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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나를 찾아줘]를 보고.. 이영애의 얼굴은 폐허를 담았는가... (스포 포함)


김승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이영애 배우의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나를 찾아줘]를 개봉과 함께 보았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수작 [나를 찾아줘](2014)와
같은 제목을 사용했는데,
핀처의 [나를 찾아줘]의 원제는 [Gone Girl].
[사라진 여자] 정도로 번역했으면 좋았을 걸
[나를 찾아줘]로 번역한 것이니
같은 제목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욕을 먹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승우 감독의 [나를 찾아줘]의 영어 제목은
[Bring Me Home]입니다.
오히려 영화의 엔딩에서 이 영화의 제목은
아주 선명하게 뇌리에 각인될 겁니다.
이 영화의 문제는 제목이 아니라
제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요소들에 존재합니다.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는 정연(이영애)과
그 아이를 학대하며 강제노역을 시키는
어느 폐쇄적인 공동체의 대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 실종된 어린이들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아주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실종된 아이들의 한맺힌 절규와
그들을 잃은 부모의 내면적 붕괴를 묘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각성과 적극적 행동을,
감독은 주장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폭력성 문제를 먼저 언급하고 싶네요.
폭력에는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과 함께
심리적 폭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이 세 가지 폭력 모두에 있어
적절한 수준을 넘어섭니다.
특히, 심리적 폭력은 감당하기 힘들더군요.
아역배우들에겐 촬영 후 후유증이 걱정됩니다.
몇몇 씬은 덜어냈어야 했을 것 같고
조금은 우회적인 표현이 바람직했을 것 같네요.
감독들이 영화 속의 폭력성을 증폭시키는 이유는
그럼으로써 영화 속 정의가 구현되었을 때
카타르시스가 크다는 점에 있는데,
이 영화에선 그 균형이 부재합니다.
다음은 스토리의 개연성.
평상시 영화를 볼 때
감독이 설정한 서사의 틀, 게임의 규칙에 대해
나름 관용적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에선
아들을 찾기 위한 정연의 분투가
복수와 응징으로 변하는 시점부터
정연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리도 지지부진하던 상황의 순간들은 갑자기
정연을 위해 딱딱 맞아 떨어지기 시작하죠.
영화가 그 지점에서 개연성을 잃은 반면
스토리 전개에 있어선
다음에 일어날 일들이 너무 쉽게 예측됩니다.
비슷한 장르의 클리셰들을 한 치도 피해가지 않고
복선도 반전도 불 보듯 뻔합니다.
엔딩의 한 씬에서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케이프 피어]가 떠오르네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모든 영화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씬인데,
참 안타깝고 허탈합니다.
대사들이 잘 안들립니다.
특히, 넙치(종호)의 대사는
들은 것보다 못들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지수 음악감독의 음악은
인물들의 감정보다 선행하는 느낌이구요.
촬영에서는 약간 빛나는 때도 있지만(역광의 포착)
대체로 그냥 무난한 정도입니다.
플래시백은 안일하고 진부하며
편집은 완급의 조절이 많이 아쉽습니다.
관객들이 [나를 찾아줘]를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 이영애 배우 때문이었을 겁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소피,
[봄날은 간다](2001)의 은수,
[친절한 금자씨](2005)의 금자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녀가
정연이란 인물에 담을 것이라 기대했던 건
폐허의 얼굴입니다.
과연 성공적이었는지, 심히 의문입니다.
폐허보다는 경직 쪽에 더 가까워 보였네요.
오히려 연기의 주도권을 쥔 쪽은
악의 축, 홍경장을 연기한 유재명 배우입니다.
선과 악, 어느 쪽에서도 자유롭게 보이는 그는
지긋지긋한 악을 연기하는데, 매우 훌륭합니다.
다만, 그에게 바라는 건
작품 선택에 있어서의 절제와 안목입니다.
또경영, 또우진에 이어 또재명이란 소리를
듣게 될까 우려되네요.
안좋은 이야기들만 잔뜩 써서
김승우 감독에게 미안합니다.
실패로 끝나게 될 것 같은 이 시작이
그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
.
영화를 평가하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걸작(傑作)은 별 다섯 개,
명작(名作)은 별 네 개 반,
수작(秀作)은 별 네 개,
이 정도면 추천할 수 있겠다는 별 세 개 반.
연말에 개인적인 연례행사로
올해의 한국영화 Best 10,
올해의 외국영화 Best 20을 진행하는데,
외국영화 Best 20에 선정하고 싶은 작품들이
너무 넘쳐나서 문제인 반면,
한국영화 Best 10에 선정할 작품들은
모잘라서 문제네요.
현재까지 별 세 개 반 이상을 부여한 한국영화가
고작 여덟 편에 불과합니다.
올해 남은 날은 40일 남짓인데
남은 두 편을 채울 수 있을까요...
댓글
  • 매과이어 2019/11/28 03:38

    일단 추천 드리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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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섭섭해 2019/11/28 03:42

    헐..꽤 많은 영화평을 읽은 것 같은데
    한국영화가 별세개반 넘는게 8개 뿐이었군요..
    근데 이 영화가 생각보다 폭력성이 높은 영화였다니
    오늘 볼까 하다가 다음주로 미뤘는데 좀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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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11/28 03:43

    매과이어// 사실 딱 한 문장 제외하고 스포라고 할 것도 없어서 글 보시고 영화 보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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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11/28 03:46

    섭섭해// 기생충, 벌새, 강변호텔, 윤희에게 이 네 편은 압도적으로 훌륭했고 사바하도 상당히 훌륭했지만, (여기까지가 별 넷 이상) 그 담엔 힘드네요. 별 셋 반도 조금 후하게 평가했고...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보고있기 힘들다는 의미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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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이호잇 2019/11/28 03:50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는 시작은 살짝 진부한데 연기나 연출이나 결말 다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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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11/28 03:57

    호이호잇// 이 영화에서의 핀처는 그야말로 능수능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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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stel 2019/11/28 06:15

    후기 감사합니다ㅎㅎ 돈 굳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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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11/28 06:16

    Pastel// 에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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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91 2019/11/28 10:23

    [리플수정]잘읽었습니다.
    어제 차라리 이걸 볼껄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전 어제 블랙머니를 봤습니다 ..
    혹시 개인블로그 같은거 운영하시면 주소좀 알수 있을까요?? 불펜에서 글쓴이님 글 검색하면 한계가 있어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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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루토끼 2019/11/28 11:21

    음.....모자란 한국영화에 김윤석의 미성년은 좀 약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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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중동마약 2019/11/28 11:24

    후기가 깔끔하면서도 명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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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아베 2019/11/28 11:30

    [리플수정]오 좋은 평론이네요.
    저는 넙치의 대사 및 연기가 신선하고 좋았다고 생각됬는데 이점은 평이 엇갈리는거 같네요.
    평소 유재명배우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부족했제 않나 싶습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중반부까진 잘 이끌어갔지만 샷건을 들고 바다속의 절규씬은 아쉬웠어요.
    영화 전체적으로 예측이 너무 쉬웠던것 같아요. 아버지, 민수, 넙치 케파민 주사, 복수극 중반부까진 볼만했는데 언급하신대로 결말에 이르러 복수극이 시작 할때쯤에는 영화에 실망을 하게되더라구요. 전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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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아베 2019/11/28 11:36

    [리플수정]하지만 아이의 실종 전단지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함과 전봇대 강아지 실종포스터 뒤에 비춰지는 아이의 실종포스터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가 저에게 많은 생각과 좋은 메세지를 던져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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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정 2019/11/28 11:38

    리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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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eatKeys 2019/11/28 11:53

    개인적으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주제들, 실종+아동학대 콤보라서 정신적 데미지를 우려해 거르려고 했던 작품입니다. 영화적으로도 크게 평가할만한게 없는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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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하하하하 2019/11/28 14:40

    모잘라서x모자라서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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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팍121 2019/11/28 15:03

    후기에 매우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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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라102 2019/11/28 17:12

    현실은 더 지옥인것을 그리고 싶었으면 정말 현실을 그리던가 나를 찾아줘 세계관에서 이 영애가 그정도로 한심한 결정과 판단을 수없이 하면서도 살아 나올 수 있었던 오직 단 하나의 이유는 나를 찾아줘가 영화였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기다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야 했던 민수의 죽음은 뒤로 미룬채 (적어도 이영애의 한심스런 몇번의 행동과 판단만 아니었다면 민수는 절대 죽지 않았을거라 확신함)이 영화가 엔딩에서 희망을 말하려 하다니 가증을 넘어 토가 나올 것 같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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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 2019/11/28 18:57

    베스트 목록이 매우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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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바닥 2019/11/28 19:46

    학대는 없어져야 하죠. 현실이든 영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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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자가르 2019/11/28 21:55

    진짜 무슨 일 하시는지 궁금해요 ㅎㅎ 교수? 글 쓰는 일을 하시는지. 아님 막 it쪽 있는 능력남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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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식탁 2019/11/28 22:56

    발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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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코니스 2019/11/28 23:38

    김승우라고 해서.
    혹시나 하고 설마설마 했는데.
    친구가 드디어 입봉을 했네요.
    시나리오 나오고 제작되는듯 싶다가 정말 많이 엎어졌는데,
    우여곡절 끝에 개봉 소식을 불펜을 통해서 들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내일 축하전화 하고 주말에는 극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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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시카이 2019/11/29 01:34

    나를 찾아줘란 제목은 곤 걸 원작 소설의 국내 출판명입니다. 국내 출판명도 나름 의역을 한 제목이니 창작물이라 할 수 있는데 욕 먹어도 싸다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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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젠교수 2019/11/29 01:40

    어제 보고왔습니다. 전 몇몇장면들은 상당히 이입된 부분들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안좋은 평들도 많더군요.. 아동에 대한 폭력성을 좀 걷어내고 대신 뒷부분을 좀더 과감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복남정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건 아무래도 아동실종이 소재이니무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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