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프레임 싸움이고
이걸 특히 잘하는 게 유시민이었는데
박형준이 초반부터 도덕성 문제로 끌고 가니,
여유가 넘치던 유시민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단어선택 잘하라고 정색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토론주제도 그렇고 검찰수사와 관련된
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특혜와 반칙에 대한 얘기가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던 것 같습니다.
2,
아무래도 쉴드 대상의
부도덕한 부분이 너무 명확하다 보니
유시민조차도 조국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은
앞으로 계속될거고 스스로 감당해야 되는 거라고
전제를 깔고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쉴드 논리 역시 빈약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추측, 추론, 가설, 시나리오로 낭비해버립니다.
토론 막판에는 진영논리가 왜 나쁘냐는 실언까지 나오죠.
유시민은 자기 자신을 어용지식인이라 칭하며
'내 편이니까 보호한다'는
진영논리의 본질을 아주 솔직히 받아들이니까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이나 지지자들은
진영논리를 정의로 둔갑시키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죠.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 그러므로 처단해야 한다는 논리는
극단적으로 보면 테러리스트들의 기본 의식과 다를 게 없어요.
실천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3,
조국을 반대한다고 해서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
전혀 다른 두 명제를 억지로 묶어버리니
내로남불이라는 상대의 공격을 논리적으로
방어하기 힘들어진 것이죠.
과거 국정농단 수사 당시 강압수사로
자살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당시에는 혐의와 의혹만으로 재판도 열기 전에
범죄자로 낙인을 찍고 낭떠러지로 몰아갔던 사람들이
지금은 완벽히 태세전환을 해서 조국 일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잉수사, 강압수사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을거라고 보지만,
지지자들의 과잉보호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4.
왜 꼭 조국이어야만 하는가,
'조국만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다'
이 잘못된 전제를 깔고 가니까
토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미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검찰개혁과 관련된 법안은
박상기 전 장관 때 완성이 돼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상황입니다.
검찰개혁 때문에 조국이 당하고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려면
박상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당했어야 하는 거죠.
왜 자꾸 조국만이 검찰개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검찰이 언론과 함께 막으려고 한다는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냐는 거에요.
'얼마나 구린 게 많으면 저럴까'
이렇게 생각하면 멀리 돌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단초가 됐던 논문 제1저자부터
이미 상식적인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총평
청년수호가 아닌,
조국을 수호하는 진보의 모습에 염증을 느낍니다.
진보가 기득권이 돼버렸다는 진중권의 자조 섞인 성찰이야말로
작금의 조로남불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진보의 모습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