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여성이에요. 가진거라고는 나쁘지는 않은 외모, 남들 앞에서만큼은 꿋꿋한 자존심과 활달한 성격, 그리고 가방끈/직업이 전부에요. 직업은 30대 초까지 못놀고 못자가며 산 덕을 보고 있고요, 부모님께 받은거는 대학 학비가 전부네요.
일찌감치 비슷한 나이또래의 좋은 남자를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 했는데 얼마 안가 그 사람의 일이 심각하게 안풀리기 시작했고 저는 그 상황을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주기보다는 그사람의 미완성적인 면을 추궁하고 채찍질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사실 평생 저의 부모님이 칭찬에 인색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혼을 내는 방식의 훈육을 하셔서 평생 풀리지 않을 마음의 응어리가 생겼는데, 전남편에게도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리더군요. 실수를 깨달았을때는 너무 늦었었구요. 전남편이 힘든 일은 묵묵히 참는 스타일이라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일때까지 표현을 안했거든요. 어느순간부터 그는 저를 외면하고,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방황하다가 우연히 연결된 직장을 잡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그런 그 사람에게 실망해서 저는 이혼을 생각하고, 그렇게 제 첫 결혼생활은 끝나버렸어요.
평생 노력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오던 제게 결혼실패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어요. 이혼녀라는 상황 자체가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고 남들의 동정어린 눈길조차도 제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죠. 가장 힘든건 제게서 상처받았을 그 사람 생각에 드는 죄책감이었고요. 돌이켜 보면 그렇게도 명명백백한 제 잘못들이 그때는 왜 안보였을까요. 이혼 전, 후로 각각 6개월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직장에서는 전혀 티 안내고 일하다가 집에 오면 무너져서 아예 티슈 박스채 식탁에 올려놓고 운 적이 많네요. 폭식도 절식도 해보고, 평생 처음으로 수면제를 먹은 것도 이때였고요. 다 포기하고 일만 하며 살다 죽자 하는 생각도 했고, 심한 날은 그냥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지요.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정신차리고 다시 살아보자 싶더군요. 이미 마음이 무너진 상태라 쉽지 않았지만 그날을 계기로 차근차근 하나씩 저를 바꿔나갔네요. gym 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하고, 평소에 바빠서 신경쓰지 못했던 피부, 화장, 패션, 머리까지 다 관리에 들어갔어요. 친구들이 모이는 곳은 죄다 득달같이 찾아가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저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대했어요. 최대한 생글거리고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고요. 흐름이 바뀌는게 느껴지더군요. 커피숍에서 헌팅 받아본게 20대 초반 이후로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서서히 재혼을 생각합니다. 어차피 하고 싶은 결혼 (제가 워낙에 사랑주의자(?)이고, 외로움도 잘 타는 편입니다) 젊고 에너지가 있을때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하고 한국으로 치면 소개팅, 헌팅, 결혼정보회사 같은 곳까지 조심은 하되 절대 마다하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정말 이상한 사람들도 만나봤지만 다양한 좋은 분들을 만나보고 그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사람 보는 눈도 정말 많이 길러졌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그 사람들의 특성같은 것도 알게 되었죠. 대부분 한번에서 세번까지 만났었고, 데이트는 집중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서..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중요했던건 통렬한 반성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살아온 인생을 쭉 반추해보고, 사랑과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적인지를 깨닫는 것. 제가 살아오면서 부모님께 받은 영향과 그로 인해 형성된 자아.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남을 내쳐버리거나 외면했던 시간들, 연애에 있어서 제 장점과 단점. 그리고 동시에 이상형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고, 현실적으로 정말 중요한 것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 (조건이라고 할까요)을 구분하는 지혜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정말 스쳐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던 남자가 제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저는 확 끌리는 것은 없었지만 미리 생각해두었던 조건에 부합하는 이 남자를 '모든 이들이게 적극적으로 상냥히 대해야 해, 아자아자'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남자는 처음에 제 이혼 고백에 놀란 눈치였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만나보자 했구요. 그렇게 만나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알면 알 수록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었고 더 잘 맞는 사람이네요. 이제 저는 3월의 신부가 됩니다. 예전의 상처도 이 사람으로 인해 거의 다 아물었어요. 행복합니다. 20대의 멋모르고 방방대던 시절 느꼈던 행복과는 다르지만, 마음 깊숙히까지 촉촉히 젖는 느낌으로 행복해요. 한편으로는 이 사랑을 가진 것에 대한 책임감과 감사함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인생처럼 천명이 있다면 천가지가 있겠지만, 제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바람이 있어요. 이별을 앞두고 계신 분들, 때로는 그런 결단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손에 쥔 구슬을 놓아야 새로운 구슬을 잡을 수 있겠지요. 이별 과정에서 아픈 분들... 생각만 해도 제 눈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힘드시지만 버티셔야 해요, 힘드지만 희망을 놓지 않으셔야 합니다. 지금 사랑하는 배우자/애인이 있는 분들, 지금 마음 잊지 말고 인생의 굴곡 속에서도 같이 두 손 꼭 잡고 현명하게 헤쳐나가시길 바래요. 저도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1번의 실수가 진화위복이 되었네요
새로운 인생과의 출발을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길 빕니다^^
저보단 인생 좀 더 겪어보신 선배님같아 말씀드리기 무엇하지만..
인생에서 큰일을 겪어본 사람은 그 인생의 향기가 더욱 진하다라고 하더라구요.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모두가. 행복하시길.
자신이 저지른 한번의 실수... 두번 다시 반복하시지 마시길... 그리고 그 실수에 힘들어했을 전남편도 행복하기를...
그냥 좀 뭐랄까 위악적으로 쓴거같아요. 이렇게라도 스스로에게 난 나빳어.. 하면서 미안했던걸 씻어보려는.. 그런?
통렬한.. 이런 말은 진심이 담길땐 잘 안쓰죠. 보여주기 위한 뭐 아니고선.
지금의 이 마음 잊지 마시고~ 행복하고 사랑 넘치는 결혼생활 하세요^^♡
외모 자존감 성격 학력 직업 다 가지고 계신데....
하나가 빠지신거 같네요.. 전남편분이 더 잘사시길 안면식도 없는 제가 기원하게 되는걸 보면요
결국 사랑의 대상이 달라진거지 또 그 상황에는 본인을 위안하며 같은 선택을 하시겠죠. 남자는 돈과 권력을 가졌을 때 그 본성이 나오고 여자는 가난하고 비참할 때 본성이 나온다고 봐요. 굳이 누구에게 이해해달라고 글 쓸 필요가 없을텐데요. 글 속에 이미 자기합리화가 가득해요.
글쓴이보단 전남편만 불쌍하게 느껴지는데..(...)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 맙시다.
성공은 늘 실패속에서 자라나니까요.
새로운 인생 멋지게 사셔요~^^
전남편분 지구 건너편에서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좋은 여성분 만나셔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위의 메달 달린 댓글들의 글쓴이님에 대한 침언들도 동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요한건 본인의 안식과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고생하셨고 행복을 빌어요 ㅎㅎ
글쓴이님도, 지나간 분도, 새로운 분도
씁쓸하네요..이기적인거같은
해외에 오래 사셔서 표현방법이 서툴다고 그래서 글로 다 표현이 안되었다고 저는 생각해보렵니다.
저도 이혼 후에 5년만에 올해 재혼을 앞둔 사람으로써 부정적으로 안 보려고 최대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과거의 잘못은 진짜 통렬하게 결혼 후에도 반성하셔야 할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오늘 저도 신혼집 알아보고 내일 계약하려하는데 앞으로는 행복한 날만 있을거라고 빌어드립니다.
지난 날에 잘못이 있었다면 앞으로도 곱씹어 계속 반성하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기를 계속 노력하면서 사셨으면 합니다.
한 번의 뉘우침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행복하십시요.
글을 읽으면서 갸우뚱 했는데
저랑 비슷한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많네요
글쓴분과 전혀 일면식도 없지만
단지 글만으로도, 감출수없는 무언가가 있나봅니다
글쓴분빼고 여러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이유야 어찌됐건 재혼은 축하드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세요!
지나간 후회의 날들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지구 반대편에 계시는 어느 분을 더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전 글쓴이분도 행복하고, 전 남편분도 행복하고,
부디 두분 다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남편분이 불쌍해요...
갑자기 지구 반대쪽으로 가서 전남편분도 힘드실텐데
지나간일은 잊으시고 늘행복하시길:)
뭔가 예쁜 말로 잘 쓰신 화려한 글이군요...
본문엔 님 슬픈 이야기가 많은데 왜 그런지 전 남편 분에게 더 맘이 쓰이네요.
쨌든 행복하시면 좋겠네요.
지금 나의 행복은 지난 그의 아픔 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사랑의 진정한 예의는 후회가 아니라 미안함 이겠지요
글쓴분 행복하시고 지난 그분에게도 행복을 빌어주시길...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저도 '지구 반대편에 계신 분은 어쩌고... 그 사람은 누가 치유해 주나...'
물론 그분 스스로 일어나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분노와 아픔은 솔직히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참회가 모자른 것 같아요. 내 가슴속에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든,어떤식으로든, 실수는 하게마련이죠. 과거에의해 현재를 놓쳐버리기 보다는 위약섞인 반성일지언정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두는게 여러건강에 좋은것같다는 얘기를 하고싶었나봐요. 나쁘게 보진 말았으면...
속물같네요..
음.. 전 그래도 작성자님의 행복을 빌어주고싶네요
실수를 하셨었으니 이번엔 반복하지 않으면 돼죠.
전남편분도 작성자님도 행복하시길
글에서 남편에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쓴이가 아닌 남편에데해 걱정하게 만든 부분은 감추지 않고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걸 고해성사 하듯이 쓴 게 아닐까 하네요.
우리가 읽은 글이지만 글쓴이 본인이 지금의 결심과 앞으로의 그 결실에 대한 스스로의 약속을 한다고 봣으면 좋겟습니다.
괜한 악플은 삼갔으면 좋겟네요
잘사세요~!
"가진거라고는 나쁘지는 않은 외모, 남들 앞에서만큼은 꿋꿋한 자존심과 활달한 성격, 그리고 가방끈/직업이 전부에요."
에...? 많이 가지고 계신데요? ^^ 하지만 뭐 누구나 자기만 아는 아픔이 있는 법이니, 앞으론 쭈욱 행복하시길 바라요!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하구나... 나만 글 읽고 찜찜한가 했는데...남일에 뭐라 할 말 없지만... 다음에 혹시 또 처음과 같은 상황이 생기면 직성자분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요
아래 댓글 보면서 공감능력을 키웠으면 합니다. 뭐 저도 공감능력이 부족한 작성자님과 비슷한 사람이에요.
상대방 공감하고 상대방 입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상대방을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려고 안한다면
아무리 좋은 상대방 만난다고해도 그 상대방이 어느 순간 지쳐서 나가 떨어 집니다.
진짜 저 주변에서 외모, 학력, 성격, 언변 다 특출한 여자분들 있는데 그 분들 남편 중 바람피거나 이혼하는 분들이 있어요.
아무리 이뻐도 아무리 유식해도 아무리 성격이 쿨하고 어쩌고 해도 함께 있으면서 피곤하다고 느껴지면
정말 함께 있기 힘들어 집니다. 다들 처음 만날때 좋은건만 보인다고 하잖아요. 좋은건만 보고 살기에는
나쁜거도 너무 크면 안되죠. 날선 뾰족한 가시도 먼데서 보면 이뻐보일지 몰라도 안을려고하면 아프거든요.
좋은 분을 만나셨군요
축하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요
하지만 이를 반성하고 현명하게
극복해내는 사람은 많지않은 것같아요
해외에서 사랑하는 분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세요^^
과거의 일이 또 반복되려나. 그래도 작성자 분이 이 글에 다 담지 못하는 자기반성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난 글쓴이분하고 어떤면에서는 비슷한 여성분으로 인해 헤어진 후 신경과 약, 2차정신병원 상담, 사주공부까지 전전했지요. 그 여자가 정말로 정말로 원망스러웠습니다. 진짜로. 그렇지만 시간이 약인지 지금은 그냥 인연이 아니었나보구나 싶습니다. 연인 둘 사이의 일을 남이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아마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댓글분들은 전남편의 입장을 더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말입니다. 더 이상 남에게 자신의 완벽주의 내지는 이기심을 관철시키시지 않는 것이 지나간 이들에 대한 속죄일 것입니다. 글쓴님의 이혼 후 노력들을 헛되이 마시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