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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캄보디아 # 3

동료들이 떠나는 금요일 아침. 나는 프놈펜에 볼 일이 있어 하루를 더 연장해 머물기로 했기에 한껏 여유를 부릴 심산으로 다시 카메라를 들고 길거리를 나선다.
태국에서 6개월간 난민 정착을 돕던 예수회 신부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 분이 현재 캄보디아에서 하얀비둘기 (캄보디아어로 Prieb So)라는 공동체를 운영하고 계셔서 하루 잠깐 뵐 생각이였던 것이고, 저녁 시간 근방에서야 시간이 나신다 하니 그전까지는 잠시 이곳 저곳을 둘러볼 요량이었다.
필름 사진생활에 보조 역할로 디지털 바디를 들였고 이번 출장에 가져 나온 2대의 필름 카메라 중에 하나를 오늘 아침 챙겨 나왔지만, 몇 장 밖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포기해야하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했으니 차라리 디지털 바디도 같이 가지고 나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가지며 산책을 하게 된다.
왓프놈이라는 가장 유명한 절까지 걸어 내려갔다가 태국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봉헌 제례를 지켜보며, 사원 안에서 셔터 속도도 포커스도 제대로 잡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한 장을 담으며 디지털에 더 친숙해져 가는 나 자신의 얄팍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소하며 천천히 숙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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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made Justino669 | schneider xenotar 80mm f2.8 | portra 160 w/ 66 mask | wat phnom, phnom penh
그러다 만난 많은 사람들. 이곳은 어디일까? 왜 이른 아침 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그들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이곳은 국립 어린이 병원. 이른 아침이면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해서 온듯해 보이지만, 이미 줄은 건물안 대기공간을 넘쳐나 밖에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건물 안쪽 대기공간인듯 마련된 10평 정도 되어 보이는 시멘트 바닥에 족히 100명이 넘는 아이와 엄마들이 순번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다시금 가슴이 메어진다.
대기공간에 들어가 이들을 담아볼까도 생각했지만 나로 인해 불편한 대기 시간이 더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에 먼발치에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 대한 연민에 기도 하나를 더해 보며 자리를 떠난다.
오랫동안 편히 알고 지내왔던 친구가 얼마전 이곳 우편통신부의 차관이 되었고, 금번 출장을 오면서 개인적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40대 중반에 차관이 되었다는 것(이곳은 차관이 7명이다)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을 하게 하였지만, 그의 총명함을 보아왔던 터라 아주 놀랄 일이라 여겨지는 않았다.
한 세대의 절멸은 후대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어야할 세대를 보존하지 못한 터에 경제 최빈국이라는 필연을 맞지 하게 되었고, 이는 사회 전반의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이끌어 주고 그 다음 세대는 또 이어지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는 톱니 바퀴와 같이 굴거야만 하거늘, 한 세대의 절멸은 하나의 톱니를 몽창 돌아냈으니, 톱니가 멈춰서듯 경제 성장도 멈춰서고 이로 인한 사회의 복지와 혜택은 그 어느에게도 돌아가지 못하는 듯 하다. 더욱이, 캄보디아는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 부폐지수의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었으니, 풀뿌리 민초들에게 의료라는 혜택이 제대로 돌아갈 일은 가마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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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정을 고민하던 터에 예수회 신부님은 이곳에 낮은 사람들의 성당을 찾아가 보기를 권하셨다. 최빈국 캄보디아에 넘어와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들의 거주지에 자리한 아레익삿(Areyksat)의 작은 성당(Queen of Peace Church). 이곳은 2가지의 사연이 있어 최근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는데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08년 4월 16일, 무슬림의 한 베트남 어부는 그물에 이상한 물체가 걸린 걸 확인하고는 자신 혼자서는 도저히 건져올릴 수 없음에 주위에 있던 어부 7명에게 도움을 청해 간신히 여인의 모습을 한 쇠뭉치로 보이는 물건을 인양한다. 이는 바로 성모상으로 이들의 인양소식을 접한 성당 관계인은 이들과의 상의 끝에 2백만 리엘(현재 환율로 미화 500불 가량)에 매입할 것을 결정하였으나, 그날밤 한 어부의 꿈에 어부들이 잠자는 배 위를 건져 올린 성모상이 몇 바뀌를 배회하는 모습이 나왔고, 이는 곧바로 다른 어부들을 찾아가 꿈 이야기를 나누고는 자신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 것을 두려워해 이들은 성모상을 성당에 무료로 기증하기를 결정하였다. 성당은 원래 약속한 금액을 받을 것을 권하였으나, 이들의 거부로 성당은 동네 사람들에게 쌀과 음식으로 이들과 주변 불우이웃들에게 보상해 주었다 한다.
그로 부터 4년 후 2012년 11월 18일. 어느 불교신자의 꿈에 어느 아이 하나가 나타나 더 이상 물속에 있기 너무 추우니 나를 꺼내줄 것 요구하며, 나는 예전 성모상이 인양된 근처에 있음을 말한다. 이에, 꿈이 너무 특히하다고여긴 그 불교 신자는 아들 둘과 함께 수색을 해 다음 날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에 다른 쇠뭉치를 인양하니, 바로 2-3 미터 가량의 성모가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자상였다는 것이다.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께서 두 번이나 발현했기 때문에 이는 동네 카톨릭 신자들을 기쁘게 한 소식이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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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두 개의 철제 조각상이 어떻게 그 장소에 수장되었었는지는 아무것도 전해져 오고 있지 않다 한다. 다만 추측하기로는 크메르루즈 시대 무기 제조 등을 제조하는데 철을 강탈했다 하니 이를 염려한 산자들이 조각상을 강에 수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게 설득력있는 추정이라 한다.
가장 낮은 계층의 이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성경 말씀처럼 항상 낮은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 계시겠다하신 그분의 말씀이 다시금 떠올라, 캄보디아 사람들의 영혼의 구원과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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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q q | summilux 28mm f1.7 | phnom penh, cambodia | sep. 2019



















댓글
  • 레머스 2019/09/25 00:15

    고생하셨습니다.
    요즘 전기 상태는 어떤가요?
    예전엔 서너 시간마다 정전 되자마자 온동네 동시에 발전기 돌리다시피 했었는데요...

    (NvUknT)

  • luftwaffe 2019/09/25 01:00

    잘 봤습니다

    (NvUknT)

  • 뜬구름2 2019/09/25 07:10

    정말 다좋습니다

    (NvUknT)

  • 원조식빵맨 2019/09/25 07:38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기억이구요.
    성모상과 성모자상에 얽힌 이야기는 전설 같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이데올로기의 상처를 가진 나라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하신 사진 잘 보고갑니다.

    (NvUknT)

  • *AGNES* 2019/09/25 08:13

    매력적인 기행문입니다..
    글귀가 참 구슬처럼 ...

    (NvUk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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