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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보고.. 어쩌면, 사랑의 완성은 이별과 추억... (스포 포함))


중국의 대배우, 증지위의 아들이자 배우인
증국상 감독이 연출한 2017년 12월 개봉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몇 번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서도
보지 못했거나 보기를 미루었던 영화였는데,
정말 느닷없이 생각이 나 보게 되었고
보고나서 한참을 멍해질 정도로 좋으니
이 영화와의 인연이 특별하긴 한 것 같습니다.
안니바오베이의 [칠월과 안생](七月与安生)을
원작으로 한 이 빼어난 영화는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이라는 두 여성의
열 세 살부터 스물 일곱 살까지,
14년 간의 절절한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의 제목을 굳이, 우정을 연상시키는
소울메이트라는 단어를 이용하면서까지 바꾸었죠.
그러나 제게, 칠월과 안생이 나눈 우정은
단순한 우정을 훨씬 뛰어넘는 사랑(동성애적),
그것도 운명적 사랑으로 느껴지네요.
영화 곳곳에 포진된 동성애적 코드는
발견하지 않기가 오히려 힘든 정도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선택은 부득이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점이
이 영화에 신비한 매력을 부여하더군요.
영화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반전이 결정적이기에
가능한 한 반전의 매력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현재 시점의 안생이
네 번의 이별 끝에 소식이 끊긴 칠월에 의해
인터넷에 연재되는 소설 [칠월과 안생]을 읽는,
액자식 형식으로 전개되기에
많은 플래시백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플래시백으로 진입하는 시점들이 인상적이고
시점과 시점을 연결하는 편집이 매끄럽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칠월과 안생의 삶은 그들의 이름과 정반대입니다.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달을 이름으로 가진 칠월은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한 곳에 머물며
모험을 기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며 살아가죠.
반면, 안정적인 삶을 이름으로 가진 안생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여기저기를 떠돌며
모험과 도전을 환영하고 감수하며 살아갑니다.
서로 정반대의 이름과 삶을 가진 그들의 사랑은,
서로 너무도 다르기에 도리어 끌렸던 사랑은,
상대의 그림자를 밟음으로써
멀리 떠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사랑은
가명(이정빈)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습니다.
칠월과 안생은 가명을 동시에 좋아하고
가명 역시 둘 다를 동시에 좋아하지만
셋의 관계는 통속적 삼각관계로 보이지 않더군요.
오히려 칠월과 안생은 가명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의 믿음과 크기를
시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칠월과 안생은 네 번에 걸쳐 헤어집니다.
헤어짐의 이유는 서로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서로의 행복을 위한 배려 쪽에 가깝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떠났다기보단
상대를 위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별이고,
그리하여 그 이별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고통을 동반하죠.
열 여덟 살, 첫 번째 헤어짐 후 칠월의 독백입니다.
"그 날 칠월은 한참을 울었다.
가명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헤어짐이 슬픈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실망한 것이었다.
안생을 자신만큼 사랑할 수 없어 실망했고
인생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없음에 낙담했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어른이 된다는 건 원래 이런 것이란 걸..."
칠월역을 맡은 마사순(마쓰춘)도 훌륭했지만
이 영화는 주동우(저우동위)의 영화로 보입니다.
툭툭 내뱉듯 던지는 대사의 리듬감도,
태연을 가장한 허무와 고독의 눈빛도,
위악의 표정 속에 감춰진 사랑의 절실함도...
참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동명의 영화에선
김다미 배우가 안생 역에 캐스팅되었다죠.
내년 초 크랭크인 예정이라는데 기대가 큽니다.
유스케 하타노와 피터 캄의 OST는
계절적으로 영화에 참 잘 섞이더군요.
칠월과 안생은 함께 했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헤어진 채 보냅니다.
함께 나누었던 웃음보다 훨씬 더 많은 눈물을
각자의 공간에서 홀로 흘렸습니다.
칠월은 언젠가 돌아올 안생을 그리워하며,
안생은 편안히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그리워하며.
그 기약없는 그리움은 마침내 둘을 바꿉니다.
칠월은 둥지를 벗어나 세상으로 날아가고
안생은 둥지를 만들어 그 품에 안기죠.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고 그리워해
서로의 삶까지 닮고 싶었던 그들은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운명은 여전히 그들 편에 서지 않으니...
지나치게 작위적인 결말을 지지하진 않지만
결말이 안겨주는 슬픔은 충분히 짙습니다.
영화의 초중반에서 쓰였던 플래시백은
상대의 시점에 의한 플래시백으로 바뀌어
두 사람의 내면적 진실을 드러냅니다.
이 세상에서 완성되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 그들의 약속은
문학의 힘을 빌려 비로소 영원히 지켜집니다.
사랑의 완성은 이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 후에 사랑은 윤색되고 각색돼 추억됩니다.
그렇다면 사랑의 완성은
추억 속에 존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의 힘을 빌려 완성된,
칠월과 안생의 사랑, 이별, 추억...
엔딩의 등대, 그리고 석양...
당분간 잊기 힘들 듯 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을 11월로 정했죠.
누군가가 묻더군요.
왜 11월이 좋냐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거리를
홀로 걸어가는 사람의 고독한 발자국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11월 중에 가장 좋아하는 날은
11월 11일입니다.
빼빼로를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그 날만큼은 둘이 걸어도 좋을 듯 해서입니다.
내일이네요...
올해 11월 11일, 그 두 개의 발자국은
칠월과 안생의 발자국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
  • 찬바람불면 2019/11/10 07:15

    하는건 없는 영화죠

    (2BEIvy)

  • 혁명전야 2019/11/10 07:17

    찬바람불면// 네? 뭘 말씀하시는지?

    (2BEIvy)

  • 찬바람불면 2019/11/10 07:20

    혁명전야/ 불페너들 좋아하는 O스장면은 없다고요

    (2BEIvy)

  • 혁명전야 2019/11/10 07:22

    찬바람불면// 아! 네...

    (2BEIvy)

  • 안녕요정 2019/11/10 22:40

    집에 들어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혁명전야님의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있어서 깜놀했어요
    아~~이 영화 네이버n스토어에 있어서 평이 좋길래 일단 다운을 받아놓은 상태거든요
    아~~이영화가 증지위의 아들이 감독을 한거였군요
    증지위 아들도 감독이라니....놀랍네요^^
    리뷰는 역시나 빼고 다 읽었는데 맨 마지막 문단의 글 정말 좋네요!!!
    이렇게 운치있는 마지막 문단의 글을 읽고 힐링하면서 일욜밤을 보내게 해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ps : 네이버 n스토어에 이 영화뿐 아니라 좋은 영화들 무료로 매번 올라와서 다운 받을수 있더라구요
    특히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확장판도 있으니 꼭 다운 받으셔요!!! 날짜 잘 확인하셔서요!!
    일욜밤 굿밤되셔요!!!!

    (2BEIvy)

(2BEI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