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김연수 '스무 살' 중에서-
어젯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저는 대학 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알기에 이것저것 비거나 부족한 부분에 소리를 더해가며 좀 더 나은 편곡과 합주를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곡의 완성도가 더해져 갈수록 우리는 기뻐했고, 연습이 끝난 후 술과 함께 밤을 새워가며 음악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들 우리의 미래는 뮤지션일 거라는 생각에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았고, 음악만이 우리의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학 가요제의 무대에 오르는 순간,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고, 우리의 곡을 듣고 환호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대상은 우리 거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연주를 하는 도중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조금만 더 꿈을 꾸면 뒤의 이야기들을 이어서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비록 꿈속이지만 과연 우리는 수상을 했을까, 그 뒤에 우리는 음악을 계속했을까 너무나도 그 뒤의 꿈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출근을 해야 하니까요.
이건 꿈이니까요.
(2019년 11월 22일에 썼던 '정연이의 색소폰 연주를 보며 떠올렸던 꿈의 조각들' 이란 글을 통해 저의 어릴 적 꿈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스무 살.
모든 것이 새로웠고 기대와 꿈으로 가득했던 시기였습니다.
첫 자취, 첫 오티, 첫 대학수업, 첫 동아리, 첫 엠티, 첫 축제, 첫 응원제, 첫 정기전 등 모든 새로운 경험 속에 음악은 언제나 저와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사랑했던 사람 또한 제 곁에 있었습니다.
한 명, 두 명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왔지만 그건 여기까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음악임을 믿는 사람들.
음악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술을 밤새 마실 수 있었고, 무대에서 빛나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우리는 이미 뮤지션이 된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 명, 두 명 조금씩 현실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행시 재경직에 합격한 선배도 있고, 한국은행에 합격한 친구도 있고, 공인회계사가 된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들 취업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저 역시 고시 공부를 하다 지금은 직장인 생황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아무도 음악의 길을 끝까지 걷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꿈을 꿉니다.
제가 음악을 하는 꿈을..
그리고 신기하게도 고시에 합격한 꿈이라던지, 로또에 당첨된 꿈이라던지 뭔가 세속적인 꿈은 단 한 번도 꾼 적이 없습니다.
제가 꾸는 꿈은 늘 음악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재입대하는 꿈도 가끔씩 꿉니다 ㄷㄷㄷ)
과연 그 때 저와 같이 음악을 하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중 저만 그런 것일까요?
다른 친구들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신촌을 못가, 한 번을 못가' 라는 첫 소절만으로 제 가슴을 때리는 노래입니다.
살아 오면서 단 한 문장만으로 제 마음을 이만큼 때려대는 노래를 또 만나지 못했습니다.
스무 살의 꿈과 사랑을 두고 온 곳.
이십대의 꿈과 사랑을 두고 온 곳.
그리고 음악에 대한 꿈을 버려두고 온 곳.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채 돌아간다면, 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신촌을 못가' 노래를 계속 들으며 이 부질없는 생각과 선택에 대한 궁금함으로 잠 못 드는 밤입니다.
스무 살의 나연이는 갓세븐, 준케이의 뮤비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스믹스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데뷔가 미뤄지는 아픔을 겪으며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아픈 스무살이었습니다.
스무살의 정연이는 식스믹스의 데뷔 무산으로 인해 한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고 빵집에서 일하며 아이돌의 꿈을 접을 생각까지 하고 있던 때에 식스틴 런칭과 참가 제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식스틴을 통해 데뷔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스무 살의 모모는 열심히 연습하던 일본팀이 깨진 상황에서 데뷔의 간절함을 가지고 임했던 식스틴에서 탈락과 추가합격이라는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갔었습니다.
스무 살의 사나는 일본팀도 깨지고, 추가 멤버로 들어간 식스믹스도 데뷔가 무산되는 가운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식스틴에 참가해 당당하게 트와이스의 멤버로 뽑혔습니다.
스무 살의 지효와 미나는 치얼업 앨범과 티티 앨범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대상을 수상하기 시작하는 인생 최고의 해를 맞이한 때였습니다.
스무 살의 다현이는 트와이스 첫 단독 콘서트의 꿈을 이루었고, 성공적인 일본 진출 그리고 첫 홍백가합전 출연을 이뤘습니다.
스무 살의 채영이와 쯔위는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진 못했지만,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일본에서 첫 정규앨범 발매 및 아레나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원스 여러분들의 스무 살은 어땠나요?
지금 스무 살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의 스무 살이 아름답고 빛나기를,
이미 스무 살을 지나온 분들의 스무 살이 인생 중 가장 아름답고 빛났던 시기이기를 바라겠습니다.
https://cohabe.com/sisa/130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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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 좋네요 노래도 이 시간에 어울리구요
추천합니다
[리플수정]오늘도 역시 훈훈한 정성글ㅎㅎ 조용한 새벽의 공허함처럼 느껴지는 기분을 빈공간이 아닌 꽉찬 공간으로 채울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ㅎㅎㅎ 언제나처럼 잘 읽고 갑니다ㅎㅎㅎ
+
근데 로또 당첨되는 꿈은 저도 꿔보고 싶긴하네요... 근데 그게 꿈이란 걸 알게되는 순간이 당첨 소식 듣자마자 깨는 게 아니라 당첨 소식 듣고 로또 당첨된 종이 은행에 들고가서 번호표뽑고 은행원한테 갔는데 은행원이 "이거 꿈이에요~"라고 귓속말 해주고 깨는 꿈이라면 저는 안 꾸고 싶어요ㅠㅠ
자려고 폼잡으며 별 생각없이 마지막으로 클릭한 글이...오늘도 3시는 되야 자겠네요
새벽에 이런글 좋습니다. 이상한 불금을 보내게 되는군요 ㅋㅋ
정성글 추천 ㅎ
스무살때는 아니지만 저도 가끔
대회나가는 꿈을 꾸는데 저도 중간에깨네요 ㅎ
제 스무살은 훈련소에 있었군요 ㅠ.ㅠ
ssdef//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요즘 ssdef님이 올려주시는 많은 트와이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NSC왈츠// 연달아 새벽 감성 음악 글을 올리셨더군요 ㅎ
잘 봤습니다.
로또 당첨 꿈은 저도 한 번 꿔 보고 싶어요.
주말에 꿔서 하루 종일 꾸고 싶다는 ㅋ
다만 은행원이 이거 꿈이에요 하는 엔딩보다는 다른 엔딩으로 깨어나고 싶네요 ㅎㅎ
내일 아침까지 해결해야될 문제가 있는데... 잠깐 불펜들어와서 오늘 무슨 일 있었나 체크만 할 생각이였는데 노래 잘 듣고 게시글 정독하고 가네요 ㅎㅎ
마왕포돌이// 글 읽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오늘은 3시는 되어야 잠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ㅎ
미리언니// 어젯밤에 그런 꿈만 안 꿨어도 이런 글 안 쓰는 건데 ㅎ
하루종일 이상한 감정에 쌓여 있다가 글을 쓰고 말았어요.
드라마 스토브리그 보고 쓰느라 시간도 늦어져서 그야말로 새벽 감성 글이 되고 말았네요 ㅎㅎ
쯔뭉이// 쯔뭉이님도 대회 나가는 꿈을 꾸시고 게다가 중간에 깨시다니..
중간에 깨는게 제일 싫어요 TT
꿈에서라도 대상도 타 보고 데뷔도 해 보고 그랬음 좋겠어요 ㅋ
쯔뭉이님도 꿈 끝까지 꾸시고 꿈 내용이 프로가 되고, 우승도 해 보는 그런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ㅎ
지효// 어휴, 정말 가혹한 스무 살을 보내셨군요.
저는 아직도 재입대 꿈 꿀때마다 끔찍합니다.
신기한게 꿈속에서 제가 제대한 건 또 알고 있어서 내가 왜 또 입대를 해야 하냐면서 늘 훈련소에서 싸운다는 ㅋㅋ
rkdghk123// 글 읽어 주시고, 좋은 댓글 남겨 주고 가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해결하셔야 되는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정성글 잘봤습니다. 저 스무살은... 역시 군대죠 ㅋㅋ;;
묘이// 현실의 여러가지 일 때문에 도망가듯이 지원한 군대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어렸구나 싶은 기억이지만, 그때는 나름 힘든 훈련소의 고통으로 잊을 수 있겠다 싶었던 열병을 앓았으니까요.
한나봉// 한나봉님도 스무 살에 군대를 가셨다니 TT
글 제목을 열아홉 살 이렇게 바꿔야 할까요? ㅎㅎ
저는 음악 조금 더 하겠다며 버티다 조금 늦게 갔었네요 ㅋ
지효// 그 열병도 스무 살이기에 앓았던 열병이었을까요.
스무 살의 기억이 참 복학접인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일 것 같네요.
군대에서 그 모든 것들이 다 잊혀졌으면 좋으련만 반대로 그러기 쉽지 않은 곳이 또 군대죠.
[리플수정]저의 스무살은 연애+재수로 요약 되네요.
저 아이들은 스무살에 많은 것을 이루었네요.
모모 오열 장면은 많은걸 담고 있어서 공감 되면서 항상 울컥 하게 만듭니다.
좋은 정성 글 오늘도 추천입니다.^^
제 스무살도 걱정없는 대학생 시절이네요.
그때 뭘했는지도 이제는 까마득합니다. ㅠㅠ
제 스무살은 재수를 하다 방황하던 시절이네요 ㅋ
결국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몰래 인생의 진로를 바꿨습니다
평소 꿈인 미대로 방향을 튼 거죠
부모님 지원을 받지 못해 화실도 가보지 못하고 고교 미술반 은사와 선배들에게 동냥을 해
입시 준비하던 시절이네요
나중에 청천벽력이 떨어질 줄 알았지만 의외로 크게 혼나진 않았습니다 ㅎ
아잉♡// 재수하시면서 연애도 하셨다니 역시 아잉♡님은 능력자이셨군요.
음악을 잘 하셔서 인기가 많으셨나봐요 ㅋ
(저도 음악 덕을 좀 ㅎ)
나연이 제외하고는 트와이스 멤버들 다들 스무살 때 데뷔했거나, 데뷔 후 큰 성공을 이룬 나이이기에 참 많은 것을 이룬 특별한 나이인 것 같습니다.
오ㅎㅎ 진짜 정성글이네요 추천!!
얀지슈카// 정말 큰 걱정없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고, 꿈도 이렇게 꾸는 걸 보니 그 시절의 꿈에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슬프진 않은데, 그냥 잠이 좀 안 올 뿐입니다 ㅎ
chillax// 스무 살 때 부모님 몰래 힘든 미대 입시의 길을 택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역시 스무 살은 다른 걸까요.
열여덟, 열아홉의 저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지난 글에 쓴 적이 있는데 열여덟, 열아홉의 저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가 학교 선생님께 두들겨 맞고, 집에서는 쫓겨 났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갈 때까지만 참자, 일단 부모님 원하시는 좋은 대학만 가고 그 뒤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고 생각하고 계속 모범생 코스프레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크게 혼나시진 않으셨다니 좋은 부모님을 두셨네요 ㅎ
후돌료// 후돌료님,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밤 보내세요~
와 정성글이네요 이번 빛콘때 미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완쾌해서 왔으면 ㅎㅎ
[리플수정]묘이// 지금 다시 스무살로 돌아 간다면 연애 보다는 공부, 공부 보다는 음악을 할 거 같습니다.
그때는 여자와 대학 그게 그렇게 소중 한 존재로 보였는데 나이 좀 먹고 철이 들고 보니 꿈이 정말 소중한 가치 였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인생 별거 없는데...
저 아이들을 보면서 더 돌아 보게 됩니다.ㅎㅎ
십자인대// 십자인대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올콘 예매하셨다던데 ㅎ 저도 빛콘 때 미나의 건강한 모습, 환한 웃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막콘만 예매했습니다 ㅎ)
아잉♡// 저도 만약 스무 살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음악이 일순위입니다.
음악을 포기하고 전념했던 행시에 최종 합격하지 못했기에 ㅎ 원없이 그냥 음악 해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미련이 남아 이런 꿈을 자꾸 꾸는데 미련이 남지 않을 때까지 정말 원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어딘가의 평행세계에서 스무 살의 아잉♡님과 스무 살의 제가 만나 같이 음악을 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봅니다 ㅎㅎ
이런 글을 하루 지나서 봤네요;;
제 스무 살은 그냥 평범한 대학 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