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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에서 알게된 여자와 사귀게 된 썰(1)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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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알바를 마치면 피시방에 가서 4시간정도 롤을 하다가 아침이 밝으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게 내 고정된 생활 패턴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새벽 피시방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후미진곳에 위치한 피시방이라 그런지 불까지 꺼놓는다.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며 내 자리를 쳐다봤다. 수십 대의 모니터중에서 오직 내 모니터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까 문득 외로움이 사무쳤다. 이게 내 20대의 청춘인가 싶은 생각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혼자서 롤을 하는 타입이다.

다인큐는 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솔랭 전사다. 

 

하지만 그날따라 왠지 누군가와 같이 롤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토크온을 켜봤다.

 

토크온 아이디를 만들고 접속했다. 

띠리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방 목록이 펼쳐졌다.

 

늦은 새벽인데도 토크온속엔 수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놀라웠다. 

 

하지만 쉽사리 어느곳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몇 분동안 방 목록을 훑던 중, 

눈에 띄는 방제가 있었다.

 

[실버5, 버스 태워주실분 ㅠㅠ] 1/2

 

대체 왜 이 방제에 끌렸는진 모르겠지만 클릭해버렸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헤드셋 너머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만으로 여자라는걸 알 수 있었다.

 

상대는 1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들어온 걸 모르는 듯 기침만 하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기침소리를 들으며 잠자코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기가 어려웠다.

연애를 많이 해봤다. 여자앞에서 얼어붙는 성격도 아니다. 근데 왠지 입이 열리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긴장이었다.

 

"어?"

 

마침내 상대가 나를 발견했다. 그제서야 나는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파 음계쯤의 생기있는 목소리였다. 문득 새벽 4시에 이런 텐션을 유지하고 있는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랭크가 어떻게 되세요?" 여자가 물었다.

 

"아.. 저는 다이아 1인데요."

 

"네? 다이아 1요?"

 

이때가 2014년 겨울이었다. 나는 다이아1 50포의 벽을 한달 째 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높은 티어였다. 적어도 어디가서 무시당하지 않을 티어는 됐다.

 

"와, 엄청 높으시다!"

 

"아, 네. 높은건 아니고.. 그럭저럭.."

 

나는 내 실력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다이아1이라지만 마스터나 챌린저를 만나면

현저한 실력 차이를 체감했다. 나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마스터 딱지를 붙여보고 싶어서 계속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계속해서 목소리로 엄지를 들어올렸다.

 

"엄청 높잖아요! 다이아1은 처음 봐요 저는!"

 

"진짜요?"

 

"네, 혹시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 친추 할게요."

 

"천사멘탈아무무요."

 

"천사멘탈아무무?"

 

여자가 박장대소 했다. 대체 어느 부분이 웃긴건지 모르겠지만 진심이 담긴 현웃이란게 느껴질 정도로 웃었다.

 

내 아이디가 웃긴가.. 나는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천사멘탈은 맞다. 나는 게임하면서 절대 입을 터는 성격이 아니다. 패드립을 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오직 내가 실수했을때만 죄송하다고 채팅치는 정도다.

 

친구 추가가 왔다. 

 

아이디 겸뚜껑이, 랭크는 실버5.

당최 겸뚜껑이가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과연 여자 아이디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태껏 사귀어본 여자들로 미루어 볼때 여자들 아이디는 항상 이런식이다. 

왠지 단어의 나열에서 귀여움과 여성스러움이 풍긴다.

 

"근데 진짜 저 버스 태워 주실거에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해보긴 할건데.."

 

진짜로 버스를 태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실버가 대체 어느정도 수준이지? 너무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이아와 실버 사이에 차이가 있긴한가? 나도 잘하는건 아닌데..

명색이 다이아인데 실버한테 발리면 어떡하지? 벌써부터 망신당하는게 걱정됐다.

 

"근데 실버 아이디 없으세요?"

 

"아."

 

낭패였다. 앞서 말했듯 부캐를 키우지 않는다. 실버 아이디따위 있을리가 없다.

 

"없어요. 죄송해요."

 

나갈게요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에 여자가 대답했다.

 

"그럼 제 친구 아이디 빌려드릴게요!"

 

여자가 알려주는 아이디와 비번을 치고 들어갔다. 

실버 3 아이디였다. 아이디는 꺅꺅청글녀였다.. 

 

"... 청글녀가 대체 무슨 뜻이에요?"

 

"청순 글래머요."

 

"친구분이 직접 지으신거에요?"

 

"네."

 

여자가 다시 크게 웃었다. 뭔가 귀여운 상황에 나도 웃었다. 

같이 웃고나니까 분위기가 급격하게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가 나를 초대했고 우린 곧바로 듀오큐를 돌렸다. 

무슨 챔프를 할지, 어떤 라인을 갈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3초만에 큐가 잡혔다.

 

1픽으로 걸린 여자가 다리우스를 칼픽하더니 채팅으로 ㅌㅌㅌㅌ을 난사했다. 

무서운 빠르기다.


"다리우스 잘하세요?"


"네! 제 주캐에요."


...다리우스가 주캐인 여자가 존재하는구나.


이때는 희망 포지션 기능이 없었던 시절이다. 순서대로 고르며 서로 양보해야 한다. 

팀원들이 각자 원하는 포지션을 골랐다. 


남은건 원딜이었다.

 

내 주 포지션은 정글과 미드였다. 다이아에 올라선 이후로 원딜을 해본적은 열손가락에 꼽는다.

잠시동안 뇌정지가 왔다. 할 줄 아는 원딜이 없다. 그나마 버티면서 사릴 수 있는 이즈리얼이나 케이틀린정도..?

아예 바텀 매커니즘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버스기사는 고사하고 똥이나 안싸면 다행일텐데..


픽을 하는동안 여자가 뭐라뭐라 혼자 떠들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5초, 4초, 3초, 2초. 1초..

결국 이즈리얼을 선택했다.

 

쿠쿵- 게임이 시작되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화이팅!" 하고 소리쳤다.

 

어쩌다 보니 실버에서 이즈리얼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댓글
  • 귀차니즘대장 2019/12/26 17:00

    2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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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가죽금버그 2019/12/26 17:05

    룸에서 알게된.....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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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서리안 2019/12/26 17:05

    토크온 깔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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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아세이츠 2019/12/26 17:06

    않이 왜요기서 꾾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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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의별 2019/12/26 17:45


    아..뭐야~~빨랑 더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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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뻥 2019/12/26 17:52

    하지만 실버 2 수문장 나를 뚫을 순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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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쓰 2019/12/26 17:59

    이야 끊기 신공이 아주 드라마급이야. 궁금해서 잠 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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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신전 2019/12/26 18:09

    혹시 본직업이 웹소설 작가세요???
    첫연재시 10연참
    유로화시 3연참 국룰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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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생징어 2019/12/26 18:21

    롤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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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꿍으하하ㅠ 2019/12/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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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스하나 2019/12/26 19:12

    일단 여자를 많이 사귀어봤다는 전제가 걸리지만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제란은 어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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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ntleG 2019/12/26 19:15

    호오...
    재밌으면 저도 나중에
    총쏘다 사랑의 화살을 쏘게 된 썰 이라던지
    교회오빠를 조심해야하는 이유 같은거 써봐야겠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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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바나 2019/12/26 19:22

    아니 여자라고 버스태워주는게 무슨 자랑이야.
    팀게임에서 가장 빡치는 상황이 실력에 맞지 않는 유저가 있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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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이 2019/12/26 19:52

    2014년이면 5년전인데...
    그때는 다이아 위가 첼린져이던 시절 아니에여?!
    한 5,6시즌정도면 마스터 티어 없었을때 아닌가...
    .....근데 일단 재밌으니 연재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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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주의자 2019/12/26 20:00

    랭게임인데.... ㅌㅌㅌ을 치고 1큐가 원하는 데로 간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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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석상이손해 2019/12/26 20:10

    마치 한편의 롤멘스 영화를 보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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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오렌지 2019/12/26 21:03

    하이고... 여기 롤커플이 또 있으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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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신보면욕함 2019/12/26 21:30

    본인 아이디가 아닌 계정을 플레이 하는것은 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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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피라우v 2019/12/26 22:14

    진심 다음화 궁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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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이비소울 2019/12/27 02:08

    속지마세요. 적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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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ItBetter 2019/12/27 09:50

    "내가 여태껏 사귀어본 여자들로 미루어 볼때 "
    사격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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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로모로모모 2019/12/27 14:39

    다음편은 룸에서 알게된 여자와 사귀게 된 썰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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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당히하자 2019/12/27 15:49

    다은편이 올라오지 않으면 난 바지에 똥을 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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