해주는 수많은 분들 덕분에 행복하게 살다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고양이 가는길 편안할 수 있도록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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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안녕~ ㅠㅠ
흘쩍.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가족이었을텐데,,, 너무 상심마세요.
11살짜리 함께살고 있습니다.
항상 가슴에 묻어두는 짤이에요
진심으로 이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랍니다.
잘가요ㅜㅜ
만두야 안녕~~
힘내시길... ㅠㅠ
저도 여친이랑 대려온 냥이 한달만에 별되서 둘이 3일동안 울엇네요 ㅜㅜ
잘 보내주면 그나마 위안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이렇게 기억해주고 사랑해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만두도 행복해할거에요.
만두도 집사님도 고생많으셨어요
고양이별에서는 부디 아프지말고 행복하길ㅜㅜ
만두야 고양이별에서 행복해야돼...
깊은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ㅠㅠ
만두는 고양이별에서 행복하게 지낼 거에요
좋은 집사님 만나서 다행이네요
만두야 아픔 없는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렴 ㅠㅠ
안타깝네요.저 세상가면 건강하게 살아가길...
힘내세요. 책임갑입니다
만두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났을겁니다
힘내세요
사무실인데 눈물이 나서 큰일이네요
좋은 가족 만나서 행복하게 살다 갔을거예요
고생하셨어요.
나중에 마중 나오면 반갑게 만나세요.
눈물이 울컥....하네요 4냥이와 같이 살고 있지만 저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일인데 마음 잘 추스리시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집사가 누구보다 많이 사랑해줬다는거 잘 알고 있을꺼에요 아 자꾸 눈물이 나네요ㅠ
저도 사랑하는 멍이를 보낸지 2주가 되었습니다.
신부전으로 매일 수액을 맞으며 치료했었죠..ㅠㅠㅠ
당뇨도 있어 인슐린도 주사하며... 백내장으로 눈도 안보이구..ㅠㅠㅠㅠ
우리 애도 마지막까지 스스로 일어나서 용변을 보고 떠났습니다.
지금도 보고싶네요...모모야..무지개다리 건너에서 기다려...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