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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충제 펜벤다졸이 항암신약이다??

안녕하세요, 눈팅러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하여 오유에서 글을 보고 조금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생물계열 대학원을 나온 평범한 이과생입니다.
암 관련 전문의나 항암연구자는 아니었습니다.
 
 
1. 암은 무엇인가
 
암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apoptosis (세포사멸) 와 necrosis (세포괴사)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두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포는 가장 작은 단위의 생명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태어나서 죽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대로 세포분열이 태어나는 것이라면, 세포 사멸 apoptosis이 세포의 죽음입니다. 이는 계획대로 이루어진다 하여 programmed cell death 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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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세포사멸 후에는 지저분한 것이 남지 않습니다. 재활용 분리배출하듯이 죽음에 이른 세포를 잘게 쪼개면 탐식세포가 이 조각을 먹어치웁니다.
반대로 세포괴사 necrosis가 일어날 때에는 지저분하게 팍 터져버립니다. 분리배출한 쓰레기는 딱 들어서 버리면 있던 자리가 깨끗하지만 우유팩 같은게 터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쓰레기가 생겨버리면 있던 자리가 지저분해져서 걸레로 닦아내는 등 청소도구가 필요합니다. 세포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터진 세포의 찌꺼기를 처리하기 위해 면역세포들이 급작스럽게 대거 호출됩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아무는 과정에서 짖물이 나옵니다. 이게 면역세포들이 열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Apoptosis: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세포의 죽음
Necrosis: 의도하지 않은 세포의 죽음
 
 
 
 
 
그럼 세포는 어떻게 자신이 죽을지 아는가?
그건 p53 유전자가 열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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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은 이렇게 생겼다고 합니다.
이 유전자는 분열한 세포가 정상기능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 검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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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다들 아시는 세포분열 과정입니다.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나눠지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요, 이 때 아주 작은 하나라도 잘못되면 그 결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 과정을 체크하는 유전자도 있습니다. 혹여나 DNA가 잘못 복제되거나 하면 그 순서를 바꿔주는 editting gene도 있고 최종 결과물이 합격품인지 아닌지 검사하는 장치도 있습니다.
 
p53은 세포가 죽어야 할 때 apoptosis를 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24_01.jpg
 
 
 
그러면 암은 왜 생기는가?
p53 이 apoptosis를 일으키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거나 하는 이유로 발생합니다.
 
 
우리 몸에 있는 세포는 아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모양과 특징이 달라지고, 하는 일이 다릅니다. 회사에 다양한 부서가 있고 하는 일이 다른 것, 혹은 우리나라 안에 다양한 산업군이 존재하고 각자 만들어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종류가 다른 것으로 이해하시면 편할것 같습니다.
생물학 전공자가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올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암도 마찬가지 입니다. 있어야 하는 세포와 특징이 다른 세포가 마구마구 자라는것이 암입니다.
 
암은 통제되지 않는 세포분열(uncontrolled proliferation)이라고도 합니다.
위 그림의 왼쪽 모양처럼 예쁘게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져야 하는데, 오른쪽처럼 마구마구 만들어지고 그 모양이 있어야 할 세포와 다른것이 암입니다. 있어야 할 모양의 세포가 해야할 일을 하는 정상상태와 달리, 잘못된 모양의 세포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니 몸에 문제가 생깁니다. 잘못된 세포가 생기면 apoptosis를 일으켜서 제거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 상태인 겁니다.
 
암은 회사에서 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서 불평은 있는대로 늘어놓는 직원과 유사합니다. 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데, 회사에서 제제를 가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도 비슷하게 변합니다. 혼자만 열심히 일할 필요를 못느끼게 되는거죠.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분열만 합니다. 영양분을 빨아먹고 분열하는게 암세포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몸의 일부분으로써 해야 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 분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암은 전이가 되는겁니다.
 
 
 
2. 펜벤다졸이 항암신약으로, 말기 암환자가 완치되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모른다 입니다.
 
펜벤다졸+암으로 논문검색을 해봤더니 약 8건 정도의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몇 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캡처1.JPG
 
 
세포 수준에서 펜벤다졸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논문입니다.
세포 수준 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관별 암에 대한 것도 아닙니다. 항암 후보물질 발굴의 초기단계에서 하는 연구입니다.
후보물질이 많아도 약품으로까지 개발되는 물질은 한 두개 나오기도 어렵다는건 다들 잘 아실겁니다.
 
 
 
 
 
캡처2.JPG
 
결론에도 잘 나오듯이, 절대 지금 연구결과만 믿고 치료제로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캡처3.JPG
캡처4.JPG
 
마우스에서 실험한 결과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펜벤다졸만 먹으면 대조군보다 오히려 암이 더 커집니다. 비타민하고 같이 먹어야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문입니다.
 
 
 
 
 
캡처5.JPG
 
펜벤다졸의 간대사 효과로 인해서 오히려 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논문입니다.
위의 비타민과 같이 처치하지 않고 펜벤다졸만 처치시 암이 커지는 결과를 나타낸 논문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암세포를 기생충처럼 인식해서 효과가 있는것 아니냐 하는 말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고,
p53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시길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였습니다.
 
해당 게시글에서
댓글
  • 꺄~♡ 2019/09/24 15:00

    앗 이과가 낙타낙타~♥

    (efszOU)

  • Reoric 2019/09/24 15:11

    뭐라는거야.. ㅠ ㅠ
    글을 봤을뿐인데 현타가 와버렷..

    (efszOU)

  • 꼬마엄지 2019/09/24 15:12

    오호

    (efszOU)

  • 무지개질주 2019/09/24 15:20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어느정도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계시다면
    의사의 말을 듣는걸 추천합니다
    제발.....

    (efszOU)

  • Lucia♥ 2019/09/24 15:23

    세상을 바꾼 기술이나 발명에도 실수나 우연으로 나온 것들이 제법 되죠.
    암 정복을 위해서 제발 획기적인 발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fszOU)

  • GentleG 2019/09/24 15:25

    정리 : 펜벤다졸이 항암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단독사용히 오히려 부작용으로 암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자세한 연구와 펜벤다졸을 이용한 제대로된 치료제가 개발되어야함.
    펜벤다졸은 항암제의 주요 성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일 뿐, 단독사용은 효과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 더 악화될 수 있음.
    제대로된 연구와 치료제 개발 될 때까지 제발 기다리자....

    (efszOU)

  • 씁쓸하구만 2019/09/24 15:35

    이 시점에 상당히 용기 있고 가치있는 글이네요.
    저희 아버지도 암환자시라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방향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fszOU)

  • 잠이오네요 2019/09/24 15:36

    기존 연구들도 그냥 비타민이랑 같이 줬더니 암세포가 작아졌더라 수준이고
    왜 그런지도 모르고,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이유나 암과 관련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라서
    당장 임상실험할 수준은 거녕 동물 실험이랑 작용기전 연구부터 장기적으로 다시해야합니다
    아무리 극적으로 진행되도 아주 일부 암에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나마도 부작용이 심해서 호가 안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펜벤다졸 뿐만 아니라 항암 후보물질이란 명칭이나 연구단계가 의미하는게 그런거죠
    암이 나았다는 저 사람도 그냥 단일 케이스로는 자연치유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전혀 몰라요
    암환자 수만명이 있으면 열댓명 씩은 자연치료 사례가 나오는데요
    게다가 임상중에 임의로 다른약을 먹은 시점에서
    애초에 변인 통제에 실패했다는 말이됩니다
    본인이 주장하기에 다른 변인은 없다고하는데, 의학적 변인 통제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약도 의사 속여서 먹는 사람이 얼마나 변인통제를 잘했을지 신뢰할 수 없죠

    (efszOU)

  • dagdha 2019/09/24 16:24

    그러니까...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참....

    (efszOU)

  • 달구름 2019/09/24 17:14

    비아그라에서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는것을 임상으로 확인것처럼
    펜벤다졸에서 함암효과가가 임상으로  확인되기를 바래봅니다.
    제발.. 그러기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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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이애비 2019/09/24 18:33

    좋아..완벽하게 이해했어...

    (efszOU)

  • 엘뤼에르 2019/09/24 20:38

    완벽하게 대충 이해했어짤

    (efszOU)

  • 당수8단 2019/09/24 21:02

    본문 중에, 다들 아시겠지만 세포분열 과정입니다..부터 모르겠네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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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돼지 2019/09/24 21:16

    좋은글이네요 암환우들에겐 속상하겠지만 잘 못먹고 악화되는것 보단 낫지않겠어요?

    (efszOU)

  • 이니꽃길걸어 2019/09/24 21:22

    암은 종류가 무지하게 많지요. 한 장기에도 수십수백종의 subtype이 존재하고요. 발생기전도 억제기전도 너무 달라요. 서로 다른 암종에서 효과를 봤다해도 지금의 수로는 유의성을 찾기엔 어려워 보여요. 특히 안좋아지셔서 실패한 환자의 업데이트가 있을까요?
    그리고 세상에는 저 정도의 데이터를 가진 약들 엄청 많을 거예요. 수만건도 넘을 걸요? 저 약은 다만 운이 좋게 몇명의 공짜 임상시험을 거쳤고 그마저도 성공케이스만 알려졌을 뿐이죠.
    저 약보다 더 싼 사람 구충제도 많아요. 한끝차이로 항암제에서 구충제로 개발되고 있는 약물도 많고요. 아마 저 연구들의 시작도 거기일 듯 합니다.
    그 어떤 방법도 없을때 스스로가 자신의 몸으로 시험을 해보는 건 말릴 방법이 없습니다만, 치료방법이 있는 환자들은 그래도 더 많은 환자들이 이미 검증해준 방법으로 치료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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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리소나 2019/09/24 22:57

    뜬금없지만 데드풀이 힐링펙터를 얻었을때 암세포도 같이 증식했던게 약간 의학 지식이 포함된 설정이었구나 싶네유...
    인간이 자기 의지대로 그런 분열까지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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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마론:D 2019/09/25 04:00

    해당분야 문외한이지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이해했어요 ㅎ 암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는데 이런거였구나 쏙 들어오네요 :-)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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