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만두에게 성형수술을 해주자 (후드 개조기)

오이만두.. 참 좋은 렌즈입니다. 예전 DSLR 쓸 때는 별로 좋은 렌즈인지 몰랐는데, RP에 사용하니 이건 뭐 신세계가 열리네요. AF가 정확한 오이만두는 기존의 오이만두와는 전혀 다른 렌즈를 쓰는 느낌입니다. 다만 마치 도박과 같이 쬐는 맛(?)이 있었던 DSLR의 오이만두에서 느끼던 잭팟 터지는 느낌은 좀 사라졌지만요. 다소 심심해졌달까요? 반대급부로 여전히 이쁜 보케에 현저히 줄어든 색수차 (미러리스의 장점인 칼핀의 위엄입니다.) 그리고 역시 칼핀 덕분에 상당히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해상력까지.. 이런 좋은 오이만두에게도 한 가지 흠이 있었으니 바로 후드. 일명 개밥그릇이라고 불리는 후드는 R마운트용 알오이의 꽃형 후드와 비교하면 더욱 비교가 됩니다. 알오이는 지나치게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그다지 쓰고 싶지는 않지만 예쁜 후드는 좀 탐스럽죠.
그러다가 찾아낸 솔루션!

이 후드는 바로 캐논의 EF 35mm 1.4L 일명 사무엘 1세대 렌즈 전용 후드입니다. 후드 명칭은 EW-78C, 오이만두 전용 후드의 명칭은 ES-78입니다. 뒤에 숫자에서 뭔가 느낌이 오지요? 보통 캐논 렌즈의 후드 뒤에 숫자는 렌즈 본체와 체결되는 부위의 직경을 나타냅니다. 즉 뒤의 숫자가 같으면 후드 본연의 역할을 제외하면 호환이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 후드는 제가 약 십 오년 전에 사무엘 렌즈 사용기를 썼을 때 쓰던 바로 그 사무엘에 쓰던 후드입니다. 그땐 사무엘이라는 별칭도 없던 시절이죠. ㅎㅎ 아마 SLR클럽 거의 최초의 사무엘 사용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정품 후드가 박살나서 호환후드를 구입했는데 호환 후드가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무엘의 USM 모터가 고장난 뒤, 어마어마한 수리비 때문에 이 후드는 얼마 사용도 못해보고 사망하신 사무엘과 장식장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만, 그 후드가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네요.

후드 체결은 거의 오이만두 전용과 놀라우리만치 똑같이 체결됩니다. 다만 락 되는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어서 오이만두처럼 딱 끊어지게 체결되는 느낌이 없이 약간 헐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마지막 락이 걸리는 부위에 에폭시나 실리콘으로 살짝 턱을 만들어주는 방법, 다른 하나는 그냥 간단하게 후드 체결 부위에 고무밴드 하나 둘러주는 겁니다. 전 그냥 검은색 고무밴드 하나 끼워놓고 쓰고 있습니다.

후드 하나 달라졌는데 마치 렌즈가 성형수술이라도 한 듯 이뻐보이지 않나요?
사실 빛을 막는 후드 본연의 역할은 전용후드보다 다소 떨어지겠지만 긴쪽은 제짝 후드보다 더 길기 때문에 역광에선 좀 더 이득이 사광에선 좀 더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광에서도 정말 극한 상황 아니면 후드 역할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극한 상황에선 한 손으로 살짝 가려주면 큰 문제는 없고요. 마지막으로 두 후드의 비교사진입니다. 성형수술 후 약간의 신분상승이 된 느낌 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ㅎㅎ 요즘 알리나 이베이에서 사면 정품 아닌 녀석은 몇 천원이면 사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주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칼핀 오이만두 사진 몇 장 올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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