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반란자들이 숭배했던 신, 송대

1629년 2월 25일 조선의 인조 임금 시절, 이충경을 비롯한 17명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뒤엎으려 했다가 실패하고 붙잡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정에서 이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 하나가 알려졌는데, 이충경 일당은 고려의 최영 장군, 조선의 남이 장군과 함께 송대(宋大)라는 장군을 신으로 모시고 있었던 것입니다.

송대의 본명은 송징(宋徵)이었습니다. 송징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사람이문헌에 처음으로 기록된 때는 15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였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전라도 강진현의 호국신사(護國神祠) 조에 이 신사에서 모시는 신을 송징이라고 기록했었습니다. 

(송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송징장군당)

또한 사현(射峴 활의 고개란 뜻) 조에는 고개 이름을 사현이라고 명명한 전설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주인공이 송징이라고 합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옛날 완도에 송징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힘과 용기를 아무도 당해내지 못했다. 송징이 한 번 활을 쏘면 60리 밖까지 화살이 날아갔다."고 하며, 지금도 반석에 활의 흔적이 남아 있어 사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두 기록에서는 송징은 고려 말 완도 지역에서 활동한 장수였다는 인식과 함께 무용과 괴력이 비범해 호국신사의 신위로 안치되었다고 하는 그의 역사성이 강조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송징을 신라 시대 청해진에 자리잡았던 무역상이자 장군이었던 실존 인물 장보고의 별명으로 보기도 합니다. 송징은 주로 완도에서 동제의 주신으로 모셔졌습니다. 이 지역의 경우, 본래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던 곳이어서 송징을 장보고에 비견하기도 했습니다. 

(장보고와 송대장군(송징)의 이름이 써진 위패, 현지 주민들은 송징이 장보고의 다른 이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임억령의 송대장군가(宋大將軍歌)라는 시에서 송징은 군병을 몰고 들어온 장수로 야생의 삽살개와 고삐 없는 야생마를 부릴 줄 알며, 사현의 바윗돌을 활쏘기 과녁 삼아 화살을 쏘아 뚫어서 맞추며, 회오리바람을 불어 제주도로 돛배를 보내는 괴력을 지닌 존재로도 묘사되었습니다. 

또한 완도 지역의 전설과 민담에서 송징은 쌀 도적의 우두머리인 미적추(米敵酋)라고도 불렸습니다.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지도 모르고 과중한 세곡을 걷어가는 조정의 처사에 분개해, 송징은 세곡선을 습격해 곡식을 빼앗아 굶주린 백성에게 나눠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매년 정월대보름 전라남도의 장섬에서 지내는 당제의 사진입니다. 당제에서는 장보고와 송징을 함께 모신다고 합니다.)

그러나 송징 관련 전설에서 그의 최후는 활시위가 끊어지며 피를 흘리고 죽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습니다. 따라서 조선 시대의 사람들은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사랑했던 큰 뜻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사라져간 송징의 영웅적 삶을 복원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기 위해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그를 장군신으로 추앙했던 것입니다.

"허리에 찬 화살 크기는 나무둥치만 하고, 칼집에 든 칼은 북두칠성 찌르겠네. 활을 힘껏 당기면 그 화살 육십 리를 백보거리처럼 날고, 활촉이 높다란 벼랑에 헌 짚신 꿰듯 박히더라네."

- 완도 송대장군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