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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래된 강제 덕밍아웃

[하드 어딘가에서 끄집어낸 펌]

 

 

 

꽤 어릴때입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의 시대때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


당시 전 중1 때였는데 주말마다 어떤 한 그룹에 속해 몇 명의 친구들과 몇명의 누나들,

몇명의 형님들과 매주 모임을 가졌었죠. 그렇게 서로서로 얼굴도 알아가며, 이런 저런

친분도 쌓아가던 중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모임의 큰형이었던 한 대학생 형님 지인의

별장에 다들 수련회? 비슷한 느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첫날 나이가 좀 있는 형님 누나들은 따로 읍내로 술을 마시러 나가고 남은 미성년자

(사실 고등학생 누님도 술자리에 따라갔음)인 우리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진실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좀 보이쉬한 스타일의 2살 위 누나가 있었는데, 그때 염색을 잘못해서 보라색

브릿지를 넣은 부분의 두피가 마치 멍든 것 마냥 보랗게 물들어 있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보이쉬하긴 해도 꽤 예쁘장한 얼굴이었고 그래서 저와 친구들도 남몰래 흠모

하는 감정을 가졌던 친구들이 많았었습니다.


어쨌든 그 누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졌고 사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할 질문이란 게

몇 개 없잖아요. 당연히 지금 사귀는 사람 있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뭐 그런 질문이

나왔는데 놀랍게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Q.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까?

A. Yes.


Q. 올. 고백은 했고?

A. 사귀고 있어.


Q. 화끈하시네. 나이는 몇살이에요?

A. 나보다 한 살 많아.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던 도중 이 누나가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사실은 남자친구가 일본사람인데 한국 이름도 있어. 한국 학교에서 운동선수로 있거든.


...어 뭐지. 뭘까 이 쌔한 기분은? 일본인이 왜 한국 이름이 있어. 그렇게 잠시 멍때리던

내 뇌리를 스치는 어떤 한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와중에도 왠지 삘받은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그 보이쉬한 누님의 얼굴은 참으로 해맑았더랬지요.


한국 이름은 말하기 좀 그렇고 일본 이름은 루카와 카에데(流川楓)라고 해.


 

 

 

 

 

 

 

 

 

 

 

 


파일:attachment/e0057506_4c3f89e66a22d.jpg


예. 이 분이었습니다. 그 누님은 혹시라도 그 이름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하신 거였지요. 그냥 수련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 가상의 존재를 진실처럼 이야기하며

뭔가 뿌듯함과 자기만족을 잔뜩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충격과 공포로 눈치를 까먹은 전

그런 누님을 저 깊고 긴 심연 아래로 떠밀고야 말았습니다-_ㅠ


저 : 서... 태웅이요?

누님 : ......


그 순간 바위처럼 굳어버리는 얼굴은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사실

보라색으로 염색을 했었다는 것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었어야 했던 거였습니다, 전.


어쨌든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인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 누님은 그 후로 수련회

에서는 밥도 잘 드시질 못하시며 말도 전혀 안하시다가 다음주 모임부터 자취를 감추셨었지요.


그냥 갑자기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댓글
  • 귀여운고스트 2019/12/04 03:45

    잔인하다

  • 죄수번호 뭐였지? 2019/12/04 03:46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슈발? 쟤가 왜 남의 남친을 알.......뭐야 슈발?!

  • Enpa 2019/12/04 03:49

    오덕의 적은 오덕

  • Totally spies 2019/12/04 03: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LLLL! 2019/12/04 03:46

    으아아... 끔찍 ㅜㅜ ㅋㅋㅋ

  • Totally spies 2019/12/04 03: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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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여운고스트 2019/12/04 03:45

    잔인하다

    (nG7DE9)

  • LLLL! 2019/12/04 03:46

    으아아... 끔찍 ㅜㅜ ㅋㅋㅋ

    (nG7DE9)

  • uTorrent™ 2019/12/04 03:46

    앗...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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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수번호 뭐였지? 2019/12/04 03:46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슈발? 쟤가 왜 남의 남친을 알.......뭐야 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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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pa 2019/12/04 03:49

    오덕의 적은 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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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짤빌런 2019/12/04 03:53

    눈치 못챙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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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acorex 2019/12/04 03:53

    근데 남친이라고 최애캐를 당당하게 말하넼ㅋㅋㅋㅋㅋ
    저런 식이면 내 여친은 GUMI다 망할ㅋㅋㅋ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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