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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같이 일한 법률사무소 직원이 말하는 문재인 썰.txt

‘영감님’의 추억
  
 
최성민(문재인 법률사무소 전 직원)
  
 
1983년, 나는 군을 제대하고 백수 3년을 거쳐 취미생활의 연장인 소규모 현상소를 하고 있었다. 나야 사진을 찍고 필름을 뽑는 현상소 일을 즐겼지만 내 형은 돈이 되지 않는 그 생활이 걱정이었다. 형이 협박하다시피 해서 나는 어중이 현상소를 접고 직장다운 직장을 얻게 되었다. 그 곳이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재인 변호사의 법률 사무소였다. 
 
 
30년 전 변호사업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엘리트의식이 강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변호사업계를 포함한 법조계 권세는 대단했다. 나이 든 경찰 간부가 새파란 판사와 검사에게 ‘영감님’하면서 허리를 굽실거렸다. 법조계의 위계질서도 엄격했다. 오죽하면 현재도 법원에서 산책하는 판사들이 부장판사가 앞에 서고 배석판사들이 뒤를 따르는 기러기 모양으로 걷겠는가?
  
 
 
지금은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바로 개업하는 변호사가 많다. 하지만 1983년 무렵에는 거의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를 마치고 개업을 했다. 부산에서 개업하는 변호사가 1년에 겨우 두 세 명이 될까 말까 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자신을 사실상 판사나 검사로 여겼다.
  

 
그래서인지 나이 지긋한 변호사들은 평소 자신의 사무원들과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심지어 사무원에 대한 상여금이나 퇴직금 제도도 없었다. 변호사가 맘 내키는 대로 주면 받고,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한마디로 당시의 변호사와 사무원의 관계는 파트너가 아니라 주종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무원들은 머리가 허옇고 허리가 굽어도 변호사에게 ‘영감님’으로 호칭했다. 설령 변호사 나이가 새파랗게 젊어도 그 호칭은 변하지 않았다. 영감(令監)님이란 용어를 알아보았더니 지체가 높은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다. 조선 시대에 정2품 이상에는 대감을, 정3품에는 영감이란 호칭을 붙였다. ‘영감님’은 조선시대로 따지면 양반 중의 양반이고 실세 중의 실세인 셈이었다. 시대착오적인 호칭이었지만 모두 그 호칭을 당연하게 여겼다.
  
 
 
나 또한 문 변호사님을 ‘영감님’으로 부르면서 까닭 없이 변호사님을 어려워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 변호사님이 청해서 사무원 전원이 노래방(그 당시는 가라오케라고 했다)에 가게 되었는데 사모님도 함께였다. 그것이 당시의 관행으로는 파격적이라서 고참 사무장조차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지금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설마 그 정도까지야 하겠지만 그 옛날의 변호사업계는 그 정도로 변호사와 직원 사이에 벽이 두꺼웠다. 얼마 후에는 문 변호사님이 사무원 모두를 집에 초대해서 우리는 사모님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먹는 호강을 누렸다.
 
 
그 자리에서 문 변호사님은 젊은 자신에게 ‘영감님’ 호칭은 거북한데다, 무엇보다 너무 권위적인 것 같아 어색하다면서 사무원들에게 호칭을 ‘변호사’로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우린 동룝니다, 동료.” 또한 사건 의뢰인에게도 꼭 변호사로 부르도록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문 변호사님의 합리적인 성품에 얽힌 그와 같은 미담이나 추억이 그 한 가지 만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렇게 권위적인 세계에서 직원과 변호사의 장벽이 높던 시절에 자신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사무원과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겸손한 문 변호사님의 성품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나는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댓글
  • JSW파 2017/02/22 17:47

    굳이 누군가를 깎아 내리지 않고, 이런 미담을 열심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부지런해 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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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위의바다 2017/02/22 17:52

    이래서 좋아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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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학 2017/02/22 17:56

    이런 에피소드 볼때마다 걍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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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지리이 2017/02/22 18:11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속담이 무색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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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eno 2017/02/22 18:25

    문대표님이 이야기한 '자신은 지금까지 항상 바꾸려고 노력해 왔다'라는 말에 잘 맞는 일화군요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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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zaestic 2017/02/22 18:42

    수구세력 예상반응
    박지원: "문재인, 변호사시절 사무소직원과 사적관계 의혹. 해명해야"
    안철수: "제왕적 변호사 권위 누린 문재인, 안돼!"
    자유당: "문재인, 과거 변호사시절 행적 의혹 눈덩이, 규명 없이 대선출마 안돼"
    수구언론SSIP새끼들: "문재인 후보 과거 행적 의혹 많아.관계자 증언에 외압의혹" "문재인 과거 논란, 파문"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하죠. 문재인을 응원합니다.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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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지진지해 2017/02/22 18:53

    지금도 크게는 법무법인이나 작게는 소규모의 법률사무소에서도 대표변호사와 사무원간의 벽이 두껍습니다. 물론 80년대 만큼은 아니겠고 사무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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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감고속눈썹 2017/02/22 18:59

    오늘도 달님의 훈훈한 미담으로 하루를 정리합니다 모두들 문이브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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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투는나의힘 2017/02/22 19:04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벌레는 자랄수록 눈깔에서 레이져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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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기회 2017/02/22 19:05

    구지 미담 안까도 우리문수르님에겐 세계13위의 황금을 보유하셔서 어떤 대통령도 못한 자기재산만으로도 경제를 살리실수있으신 분이죠.
    근데 또 잘생겼어!
    쓰고보니 오유인이 젤시러하는 스타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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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적찌라시 2017/02/22 19:15

    미담꾼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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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지존 2017/02/22 19:32

    이러니 노무현대통령도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라고 하셨는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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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선향 2017/02/22 19:37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표님 역시 인간적으로 너무나 멋지고 존경스러운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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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아기 2017/02/22 19:52

    자신을 낮추면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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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ytime 2017/02/22 19:53

    오 좋은 내용이네요.
    이런 미담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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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ItBetter 2017/02/22 19:55

    파도파도 미담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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