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한국에서는 벤츠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우고 동서를 가리지 않고 상류층의 상징이고 초기 F1 그리고 모터스포츠전체 에서도 실버에로우라는 영광스런 애칭과 역사가 있었죠. 2010년 복귀한뒤 다소 해맸던 3년간의 수습기간을 지내고 2014년 이후부터 한번도 드라이버 월드챔피언과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놓치지 않고 유래없는 전무후무한 독주를 하고 있는 메르세데스가 F1에서 철수를 논의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오토카잡지에 따르면 2월12일 다임러 그룹 이사진이 소집되었는데 F1 거취를 중심으로 소집된 이사회라고 합니다. 철수설이 나오면 당연히 드라이버들의 거취와 팀 매각관련 이슈가 뜨거워 지는데요, 일단 기사 내용에 따르면 2월12일 회의는 F1 거취와 관련된것이 맞다고 확인을 해주었지만 메르세데스는 2020년은 확실하게 참가를 할것이라고 합니다. 해밀턴의 7번 월드챔피언으로 슈마허와 동률을 이루고 컨스트럭터 챔피언에 대한 도전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여기 까지가 기사 내용이고 이제부터는 제 의견입니다.
일단 잘나가는 팀이 왜 갑자기 철수? 라는 황당해 하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간단하게 F1에서 철수할때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망하거나 성공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이유는 모두 돈으로 연결됩니다.
메르세데스느 사실 2012년에도 철수가 논의된적이 있는데 그때는 부진함이 원인이었고 (같은 엔진의 멕라렌에게도 뒤쳐짐) 이사진들도 그로인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속에 계속 해서 투자를 해야할지를 논의했었죠. 뭐 결과적으로 철수는 하지 않았고 지금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 정 반대의 상황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2010년 참전이후 첫 그랑프리 우승인 2012 중국 그랑프리, 하지만 이후 레드불과 베텔이 모든것을 쓸어갔다)
지금은 그 반대의 상황입니다. V6시대로 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더 이상 이룰것이 없을때 무대에서 퇴장하는 경우는 모터스포츠에서 있는 일입니다. 흔한 일은 아니고, 누구나 꿈꾸는 영광스런 퇴장 정도로 보는것이 좋겠죠. 과거 WEC에서 LMP카테고리에서 철수한 아우디가 좋은 예가 될수 있겠네요.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것 자체가 자동차 기술의 프로토타입 테스트 목적도 있고 브랜드 홍보 목적도 있는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메르세데스는 좋은 결과를 만들었죠.
하지만 2021년, 즉 새로운 기술 규정이 도입되는 시대부터는 지금의 위치를 장담할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생태계의 질서가 변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는 이미 성공을 거두었으니 굳이 2021부터 시작되는 격변기에 투자를 하느냐 아니면 이 업적과 함꼐 깔끔하게 철수를 하느냐 고민을 하는것입니다. 메르세데스가 굴지의 기업이더라도 F1에 관련된 투자는 부담될수있죠. (시설 유지비 인건비를 빼고 차 한대 제작에만 한화로 1000억) 전성기가 끝날수도 있다는 시점에서 정상적인 계산으로는 이해가 가는 선택입니다.
적어도 2021시즌에는 참가를 할것이라 생각이 되고 2021시즌 성적을 보고 여름 휴식기나 적어도 벨기에 그랑프리 즈음 해서 거취 여부가 결정 나지 않을까 합니다.
자 그럼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기겠죠. 그럼 페라리는? 뭐 솔직히 페라리는 성공도 아니고 10년째 실패만 하는데 왜 계속 F1을 하느냐….페라리라는 기업 자체의 정체성이 F1입니다. 엔쵸 페라리가 경기후 레이싱카를 수리해서 시중에 팔던것이 발전한게 우리가 아는 지금 연예인, 재벌, 스포츠스타들이 타고다니는 슈퍼카를 만드는 페라리(피아트소유)이고 실제 엔쵸 페라리 생전의 페라리 기업의 운영 목표는 스쿠데리아(레이싱팀) 페라리의 레이싱출전, 즉 레이싱 자금마련이 그 최우선 이었습니다. 그리고 엔쵸옹이라는 사람 부터가 알파 로메오 레이싱팀의 드라이버였습니다.(지금 그래서 알파 로메오를 시스터팀으로 두고있죠) 영화 포드V페라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엔쵸옹의 레이싱 집착이 포드가 아닌 피아트에 매각하는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그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이 F1이기에 페라리로서는 F1을 철수한다는건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라 봐야 합니다 (가끔 FIA나 버니랑 으르렁 거릴때 철수한다고 협박을 하긴 했습니다). 계산기 두드리며 잔류냐 철수냐 이익을 생각하는건 페라리로서는 용납이 안되는거죠. 이는 페라리와 같은 정체성을 가진 멕라렌, 윌리엄스, 자우버 모두 포함되는데 이들 팀에 대해서는 언제 한번 각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메르세데스의 전신인 브런GP, 젠슨 버튼은 저 BGP-001로 생애첫 월드챔피언을 그리고 BGP-001은 메르세데스의 2010년 차량 W01 디자인의 초안이 된다)
그리고 F1의 메르세데스, 즉 Mercedes-AMG Petronas는 엄밀히 말하자면 독일의 메르세데스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본부가 영국 브래클리에 있기때문인데 브래클리 기지의 그 뿌리를 따라가면 메르세데스보다 혼다와 더 인연이 깊습니다. 지금의 메르세데스는 브런GP를 매입한것인데 이 브런GP가 혼다가 철수하고 떠난 팀을 혼다의 수장으로 있었던 로스 브런이 매입하고 수습해서 만든 팀이었죠. 브런GP가 2009시즌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메르세데스가 말레이시아 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와 파트너로 로스 브런으로부터 팀을 매입했고(슈마허 복귀) 로스 브런 본인은 매각이후 바로 메르세데스의 프린시펄이 되었죠.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다가 기업이사들의 간섭속에 성적이 신통치 않자 토토 울프와 패디 로우, 그리고 니키 라우다가 오면서 좌천되고 말았죠.
(혼다와 BAR혼다의 전신인 티렐, 최초로 노즈콘을 올린 팀이고 6륜차등 여러 신기하고 혁신적인 시험을 많이하고 사라진 팀이다)
혼다 이전에도 BAR, 티렐이 그 뿌리를 이루고 있는 브래클리인데 공통적인건 브런GP와 메르세데스 빼고 모두 혼다엔진을 썼다는 것이죠. 즉 우리가 아는 메르세데스는 원래 티렐혼다 - BAR혼다 - 혼다레이싱(2008년 혼다가 엔진 포함 모든 F1시장 철수) - 브런GP(첫 메르세데스 엔진이 등장한 브래클리팀) - 메르세데스 이것이 그 뿌리입니다.
뭐 메르세데스 말고도 레드불의 기지가 위치한 밀튼 케인즈 지역은 스튜어트, 재규어를 거치며 지금의 레드불까지 왔고 언스톤에 위치한 지금의 르노(80년대는 프랑스에 위치)또한 베네통을 인수한후 로터스를 거치며 다시 르노로 이어지는 역사인데, 페라리, 윌리엄스, 멕라렌, 그리고 자우버를 빼면 팀들의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름과 캐릭터였다는것을 알수있습니다.
자 그럼 정말 메르세데스가 철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드라이버 라인업 특히 해밀턴의 거취가 주목을 받겠지만 드라이버 시장이란게 너무 유동적이라 일단 그 시점이 오고 시장에 나와바야 그 수요를 확인이 가능 할거같습니다. 팀 자체는 지금 수장인 토토 울프와 로렌 스트롤(랜스 스트롤의 아버지)이 팀을 매입해서 아스톤 마틴으로 리브랜딩이 될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메르세데스는 엔진서플라이어 역할은 계속 할거라 예상됩니다. 아스톤마틴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매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받쳐준다면 어느정도 대형팀 이탈의 공백은 매울수 있을것입니다. 현 프린시펄이 매입해서 재창단을 하는것도 이미 로스 브런의 브런GP라는 성공적인 사례가 있었구요. 브런GP같은 경우에는 대형 브랜드의 리브랜딩없이 말그대로 프린시펄 본인이름을 때려박아서 자력갱생한것인데 아스톤마틴이라는 브랜드가 참여한다면, 개인적으로 정말 설레일것 같습니다(저는 팀을 응원 하지 않고 드라이버를 응원하는 타입인데 아스톤마틴이 온다면 지금 비호감의 메르세데스에서 180도 달라져 응원할것 같습니다).
(실력은 모르겠지만 아빠 빽 하나는 기가막히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메르세데스는 언젠가는 떠날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F1말고도 도전할 카테고리는 많고 메르세데스가 정말 F1에 열정을 갖고 참전한 것이었다면 슈투트가르트 기지의 팀으로 참전했지 브래클리 팀을 매입하진 않았겠죠. 하지만 엔진공급시장은 계속 잔류할것으로 보입니다. F1 공급업계 내에서도 많은 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이고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홍보는 계속 할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정말 아스톤마틴으로 리브랜딩이 되고 로렌 스트롤의 자금이 들어간다면 두개의 시트중 하나는 그의 아들인 랜스 스트롤이 가져갈수도 있을거라고 봅니다. 이제는 페이드라이버도 모자라 낙하산드라이버라니….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양질의 글 잘 읽었습니다. 레드불 독주시절 f1 보다가 한동안 안봤었는데 그 자릴 메르세데스가 쭉 차지했었군요. 제가 보던 때엔 슈머허옹이 메르세데스 와서 헤매던걸 봤었는데... 물론 당시 머신이 레드불에 비해 별로였던걸로 기억하네요. 2021년 바뀔 기술 규정이 어떤건지 궁금하네요
정성글 감사합니다^^ 영암에서 할때 얼리버드지만 비싼돈 주고갔는데 주위에 딱봐도 초대권이나 공무원강매분 넘겨받고온 사람이 천지라 이게 우리나라에서 F1의 현실이구나 하며 꽤 슬펐어요ㅎㅎ 전 그때도 해밀턴팬이였지만 뭐 보나마나 레드불과 베텔의 시대였죠~
RyuDDung// 제가 지난글에 나름 정리 해놨습니다. 파워유닛은 그대로지만 에어로 관련으로 싹 뜯어 고치는데 타이어 18인치 휠도입이 되는것이 제일 큰 차이입니다.
드레이먼드// 영암은 참 안타깝죠. 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의 딱 좋은예..덕분에 이제 F1과 한국은 더 인연이 없어졌다고 봐야 ㅠㅠ
죽기전한번// 안그래도 지난글 보니 쭉 있네요 ㅎㅎ 이런 정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내서 쭉 정독해야겠네요
RyuDDung// 뭐 부족하지만 도움이 유익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ㅎ 그런데 올해 한화는 몇위 예상 하시나요
죽기전한번// 한화팬이긴 한데 자체적으로 야구 끊고 사는지라 ㅎㅎ 지난 성적 기반으로 생각하면 딱히 플러스 요인이 없어서 비슷할듯 합니다. 새로온 얼굴들과 하주석 컴백해서 얼마나 해주느냐가 관건이긴 한데 이 선수들이 드라마틱한 전력상승으로 이어지리라고는 보진 않네요. 18년처럼 불펜 부활하면 5강 싸움 가능하리라 보고 아니면 지난해처럼 하위권 예상해요 ㅠ
죽기전한번// 혹시 싱가포르GP 보러가신적 있으세요? 분명히 가보셨을거같은데ㅎ F1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었지만 공도서킷에서의 레이스는 한번 보고싶은데 어떤느낌일지 궁금하네요~
RyuDDung// 우리 착하디 착한 문호가 꼭 살아나서 한화 레프트를 책임져주길 바랍니다ㅜ 장시환도 수비도움만 받으면 잘할거구요~
드레이먼드// 제가 미국거주하는데 미국그랑프리도 사는곳에서 좀 멀고 형편이 안되서 F1본지 20년이 넘어가는데 직관은 한번도 없네요 ㅠㅠ 언제 모나코 직관갈 예정입니다. 로또맞으면요 ㅋㅋㅋㅋ싱가포르도 꼭 가보고 싶네요. 최초의 야간 레이싱이고 마리나 베이 서킷이 지루하다고 하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거든요.
RyuDDung// 한화팬분들 특징이 나쁜사람이 없고 현실을 잘 받아드리시더라는....서부에 사시는 친한 형님이 공주고 출신에 엄청난 한화팬이세요 ㅠㅠ
죽기전한번// 아..미국이시면^^; 제가 재작년에 신행을 남프랑스로 가서 그때 렌트했던 푸조로 모나코 서킷코스를 한바퀴 돌아보며 간접체험했었는데ㅋㅋ 몬테카를로 카지노 호텔주위 그 하이퍼슈퍼카들의 향연은 뭐 눈돌아갈수밖에 없었구요ㅎ
드레이먼드// 아...모나코서킷은 한곳한곳 다 저에게는 역사적인 곳인데...부럽습니다. 저는 다른거 없이 티코라도 좋으니 터널한번 시원하게 달리고 라스카스 코너에 카페에서 커피한잔 마셔보고싶네요 ㅠㅠ
[리플수정]허접스런 글들로 도배되는 요즘의 불펜에 빛과 같은 정성스러운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암너바디// 어이구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ㅋ
오~좋네요 모르던 사실 많이 알아갑니다~
재밌는 글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걸 이뤄서 떠나도 아쉽지 않은 상황이고
모기업이 기술투자와 변화의 시기라 돈이 많이 필요한가봅니다
원래 자동차 레이싱이 예전 귀족과 갑부 한량들이 심심풀이 돈자랑으로 시작한 스포츠 인데 ..
그런의미에서 랜드 스트롤은 그 초창기의 정체성에 딱 부합하는 인물이네요....ㅋㅋ
에딩거// 감사합니닼ㅋ
야구로보트// 만약 철수할거라면 전무후무한 독주를 하고 퇴장한다고 봅니다. 과거 아우디가 WEC에서 르망을 지배하고 퇴장할때는 디젤게이트가 얽혀있어서 조금 찜찜했지만 메르세데스는 그런 흑역사도 없죠.
신인왕건우// 솔직히 따지고 보면 해밀턴과 베스타펜도 아빠를 엄청 의지하긴 하는데....스트롤은 이미지가 너무 그러네요. 시트를 얻을때도 항상 돈많은 아빠 얘기부터 나오고...그런면에서 서민가정에서 자란 슈마허가 세삼 다시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이런 글 좋네요.
다음 시즌 지배력에 대한 걱정보다는 전기차로 시대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모기업이 투자를 꺼리는게 클거 같음.
토토볼프도 팀 팔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하긴 하던데
양산차 업계에서 f1에 매력을 느낄 시기는 이제 지나가는거 같네요.
우와.. 정성글!!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F1에 대해서 아는게 슈마허 정도만 알았는데 넷플릭스에서 F1다큐를 본 이후에 관심이 생기네요. 지난글도 잘 읽을게요.
철수해도 엔진서플라이어로서는 무조건이죠.
멕라렌이 2021년부터 벤츠엔진쓰기로 계약했으니...
[리플수정]그리고 낙하산드라이버 몇명 있지 않던가요..
랜스스트롤이 그렇고...
올해부터 들어오는 누구도 지 부모돈으로 들어온 낙하산이던데...
f1도 너무 규제에 엃매여서....좀더 풀었으면 좋겠음
추천박고 갑니다.
Typhoon// 페이드라이버야 워낙 오래되서 일일이 쓰기도 너무 많죠. 다만 실력대비로 스트롤은 너무 노골적인 페이드라이버라서 저런 부류는 항상 지적을 받아왔죠. 맥스 칠튼과 말도나도, 페트로프 이런 선수들은 너무 돈으로 들이밀고 오는 느낌이 강했죠.
CantHoldUS// FIA의 근 20년 행보를 보면 안전때문에 퍼포먼스를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힘들거라 봅니다.
mlbgoko// 동감입니다. 내연기관보다 포뮬러E로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요즘 트랜드 이기도 하구요.
FE 쪽으로 몰릴듯
아니야그거// 네 이미 벤투리랑 파트너가 시작되었죠. 토토 울프 마누라 수지 울프가 그쪽에 집중중이고.
vipster// 제가 숫자를 잘못 계산 했네요 100억이 맞습니다.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불과 하루도 안지나서 랜스 스트롤이 이끄는 컨소시움이 레이싱포인트(포스인디아)를 2021시즌부터 아스톤마틴으로 리브랜딩 하는것을 확정했네요. 이와 관련해 정리 되는데로 글 올리겠습니다.
넷플릭스 f1보고 관심 생겼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