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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아이즈원] 저는 탈덕 안 할 겁니다.

말은 안 했지만.. 그동안 애들이나 위즈원들에게 죄짓는 기분이었습니다. 다들 요 몇 달간 제일 힘들었을텐데 혼자 뒤로 빠져있었으니까요. 물론 저같은 더쿠 한 놈 더 있어봐야 뭐 달라질 것도 없지만..
사실 저는 몇 달 전부터 사실상 덕질을 멈춘 상태입니다. 갑자기 경제적 위기가 와서요(언제는 안 그랬냐). 애들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 아닌데 택배상하차 15시간씩 하다보니 덕질이고 뭐고 그냥 뒤지겠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다 걸레가 되어버리니까 이건 뭐..
근데 역설적으로 이 지독한 혐생에 단비가 되어준 게 애들이었습니다. 생판 모르는 70여 명과 한 자리에서만 2주동안 부대끼고 있을 때도, 호텔 주방에서 그릇박스 나르며 노가다를 할 때도, 냉동창고 안에서 하루종일 쟈키 끌고 다닐 때에도, 새벽 찬공기 속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물건 나를 때도 애들 생각이 나더군요. 웃기지 않습니까? 먹고 살자고 개같이 일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생각난다는 게..
근데 생각해보니 엄청 힘들 때 그랬더라고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말 죽고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 때..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속으로 비웃으실 겁니다. '저 나이 쳐먹고 왜 저렇게 사나..'하고. 근데 저도 몰라요. 그냥 애들이 좋습니다. 애들 생각하면 기분 좋고, 뭔가 더 열심히 살고 싶고..
하나 확실한 건, 애들 덕분에 한 번이라도 웃는 횟수가 늘었다는 거고, 웃는 횟수가 늘다보니 웃는 날이 많아졌다는 거고, 웃는 날이 많아지다보니 성격도 조금 밝아진 것 같다는 겁니다. 결국엔 삶의 질이 더 나아졌습니다. 현시창이어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달까요?
그동안 이런말 하면 중2병 나대는 것 같아서 말은 안 했지만 저는 락 기타리스트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메탈부터 펑크, 블루스, 테크노, 뉴에이지, 창작민요 할 것 없이 죄다 건드릴 정도로 열정이 넘쳐흘렀고, 그 열정만큼이나 존버하면서 베테랑(?)이 되어갔습니다.
근데 자꾸 치이다보니까 깡다구도 줄어들고, 어릴 때 같이 으쌰으쌰하던 친구들까지 다 그만두니까 나도 모르게 망가지더군요. 그렇게 가랑비에 옷젖듯 자존감이 걸레가 되다보니 급기야는 스스로를 뮤지션이라고 칭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누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잡부요. 그냥 이런저런 알바나 하면서 살아요'라고 대답했죠. 그것도 아주 덤덤하게.. 그렇게 다 놓아버리고 13년 이상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근데 그랬던 제가 다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늦진 않았을까?', '이 나이에 뭘 다시'같은 생각을 했을텐데 그런 거 따지지도 않고 그냥 바로 행동에 옮겼습니다. 오랫동안 묵혀뒀던 기타도 손보고(얼마나 방치를 했던지 프렛에 녹이 엄청 끼어있던ㅠㅠ) 뮬, 큐오넷 등을 뒤지며 장비도 사모으고 있습니다.
2004년을 끝으로 중단했던 찾아가는 기타교실도 다시 운영할 생각입니다. 얼마 전부턴 예전에 제작/배포했던 교재도 손보고 있고요. 시간도 없고 돈은 더 없지만, 그래도 하는 일 하나하나 의욕이 넘칩니다. 기부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하나만 했었는데 올해 안에 3개로 늘릴 생각입니다. 뮤지션의 본질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것을 위해서 힘이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 하려고요
제가 이렇게 변한 건 오로지 애들 덕입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덕질이 저를 살렸어요. 애들이 저에게 힘이 되어줬듯, 저 또한 항상 애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이건 그저 의무감에 따른 의리놀이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좋으니까 하는 것일 뿐.. (CJ가 돈 버는 건 부아가 치밀지만)
꼭 저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어도 마음은 다 같을 거라고 봅니다. 애들 덕분에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애들이 이제 더는 행복감을 못 준다면, 애들에 대한 애정보다 CJ와 제작진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면, 뭐 별 수 있나요.. 그렇게 탈덕하는 거죠. 이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겁니다. 어차피 영원한 건 없어요. 그러니 혹여라도 지난 1년간 같이 웃고 떠들었던 위즈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으시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애들도 다 이해할 거예요.
어쨌든 저는 비록 부침이 심하더라도 덕질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스스로 조건 하나를 달았어요.
'내 생각이나 입장을 타인(팬이 아닌)에게 주입하려들지 말 것'
어차피 논쟁글은 대부분 스킵하는 성격이라 딱히 변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논란의 안타까움을 떠나서 이렇게 나 스스로가 조금씩 성장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그동안 같이 덕질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실제로 뵌 분도 계시고 넷상에서만 뵌 분도 계신데 한 명 한 명 모든 분이 다 추억입니다. 비록 덕질은 그만두셔도 1년 간의 추억 소중히 간직해주시고 무엇보다 애들 미래 항상 응원해주시길..
* 술 안 마셨습니다. ㅋㅋㅋ

댓글
  • 꾸쌈밍 2019/11/07 05:01

    어덕행덕이에요
    저는 11일날 지켜보고 정리하든지 결정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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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나우동 2019/11/07 05:03

    힘내세요..저도 탈덕하기 싫은데...제맘처럼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듯 하네요..연장은 헛된꿈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무사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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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holder 2019/11/07 05:05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행복을 준다면 계속 하셔야죠.
    누구 피해주는 게 아닌 이상, 누구도 님에게 이거 하라 하지말라 할 권리는 없습니다.
    여기서 관련 글을 읽는 게 힘드시겠지만 님의 행복 잘 지켜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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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갠오후 2019/11/07 05:08

    열심히 사시네요 힘내세요.
    살다보면 좋은날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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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Rawls 2019/11/07 05:10

    본인의 선택이지만
    부정의, 부조리를 용인하고 합리화하며 덕질하는 게 힘들 겁니다.
    11일 브리핑은 꼭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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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니 2019/11/07 05:12

    애들이 관여된게 아니라면 애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요..
    일단 많은 분들에게 11일 결과가 얼마나 심각할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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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AL*IZ 2019/11/07 05:20

    지금 시점에서 위즈원끼리는 각자의 선택을 서로 존중해주는 것, 그 이상의 무엇도 필요하지 않겠죠. 저도 군생활 말년부터 복학하게 전까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무력한 나날 속에서 멤버들을 보면서 행복했던 그 기억들이 눈에 밟혀서 아직 놓고 떠날 수가 없네요. 감상적이고 어리석은 줄은 알지만...멤버들에 대한 애정 그 자체가 식지 않는 한 라이트한 팬으로라도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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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시네요 2019/11/07 05:47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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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르댕댕 2019/11/07 05:56

    조작이 확실해져 멤버가 뒤바뀐 것이라면 전 해체가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멤버들 상처받게하면서 굳이 그룹유지 강행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프듀 그룹의 존재 의의가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구요. 정말 슬픈일입니다. 모든 프듀 연습생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고 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조작을 저지른 엠넷과 그외 이해관계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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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룬 2019/11/07 06:27

    남 시선 생각할 필요가 있나싶습니다... 힘내세요 저도 힘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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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렛츠굿보이 2019/11/07 06:32

    살면서 어떠한 경쟁에서 부당하게 탈락하거나 밀려도 무조건 받아들이고 살건가요? 님 대신 덕본 사람을 이해할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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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루미 2019/11/07 06:39

    이번 안pd 자백으로 더이상 아이즈원을 끌고가는것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애들에게 아이즈원이 고통의 이름이 된다면 그 여행을 끝마칠 때가 됐어요. 전 아이즈원 활동을 마치고 나서 애들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그대로 꽃같은 나이잖아요. 아이즈원 활동으로 그녀들의 매력을 알게되었고 그녀들의 가능성또한 보았습니다. 연예계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멤버들에게는 용기를 일반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멤버들에게는 행복을 주고 싶네요. 아이즈원이 아닌 12 멤버들의 삶에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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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덕그룹 2019/11/07 07:23

    어제 뉴스 뜨고 충격 받은 팬 중 한 명 입니다.
    생업 마치고 소식 들리면 검색하고 감정이입도 하고 그랬는데 저 역시 과몰입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쓰신 글 보니까 안타까운 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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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식이형 2019/11/07 07:23

    저도 탈덕은 안할듯 싶네요. 그저 묵묵히 응원만 할뿐.
    작성자님도 힘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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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자트 2019/11/07 07:23

    본문 잘 읽었습니다. 어제 애들 컴백쇼 후기글들도 보고 묵혀뒀던 프메들도 읽어보면서 애들이 얼마나 슬퍼할까 그생각부터 들더군요. 전 아무래도 애들 스스로 포기하지않는한 그손을 놓치는 못할꺼같습니다. 많은 비난들이 따르겠지만 감수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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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한가 2019/11/07 07:53

    출근길에 보면서 공감하는 글이 있군요.
    저도 이번이 마지막 걸그룹이라 이기적이지만 덕질은 계속 할겁니다.
    솔직히 이멤버 아니었음, 아이즈원 팬이 아니었을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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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청망청 2019/11/07 07:59

    덕질 할거면 인터넷 끊으셔야
    조리돌림 당하는거 보고 덕질하기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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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세어1200 2019/11/07 08:04

    힘내시고 한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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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코땅땅 2019/11/07 08:19

    저도 끝까지 함께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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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Y집사 2019/11/07 08:23

    힘내세요 저도 끝까지 응원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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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모열일강혜원 2019/11/07 08:26

    힘내세요 저도 끝까지 함께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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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소리만 2019/11/07 08:47

    묵묵히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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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뇽 2019/11/07 08:48

    Tv에나온 원영이 첫모습에 뿅가서 아직도 정신못차리는 거로봐서 탈덕 10년 걸릴듯합니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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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세미 2019/11/07 09:59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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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롱집사 2019/11/07 12:31

    저도 애들 보면서 힘을 많이 얻어서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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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기 2019/11/07 16:22

    해루미// 제 말은 무조건 해체하면 안 된다는게 아니라 해체를 하든 안 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금처럼 묵묵히 애들 응원하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해체 여부는 저같은 더쿠가 왈가왈부 할 일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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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기 2019/11/07 16:23

    흥청망청//제 여돌 덕질 계보가 하수빈 - 간미연 - 보아입니다 ㅋㅋ 조리돌림 따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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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지 2019/11/07 22:23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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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즈마요 2019/11/08 02:54

    저도 계속 응원할겁니다
    남들 시선 신경 안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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