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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보고.. 사랑이란 진실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 (스포 포함)
우시지마 신이치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국내에선 2018년 11월에 개봉했습니다.
원제 역시 [I want to eat your pancreas].
제가 엠팍에서 애니메이션을 리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미노 요루가 2012년에 인터넷에 투고한 후
폭발적 인기를 얻자마자 소설로 출간됐고,
곧 만화로,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던 이 작품은
무엇보다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제목으로
독자와 관객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저는 반대로 그 제목에 거부감을 느껴
지금껏 관람을 미루었는데,
막상 관람을 끝내니 그 편견은 깨지고
그 제목은 오히려 아주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아직 소설도, 실사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원작의 재현에 있어
가장 충실했다는 평을 받더군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여성 주인공의
마지막 사랑을 그린 소설, 드라마, 영화는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역시
그 소재가 수반할 수 밖에 없는 클리셰를
분명히 갖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화와
절제의 미학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서사는
같은 장르의 이야기들로부터
이 영화를 차별화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두 주인공의 인간적 매력도
이 영화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구요.
17세의 같은 반 친구인 사쿠라와 하루키가
영화의 주인공들입니다.
세상을 보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두 사람은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죠.
사쿠라의 말대로 삶의 방향성이 다릅니다.
췌장의 문제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쿠라는
비극적 운명에도 불구하고 밝고 쾌활합니다.
그녀가 가족들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는 이유는
친구들의 동정과 호들갑 속에서
남은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버킷리스트 속의 바람들을 하나하나 이룰 만큼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운명이나 우연보다 선택의 힘을 믿습니다.
자신이 쓰는 일기를 투병일기가 아니라
공병문고(共病文庫)로 이름을 붙여다는 것은
사쿠라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투병(鬪病)이 아니라 공병(共病)...
병과 싸우는 게 아니라 병과 함께 한다...
사쿠라가 실수로 떨어뜨린 그 공병문고를
하루키가 우연히 주워서 읽습니다.
충격적인 내용을 알았음에도
아무런 내색이나 동요 없이
덤덤하게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사쿠라는 남은 삶을
하루키와 함께 보내기로 선택하죠.
하루키가 활동하는 도서부에 가입하고
자신의 버킷리스트 실현에 그를 동참시킵니다.
영화가 1인칭 주인공의 시점을 택하기 때문에
하루키의 이름이 밝혀지는 건 나중입니다.
소심하고 용기가 없으며
말수가 적고 따분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하루키에겐 친구도 연인도 없지만
하루키 스스로는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친구와 연인의 자리를 책이 대신하죠.
인간관계는 현실이 아니라 상상 속에 존재하고
생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면 그만입니다.
간단히 말해 자발적 외톨이지만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조용히 싸울 줄 아는
속이 깊고 진중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관계의 숫자는 비록 작아도
관계의 본질이 배려임을 일찌감치 터득했습니다.
둘의 사랑은 벚꽃의 계절인 4월에 시작됩니다.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만 꽃잎을 만개하고는
남은 시간 내내 다음 해 봄을 기다리는 벚꽃.
바로 사쿠라입니다.
하루키(春樹)는 봄의 나무.
그렇기에 그들의 관계는
긴 기다림 끝에 벚꽃을 피우는 봄과
만개를 위해 봄을 필요로 하는 벚꽃의 관계...
그들의 아지트인 카페 이름 역시 스프링...
"사랑이란 진실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란
사쿠라의 말 그대로
둘은 진실과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동시에 둘은 서로에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의
여우와 같은 존재로 다가갑니다.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서로에게서 삶과 관계의 의미를 배웁니다.
산다는 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며
혼자만 있으면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는
사쿠라의 말로 인해
하루키는 서서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며
혼자서도 매력을 만들어내는 하루키로 인해
사쿠라는 삶의 또 다른 진실을 깨닫습니다;
후쿠오카로의 일박이일 여행,
진실 혹은 도전 게임(Truth or Dare)은
유머러스하고 에로틱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고,
그들의 포옹을 지켜주는 불꽃놀이는
지금까지 보았던 이 세상 모든 불꽃놀이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쿠라의 목소리역을 맡은 성우, 린은
정말 너무너무 훌륭하더군요.
계절과 하늘, 빛, 비, 바다를 담아내는 작화는
그야말로 황홀하며 동시에 처연합니다.
올해 꽃구경은 이 영화로 충분합니다.
사쿠라도 하루키도 사랑한다는 말을
끝까지 고백하지 않지만
둘의 마음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랑, 우정보다
더 크고 넓고 깊습니다.
덤덤한 척 의연했던 하루키는
사쿠라가 더 오래 머무르길 간절히 원하게 되고
씩씩한 척 태연했던 사쿠라는
하루키 곁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길 바라면서도
공병문고에 유서를 남겨야 합니다.
"내가 살았으면 좋겠어?"
"응. 무지하게."
죽는 순간을 알리겠다는 사쿠라의 약속은
끝내 지겨지지 못하고
차마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하루키는
늘 그랬듯 혼자서 슬픔과 고통을 삼킵니다.
뒤늦게 사쿠라의 집으로 문상을 가는 하루키.
사쿠라는 영정사진 속에 웃는 모습으로 남고
사쿠라의 공병문고는
그녀의 뜻에 따라 하루키에게 전해집니다.
오직 너를 만나기 위해
17년을 기다린 것 같다는 사쿠라의 고백은
하루키를 목놓아 울게 하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쿠라에게 전달된 하루키의 진심에
사쿠라는 같은 말로 응답합니다.
쿠키영상이 이렇게 완벽하게 쓰인 사례를
기억할 수 없습니다.
사쿠라가 유언으로 남긴 부탁을
함께 나란히 지켜주는 하루키와 쿄코...
사쿠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성장시켰고
사쿠라로 인해 성장한 그들의 마음 속에
이제 사쿠라는 영원히 머물 것입니다.
성묘를 마치고 돌아서는 하루키 곁을
붉은 벚꽃잎 하나가 스쳐지나가며 말합니다.
"고마워 하루키... 나 이제 편히 쉴게..."
이제...
매년 4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볼 때면,
벚꽃잎을 떨구는 봄의 나무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그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4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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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화로만 봤지만...참 좋은 작품이죠
뭉치곰돌이// 실사영화 말씀하시는 거죠? 애니메이션 감동이 깨질까봐 보기가 좀 두렵네요
제목보고 당황했는데 제목이유듣고 놀란 ㄷㄷ
보고 싶지만 제목때문에 안봤었는데
보고 싶네요
LeeDaeHo// 사실은 너무도 훌륭한 제목이었음을 깨닫는 게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기쁨이더군요
달려야하니// 저랑 같은 분 추가요~~^^ 꼭 보세요
전 영화를 먼저 보고 완전 빠져서 애니도 기대하다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가서 봤는데 전 개인적으로 영화가 훨씬 좋았습니다
Minami// 아 그렇군요. 님 의견 참조해서 조만간 실사영화 보도록 하겠습니다^^
[리플수정]넷플릭스에 자꾸 추천떠서 호기심에 본 애니네요
여러 애니의 클리셰가 보이긴 하는데 그 절정이 다른 방식이여서 살짝 놀랐습니다
보는 내내 4월은 너의 거짓말이 떠오른건 어쩔 수 없지만 좋았던것도 부정하기 힘드네요 ㅋㅋㅋㅋㅋ
혁명전야님과 반대로 저는 영화만 본 상태인데...애니메이션 작품은 아직 못 봤네요.
나중에 혁명전야님 실사영화 보신후의 감상평도 궁금해지는군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치베어스// 맞습니다. 꽤 많은 영화들이 떠오름에도 이 영화만의 독특한 위치를 확보하는...
design_zoo// 실사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더군요. 보긴 보되 같은 내용의 영화로 두 번 리뷰를 쓰기는... 그래도 간단하게는 쓰겠습니다. 계속해서 무탈하시구요
design_zoo// 아 저의 의미는...실사영화 후기를 이런 글처럼 장문으로 기대한다는게 아니라 애니와의 다른 느낌에 대한 간략한 코멘트정도를 기대하겠다는 정도입니다.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ㅎㅎ
글만 봐도 영화 한편을 다 본 느낌
영화만 본 상태인데
애니도 찾아 봐야 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영화로 보았는데...시간 가는줄 몰랐네요..
저도 영화부터봤는데 영화 각색한내용보다 애니내용이 훨신 좋았어요 뭔가 하루키와 쿄쿄를 이어주는듯한 엔딩
실사영화는 보고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았는데 혁명전야님 후기를 보니 .. 한번 봐야겠네요.
여주는 불치병이 아닌 묻지마 살인으로 죽어버렸죠. 이때 너무 허무했음 ㅠㅠ
개인적으로 영화가 더 좋았네요. 확실히 이런건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뭔가 감성이 죽는다고 해야할까.
영화는 별루던데...
저런 제목을 한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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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보고 바로 원작까지 지를 정도로 재밌게 본 극장판이네요
저도 봤는데 개인적으로 결말이 호불호 갈릴만한거 같아서
기대하고 보면 실망하고 기대없이 보면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같네요
영화랑 이거둘다 봤는데 이게 쫌더 재미있었네요
저는 원작을 안봐서 그런가 실사영화가 잼있었어요. 일본풍 멜로는 거의 안보는데 이거는 제목이 특이해서 한번 봤는데 나름 재밌더라구요.
나중에 다시 정독하겠습니다 추천
전 이거 좀비물인줄 알고 봤습니다^^
일본 감정선 이렇게 푸는건 기가막힌듯.
[리플수정]영화만 봤는데 애니가 더 낫나요?
이거 넷플에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