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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서울숲 게임

김남우는 카리스마 있는 교수였다.

"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

그는 원칙적이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게으름을 용서하지도 않았다. 항상 한결같은 그의 태도는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물론, 모두가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 교수님! 제발 교수님! 제발! 제발!! "

.
.
.
.
.
.

' 쏴아- '

바닥분수가 시원하게 올라오는 서울숲의 오후. 중년의 사내 김남우가, 깔끔한 양복 차림이 흐트러질 정도로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귀에다 가져다 댄 핸드폰을 떼지 않은 채로 도착한 그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 도착했다! 서울숲 바닥분수다! 어?! "

핸드폰 너머에선 음성이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빨리 도착하셨네 우리 김 교수님? 간절하신가 봐~ ]

김남우는 흥분한 톤으로 그에게 소리쳤다!

"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했으니까, 어서 우리 딸을-! 
[ 목소리가 왜 이렇게 크신가? 주변에 납치라고 광고라도 할 생각이신가? ]
" ! "

말을 끊으며 들어오는 상대의 지적에 급히 입을 다무는 김남우. 톤을 낮춰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 네, 네가 시키는 대로 했잖아? 어서 우리 딸을 좀...! "

[ 무슨 소리?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주변을 둘러봐. ]

김남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들이를 온 가족들, 바닥분수 주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등등...

도대체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모르던 김남우는 순간, 깨닫게 되었다. 

바닥분수 주변에 자신처럼 핸드폰을 들고,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남자가 2명 더 있었다!
셋은 멀리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면서, 같은 상황임을 직감했다.

[ 이제 알아보셨나? 오늘의 게임 참가자는 당신들 셋이야. 안타깝지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고 말이야. ]

" 뭣..?! "

[ 그러니까 경쟁자에게 뒤처지는 일은 없어야겠지? 간절하다면 말이야. ] 

서로를 바라보는 셋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전화기의 음성이 곧바로 룰을 설명했다.

[ 이제부터는 셋 모두 말을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말이 많으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
" 큭... "
[ 지금부터 내가 당신들에게 미션을 줄 텐데, 가장 먼저 해내는 사람에게 1포인트를 줄 거야. 오늘 하루,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포인트를 획득한 사람이 최후의 승자야! ]

" 그게 도대체 무슨...! "

김남우의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음성은 아랑곳없이 경쾌하게 말을 이었다.

[ 첫 번째 미션! 지금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대로 난입해서, 마이크를 잡고 뽕짝을 불러! 그자가 첫 번째 미션의 승자야! ]

김남우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 납치범은 도대체 무슨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무대 위에 난입해서 뽕짝을 부르라니? 그런 체면 없는 짓거리를! 
화가 난 김남우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 입을 열었지만-,

[ 못할 것 같은 사람은 기권해도 좋아. 어차피 진짜로 간절한 사람들은 움직일 테니까. 미션은, 이미 시작됐어! ]

" ! "

당황한 김남우의 시선이 다른 두 남자에게로 향하고, 서로 눈이 마주치는 셋!
그때-, 청바지에 회색 점퍼, 야구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급히 뛰어나갔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김남우도 얼른 그를 쫓았고, 셋 중 가장 젊어 보이던 스프라이트 티셔츠의 남자도 뒤늦게 달렸다!

" 빌어먹을! "

이를 악물고 뛰는 김남우! 앞서 달리던 모자를 쓴 남자 '최무정'이 그를 힐끔 뒤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쳐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둘.
그때, 가장 늦게 출발했던 가벼운 옷차림의 남자 '공치열'이 어느새 빠른 속도로 김남우를 따라잡았다!
결국, 자신을 제치고 나가는 공치열을 보면서 사정없이 구겨지는 김남우의 얼굴! 눈앞의 공치열은 한눈에 보아도 근육질의 체격으로 운동신경이 좋아 보였다.
이를 악물고 박차를 가하는 김남우! 대학교수인 그가 이렇게나 전력을 다해 뛰어본 적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로 야외무대까지 도달하는 셋! 
무대에는 젊은 밴드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장 앞서 달리던 최무정이 다짜고짜 무대 위로 향했고, 밴드 보컬을 덮치다시피 밀쳐냈다!

" 꺅?! "
" 뭐, 뭐야? "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는 밴드와 관객들! 최무정은 그대로 마이크를 뺏어 들고 뽕짝을 불렀다!

"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

뒤늦게 도착한 공치열과 김남우가 탄식하며 걸음을 늦출 때,

" 당신 뭐야?! "

보안 요원이 뛰어들며 최무정을 제지했다!
순간, 눈을 빛낸 김남우가 급히 무대 위로 향했다! 
최무정이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키보드 세션 앞의 마이크를 뽑아 들고 나서는 김남우! 교수의 체면도 잊고, 크게 노래 불렀다!

"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

한 명뿐인 보안요원은 최무정과 엉키느라 뒤돌아보며 소리만 칠 뿐 제지하지 못하고, 김남우는 열과 성을 다해 뽕짝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은 욕을 하기도 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야유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노래의 1절을 끝내는 김남우! 숨을 몰아쉬며, 얼른 핸드폰을 꺼내어 귀를 가져다 댔다!

[ 축하합니다~! 김남우 선수 1포인트 적립! ]

" 하아... "

안도한 김남우는, 무대 관계자들이 다가오자 얼른 마이크를 넘기고 자리를 떴다. 
그 뒤로 최무정의 욕설이 들려왔다. 
공치열과 최무정도 어느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고 무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다. 
최무정은 김남우 쪽을 향해 걸어가고, 공치열은 그 반대방향으로 빠져나가던 그때,

[ 두 번째 미션! 서울숲 호수 중앙에 장난감 배가 하나 띄워져 있을 거야. 그 안에 있던 쪽지의 내용을 가장 먼저 읽는 자에게 1포인트 적립! ]

움찔 놀란 셋은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수가 어딘지를 찾으며 빠르게 걷기 시작하는 셋!
점점 빨라지는 셋의 걸음은 다시 또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셋의 방향이 다 달랐다!

연신 고개를 돌려가며 달려나가던 셋! 가장 먼저 호수를 발견한 공치열이 방향을 꺾었다!
한데, 호수에 도착한 공치열은 잠깐 망설였다. 그가 수영을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살면서 호수에 들어간다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 멀리서 김남우의 외침이 들려오고-,

" 잠깐-! "

흠칫 놀란 공치열은 빠르게 호수로 뛰어들었다! 

" 푸하! "

걷듯이 중앙으로 향하다, 발이 잘 닿지 않자 나아가는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김남우가 급히 양복 상의를 벗어젖히며 호수로 뛰어들었다! 빠르게 쫓아가지만, 먼저 장난감 배를 붙잡고 안에 든 쪽지를 펼쳐서 확인하는 공치열! 

포기하지 않고 김남우가 다가가지만, 다음 순간, 

" ?! "

공치열이 쪽지를 입에 넣어 먹어버렸다!

" 이, 이런...! "

공치열은 방향을 돌려 호수를 빠져나가고, 김남우는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 이봐요! 이봐요 제발! 제발 좀...! "

공치열은 일부러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호수를 빠져나와, 놓아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외쳤다!

"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게 없다! "

[ 축하합니다~! 공치열 선수 1포인트 적립! ]

뒤늦게 도착해서 상황을 보고 있던 최무정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 채로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공치열도 호수를 벗어나려다가, 

" 이런 씨! "

젖은 손으로 만진 핸드폰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바닥에 주저앉아 핸드폰을 조작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빠져나온 김남우는, 공치열을 노려보다가 양복 상의를 잡아채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곧, 음성의 다음 미션이 전해졌다.

[ 세 번째 미션! 서울숲 곤충식물원에는 '자이언트 선인장'이란 게 있지. 그 선인장을 크게 한 입 베어 먹어! 가장 먼저 먹는 사람에게 1포인트 적립! ]

" 뭣?! "

[ 고통 없이는 성과도 없다! 알지? 간절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걸! ]

최무정과 김남우의 인상이 일그러졌지만, 두 사람은 어느새 뛰고 있었다.
안내판을 통해 먼저 방향을 알아내고 달리는 최무정,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쫓아가는 김남우!
이미 거리상으로는 이길 수 없었지만, 김남우는 간절했다. 제발 그가 선인장을 늦게 찾거나, 조금이라도 망설여서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김남우가 기대할 일은 없었다. 최무정도 간절하긴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곤충식물원에 들어간 김남우가 보게 된 모습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떠는 최무정과 끔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웅성대는 사람들이었다.

" ... "

할 말을 잃은 두 사내의 눈이 마주치고, 최무정은 인상을 쓴 채로 김남우를 지나쳐 나갔다. 김남우도 이를 악물며 곤충식물원을 벗어났다.

[ 축하합니다~! 최무정 선수 1포인트 적립! 마치 짠 듯이 모두 동점이라? 이분들 게임 할 줄 아시네~! ]

김남우, 최무정, 공치열. 굳은 얼굴의 셋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 네 번째 미션이야! 서울숲 놀이터에는 '상상 거인의 나라'라는 거대한 스테인리스 구조물이 있지! ]

변조 음성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이동을 시작하는 셋!

[ 이번 미션은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

" ?! "

[ 미션은 바로, 그 거인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서서 만세를 하는 거야! 물론 구조물의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조심해야겠지? 12미터 높이니까, 실수로 떨어졌다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

음성의 위협에도, 김남우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납치된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목숨을 걸 수 있었다.
놀이터의 거인 구조물은 멀리서도 잘 보였고, 셋은 그것을 향해 직선으로 달렸다.
거의 동시에 세 방향에서 도착하는 그들! 달려오는 서로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인의 오른팔에서부터 올라가는 김남우! 
거인의 다리 쪽으로 뛰다시피 올라타는 최무정!
거인의 왼팔에 달라붙어 벽을 타듯이 기어오르는 공치열!

셋은 모두 필사적이었다. 

다리 쪽으로 오른 최무정이 몸통의 역경사에서 버벅대는 사이, 양쪽 팔에서 오르는 김남우와 공치열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한데, 여기서 피지컬의 차이가 드러났다. 
거침없이 벽을 오르는 공치열의 속도가 김남우를 압도했고, 김남우가 채 어깨에 오르기도 전에 공치열이 거인의 머리 꼭대기에 우뚝 섰다!

" 만세-! 만세-! 만세-! "
" 아- 안돼-! "

절망하는 김남우와 최무정. 
공치열은 얼른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 축하합니다~! 공치열 선수 1포인트 적립! ]

" 좋았어! "

환호하는 공치열의 모습에 울 것 같아지는 김남우의 얼굴. 
그때,

[ 다섯 번째 미션은 아주 간단! 처음의 바닥분수로 돌아가기! 선착순 1점! ]

퍼뜩 정신을 차리는 최무정과 김남우! 바닥과 가장 가까웠던 최무정이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놀란 김남우는, 천천히 내려갈 생각도 없이 거인의 몸에서 뛰어내리고! 

" 크악! "

바닥을 구르며 아파하지만, 일어나서 필사적으로 달렸다! 
머리 꼭대기에 서 있던 공치열은 불리함에 당황하며 "이런 씨!" 급히 거인의 몸에서 기어 내려왔다.

빠르게 달리는 최무정과 그 뒤를 필사적으로 쫓는 김남우!
눈물이 날 것 같은 김남우는 할 수만 있다면 최무정을 향해 돌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 이봐요! 제발! 제발 좀!! "

김남우가 절규하듯 소리치지만, 최무정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저 달렸다.

끝내-,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바닥분수를 향해 구르듯이 도착해 뻗어버리는 최무정! 숨을 고르는 그의 위로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렸다.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 아..안돼... "

뒤늦게 도착한 김남우가 무릎을 꿇으며 고꾸라지고, 마지막으로 공치열이 굳은 얼굴로 현장에 도착했다.

[ 듣고 있어? 들려? 다들 듣고 있는 거야? ]

지쳐 숨을 헐떡이면서도,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대고 있는 세 사람.

[ 미리 말을 하지 않았는데, 3점을 얻는 사람이 최종 승자야. 현재 공치열과 최무정이 2점이네? ]

" 크.. "

김남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야 이 새끼야! 내 딸을- 

[ 워워워! 말은 하지 마시고!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

" 이..! "

이를 악물어 참는 김남우!

[ 어쩌면 다음 미션에서 끝날지도 모르겠네. 자, 이번 미션은 멀리뛰기야! ]

김남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멀리뛰기라니? 고작 멀리뛰기에 딸의 목숨이 걸려있다니?!

[ 바닥분수의 검은 타일과 하얀 타일 보이지? 첫 라인에서 제자리멀리뛰기로 가장 멀리 뛴 사람이 승자야. 착지한 그 위치에서 움직이면 안 돼! 바닥의 물 때문에 미끄러울 텐데, 넘어지거나 발을 떼면 그대로 탈락이지! ]

김남우는 공치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운동신경이 좋아 보이는 저 남자를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 정확히 하자고! 나는 가까운 곳에서 보고 있으니까 말이야. ]

" ?! "

셋 모두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수상한 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 자자 그만들 하고, 모두 바닥분수 앞에 일렬로 서! ]

셋은 연신 주변을 둘러보면서도 바닥분수의 라인에 섰다. 금을 밟은 것까지 지적해주는 거로 봐서는 분명히 가까운데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음성은 공치열을 지목했다.

[ 나이순으로 하자고. 가장 먼저, 공치열! 당신이 먼저 뛰어! ]

" 후우... "

심호흡을 하는 공치열. 몸을 아래위로 휘저으며, 있는 힘껏 앞으로 뛰었다! 

" ! "
" 큭! "

굉장한 거리를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착지한 공치열! 남은 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다음은 최무정! 당신 차례야! ]

최무정은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자세를 잡았다. 잔뜩 쭈그려 앉았다가, 펄쩍 뛰는 최무정!
한데, 

' 철퍼덕! '

" 커억! "

착지에 실패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나지 않는 최무정.

[ 마지막으로 김남우 교수! 당신이야. 당신이 이기면 다음 미션이 있다고. 최선을 다해봐! 최선을 말이야. ]

" ... "

미간을 찡그린 김남우는 이를 악물었다. 이 순간 그는 정말로 간절했다.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팔을 앞뒤로 휘저었다.

" 제발...제발...제발... 으랴앗-! "

필사의 각오로, 온 힘을 다해 펄쩍 뛰는 김남우-!
그의 양발이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타일 위를 밟고 우뚝 섰다!

" ... "

한데, 공치열의 거리에는 미치지 못했다.

[ 최후의 우승은, 공~치~열! ]

" 아자아! "

환호하는 공치열과 절규하는 두 사람!

" 으아아-! "
" 아 씨바알! "

비명을 지르던 김남우는, 급히 전화기에 대고 소리쳐댔다!

" 이건 아니야! 신체조건부터가 불공평했다고!! 처음부터 불공평한 미션이었다고-!! "

[ ... ]

그 순간, 김남우의 귓가에 변조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불공평하다뇨?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

" 뭐...?! "

[ 교수님이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네가 해내지 못한 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다. ]

" 너, 너 누구야?! 너 누구야 이 새끼야?! "

흔들리는 김남우의 두 눈!

[ 저를 기억하실까요? 정재준이라고... ]

" 정재준?! 정재준?! "

김남우의 머리가 빠르게 얼굴을 떠올리려 했다! 곧바로 떠오르지 않던 그때-,

[ 작년에 교수님의 추천장을 못 받고는 자퇴했던 학생인데.. ]

" !! "

얼핏 기억이 떠오르는 김남우! 

" 너..너...?! "

[ 그래도 기억을 못 하시겠다면... 얼굴을 보면 기억이 나실까? "

" !! "

근처에 있던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긴 머리 가발을 벗으며 김남우에게로 다가왔다!

" 너, 너 이 새끼!! "

부릅뜬 눈으로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달려들어 멱살을 붙잡는 김남우!

" 이 씹새꺄! 내 딸! 내 딸 어딨어?! "

사내는 김남우의 말을 무시하고 톤을 높여 외쳤다!

" 교수님은 항상 말씀하셨죠! 너는 간절함이 부족하다! 겉멋 부릴 시간에 진짜 노력을 해라!! "
" 내 딸 어딨냐니까 이 새끼야-! "

"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게 없다!! "
" 야 이 새끼야-! "

" 고통 없이는 성과도 없다!! "
" 이이-!! "

" 진심으로 목숨 걸고 해본 적은 있냐!! "
" 닥쳐 이 새끼야!! "

" 네가 밀린 건 다 네 잘못이다! 네가 정말로 간절했으면 못 해낼 일이 없었다!! "
" 닥치라고-!! "

' 퍽! '

김남우가 휘두른 주먹에 사내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며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김남우! 사내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물었다.

" 어떻습니까? 간절하니까 됩니까? 목숨 걸고 해서 이겼습니까?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더니 되던가요?? "

" 이...! 이...! "

부들부들 떨면서 달려드는 김남우! 사내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 내 딸! 내 딸 어딨어 이 새끼야!! "

사내는 힘없이 흔들리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지셨잖아요?? "

" 이..! 이 씨뱔새끼-!! "

눈이 돌아가며 주먹을 치켜드는 김남우!
순간, 사내가 김남우를 강하게 밀어내고, 그 위에 올라탔다!

" 크악! 이 새끼야-! 으아아악-!! "

발악하는 김남우의 얼굴을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사내-!

" 따님은 무사합니다. "
" 뭐 이...?! "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김남우! 

" 따님은 지금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
" 너...너 이...! "

김남우의 눈이 흔들릴 때, 사내가 말했다.

" 한 가지만 대답해주세요.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이 모든 짓거리를 했으니까요. "
" 너...! "

" 최선을 다하니까, 되던가요?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하니까 되던가요 교수님? "
" ... "

김남우의 입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 미친 새끼...! 이 미친 새끼...!! "

사내는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교수님이 그러셨잖아요.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너처럼 간절함도 모르는 놈을 추천해줄 수 없다. "
" ... "

" 하지만, 교수님은 왜 지셨죠? 정말로 간절하셨는데 왜 지셨죠?? 목숨 걸고 최선을 다했는데 왜 지셨느냐고요! "
" 너...! "

무슨 말을 꺼낼지 모를 김남우는 그저,

" 이, 이... 미친 새끼... 미친.. 미친 새끼...! "
" ... "

침묵하던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교수님이 틀렸습니다. 이제 아셨죠? 사람이 아무리 간절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교수님이 멋대로 판단했던 그 시절의 제가,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결코 아니었다는 걸 말입니다. "
" 너는..! 너는 고작 그따위를 위해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단 말이냐?! 저 죄 없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서!! "

사내는 순간, 벌떡 일어나며 제압을 풀었다.
김남우가 무섭게 노려볼 때, 사내는 말했다.

" 교수님은 딸의 목숨을 걸고 간절하셨죠? "

사내는 최무정을 가리켰다.

" 그럼 저 사람은 뭘까요? 저 사람은, 돈 30만 원을 따내기 위해서 이 게임에 참가했습니다. 고작 돈 30만 원을 얻기 위한 간절함이었죠. "
" 뭐?! "

김남우의 눈동자가 커질 때, 사내의 손이 공치열에게로 옮겨갔다.

" 그럼 최종 승리자인 저 사람은 제가 어떻게 구했을까요? 그냥 인터넷에 글 하나 올렸습니다. 유튜브에 올릴 게임 이벤트가 있는데, 참가해볼 사람을 모집한다고. 상금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단순히 재미로 해볼 사람을 구한다고. "

" ! "

김남우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사내는 김남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이제는 아시겠습니까? 사람이 간절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건... 교수님만의 생각이란 걸 말입니다. "

" ...... "

김남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간절했지만, 그 어떤 말도.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3/21 23:12

    이 이야기를 쓰다보니, 깨달아지는 게 있네요.
    좀 더 처음부터, 등장인물의 캐릭터성도 나타나고 배경적인 이야기들이 진행되면서 점점 단계를 밟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거나...  쉽게 말해 분량이 아주 긴 이야기였어야 하는데 너무 압축했다! 라는 느낌일까요?
    불필요한 부분을 묘사하지 않는 것과..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묘사하지 않는 것의 차이?! 어떤가요?

    (HMzAi9)

  • 복날은간다 2017/03/22 00:10

    으악 안돼!
    문장이 너무 급한 것 같아서 수정하려했는데, 수정하는 와중에 베스트...으악

    (HMzAi9)

  • 원인론목적론 2017/03/22 00:23

    꿀잼

    (HMzAi9)

  • TwiMyWaifu 2017/03/22 00:23

    노오오오오오오오오력때문에 피곤한 듯한 글이네요. 힘내세요.

    (HMzAi9)

  • RedVelvet 2017/03/22 00:28

    잘 읽었습니다~~!!ㅋㅋ작가님 서울숲 사전답사라도 다녀오셨나요?
    가족이랑 같이 놀러가서 거인 구조물 안을 지나갔던기억이 나네요ㅋㅋㅋ

    (HMzAi9)

  • 석류와왈츠를 2017/03/22 00:29

    아 잘못읽었넹..ㅋㅋ 재밌었어용 근데 진심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친 건 너무했다..

    (HMzAi9)

  • GoldGuTo 2017/03/22 00:30

    아무리 그래도 저는 저 학생을 인정하긴 어렵네요..

    (HMzAi9)

  • 복날은간다 2017/03/22 00:34

    아~~ 정말 베스트 올라간 게시물은 수정할 방법이 없나요?;
    일반 게시판은 수정이 되는데 왜 베스트는...!

    (HMzAi9)

  • 잘생기면다오빠 2017/03/22 01:03

    뽕짝부를때 빵터졌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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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용 2017/03/22 01:39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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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hnudy 2017/03/22 02:19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ㅎㅎ 저도 서울숲 근처에 거주중이라 이입도 잘되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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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말은아파요 2017/03/22 02:41

    여기 동네주민분들이 많네....
    으 선인장을 먹으라니 너무무섭네요 그거만 기억에 자꾸 아른아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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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아와앙 2017/03/22 02:53

    음.. 기껏 30만원, 심지어 아무 보상 없이 목숨이 위험한 경쟁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조금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임은 알고있지만요.. 조금 다른 조건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저도 선인장 먹는 장면에서 약간 충격먹었는데 아무 조건없이 참여한 사람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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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gdad 2017/03/22 07:57

    예전에 선인장 먹는먹방을 봐서 더 몰입됬네요 으으...ㅜ
    저도 요즘 같은 바쁜 세상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내기를 위해서만 시간과 목숨을 건다는건 좀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ㅠ 저는 30만원정도면 힘들어서 중도포기할거 같아요. 목숨값만큼은 아니지만 개인에게 목숨만큼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면 어땠을까요,  엄청 좋아하는 연예인 물건이라던가 몇개 없는 게임 희귀템 같은거면 .. 시도했을거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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