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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말 한 마디의 중요성.

지난 주에 거주지 주차장에서 차 대 사람으로 제가 치였었습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 후 가는 중이었는데 분리 수거장 앞쪽 차가 나가려고 후진 중이길래 거리를 두고 멈춰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차가 후진을 과하게 크게 하다 대기하던 저를 쳤습니다.
크게 치인 것은 아니고 산타페 엉덩이에 억하고 얻어맞고 넘어진 정도였습니다 넘어지면서 가전수거함에 1차 음식물 쓰레기통에 2차로 허리 머리를 찧긴 했지만...
삼촌뻘 차주가 곧바로 미안합니다 괜찮으세요?! 당황해서 갈라진 목소리로 외치며 뛰쳐나오시더라고요ㅋㅋ
넘어지면서 부딪힌 머리 허리보다 원래 안 좋았던 한쪽 발목이 살짝 삔 것 같은 통증이 있어 발목 붙잡고 아니 왜 사람을 못 보고 후진을 하셨어요... 했더니 후카는 없고 센서가 울렸지만 늘상 울리게 만드는 가전수거함 때문이려니 방심했다 합니다.
저도 그 위치에서 차 뺄 때면 센서가 그냥 울리는 장소라 어느 정도는 이해했습니다. 베테랑 운전자들이 의외로 익숙한 장소에서 울리는 후방 센서 소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차주께서 연신 미안하다 다쳤느냐 당장 병원을 가자 하시길래 그냥 괜찮다고 지난 주말 태풍 비로 젖은 흙탕물 바닥에 구르느라 망친 외출복 세탁비 정도만 주고 가시라 했는데
제가 발목을 절뚝이니 아니라고 무조건 병원 가자 권하시길래 차라리 병원을 가서 엑스레이까지 찍고 다 해놔야 가해자쪽 안심이 되는 상황이겠구나 싶어 그냥 그분 차에 실려 병원 갔습니다.
당연히 별 결과 안 나왔고 간단한 테이핑과 파스 사서 돌아왔습니다ㅋㅋ
계속 계속 미안하다 말씀하셔서 후진하는 차를 민첩하게 피하지 못한 제가 미안해질 정도였습니다.
다시 거주지로 와서 차후 대인 접수 여부나 현금 보상 얘기를 하시는데, 하늘색 상의를 완전히 흙탕물로 망쳐버린 터라 이건 빨아도 안 지겠다 싶어 그냥 옷값 5만원만 주세요 했더니 10만원 주셨어요.
차후 더 아픈데 나오면 부담없이 연락주라고 번호도 주셨고요.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사고날 경우 좋게 진행되지 않으면 계속 얼굴보고 지낼 사이에 정말 껄끄러워 지는데 이번 사고는 참 괜찮았다 싶었습니다.
사실 발목은 사고 당일보다 다음 날 더 부어오르고 훨씬 아파져서 서서 일하는 직업에 지장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사흘만에 연휴가 되어서 운도 좋았고요.
확실히 모든 사고에 있어 대처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합니다.
만약 이번 사고에서 가해자가 이렇게 미안해하지 않았다면 저도 단지 5만원만 주고 가세요 병원도 괜찮습니다 대인도 필요 없습니다 이런 말 안 나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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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h8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