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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에서 일해본 경험담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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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는 글은 100% 어릴적 경험담이자 100% 리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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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 목적지를 정해주는 택시는 없다.


그렇게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나는 아버지와 준비없는 이별을 했다. 어릴적 내기억속


든든하고 무뚝뚝하셨고 무거웠던 아버지는 내손안에 먼지만큼 가벼운 모습으로 어느때보다 부드럽게


돌아왔다. 살아계실때만큼이나 그 따스함은 잃지 않으셨던지 마지막 내손을 떠나가는 순간까지도


나는 아버지의 그 작은 흔적들에서 따스함을 느낄수 있었다.


늘 작은 병실침대에서 고통받던 아버지가 꽃으로...나무로...그리고 공기로...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버지를 마음편히 보내드릴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몇일간 뜬눈으로 지낸 긴장감이었는지 피로함이었는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다시 떳을때 친척분들도 모두 돌아가신듯했고 집안에는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고 벽걸이


시계의 초침소리만 방정맞은 소리를 내고 있을뿐이었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아버지를 보내기 아쉬우셨던지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침대위에서


상복도 갈아입지 않으신채 잠시 잠을 청하시는것 같았고 나는 조용히 그런 엄마를 위해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드리고 문을 닫아드렸다..


생각보다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던것 같다. 아버지의 오랜 투병생활이 주는것이라면


아마 갑작스러운 이별보다는 마음의 준비를 할수 있는 시간이 다른이들보다 많이 주어진다는것 같다.


일주일정도를 집에서 보내며 어머니와 내가 어느정도 둘만의 삶을 받아드릴 준비가 끝났다고 느끼고


나는 다시 가게로 출근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사실, 난 더이상 일하고 싶은 마음도 어딘가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이 찾아온


장례식장에서의 모습때문에 그만둘수 없었던것 같다.


일주일여간 꺼져있던 핸드폰을 다시 켰을때 배터리는 거의 없었지만 위로의 메세지는 가득 차있었다.


그런 메세지를 하나씩 하나씩 읽어내려갈쯤 보경이의 메세지에서 다음버튼을 누르던 내 손가락이 멈췄다.


"오빠....웃는 모습으로 다시 볼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짧게 "그래" 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 다음날인가 나는 평소의 내모습처럼 가게로 출근을 했고 그런 내게 가게 사람들은 아무런 말없이


어깨만 두드려줄 뿐이었다.


다시 바쁘고 정신없는 밤이 찾아오고 일주일정도의 휴식때문인지 몇가지 사소한 실수를 하긴 했지만


나는 습관처럼 몸에 베인 행동들을 반복하며 웨이터로 돌아올수 있었다.


그리고 손님이 절반 정도 룸에 찼을때 쯤 얼음인지 안주인지를 가지러 가던 내눈에 정문으로 들어오는


보경이가 보였다. 보경이는 계단을 조신하게 내려와 나를 보고 씨익 웃어보였고,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그렇게 보경이도 나도 화류계라는 굴레안에 다시 재위치를 찾고 돌아왔다.


그렇게 또 바쁘게 하루하루를 다람쥐 췟바퀴돌듯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고, 아버지의 빈자리때문인지


내 첫사랑 그녀와의 아픈기억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간혹 버스를 타고 제일생명 사거리를 지나갈때마다


논현초등학교 방향을 바라보면 가끔 그녀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먹먹한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대한 슬픔이 무뎌져 갈때쯤 보경이는 점점 더 성숙한 여자로 변해간것처럼 느껴졌다.


보경이는 평소에 치맛단이 짧고 가슴부분이 많이 패인 분홍색 홀복을 주로 입었는데 다시 가게로 출근하면서


홀복이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야하진 않지만 보경이의 큰키와 몸매가 잘들어나는 스타일을 주로 입었다.


처음만난 보경이가 철없어보이고 반항심이 가득한 여고생 같았다면, 점점 화장이 익숙해지고 스스로의 매력을


잘 어필하는 여대생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던질때는 수줍음이 느껴졌던건 내 기분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것은 보경이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오빠 좋아하는거 알잖아?"


라는 말을 자주했고, "바람피면 죽여버린다?" 라는 말도 농담처럼 자주 했다.


나는 그럴때마다 그냥 "아 알겠다고~ 무서워죽겠네~" 하고 웃어넘겨버렸다. 아니 그게 자연스러울것 같았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토요일 혹은 공휴일이었던을 것이다.


호스트빠와 마찬가지로 토요일이나 공휴일엔 영업진, 웨이터들도 최소한만 출근해서 영업을 하고 평소보다 가게도


일찍 마치기 때문에 내 기억속엔 그렇게 기억되어 있는듯 싶다.


그날도 어김없이 보경이와 보경이의 친구들이 출근했고 초저녁에 손님이 없어 나는 대기실에서 아가씨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며 커피한잔하고 있었다.


얼마안되서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방에는 당연히 일찌감치 출근한 보경이와 보경이의 친구들이


1순위로 초이스되어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그방을 담당하는 웨이터가 아니어서 그냥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아가씨들과 앉아있었고, 그 이후에 두,세팀의 손님이 더 와서 그손님들을


담당하느라 한가로이 오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담당하는 방에 집중하는동안 보경이의 테이블이 끝났는지 보경이와 친구들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보경이가 내게 문자를 보내왔다.


"오빠 잠깐만 엘레베이터 앞으로 와줘" 나는 무슨영문인지 모른체 답장대신 발길을 돌려 엘레베이터앞으로


뛰어갔다. 보경이는 나를 보자마자 죄지은걸 숨기다 걸린 아이처럼 이렇게 얘기했다.


"오빠.....나 한동안 2차 안나갔던거 알지?....나 2차 안나가는데....지금 손님이 그냥 얘기만 더 하고 싶다고...


내가 계속 거절했는데...담당하는 상무님이 제발 가서 얘기만 해달라고...그래서...갔다와도 괜찮겠어...?"


사실 나는 지금......보경이의 이런 얘기를 들을 입장이 아니었다. 나는 보경이의 남자친구도 애인도


아니었고...아가씨의 수입과 연결되는 2차문제를 허락하고 안하고 할 자격도 아니었다.. 다만, 확실하게 느낄수


있던건 보경이는 날 이만큼이나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유흥업소쪽에 안가본지 오래되서 아가씨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일하던 당시에는

아가씨들끼리 불문율처럼 행해지던게 애인이 생기면 2차를 가지않는것이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업소에 일하는 아가씨가 아닌 한남자의 애인, 여자친구로써 최소한의

의리이자 스스로의 양심의 가책을 작게나마 줄이려 하는 마음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는 보내고 싶지않았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내마음과 반대로 "내가 뭐 상관할게 있냐...맘대로 해" 라고


대답했다. 보경이는 그런 내 대답에 실망한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럼 나 올라갈때 다른곳에 있어.."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바로 다시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보경이의 부탁대로 나는 보경이가 손님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곳에 있었다. 아니 보경이의 부탁때문이 아니라 나 또한 보기싫었다.


그렇게 보경이는 1시간정도 호텔에 올라갔다 내려왔고 그대로 퇴근을 했다..


보경이가 나가고 얼마되지 않아서 문자가 왔다. "나 그때 신림동 거기있을께. 꼭 와! 기다릴테니까."


그 문자에 대한 답장은 하지 않았다..아니...열심히 공부하고 다음날 아침 시험지를 받아들면 공부한것을 모두잊고


하얘져 버리는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슨 답장을 해야할지 모르겠던것 같다.


가게를 마치고 너무 이른시간에 마친탓에 지하철도 버스도 없는 시간이었다. 나는 가게앞 대로변에 대기중인


택시를 탔다. 그리고 목적지를 말해야 하는데 입속에서 말이 맴돌았다.


차라리 택시기사가 내게 목적지를 정해주면 좋을것 같았다..하지만 그런 내바램과 다르게 기사님은


"어디로 가느냐?" 며 나를 재촉했다.


나는......그 택시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그 택시를 탔기에..... 선택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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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 마침.




가끔 이런 기분있으시죠? 갈곳을 정해주는 택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게 옳은 선택인지 길잡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지금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이





댓글
  • 나들목슈마허 2019/12/26 17:06

    형 고마워요^^

    (oNjbeg)

  • 참숭어선생 2019/12/26 17:11

    선추천 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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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쿠헤헤 2019/12/26 17:11

    매우 잘 읽고 있습니다 아주 감사합니다!!!

    (oNjbeg)

  • 왕깔끔 2019/12/26 17:11

    4빠!
    감솨합니당~^^

    (oNjbeg)

  • 봄누리 2019/12/26 17:12

    와~ 그새 15편까지 애쓰셨어요.
    이따 못 본거까지 잘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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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쓰리고에피박 2019/12/26 17:13

    선추천 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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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보며쌩까라 2019/12/26 17:13

    잘 읽고 갑니다~~
    글이 넘 재미있네요 ㅎㅎ

    (oNjbeg)

  • 달토끼달 2019/12/26 17:14

    앗 갑자기 끊기면 16편을 너무 기다리게 되자나유 >_<
    미안하지만 재촉해야겠어요 16편이요 어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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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니꼬너내꼬 2019/12/26 17:14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ㅎㅎ
    필력이 좋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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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갱이국밥 2019/12/26 17:14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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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cumber52 2019/12/26 17:15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글올리면 주시기로한 쪽지 왜안주십니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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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어려운평범함 2019/12/26 17:17

    흠 짧아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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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니발날자 2019/12/26 17:17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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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정운 2019/12/26 17:18

    잘 봤습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oNjbeg)

  • 감자팡 2019/12/26 17:19

    글이 엄청나게 긴데..
    읽다보면 글이 왜이리 짧나 싶네유..ㅠㅠ
    잘보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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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였어 2019/12/26 17:20

    16편 써주세요
    신림동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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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빈짱 2019/12/26 17:20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oNjbeg)

  • 정소민 2019/12/26 17:21

    자꾸 내 머릿속에 보경이라는 이름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맴도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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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기싫은월급쟁이 2019/12/26 17:21

    응원합니다.
    ^^

    (oNjbeg)

  • 서리우 2019/12/26 17:23

    후아.....새로고침 한 보람이 있군요

    (oNjb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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