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적황군의 보급은 굉장히 빵빵하면서 동시에 엄청 부실했다.
예시를 들어보자:
43년에 중일전쟁에 투입된 육군 소속 이등병 다나카 헤이지로는 운이 좋아서 후방거점인 선양시에 배치 받았다. 고기감자조림도 먹고, 떡국도 먹고, 만쥬에 호빵에 운이 좋으면 특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고, 더 운이 좋으면 사이다나 맥주도 먹는다.
짬찌 중의 짬찌에 배치 받고 총알 한 방 안쐈고 심심하면 중국인 두들겨 패고 조선인에게 삥뜯는 인간쓰레기지만 헤이지로는 돈 들어오면 매음굴을 가거나 아편을 빨아볼까 말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하다가, 내일은 닭고기조림이 나오면 좋겠당~이라고 생각하며 잠이 든다.
대략 헤이지로가 먹었을 정도였을 수준의 카레
마찬가지로 43년에 복무중인 다치바나 헤이스케 대좌를 보자. 그는 허베이성 최전선에서 기병장교로 복무 중인데, 어제 자신의 애마를 삶아 먹었다. 최전선까지 보급라인이 붕괴되어 있거나, 붕괴되는 중이거나, 아니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헤이스케는 34년 부터 육군에 복무했고, 육군병학교 차석 졸업에 사족출신인데다 군공도 있어서, 금치훈장까지 받았다. 일본군치고는 기특하게 대민안정도 신경쓴 편이라 그가 담당한 구역에서는 국민당군의 게릴라가 비교적 적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오늘 말을 삶아 먹었고 내일은 기병 부츠를 삶아 먹을 생각이며, 훈장과 기병도로 물물교환을 시도한 후, 그도 안 되면 부하들과 함께 초식동물이 되어 풀을 뜯을 생각이다.
헤이스케의 내일 저녁식사. 와! 천연가죽! 와! 땀과 진흙이란 향신료! 와!
왜 이랬냐면, 일본군은 보급을 엄청히 신경썼다. 후발주의 국가에서 군대는 근대화의 첨병이기에 좋은 대접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급물자를 이빠이 만땅으로 땅땅 채워서 넣은 다음 고정 주둔지에 던져놓고 그 후는 알아서하셈~이었다는 것이다.
일본군 생각으론 그렇게 해놓으면 병사들이 알아서 챙겨가거나, 철도로 옮기거나 하면 되겠지. 하고 대충 넘어간 것인데, 이를 어쩌나. 무적황군의 기계화율은 낮았고, 철도는 심심하면 국민당 게릴라들이 작살을 내고 배는 미군 잠수함들이 농구 점수 경쟁하듯이 격침했다.
즉 후방은 꿀 빨면서 맥주에 닭꼬치 먹는 동안 ㄹㅇ 보급이 필요했던 최전선의 병사들은 초식동물이 된것이다.
2. 무적황군은 부끄럼쟁이 사무라이였다.
역시 예시를 들어보자.
사쓰마급 전함의 함장 이노우에 다카시는 44년 초에 미군 뇌격기의 뇌격에 대해 회피기동을 지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회피기동은 사무라이, 즉 무사로서 부끄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야마토 혼을 지닌 남자라면 정정당당히 뇌격에 맞서야 한다.
당당한 행동의 결과로 사쓰마급은 우현 함미에 어뢰 3방을 맞고 추진력을 상실, 천천히 침몰하기 시작한다. 부하 참모들은 다카시 함장에게 퇴함을 권한다. 시간은 충분했지만, 함장은 거절한다. 왜냐하면 함과 같이 죽는 게 남자다운 무사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지의 참모들, 나중에 전보를 받은 군령부 참모, 장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외쳤다.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그리고 지들끼리 퇴함하고, 다카시 함장은 소원대로 용궁으로 간다.
전후 해군 출신이 참모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던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솔까 태평양 전쟁 때 함장들이 배랑 같이 죽는다고 하면 이해를 못했었음;; 지들 키우는데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걍 다시 돌아와서 지휘를 계속해야 진짜 무사인거 아님???'
띠용? 다른 참모들이 놀란다: '야 너두? 야 나두!'
일본에서 나가본적이 거의 없이 일본식 해군교육과 지방사족 출신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장군, 함장급과는 다르게 젊은 참모, 장교들은 해외주재무관 등을 하며 상대적으로 머리가 깨어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함과 같이 뒤지겠다고 하는 함장들은 이해를 못할 빡통들이었던 것.
하지만 경직된 일본군 분위기에서 그런 말 하면 갑분싸가 될테니 아닥하고 있다가 전후 한참이 지나 80~90년대 쯤 되서 그 당시 장군이니 함장이니 하는 사람들이 골로 가니 인터뷰에서 솔직한 감상을 말했고, 알고보니 젊은 참모 및 장교들이 비슷한 생각을 속에 품고있었다는 걸 한참 후에 알게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부끄럼쟁이들 같으니.
3. 무적황군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줄 알았다.
1933년 무적황군의 해군은 회의를 연다. 1936년을 기점으로 런던군축조약이 종료되니, 신형 전함을 어떻게 뽑을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자 한 것이다.
이 때 항공파와 전함파가 대립한다.
항공파: 거대전함은 너무 비쌈. 실전에 참여하기 힘듬. 어뢰기술이 나날이 발전해서 전함 아무리 크게 만들어봐야 뽀록뜨면 원킬임. 그러니까 대포탄방어보다 방뢰를 신경쓰고 관측, 통신, 대공에 집중한 서포터 전함을 만들어서 항모나 순양함을 지켜줘야 함!
전함파: 내각이 자꾸 군통수권에 개입하니까 좀 비싼거 질러서 기를 좀 죽여야함. 게다가 해군이 이 나라를 선도하는데 예산이 좀 든다고 뭔 상관?? 어차피 비행기, 항모 붐은 일시적이고 전함의 클라스는 영원함. 그리고 어뢰로 전함을 어캐 죽임? 호위 구축함은 호구임? 전함은 크고 대포 많은게 짱임!
사실 그 당시 내각은 군축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양 측 모두 김치국을 마시는 셈이었다. 암튼, 근거가 좀 부족하고 군축분위기에도 좀 딸리던 전함파는 존시나 대단한 근거를 들고 온다.
'존나 큰 전함=존나 큰 야마토 혼임! 즉 존나 큰 전함을 보면 황국신민과 황군의 사기는 오오 이거시 야마토 혼? 이러면서 만땅을 찍을 것임!'
'새 전함 지르면 덴노가 보실텐데 그때 가오 안나게 대공호위전함 이런 거 보여드릴거임? 거함거포가 덴노 보여드리기에도 더 간지남!'
'즉 황국신민과 황군의 모랄만땅+덴노의 흡족함 등 무형의 가치를 따져보면 오히려 거대전함을 지르는게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임!'
몇 년 후 결국 이 매우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에 더해서, 현직 총리 및 문관, 기타 비둘기파 무관을 칼빵과 총알빵으로 영원히 조용하게 만든 무적황군은 존나 멋지고 커다란 전함을 만드는데 그 함급의 이름이 야마토급이다.
참고로 야마토급의 함생은 아래와 같다.
야마토급 1번함 야마토는 45년 키쿠스이 작전에서 어뢰 10방 맞고 용궁행 (전과 0킬 1뎃)
야마토급 2번함 무사시는 44년 레이테 해전에서 어뢰+항공폭탄 맞고 용궁행 (전과 0킬 1뎃)
야마토급 3번함 시나노는 항모 개수 후 45년 본토 내 정박지 이동 중 어뢰 4방 맞고 용궁행 (전과 0킬 1뎃)
자매함들이라 그런지 다같이 함재기나 잠수함의 어뢰를 맞고 가버렸다.
아마 이래서 항공파가 방뢰격벽 강화와 대잠, 대공설비 증강을 주장했던 것이이라.
하지만 무적황군은 비겁하게 회피기동과 방뢰격벽으로 어뢰를 대비하느니 야마토 무사의 혼으로 당당하게 맞서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대공전함과 항모, 함재기에 투자하자고? 비겁한 항공파들 같으니!
뭐? 함포가 아니라 뇌격기로 공격을 해? 비겁한 귀축영미 같으니!
이로서 무적황군은 무사도를 지키는 상남자면서 동시에 부끄럼쟁이였던 갭모에+합리적 소비를 생각했던 모에모에한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끝.
세상에 이런 미친집단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