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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를 위하여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뒤, 하루하루가 외로워서인지 권태기가 찾아왔다.


딱히 감정적으로 힘들진 않지만 '이 사람이여야만해' 라는 확신이 점점 작아지는 권태기.

남자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하지만, 안타깝게도 재미는 없다. 이벤트도 없다.... 서프라이즈도 없다....

사랑받기만하고 자극없는 연애는 편안하지만 나태해진다.

내 권태기를 위해 쓰는 남친자랑


1. 남친은 실수를 꾸짖지 않는다.

공연 표를 예매했는데,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표가 공중분해 된 적이 있다. 
너무 미안해서 발만 동동굴렀는데 정말 데이트 내내 한번도 화를 안냈다. 
나 같았으면 난리쳤을텐뎈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기분 상하지 않았냐고 다독여주더라... (부처인줄..)


2. 다정하고 다정하고 한없이 다정하다.

원래도 말 이쁘게하고 욕도 안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기억나는 일화는,
롤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패드립이 심해 못했다. 근데 날 위해 같은 aos 장르인 시공의 폭풍을 배워오더라 (상대적으로 패드립 적음)
다음날부터 같이 게임을 했는데, 내가 진짜 드럽게 못했다. 맵도 못 외워, 스킬 연계도 못해, 핑도 못 찍어 아주 가관이었다.
근데 정말 고라니질 한번을 안 하더라. 나쁜 말, 명령 한번을 안했다. 랩 30이 되서야 게임을 완전히 이해했는데

나 : 와 근데 핑도 못 찍고 맵도 못 외웠을 때 나랑 게임 어떻게 했어?
남친 : 니가 재밌으면 됐어. 처음엔 누구나 못하잖아.
나 : (부처인줄2)


3, 떨어지니까 더 잘한다.

원래도 잘했는데, 군대가고 더 심해진 듯 하다.
매일매일 전화해준다. 어머님한텐 일주일에 한번 하더라...(죄송해요...이래서 아들자식 키워봤자...)
휴가 때 친구들 생각도 안 한다. 나중에 놀면 된다고 나한테 휴가를 몰빵하더라...
군대 가고 나서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데이트 비용은 지가 다 낸다. 저항해도 카드를 뺏는다.
면회 절대 못 오게 한다. 부대가 좀 많이 외진 곳에 있는데 혼자 집에 보내기 싫다고 오지 말라고 하더라.
전화를 끊을 때마다 '미안해요' 라고한다. 
본인이 가고 싶어서 간 군대도 아닌데 혼자둔게 미안하단다.
이걸 장장 1년이 넘도록 하고 있다. 


4. 연락이 칼이다.

나는 나보다 연락 잘하는 남자 처음봤다.
칼 답은 기본이요, 술자리에 가면 누구와 어디에 있으며 언제 이동할건지 다 보고해준다.
연락을 못할 것 같으면 '나 00때문에 연락 못해요~'하고 꼭 남겨준다.
사귄지 꽤 된 지금도 전화 2시간은 기본이다.


5.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여사친? 없다. 만일 공적으로 여자에게 연락이 올 경우 만나서 무슨 이야길 하는지, 왜 만나야하는지 전부 설명해준다.
핸드폰, 컴퓨터 전부 오픈한다. (물론 그렇다고 보진 않는다) 
남자친구들을 만나도 12시 이전엔 꼭 들어가서 전화해준다. 



사람인지라 남친도 단점이 있긴하다만, 장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쓰다보니 캬 역시 내 남친이 최고인듯.....:)

댓글
  • 흔한백곰 2017/02/27 00:44

    알면 됐죠 뭐...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이걸 쓰면서 "이게 내가 할 소린가..."라는 혼잣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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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tsr29 2017/02/27 01:06

    와...대박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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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선먹어 2017/02/27 07:21

    제남친이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남친이 다정다감하지만 가끔 노잼시기가 오긴 합니다 ㅎㅎ 저는 다행히 전남친에게서 매우 털려봤기때문에 지금의 평화와 편안함을 매우 사랑한답니닼ㅋㅋㅋ 이런 다정다감한 사람은 제가 위기였을때 더 부각되죠. 제가 힘들때 한번도 짜증내지않고 받아주고 다독여주는 모습 보면 너무너무 고맙더라구요. 의지가 된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ㅎㅎ 복받으셨어요 좋은남자친구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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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꼽꼬비 2017/02/28 00:22

    부럽다... 부디 이 불쌍한 20대 후반 모쏠에게 그 깅운을 쪼끔이라도 나눠주십사ㅜㅜ..흑흑 부럽드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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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더버디즈 2017/02/28 00:27

    고의로 사고친거말고
    사고난거 꾸짖으면 해결이 더 안됩니다.
    어짜피 복구 안돨껀 빨리 잊고 남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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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루시아 2017/02/28 00:31

    오랜만에 들어와서 로그인해보네요
    저도 이런 타입의 사람이지만
    본인 스스로 생각보다 많이 자괴감이 들때가 많아요
    왜 난 설레게 하는 능력, 박력 같은게 없는지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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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에눕자 2017/02/28 00:33

    전 30대에서야 이런 남자 만났어요! 놓치고 후회하지 마시고 예쁜 사랑 하세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모르는 일이 없길^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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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찹쌀떡짐니 2017/02/28 00:33

    이런 남자랑 결혼하는거야!!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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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소녀 2017/02/28 00:44

    이거 난데....이벤트 없고 평소에 잘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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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변태 2017/02/28 00:47

    저는 작성자님 남친이랑 거의 비슷했고
    전여친이랑 물리적 거리가 엄청났었기에
    더 걱정해주고 안심시켜주고 그랬더니
    바람 폈음.
    작성자님에게 저런 남자가 곁에 있다는건
    작성자님도 좋은 사람이란 소리에요.
    저는 얼마나 재미없냐면
    전여친한테 면전에서 직접 "오빠는 연애용은 아니고 결혼용이야 ㅋㅋ 우리 헤어졌다가 나중에 결혼할까?"
    라고 했었음 ㅋㅋㅋ
    앞에선 웃었지만 집가서 울면서 잤음.
    클럽 가고싶다고 하면 다 보내주고
    원하는거 다 해주면서도
    내가 바랬던건 단 하나
    그냥 평생 내 옆에 있어주기만을 바랬는데
    그게 어려웠나 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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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문아재 2017/02/28 01:57

    이거 히오스 광고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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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로하지마 2017/02/28 08:04

    비교하면안되는데..부러워요
    제남친도 군인인데  휴가땐 제가 가족,친구들한테 밀려요.
    연락도 잘안되요..
    작성자님 남친같은분이 흔치않다는걸 아시고
    더욱아껴주시길바래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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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솜씨 2017/02/28 09:12

    헐 제 애인이랑 비슷하신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애인도 진짜 술담배도안해 내앞에선 욕 한마디 안하는데 단점이 있다면 좀 노잼일지도요 ㅋㅋㅋㅋㅋㅋㅋ 공감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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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트만두 2017/02/28 09:17

    혹시 공연이 성시경 콘서트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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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끼 2017/02/28 09:40

    ㅎㅎ 꼭 우리 신랑같네.
    그런 남자 흔치 않아요.
    미칠듯한 설렘을 줄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마찬가지로 익숙해져요. 변함없고 한결 같은 남자가 최고!
    섬세하고 센스있게 알아서 챙겨주는 남자?  내가 잘 살피고 챙겨줘도 늘 불안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죠.
    가끔은 답답하고 지루한 듯 해도 나만을 위해주는 남자가 정말 최고에요. 그 사랑 잘 지켜서 평생 함께 하시길!!!
    ( 센스가 제로라 일일히 설명을 해야하고 뭐 하나 좋다고 하면 맨날 똑같은거 사오는건 함정 ㅠㅠ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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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_날개 2017/02/28 09:41

    재미없거나 말 많이 안 한다고 버리지 마세요. 이런 사람이 진짜 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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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네킨 2017/02/28 09:49

    ㅋ 같은남자가봐도 든든한사람인데 웃기게도 여자들은 이게 당연하다는듯 여기게되는경우가 많아요. 바꿔말하면 나쁜남자가 이상하게 더 끌리듯 자상한 남자에게 실수할확률이 큰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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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수호란행 2017/02/28 10:27

    살다살다 남 배부른 소리에 내 배도 불러보긴 처음이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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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징어 2017/02/28 10:35

    아 설렌다 남잔데도 글쓰니 남친분한테 설레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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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이하니 2017/02/28 10:37

    정말 부럽네요. 이런 남자가 제 이상형이었는데...
    이런 분 만나기 힘들어요. 놓치지 말고 사랑 잘 지켜서 꼭 결혼까지 골인하세요. 글쓴님이 살아온 시간은 고작 20년이지만 이 사랑 잘 지키면 남은 80년이 행복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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