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일본의 참군인 쿠도 슌사쿠 함장 이야기

아래 일화는 자바 해 해전(수라바야 해전)에서 있었던 일임.

영국과 영연방이 태평양에서 일본을 상대로 크게 물러나고 사실상 미vs일 매치로 만들게된 계기중 하나이기도 하니 궁금하면 찾아볼것.

이 전투에서 연합군은 일본에게 별다른 타격도 주지 못한채 참여한 거의 모든 전투함과 보조함까지도 격침당하는 혹독한 피해를 입게 되었고

3월 1일에 격침된 영국 구축함 엔카운터(HMS Encounter)와 미국 구축함 포프(USS Pope) 또한 마찬가지였음.

사실상 그들을 구해줄 연합군 전력은 남아있지 않았고, 생존자들은 하루동안이나 표류한 끝에 사망자가 발생하고있었는데(9명)

3월 2일, 해전에 참여했던 아카츠키급 구축함 이카즈치가 항해중 우연히 이들을 발견했고

이카즈치의 함장 쿠도 슌사쿠(工藤 俊作)가 이들을 구조할것을 명령하여 3시간에 걸친 구조작업 끝에 생존자 422명을 구조했음.

> 여기서 다룰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매함 이나즈마 또한 자신이 발사한 어뢰에 맞아 기울어가는 HMS 엑서터를 향해 경례한 뒤

엑서터가 격침되자 승조원중 376명을 구조한 일화가 있음.

쿠도 슌사쿠 함장은 구조한 포로들을 함내에 태우곤 '여러분은 일본 해군의 명예로운 내빈이며 매우 용감하게 싸웠다'는 인사를 전하며

(あなた方は日本海軍の名誉ある賓客であり、非常に勇敢に戦った)

식량과 의류를 제공하고 연료를 사용해 물을 데워 기름때를 씻을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안그래도 물자 탑재량이 적은 구축함의 귀중한 물자를 사용하는것을 비롯해

이카즈치의 전체 승조원(219명)보다도 2배나 많은 포로들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수병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음.

그러나 쿠도 슌사쿠는 평소에 이카즈치 함내 문화와 분위기 개선에 많은 힘을 쏟고 있었고, 수병들도 그를 잘 따랐기에 결국 함장의 결정을 받아들였음.

이카즈치는 구조한 포로들을 네덜란드 선적의 병원선 Op Ten Noort에 인계하였는데,

이때 Op Ten Noort가 일본의 검문에 걸리고 전시 국제법 위반 논쟁(작전 방해)으로 인해 마카사르에 정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때까진 논란이었으나 후일 일본이 옵텐노르트를 아예 나포하여 자국 병원선으로 써버리면서 빼박 불법행위가 됨)

이 포로들은 결과적으로 마카사르의 임시 포로수용소를 거쳐 일본 본토의 수용소에 넘겨졌고,

당연히 뿅뿅본답게 그곳에선 이카즈치 함내와 같은 대접은 받을 수 없었음.

이러한 이카즈치의 구조 행동은 전시 일본 국민 감정을 고려해 상부에 의해 은폐되었고, 쿠도 슌사쿠 함장 또한 친족에게조차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며

전후 구 해군 출신 전우회에도 일절 참석하지 않아 이 사건은 아무도 모르는 채 잊혀졌음

그러나 훗날 이때 구조되었던 영국 장교 사무엘 폴(당시 소위)이 외교관이 되어 쿠도 슌사쿠 함장을 수소문하면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는데

사무엘 폴이 쿠도 슌사쿠의 소식을 찾아냈을때 그는 이미 암으로 타계한 뒤였고, 결국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음.

쿠도 함장의 묘를 찾아온 사무엘 폴

그는 '그날 작은 구축함으로 24시간동안 떠돌던 우리를 구해준 은혜를 잊어본적이 없다,

지금도 쿠도 함장이 이카즈치에서 연설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소감을 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