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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없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음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오늘 저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없어졌습니다.

저의 아빠라는 사람은, 좋은 아빠였을까요, 나쁜 아빠였을까요?


제가 5살 때, 아빠가 무언가에 화가 나서 엄마랑 싸우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실에 있던 저는 아빠의 주먹이 안방 문을 뚦고 나오는 것을 어제 일 처럼 기억합니다. 

문의 일부는 산산조각 부서졌고, 저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리고 화풀이 대상이 저로 바뀌고, 방 구석에 몰린 저를 향해 제 몸만한 장난감 카트를 저에게 던졌습니다. 

이게 아빠에 대한 나쁜 기억의 시작점입니다. 

어렸을 시적 하나 더 기억나는 것은 엄마가 새벽에 저를 깨워서 할머니 집에 간다고 했습니다. 

옷을 입고 현관문으로 향하는 동안, 바닥에 핏자국 몇 방울이 보였습니다. 

너무 무서웠고 엄마가 걱정되었지만, 저는 그냥 엄마의 손을 잡고 안전한 집 밖으로 따라 나갔습니다. 


작은 싸움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이민 오고 나서부터 다른 나라에 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큰 싸움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저는 항상 방에 숨어서 물건 던져지는 소리와 엄마의 비병소리, 

그리고 아빠의 욕들을 조용히 울면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빠는 화날 때 마다 저를 불러서 엄마를 욕했고, 제가 똑같이 욕하지 않았으면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집안에서의 공포는 계속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사업을 같이 했기 때문에, 아빠가 술을 마신 날에는

엄마가 미리 전화하여 아빠가 화났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런 날들에 저는 아빠가 오기 전 부엌에 있는 칼들을 모조리 제 침대 밑으로 숨겼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저는 처음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며칠 후, 아빠는 엄마가 신고를 한 거라고 생각하여 저에게 엄마에 대한 욕을 했습니다.

어떤 놈이 자기 가족을 신고하냐며. 하지만 정작 신고한 것은 저이기에, 그 욕들은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저는 마지막 신고를 하였습니다. 

방 안에 있던 저는, 물건 깨지는 소리와 엄마가 우는 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아빠가 제 방쪽 가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경찰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 중, 아빠가 제 방으로 들어와서 저는 핸드폰을 바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주소는 이미 말해두었기 때문에, 이제 경찰이 오기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날, 죽을 줄 알았습니다. 

아빠가 더 가까이 올 수록, 저의 몸이 공포에 떨렸습니다. 

무서워서 몸이 떨리는 건, 만화에서나 나오는 코미컬 한 동작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온 몸이 진동하듯 떨리더군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껴본 공포였습니다. 

분명 전화한지 5분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경찰이 벌써 왔더군요. 너무 기뻤습니다. 

바보같이 제가 경찰들에게 처음 한 말은 아빠를 병원에 데려달라고 했습니다.

엄마를 협박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칼로 깊게 상처 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도 아빠를 걱정한 제가 웃기네요. 

경찰이 아빠를 붙잡고 있을 때, 저는 엄마를 찾으러 부엌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부엌 구석에서 울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신고였죠. 많은 일이 있었고 아빠는 한국으로 추방당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처음으로 집이 포근했고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힐 존재가 없어져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추방된 지 1년 후, 제 이메일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하다, 보고싶다 등. 가끔은 자신은 죽을거라며 자살 암시 비슷한 이메일을 제게 보냈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미안해서 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끔, 엄마 다른 남자 생겼냐 이런 소리를 메일에 썼습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이 바람을 피우는거라고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아, 설마" 했죠. 

이게 3년 전 입니다. 그래도 이 후 이 사람은 꾸준히 저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며칠 전에도 자살 암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이런 메일을 받을 때 마다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게 무슨 일인지 트위터를 하다가 팔로우 추천 리스트 중 아빠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동명이인인가 생각 중, 트위터 아이디는 저의 이름이었습니다. 

트윗은 딱 2개. 섹파 구하는 여성한테 얼마에 만나줄거냐는 트윗이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이 '아빠'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이 반말로 쓰겠습니다.


아빠, 내가 지금까지 이메일 차단 안하고 꾸준히 읽고 답 해준거는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였어. 난 항상 생각했어. 

아무리 우리한테 그런 쓰레기 짓을 했어도 그래도 가끔은 좋은 아빠였다고.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좋은 일 보다 나쁜 일이 더 많았네. 

내가 그냥 마음이 약해서 아빠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 한거야. 

근데 아빠 트위터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울기도 했어. 

그리고 마음 것 운 후, 난 정했어. 

아빠, 아빠는 이미 내 마음속에서 죽은 사람이야. 

엄마가 다른 남자 있냐고 물었지? 

아빠가 간 후, 엄마는 나랑 내 동생 학비 벌려고 일주일 내내 쉬지도 않고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돌아왔어. 엄마는 정말 우리를 사랑해서 자신을 너무 많이 희생하고, 그걸 

보는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 

그런데 아빠는 한국에서 쓰레기짓만 하고 다녔네? 

메일에는 가족이 그리웠다고 썼는데 그런 쓰레기짓 하는거 보니 아닌가 보네. 

이번 5월 달에 내 대학교 졸업식인데, 아빠가 있었으면 어떨까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엄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나를 도와줄 때 아빠는 메일에 그 딴 개소리만 쓰면서 스트레스만 줬네.

아빠같은 사람 불쌍하다고 몇 년 동안 마음 고생 한 내가 한심해.

아빠가 항상 자기 죽을거라고, 죽은 사람처럼 생각하라고 그랬잖아?

이제 그럴게. 

그러니까 아빠, 어디에 있던간 편하게 쉴 생각 하지말고 아빠의 잘못을 뉘우치고 괴롭길 바랄게. 

아빠가 정말 미안했다면 그 딴 메일 보내지도 안았고, 그런 쓰레기짓도 안했겠지.

아빠가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었던 '그리운 딸'은, 오늘로부터 없어.

23년간 지옥처럼 살게 해줘서 참 고마워.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으니까. 






만약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정말 인생에서 잘라야 할 사람들은 영원히 자르는 것이 답입니다. 

이런 사람들한테 휘둘리면 괴로운 것은 자신 뿐이니까요.














댓글
  • Z2htZ 2017/03/17 16:50

    부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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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사람 2017/03/17 16:51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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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A 2017/03/17 16:51

    정답이기도 한데 어려운 일인 것도 사실이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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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위즙 2017/03/18 06:00

    따뜻한 말씀들, 그리고 조용히 추천 누르고 가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정말 아직도 힘든 것은 있지만 행복해지도록 노력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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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뿡빵이! 2017/03/18 08:35

    이젠 꽃길만 걸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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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XFpa 2017/03/18 08:40

    혹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작성자님을 힘들게 한다면 꼭 상담치료 받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작성자님보다 훨씬 덜한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힘들어 해서 상담치료를 시작했는데,
    훨씬 좋아졌거든요.
    저라도 어린시절의 작성자님을 끌어안고 토닥토닥해드리고 싶네요.
    작고 힘없던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감정을 제가 감히 다 알진 못하겠지만 글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요...
    앞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님도, 작성자님 동생분도, 작성자님 어머님도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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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TAX_S2◀ 2017/03/18 09:03

    토닭토닭......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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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어왕자 2017/03/18 09:23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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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mNhZ 2017/03/18 09:24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으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앞으로 씩씩하고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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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나졸린것 2017/03/18 09:25

    글쓴이께서도, 어머님께서도 타국에서 힘드시겠지만
    앞으로 웃는 일이 더 많으시기를,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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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노크 2017/03/18 09:27

    그때 신고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적절히 출동해서 조치해준 경찰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네요.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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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닉은레어닉 2017/03/18 09:29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 있는 일이지만....
    그런 나도 인간이고........
    저도 아버지 때매 경찰을 부른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누가 가족을 신고하냐고 호로새끼라고 했죠.
    후회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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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하지말자 2017/03/18 09:29

    이제라도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따뜻한 봄이 다가왔습니다.
    작성자님의 앞날에도 봄이 찾아오길.. 잠시 멈춰 기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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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5cm85kg 2017/03/18 09:30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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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쯔와이스트위 2017/03/18 09:31

    일단 외국에 계셔서 가정폭력에 대해 구제와 제재가 가능했다는 부분이 참 제일 먼저 다행스럽습니다.
    어머니와 동생과 꽃길 걸으시고 행여 가끔 한국 들어어시더라도 절대 sns나 지인 통해 아버지가 알 수 있게 하지 마세요. 이게 제일 불안하네요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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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앞으로 2017/03/18 09:34

    앞으로 행복한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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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나라오랑캐 2017/03/18 09:35

    제가 남자라서 진짜로는 안되지만
    글로만이라도 안아드리고 토닥여드릴게요
    정말 많이 고생하셨고
    어머님께서도 정말 수고많으셨고 이제 장성한 따님 믿고
    바라보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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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집비글 2017/03/18 09:38

    행복하세요
    가족 모두... 타국에서 힘드시겠지만...
    행운과 사랑이 항상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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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로가니 2017/03/18 09:39

    작성자님보다는 훨씬 덜한기억일지라도
    저또한 가정폭력을 빈번히 보고느끼며 자랐고
    23세때 부모님 이혼후 아빠라는사람과 연락을 끊어지내고있습니다. 결혼전에 말은하는것이 예의라는 주변사람들탓에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해서 통보하든 결혼을알린것외에는 더이상 연결고리가없어요. (지금은 이 작은연락도 후회됩니다.)
    가끔은 크게닫히는 문소리가 마음을 요동치게하고
    아직도 전화받는것을 두려워해서 절친한사람  몇명빼고는 전화도받지않아요. 방문이 잠기는소리. 두터운손으로 엄마뺨을 때리는소리. 엄마의 악지르는소리. 아빠가방에 숨겨져있던 칼 등.. 잊고싶어도 잊혀지지않습니다.
    저는 신고대신 직접 아빠목을 졸랐었어요
    물론.. 겁주기위한 액션이기도했지만
    제가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할수있을거라고는 상상도못했었기에 그또한충격이었고 그 이후로 아버지와 한마디도말을 섞지않았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집이불안하지않고 밤이 두렵지않고
    베개근처에 호신용품 핸드폰등을 두고 떨며 잠들지않는것이 행복했었습니다.
    글쓴이님, 잘하시는거예요.
    부모자식간의 도리따위가 마음에 걸려 혹시라도 아직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무언가가있다면
    부디 과감하게 다 떨쳐버리시길바래요..
    도리를 세우기 이전에 부모자식도 인간관계예요.
    서로존중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린건 아버지쪽인겁니다. 이제더이상 상처받지마세요.
    그 누구도 글쓴이님에게 상처를 줄수있는 당연한 권리같은건 없습니다. 누군가의 아버지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마음 굳게 잡수시고. 지금쓰신 글 그대로의 마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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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옹이는냐옹 2017/03/18 09:52

    자신이 평강공주 컴플렉스 있다고 생각되는 분은 이 글을 제대로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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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ngE 2017/03/18 09:57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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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OTYIE 2017/03/18 10:08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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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비혜미태양 2017/03/18 10:10

    저희집 아버지랑 비슷한  경우네요
    저희집같은경우에는 저랑 동생이 엄마를 다독이면서 아빠랑 이혼하는게 낫다고 말했지요
    아빠는 매일 술먹으면 집을 박살내고 엄마를 뼈를 부술정도로 때리셨죠
    그리고 잠자던 저를 깨워서 또 때렸죠  공부못한다고
    연합고사 전날 술먹고와선 공부못한다고 머리밖기를 시켰죠
    나중에서야 그게 원산폭격이라는걸 알았구요
    그런 아빠를 저는 세번 등돌리다 다시 화해 했지만 사람은 변하는게 아니라는걸 느꼈죠
    그리고 연을 끊고나선 어디에서 뭐하는지  관심을 끊었습니다
    글쓴이 분의 고통도 이해되는만큼 그 행동에 부담갖지마세요
    지금은 아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뒤돌아보면 잘하셨다고 생각될꺼에요. 힘내세요. 좋은 날이 올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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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 2017/03/18 10:11

    앞으로 꼭 꽃길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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