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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살면서 경험한 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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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이야기이고 또 동의없이 알려질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읽기전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제시 고소하겠습니다) 

(추진문 57 대구범사님 본인인지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는분인지 모르지만 절대 불펌하지마십시오.  법적대응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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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을 우연한 계기에 알게되어 글을 본지 5일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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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생 공부만 하고 지냈습니다. 저와 다른 삶을 사신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참 즐겁고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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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다른분들에게 흥미로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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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재는 대학병원을 떠나 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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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을 쓰면서 미처 읽는분들을 배려하지 못해 몇가지 설명이 필요할것 같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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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트 : 레지던트의 준말입니다. 레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병원에 있을때는 다방 레지가 연상된다고 던트라고 부르라고들 하더군요.(추진문 57 대구범사님 본인인지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는분인지 모르지만 절대 불펌하

- Positive feedback : 양성피드백으로 번역되는데 쉽게 표현하면 증폭입니다. 의학생리적으로는 대부분 Negative feedback (음성피드백) 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높아지면 몸은 낮춥니다. 우리몸에서 Positive feedback을 일으키는 경우는 대표적으로 출산전 자궁 수축이 있습니다. 대개 우리몸에서 양성피드백을 일으키는 반응은 무언가 폭발하는 경우에 많습니다. 처음 제 마음이 결과적으로 폭발하게 되었다는 표현을 제 나름 한단어로 표현한다는게 경솔했습니다.

-스크럽 간호사 : 주로 수술방에서 의사가 수술할때 도구등을 제때 쥐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술방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흔히 말하는 PA (수술 보조 간호사)와는 다릅니다. 

-ㅈㅅㅇ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ㅈㅅㅇ을 쓸 때 이름을 떠올리고 쓰는게 아니라 즈스으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습니다. 각자 상상하시는대로 읽어주시면 나름대로 즐거우실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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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사들이 훈련소에 모이면 생기는 일


3월의 논산훈련소는 무척 추웠다. 유난히 더 추웠던것 같다. 차가운 연병장을 나갈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그래도 사람은 이내 적응한다. 어느새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왠지 찬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더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허세였다. 건강해지기는 커녕 객기를 부리다가 결국 논산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논산바이러스. 몇십년간 창궐하고 있는 육군훈련소의 감기 바이러스이다. 원인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훈련생이 감염되고 감염된 이후에도 한동안 기침을 한다. 그런 역병이 몇십년간 창궐하고 있지만 역학조사 따위 하지 않았다.


감기걸린 의사들이 저녁을 먹고 모여 토론을 한다. 


논산 바이러스의 실체란 무엇인가?

주최 : 육군훈련소 25연대 00중대 00소대 3분대 


의사 1 (내과 던트) : 대부분의 감염 환자가 초록색 가래를 뱉는걸 봤을때 녹농균에 의한 폐렴증세가 의심됩니다.

의사 2 (일반의) : 녹농균에 의한 폐렴은 건강한 사내 사이에서 전파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3 : 발열을 동반하지 않는다는점에서 폐렴보다는 단순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이 의심됩니다.

한의사 1 : 괴질입니다. 연대 건물을 모두 불태우고 이전해야합니다.


한바탕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환자를 놓고 여러과 스탭이 컨퍼런스 하는 현장 같았다.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분대장님도 즐겁게 쳐다보셨다.

나또한 가만히 앉아 생각을 했다. 나는 초록색 가래가 심하게 나왔는데 과장하지 않고 녹차라떼보다 짙은 초록색이었다. 누가보면 먹던 매생이를 뱉는줄 알았을 것이다. 과연 논산 바이러스에는 어떤약을 써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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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의무대에 갔다. 저기 멀리 불쌍한 군의관이 보인다. 불쌍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군의관중 가장 불쌍한 군의관은 나처럼 인턴만 마치고 군대에 끌려온 중위관(중위로 임관한 인턴의)들이다. 던트를 마치고 오면 대위 군위관으로 임관하는데 그럴경우 중위관보다는 편한곳으로 배치될 수 있다. 반면 중위관의 경우 가뜩이나 떨턴이 된것도 심란한데 가장 힘든 신병교육대 등으로 배치된다. 내가 저자리에 있을수 있었다 생각하니 아찔하며 순간 감기가 낫는것 같았다. 역시 병은 마음에서부터 오는건가 싶었다.

공중보건의 연대가 의무실을 가는 시간이면 그나마 군의관은 편해진다. 자발적으로 약 리스트를 돌려가며 자가 처방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20여명의 의사들은 자리에 앉아 각자가 진단한대로 약을 처방한다. 옆 한의사가 자기에게 처방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처방한 과정은 이러했다. 나는 논산 바이러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라면 항생제 처방이 필요없을테고 거담제와 기침약 이부프로펜 정도면 될 것 같았다. 혹시 몰라 일주일간은 일반적인 항생제와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초록색 가래를 보고 녹농균을 의심한 선생님은 퀴놀론을 처방했고 3세대 세파계열 약을 처방한 선생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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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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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없었다. 항생제를 먹은군. 일반적인 항생제를 먹은군. 퀴놀론 먹은 선생님. 세파계열 약을 먹은 선생님 전부 공보의로 나가서도 2달간 기침과 가래로 고생했다.

내 추측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어떤 항생제로도 죽지 않는 그 미생물체는 몇십년간 반복된 항생제 투여 집단군에서 강력한 항생제 내성균으로써 살아남았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논산시 연무읍 태생의 Nonsan Virus가 분명하다. 역학조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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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터넷 편지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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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가 힘든건 단절에서 기인한다. 외부의 소식을 알수도 내소식을 보내 줄 수도 없다.

성경구절에 이런 문구가 있다. "물을 찍어 내혀를 서늘하게 하소서 "

 지옥불에 떨어진 죄인이 신에게 물한방을만 떨어뜨려달라고 읍소하는 장면이다. 내게도 신이 있었다면 여자친구의 소식을 알려달라 하고 싶었다. 다행히 나는 2주만에 여자친구 소식을 들을수 있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본인의 이야기와 함께 사랑한다는 편지를 보내주었다. 오늘은 수간호사가 덜 괴롭히더라. 예전에 같이 수술방에서 키득대던 순간이 그립더라. 남자 간호실습생이 내게 번호를 주고가더라.

이 요망한 사랑이


매일같이 보내주는 편지 덕분에 반복되는 훈련도 견딜만 했지만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그리움의 깊이도 깊어갔다. 우리는 형태가 달라졌지만 2월의 펜팔의 관계로 잠시 회귀했다. 내 편지는 그녀의 인터넷 편지가 7개쯤 쌓일때 비로소 도착했지만 그사이 용케 여자친구는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관련 답변을 써서 보내주었다. 그편지가 없었다면 정말 힘든 훈련소 생활이 되었을것 같다.


퇴소날이 되었다.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는 시간이다. 멀리서 부모님도 오셨다. 분대원들은 아내와 여자친구들도 왔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그녀가 올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 아니었다. 나는 쥐뿔 하나도 몰랐다.

그녀는 내 퇴소날을 위해 4월의 스케줄을 조정했다. 하루라도 쉬고 싶었을텐데 그날들을 동기들에게 양보하며 내 퇴소날만을 사수하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전투중이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부모님 앞으로 용진 또 용진한다. 아까부터 모든 분대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하얀 원피스의 여성을 나도 슬쩍보았다. 흰 원피스가 눈에 띄어서 쳐다본거지 절대 마음이 있어서 본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시력이 안좋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고생했다며 나를 안으신다. 흰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빠"


흰 원피스의 그녀가 나에게 인사할줄은 몰랐다. 여자친구였다. 그녀는 내 부모님이 오실줄 몰랐는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스스로를 소개했다. 가슴이 뛰었다. 천사같은 여자친구가 차디찬 스탠드에 몇시간을 앉아 날 기다렸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남자답게 껴안고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부모님과의 허그가 얼마나 무미건조했는지 드러나고 말것이다. 그녀를 안고 온기를 느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다못한 이야기꽃을 밤새 피웠다. 

그날의 여자친구는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떨릴만큼 너무나도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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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정도 예상됐던 우리의 갈등


훈련소 생활 내내 연락창구는 주말 5분 부여받는 전화찬스와 인터넷편지가 유일했다. 많은 친구들과 가족들이 인터넷 편지를 보내주었다. 어느날이었다. 그녀에게서 인터넷 편지가 왔다. 나를 매몰차게 차버린 전 여자친구였다.

인터넷 편지의 첫 문구에 있는 전여친의 이름을 발견하고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From. ㅂㅎㅇ


고요하던 시냇물에 갑작스레 던져진 돌멩이 같았다. 그 돌멩이는 잠시 이명을 만들었다. 그녀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이 잠시 떠올랐다. 나는 불 하나 없는 오피스텔에서 거울속 상대를 보고 통곡했다. 그 상대는 나를 달랠수 없었다. 그저 나와 같이 통곡했다. 사무쳐 오는 그 쓰라림은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을것 같았다. 그 사무침은 평생갈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6개월만에 다시 찾은 통증 부위에는 딱지만이 앉아 있었다. 

지금은 무뎌져버린 딱지를 긁어낼수도 있었다. 손톱으로 긁어 딱지를 없애버리면 속이 시원할것 같았지만 다시 피가 터질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녀가 여러번의 편지를 보냈지만 덤덤한척 넘어가고 싶었다.


여자친구는 섭섭함을 잘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전 여친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모르기 바랬지만 역시나 그녀는 꾹꾹 누르고 있었다. 모를수 없었다. 

꾹꾹 참으며 버텼던 그녀는 결국 본심을 토해내고 말았다. 나는 솔직히 말했다. 

"인턴때 만났던 여자친구고 너를 만나고 단 한번도 연락한적 없어"


해명은 했지만 그녀는 매우 불안해보였다.

당연했다. 전 여자친구는 아무렇지 않은듯 내게 오빠라며 인터넷 편지를 보내곤 했다.

내게 오빠라고 부를수 있는 사람이 당신만이 아니라는 상황에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을지..

꼬옥 안아주며 얘기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앞으로 더 잘해줄게 미안해" 

그제서야 여자친구는 마음이 풀렸는지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녀의 눈웃음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딱지가 가려웠는지 살살 긁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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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marining 2019/12/24 02:59

    선추천 후감상

    (BmUs2f)

  • 어흑 2019/12/24 03:01

    한방에 몰아서 볼라고 안읽는중 ㅋㅋ
    당연히 추천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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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닭뽁음면 2019/12/24 03:07

    세상님
    필력이 좋다는 광범위한 독서력과도 직결되죠
    다독에 다시 한번 동기부여해주셔서 감사하네요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주시니 복 받으실 겁니다
    꿀잠 주무시고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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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ining 2019/12/24 03:09

    와 숨겨진 워터마크 역시 의사는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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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누리 2019/12/24 03:13

    소중한 경험 썰도 좋지만 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
    의학 꼭지 중간중간 넣어주셔서 더 흥미롭네요~
    1편 2편..7편 거듭할 수록 구성과 필력도 점점 업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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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도방탄좋아 2019/12/24 03:15

    쌤의 글은 흡입력이 대단하네요.
    글이 찰지다는 말이 있죠.
    정말 착착 감기면서 빨려들어요.
    거기다 위트까지..
    신경숙님의 그것, 공지영님의 그것과도 닮아있는 필력이 한때 애정했던 책들을 떠올리게 해요.
    이 글을 읽으려고 제 방광이 이 시간에 잠을 깨게했군요 ㅎㅎ
    끝까지 응원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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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난천재인가봐 2019/12/24 03:18

    햐...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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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근무자 2019/12/24 03:27

    흰 원피스의 그녀는 어떤색 스타킹을 신고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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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사감별사 2019/12/24 03:32

    ㅠㅠㅠㅠ 우연히 발견하고 1편부터 봤습니다..좀있다 출근해야 되는데.........아......넘재밌어서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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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슈니 2019/12/24 03:36

    아 분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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