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본진에서 심심풀이 땅콩처럼 까이는 동아일보지만 맨날 삽질만 한 건 아니겠죠.
잘한 몇 안 되는 일 중에 최고가 손기정 일장기 말소 사건이라면,
두 번째는 엠엘비파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저는 여성동아에서 소설 공모전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공모전이 1970년도에 처음 시작됐죠.
당시 나이가 마흔 살이던 한 주부가 이 여성동아 소설 공모전에 작품을 냅니다.
잠깐 명문대를 다니긴 했지만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했으며 평생 글을 써본 적도 없었죠.
원래 이 사람은 장편 소설을 낼 생각도 없었어요.
그냥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실화를 써서 낼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사실만 쓰려니 쓸 얘기가 너무 없다면서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 한번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전업주부가!
그것도 3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을 ;;
근데 심사위원들이 이 소설을 냅다 당선작으로 선정해 버렸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그 심사위원들이 옳았기에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겠죠.
그 이후 매년 여성동아 소설 공모전이 있었지만,
이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은 그 이후로 단 한 편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한국 문학사상 이런 사례가...제가 아는 한은 없네요.
은희경 작가의 첫 장편인 새의 선물도 제1회 문학동네 수상작으로 나와서
나름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적어도 은희경은 이미 등단을 했던 작가였으니까요.
그 소설이 바로...
6.25 전쟁이 계속 진행 중인 겨울, 전쟁통에 2명의 오빠를 잃고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초상화부라는 곳에서 이 여자가 하는 일이 뭐냐면 미군들이 들어오면
“와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이렇게 멋진 분이니까 당연히 예쁜 여자친구 정도는 있겠죠?
아, 여자친구 있으시구나! ^^ 그렇다면 이 훌륭한 화가분들에게 의뢰해서 스카프나
손수건에 여자친구 초상을 그려서 보내시는 건 어떤가요? 여자친구가 정말 감동할 겁니다!”
하면서 미군들이 초상화를 그리게 만들도록 돈 쓰게 꼬시는 겁니다.
뭐, 말만 들어봐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죠?
그렇게 스트레스 팍팍 받으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고
어두운 밤길이 무서워 도망치듯 퇴근하는데
정작 자기가 부양하는 어머니와의 관계는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무력감만 떠돕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평단에서 인정받는 진짜 화가 한 명이 초상화부에 들어오죠.
특별한 사람이 처자식들 먹여 살린다고 고생하는 걸 보면서 주인공은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어느 날, 화가는 먹고살기 위한 초상화가 아닌 자신의 예술혼을 위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고
주인공은 그 작품이 다 말라 죽어가는 고목임을 보고 절망스러운 감정을 느낍니다.
아마 그림이 대충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요?
주인공은 죽어가는 나무가 예술가로서의 생명이 끝나가는 화가 본인의 분신이라고 생각하죠.
시간은 흘러,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전쟁도 끝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주인공은
그 화가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유작전에 갑니다.
그리고 예전에 봤던 고목의 그림의 완성본을 마주하죠.
그림을 보는 순간 주인공은 문득 깨닫습니다.
-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 그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얘기를 다룬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보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책에 관해서도 써 보고 싶네요)
PX 초상화부에서 일하던 당시에
-나 때문에 그들이 먹고산다는 교만한 마음과 엉터리 영어를 온종일 지껄여야 하는 스트레스를 주체 못 해 툭하면 그들을 아랫사람 대하듯 방자하게 대했다.
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화가 한 명이 들어와서, 평소 하듯이 그 사람을 대하고 있었죠.
어느 날, 그 화가가 자신의 그림이 실린 화집을 들고 와서 자신이 입선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 밑에 들어 있는 작가 이름을 보고 처음으로 나는 그가 박수근이라는 걸 알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박완서 본인도 박수근 화가에게서 뭔가 특별함을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뭐, 근데 그게 처음에는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더군요.
- 나는 그에게서 얼핏 이라도 좋으니 예술적 고뇌, 억압된 우울한 정열 같은 걸 훔쳐보고 싶었다.
- 그에게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예술적 고뇌 대신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한다는 노동의 충족감이었고, 우울한 정열 대신 단순 노동의 평화였다.
그러다가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되는거죠.
- 그는 예술보다는 사는 일을 우선했다.
- 그는 불필요할 때 결코 그 천재성을 노출 시키지 않았다.
- 그에 대한 친근감과 동류의식은, 나는 이 안에서 유일한 서울대학생이다, 적어도 서울대학생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락했나 따위 우월감과 열등감의 콤플렉스에서 놓여나는 데 힘이 되었다.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싸잡아 능멸하던 고약한 버릇에서, 개별적으로 볼 수 있는 관심과 아량을 조금씩 회복해 갔다.
길지 않은 인연이지만, 박수근 화가가 박완서 작가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예술가 2명이 그런 인연으로 만났다는 게 참 놀랍죠.
뭐, 나목이라는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게 단순히 이런 극적인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
내면을 표현하는 탁월한 문장, 6.25 시절 서울을 직접 보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독자를 쥐고 흔드는 전개, 한 줄 한 줄 감탄하게 만드는 통찰력 등
소설의 구성요소 거의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 없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대단한 점을 딱 하나 고르라면
저는 서사를 쌓아가는 방식을 뽑고 싶네요.
특히, 어머니와 주인공의 미묘한 갈등 관계에 대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만 흘리다가 단 한 줄의 대사로 폭발시키는 장면은 정말....
감탄 밖에 안 나오더군요.
이런 작품들 40살에 데뷔작으로, 썼다는 걸 생각해보면
제목에 쓴 한평생 발전이 없었던 작가라는 말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요 ㅎㅎㅎ
박완서 작가는 늦은 데뷔 나이가 무색하게 정말 단편, 장편 가리지 않고 다작한 양반이고
이후에 쓴 책 중에 나목 못지않게 휼륭한 작품들도 많지만,
데뷔 시즌에 WAR 9.5 찍은 선수가 후에 WAR 10 찍는 시즌이 있다고 해서
그걸 보통 발전이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아무튼 뭐, 이 책 양장본에 쓴 돈이 저의 몇 안 되는 가치 있는 소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ㅋㅋ
정말이지,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지금 딱 보기 좋은 소설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리플수정]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제목이 너무 잘 어울리던..
박 작가님 소설들 읽다보면 PX얘기가 여기도 나오고 저기도 나오고 막 헷갈리죠 ㅎ
전 그 시절이랑, 6.25때 북한군 치하의 서울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 얘기가 정말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꼭 드라마로 보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이런글 보러 불펜온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LILLARD// 첫 플 감사합니다 ㅎㅎ
역전Bears// 박완서 작가 소설들이 다 제목이 기가 막히죠...ㅎㅎㅎ
파란블루// 저는 비슷한 소재를 여러번 변주 해서 다른 작품으로 쓰는 능력 보면서 정말 놀랐습니다 ㅎㅎ
드라마는....기회가 있겠죠 언젠가 ㅠ
유키나미// 감사합니다 ㅎㅎ
flythew// 항상 감사합니다!
크림보울// 감사합니다 ㅎㅎㅎ
너무 새벽에 올려서 조용히 묻힌 줄 알았는데 ㅋㅋ
추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ㅎㅎ
발전이 없었다기보다는 완성된 상태로 등단했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쓰신 글 초반부를 보고는 '어?? 박완서 이야기인데... 발전이 없다고!!!???'이렇게 생각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악의적인 표현을 완곡하고 부드럽게 담아서 리플을 달려고 했는데.....
박완서작가의 '완전체 데뷔'를 그렇게 평가하신 거군요.
솔직히 제목이 좀 어그로성입니다.
하지만...본문이 명문이라 조용히 추천누릅니다. 잘봤어요.
저는 항상 중고등 여학생들에게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읽어보라고 권해요. 당시 티비프로 느낌표에서 그많던 싱아가 선정돼서 한참 붐이 일고 있었던 때에, 싱아도 좋지만 좀스럽고 심술궂고 약간은 안하무인이고, 그래서 좀 건방진 한 여대생이 6.25 전후 피폐해진 사회속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자존을 어떻게 지키며 살아가는 지가 정말 절실하게 써 있다고 생각했어요. 박완서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이 제가 보기에는 중고등 여학생이 여성으로의 삶을 고찰하기 위한 어떤 소설보다 더 강력한 페미 소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저도 나목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ㅎㅎㅎ
ㅊㅊ 합니다. 갑자기 소설이 확 땡기네요.
[리플수정]돼지덮밥// 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그냥 여기는 엠팍이고 '커리어 내내 발전이 없는 선수, 트라웃!'
이런 표현을 워낙 많이 쓰는 사이트다 보니;;
맨날 그런거 보면서 '야 이거 박완서 얘기인데....' 생각하다가 쓴 글이라 ㅎㅎㅎ
제목이 이렇게 나왔네요 ㅋㅋ 그래도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우골린// 저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보면 그런 아수라장에서도 자신의 부끄러움에 무뎌지지 않겠다는
어떤 결기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ㅎㅎ 말씀하신대로 박완서 소설은 여성주의적 면모도 강하고요...
다만 후반부가 좀 급전개라, 스토리의 밀도에서는 나목이 조금이나마 우위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bigshot// ㅎㅎㅎ 귤 까먹으면서 책 보기 좋은 계절이죠
본인 작품들이 다 조금씩 연결되어 있나봐요?
어느 소설에선가 전쟁 중 서울에서 빈집 뒤지며 먹을 거 구하는 모습 묘사한 거...
엄마 새언니 그리고 본인 셋이 숨어살 때 인민군 뿌락치로 의심되는 이가 들이닥쳐 누구 한명 데려 할 때 엄마가 자기더러 따라가라 한 것에 속으로 부들부들 대던 모습...
자전적 소설인 거겠죠?
[리플수정]썸핫// 박완서가 본인의 경험을 변주한 작품이 많아서....
확실히 연결되는 작품은
1부 개성에서의 어린 시절 -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2부 6.25 당시 서울에서의 청년기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이렇게 두 편입니다 ㅎㅎㅎ
결혼 후의 삶을 다룬 그 남자네 집을 3부로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군요
그리고 본문의 나목은 2부 내용 중에서 일부 내용인 px에서
근무하던 시절에서 영감을 얻어서 나온 작품이죠...ㅎㅎ
한국작가계의 마이크 트라웃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소설도 다시 읽어야겠군요.
글쓴님의 글솜씨도 정말 좋으시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드립니다
좋은글에 한가지 딴지를 건다면, 엠팍은 동아가 만든게 아니라는 ㅎㅎㅎ
[리플수정]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드라마화 된 적 있어요, 1992년 MBC에서 같은 제목으로 2부작 특집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주인공 여성이 무려 김희애씨고 화가 역에는 박근형씨였어요, 당시 어린 나이에도 인상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책 읽고 싶어지내요.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신뢰성제로// 감사합니다 ㅋㅋ
유인영// 넵, 감사합니다 ㅎㅎ
풍데쿠//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죠 ㅎㅎ
ilikeom// 앗...그런가요 ㅋㅋㅋ 그건 몰랐군요
당연히 동아에서 만든 줄....
역시 예술은 생계수단이예요
삼진과볼넷// 나목 드라마로 있네요 ;; 세상에 ㅋㅋㅋ
나중에 리메이크라도 되는 날이 있으면 좋겠군요
남곽자기// 많이 보시면 좋죠! ㅎㅎ
그린블루//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김희애 나목 드라마 기억납니다
배추님// 토스토예프스키 : ㅇㅈ
느린우편// 다음에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금 e북으로 바로 읽고 있어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숨도 안쉬고 본문글 다읽었네요
그만큼 글솜씨가 좋으신듯
추천누르고갑니다
오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작가.
심지어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도 성함 뒤에 선생님 꼭 붙이는 몇 분 중 한 분.
감사합// 앗 ㅎㅎㅎ 다 읽고 좋아하셨으면 좋겠네요
닥눈3// 네 ㅎㅎ 나중에 기회 될 때, 읽어보시면 정말 좋을 겁니다
시쮸// 과찬이십니다! ㅎㅎㅎ
nanmin// 네, 감사합니다 ㅎㅎ
베레타// 네...문학 작품 뿐만 아니라 삶의 궤적 마저도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정말 ㅎㅎ
훌룡한 작가분을 좋아하셔서 그런지 그작가에 그팬이라는 생각이 드는 필력이시네요...감탄하며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리플수정]마흔 살 주부에서 박완서님이구나 생각했는데 제목이 왜 이런가 했더니 ㅎㅎㅎ 나목 중학교 때 봐서 가물가물하네요. 한국 소설은 왠지 가슴이 아려서 맘 잡고 읽어야 하지만 다시 한 번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다원툴// 과찬이십니다 ㅎㅎ감사합니다
[리플수정]허니밀크티// 한국 소설 중에 주제에 가볍게 접근하는 작품이 드물긴 하죠 ㅎㅎㅎ
아쉬운 점도 있지만, 워낙 좋은 작품이 많아서 그런 무거움조차 한국 문학의 매력 아닌가 생각합니다
잔잔한 파문이 전해지는 글이네요
오늘밤부터 독서모드 돌입 결심
속세와 이별하리라..
황순원 문학상 1회 수상자가 박완서 선생님이신데 제가 두 분 중 한 분의 작품을 가르칠 때 이 말을 꼭 합니다.
ㅡ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문학상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영광인데 황순원 선생님은 그 자격이 차고 넘치는 분이다.
그 상의 1회 수상자인 것이 박완서 선생님에게도 영광일 것이고 아마도 황순원 선생님도 흡족하셨을 것이다.
마지막 비유 멋집니다. war 9.5라니.
좋은글 감사합니다.
박완서 선생님 글을 읽으면 참 쉽게 쉽게 읽기 좋게 글이 쓰여젔다라는 느낌을 받고, 섬세한 감정의 묘사가 좋았었는것 갔습니다. 말년에 작가 본인의 말로 노년문학이라고 하셨는거 같은데; 나이가 드셨어도 기량의 저하가 없이 완숙미를 보여주신것 같습니다
박완서 선생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을 늘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박경리의 뒤를 잇는 위대한 여성 작가가 되셨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성 작가의 계보는 박경리 박완서 그리고 한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요즘들어 한국전쟁 때 여성의 수난을 다룬 박경리 선생의 시장과 전장, 박완서 선생의 목마른 계절을 비교해서 읽고 있습니다.볼 때마다 그 시대의 풍속과 심리를 어떻게 잘 묘사하고 있는지 감탄합니다. 일독 권합니다.
박완서 선생이 사실 작가로서의 이름을 알린 것은 약소한 한권의 작은 에세이집이었어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였는데 한 반년 정도 베스트셀러였죠.
이 수필집을 펴낸 출판사가 빌딩을 구입했을 정도였다죠
또 한가지,박완서 선생은 연륜이 깊어가면서 노인문학의 경지를 개척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친절한 복희씨, 아주 쓸쓸한 당신에서 노인의 예민한 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서 노인의 표정을 생생하게 되살려놓으셨죠
미라클양// 좀 오버한 감도 없지 않은가 싶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유인구// 화이팅입니다 ㅎㅎㅎ 좋은 책 많이 보시길!
베레타// 그리움을 위하여였죠 ㅎㅎㅎ
참 옳으신 말씀입니다.
Palmeiro// 야구 사이트니까 정체성에 맞는 비유를 하려 노력했습니다 ㅋㅋㅋ
달을쏘다!// 네, 섬세한 문장으로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글을 쓰셨죠 ㅎㅎㅎ
나이 40에 데뷔해서 80살까지 매년 빠지지 않고 글 쓰시고...
끝없이 자기 쇄신 했던 작가 같아요
[리플수정]동대문구장// 네, 저보다 훨씬 이 쪽에 대해 많이 아실 것 같네요 ㅎㅎㅎ
박완서 작가 진가는 수필에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죠....
자신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변화를 시도해가면서
누군가의 딸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편의 아내로서, 자녀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노년의 삶까지....
정말 수없이 변화하면서 진보하려 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다보니 30년전, 대학생때 읽었던 나목의 내용이 생각나네요. 저에게 박완서 작가는, 그냥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였는데 데뷔가 그렇게 늦었는지는 몰랐네요. 나목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었던 것도, 작가의 데뷔작이었던 것도 이제서야 기억나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덕분에 예전 추억에 잠시 빠졌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 늦게 데뷔한 것도 멋있다고 느껴졌었는데. 나목은 한 5번 넘게 본 듯. 대학생 때, 공강시간에 심심하면 전집 읽던 작가 중 한 분이었는데, 제가 대학 다닐 때 돌아가셔서 아쉬웠음. 또 보고 싶네요. 일본 서점에 팔려나.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한이 많으신 작가님 학창시절 엄마의 말뚝 읽던 기억이 나네요 참 어린맘에도 가슴아프던 ..엄니하고 이모도 왕팬이셔서 자연스레 접하게 된 작가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