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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오해해서 미안해.

우리 남편은 아주 자상해요.

애들도 잘 보구요. 퇴근길에 장두 잘 봐오구요.


근데요. 이상한게 자기 친구들 있는곳에 절대로 절 부르지 않아요.

처음에 알았을땐  결혼식장에서였어요.

원래 결혼식에서는 같이 친구랑 친척들한테 인사 다니고 그러잖아요. 혼자 다니더라구요.

전 구석에 혼자 쭈그리(결혼식 날인데..ㅜㅠ)

신행가면서 섭섭했다, 다음엔(? 읭??) 꼭 같이 인사하자.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몇년을 잊고 살았어요.

일년에 한번 두번 친구를 만나러 갈때면 혼자 가긴 했어요.

자주도 아니고 일년에 한번, 많아야 두번이니까 혼자 신나게 놀고 싶었나보다 했어요.


그리고 얼마전에 집에 큰일이 있었어요.

남편 친척, 친구.. 많이 오셨어요.

근데 전 안부르더라구요. 이상했어요. 다른 사람은 다 부부가 같이 얘기하는데..

나중에 끝나고 왜 안 부르냐 어쩌냐 얘기를 좀 나누고 어영부영 그렇게 지나갔어요.


근데 오늘 곰곰히 생각해보니 왜 안 부르는지 알게됐어요.

그냥 제 생각인데요..

남편이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했던가 봐요.(아직 상처로 남아있어서 저도 남편한테 조심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대학생때는 괜찮았어요.친구도 많고)... 저 만나고 결혼하고.

왕따 당했던 과거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꾸민 모습만 보이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본인을 방어하기에 급급해서 저나 아이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게 아닌가 생각 들었어요.

혹시나 또다시 왕따를 당할까봐.. 또다시 약자가 될까봐..

그러다 보니 주변은 안 보이는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그 얘기를 저한테 할수가 없어서 얼버무린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까 남편한테 너무 미안한거에요.

남편의 아픈 상처를 제가 후벼판게 아닌가 싶고..


물론 아닐수도 있어요.

근데 제가 생각한게 맞다면 철없고 생각없는 저때문에 남편은 또 얼마나 아파했을지...

다음부터는 혼자 다니더라도 그러려니 하려구요.


아.. 이거 끝을 어떻게 맺죠???

음.. 잘자요.




댓글
  • LikeChandler 2017/02/27 05:46

    생각하신 이유가 맞든 아니든
    그렇게 생각해주실수있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네요
    두분 행복하세요~

    (TZrb9Q)

  • 길가다꽁해쏘 2017/02/27 09:10

    남편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이쁘네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남아있는 트라우마라면 어떻게든 풀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남편분과 이야기 해보세요. 그리고 당당하라고 자신감을 주세요. 다음번 친구들과 조우할 일이 있다면, 단아하고 멋진 모습으로 내가 이사람의 아내고 이 멋진 사람의 베필이다라고 보여주는건 어떨까요?

    (TZrb9Q)

  • moulin 2017/02/27 10:32

    내사람 내가 보호하고싶은사람...
    뒤에 곱게 고이 숨겨놓고 아무도 헤치지못하게
    비난이나 상처는 나만으로 끝나게...
    남편분의 나름의 보호방법이네요...

    (TZrb9Q)

  • 꽃과칼날 2017/02/27 18:23

    잘 자래....(발그레....)
    글쓴님도 상냥하시네요 (훈훈)

    (TZrb9Q)

  • 활기찬하루를 2017/02/27 18:28

    저도 중,고등학교 왕따 당해본 입장에서 이야기하면요
    아마도 얼만큼까지 나쁜기억이었는지 신부분에게 일부분만 이야기 했을거같아요
    원래 알고잇는 기억보다ㅎㅎ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게되면 신부분에게 보여준모습과 다른모습으로 대하거 말하거나 할터이니
    그런모습을 숨기고 싶어서 그런거같아요.ㅎㅎㅎ
    제느낌은 그렇습니다.ㅎㅎ

    (TZrb9Q)

  • 니꾸내꾸빵꾸 2017/02/27 18:59

    남편 : 응?

    (TZrb9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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