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리점에서 30대 흑인 남성을 태운 적이 있어요.
그 남자는 저 수리점에 절대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다고. 근데 돈을 낼 능력이 없답니다. 원래는 있었답니다. 차가 고장나서 출근을 못했고, 출근을 못 해서 직장에서 짤렸고, 직장에서 짤리자, 여자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렸답니다. 차 고칠 비용은 있었는데 월세로 빠져나가서 잔고도 없다고. 아무래도 차를 잃게 될 것 같다더라구요. 일주일만에 모든 걸 다 잃었답니다. 여자친구, 아이, 직장, 차, 이제 심지어 집까지 곧.
마침 저도 이민 첫 해에 그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주며, 이제 바닥이니까 네가 땅만 파고 내려가지 않으면 더 나빠지지 않을거야. 하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남자는, 알아. 새출발하기에 좋은 때지.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남자는 떠났고, 거우 15불짜리 거리를 타고 갔으면서 팁을 5불이나 주고 가더라구요.
우버는 팁을 굳이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 사람이 준 돈을 보며 저 상황에서도 자기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유로, 이것도 꽤 큰 돈일텐데, 저 사람에겐. 이런 생각이 들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저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차 안에서도 노트북을 켜고 끊임없이 키보드를 치는 정장 신사, 땀냄새 범벅으로 쓰레기장에서 집까지 가는 흑인 노동자, 아이티이민자 가족, 영어는 못하는데 한국말은 하는 칠레소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눈으로 다양한 삶을 보여줘요.
정말정말 다양한 사람들..
나와는 전혀 다르고.. 그렇다고 나와 틀린 것도 아니에요
피부색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생활수준, 상식 등등. 정말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렇게 몇 년 부대끼다보니 뭔가 미묘하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정말 다양한 기준과 인종, 정말 여러가지 사람들이 사는 거고..
나나, 한국사람들은 그냥 그 수많은 종류의 하나일 뿐이고..
내 기준이, 한국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의 수 많은 기준 중 하나이구나 하는 걸 느끼네요
생각해보면 30대 초반엔 결혼해서 차는 소나타그렌져, 아이는 둘, 저축은 얼마, 집은 몇 평. 어찌보면 평범한 듯 조금은 높은 저 허들이, 우리가 가진 삶에 대한 상식이 사실 정말 수 많은 높이의 다른 허들 중에 하나였다 싶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고, 그러다보니 퇴근길의 교통체증에 경적에 손이 가고, 나도 거리를 각박하게 만들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들만큼 여유있게 살 수 없고, 남들처럼 제대로 된 외식도 못 하고, 남들처럼 노후 준비에 남들처럼 남들처럼.
내가 만들어낸,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있는 그 남들처럼이라는 그 "적당히 괜찮은 삶"이라는 목표치가 나를 구속하더라구요.
그런데 또 그걸 하지 않자니, 저도 마음이 불편해 죽겠는데 주위에서도 가만히 두질 않더라구요.
누구는 집을 샀네, 누구는 애한테 뭘 해줬네, 옷은 이런 걸 입어야지, 머리는 단정하게 이렇게 잘라야지, 남들은 남들은 남들은
난 안 그러려고 해도 주위에서 직접 내 삶을 불행하다 결정짓고 숙제를 내주더라구요.
"평균 이하의 삶"이라고 강제로 단정지어진, 숙제를 다 못 마친 사람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향해 이백충, 삼백충, 휴거, 월거지, 빌거지라는 모멸찬 별명을 지어 비하하더라구요.
우리 모두 그건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는데, 내가 문제가 아니란 것도 아는데, 내가 그 말을 들으면 상처받잖아요.
클럽하우스에서 택시를 타고 대궐같은 저택에서 내린, 흑인 욕을 잔뜩 하던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노신사와, 월마트에서 어린 아이들과 싸구려 식자재를 바리바리 싣고 가난한 동네로 땀냄새 뿜뿜 하면서 돌아가는 맥시코이주민 가족 중에
누가 더 "적당히 괜찮은 삶"인지 싶더라구요. 그 기준에 남들 눈은 크게 상관이 없더라구요.
"적당히 괜찮은 삶.", "죽을 때 이 정도면 괜찮았다 싶은 삶."
그런 삶의 기준이라는 건, 사회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이고. 내가 정했으면 누가 그걸 뭐라고 하지 않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국에선 살기 너무 힘들었는데, 여기 와선 조금 편안하네요.
그렇다고 한국이 싫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사람도 없고, 사실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다들 알잖아요. 그런 눈치나 분위기. 그래서 조금 자유로워요.
그냥 열심히 살다보면 뭔가 따라오겠죠. 따라오지 않더라도 뭐, 열심히 살았다는 데에 의미를 두면 될 것 같아요.
내 삶을 계산기로만 두드리고 30대 평균 이하! 40대 평균 이하!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마세요.
별 거 아닌, 다 아는 얘기인데..
요즘 이런 걸 가슴으로 느끼고 있어서. 그냥 나누고 싶어서 글 썼어요.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기준이, 사실 별 거 아니더라구요.
https://cohabe.com/sisa/123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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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게 그렇게 그렇듯 쉽지 않네요...
천조국에서 큰 경험 하고 계신것 같네요.
본인이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면 되는것 같은데 정말로 한국에선 잘 안되네요.
기준 아닌 기준에 스스로 구속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들 어찌봄 불쌍해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살기 너무 힘들었는데, 여기 와선 조금 편안하네요."
자리 잡으셨나 보네요....
고생 많이 하셨을 듯...
저도 이민가면...
바로 영주권 받을 수 있는데....
몇 년전...
이민을 알아보다가...
병원비가 비싸다고 해서...
안갔네요...
마누라가 그 당시 병원을 달고 살았는지라...
좋은 말씀입니다
아침부터 많은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시각에 따라 많이 달라질수 있는데 현재생활에서는 참 힘든거 같습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드립니다 ㄷ ㄷ
맞아요. 어떻게 사는냐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냐인거 같아요.
요약하면...남들과의 비교는 불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