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프 놈들은 왜 오랫동안 발전을 안할까? ".lotr

 

Alan Lee의 삽화.

 

 

 

요정! 본래 각 신화와 민담, 동화마다 다른 버전으로 존재하던 그 존재들은

 

J.R.R. 톨킨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정형화된 판타지 종족 엘프의 토대가 되었지.

 

 

아주 오래오래 산다는 점, 인간보다 우월한 점, 이 세상 것이 아닌듯한 아름다움까지.

 

그 외의 여러가지 엘프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도 톨킨의 설정에서 비롯되었거나

 

혹은 그 설정이 작가들 나름의 각색과 변화를 거쳐 형성되었어.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톨킨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거지.

 

 

 

 

 

 

 

현대 판타지를 접하는 많은 독자들이 이런 생각을 할거야.

 

 

"엘프라는 놈들은 인간보다 우월하다면서 왜 저렇게 정체되어 살까?"

 

"(실제 역사에서) 우리 인간들은 수백년 안에 이렇게 발전했는데 쟤넨 오랜 시간동안 뭐 한거냐?"

 

 

 

작가들은 각자 그 안에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해.

 

수명이 너무 기니까 그렇다. 이미 고인물들인데 뭘 더 발전을 바라겠냐.

 

마법으로 다해먹는데 산업 테크 찍어야 뭐하겠느냐 등등.

 

 

 

 

 

 

아무튼 작품마다 나름의 논리가 있겠지만 지금은 톨킨의 작품에서 엘프의 기술 정체에 대해 설명해보려고해.

 

물론 이게 톨킨이 이건 이렇다!하고 똭 설정을 내놓은게 아니라

 

작중 설정을 보고 내 나름의 분석을 거친 글이라는 걸 이해해줘.

 

 

 

 

 

 

Ted Nadsmith의 삽화

 

 

 일단 톨킨의 요정이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단순히 장수하는게 아니라는 걸거야.

 

얘네들은 영생불멸이거든.

 

 

 

요정들은 타살, 혹은 멘탈 붕괴로 인한 죽음이 아닌 이상 죽음을 겪지 않아.

 

죽음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개념인거지.

 

그 죽음이라는 것도 겨우 육신이 죽을 뿐이라는 게 그걸 증명해.

 

 

 

 

 

 

 

 

 

요정들이 모종의 사고로 죽으면 발리노르라는 요정들의 대륙으로 영혼이 날아가서

 

대기 시간을 거친후 전과 같은 모습의 새로운 육신을 받고 다시 그 곳에서 살게 되는거야.

 

 

심지어 그 발리노르도 사후세계가 아니라 엄연히 현세에 존재하는 땅이라는 점에서

 

얘네들은 진짜 죽음을 경험할 수가 없어. 우리랑 달리.

 

 

 

 

진짜로 인간이랑 완전히 다른 놈들이지?

 

여기서 또 요정이 인간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하나 소개하려고 해.

 

 

 

 

 

 

 

톨킨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변화하는 종족이야. 실제 우리들처럼.

 

우리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가다가 죽음을 맞이하지.

 

변화를 추구하는게 인간의 본질이야.

 

사실 연애와 사랑의 경험이라는 인생의 큰 변화를 겪지 못하는 인간들도 있지만 넘어가자고.

 

 

 

하지만 요정은 완전히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얘네들은 본질적으로 변화와 어울리지 않아.

 

이들의 영혼은 절대로 변화하지 않는, 신들과 비슷한 속성을 지녔어.

 

 

아마 이 세계관에서 변화가 "쇠퇴"의 개념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면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반지의 제왕의 엔딩에서 보이는 시대의 변화가 큰 아련함과 쓸쓸함을 불러일으키잖아.

 

 

 

 

 

 

 

 

요정들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했어.

 

그들의 영혼은 변화하지 않지만 그들이 사는 땅은 늙어가고 변화했거든.

푸르른 산은 잿빛이 되었고 젊었던 호수는 나이를 먹어 어두워졌어.

 

 

변화하지 않는 영혼과 변화하는 땅, 그리고 그 위에 거하는 육신.

 

이 사이에 갭이 너무 커지니까 요정들은 괴로워하고 발리노르로 배를 타고 떠나버린거지.

 

요정들이 힘의 반지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야.

 

힘의 반지에는 아끼는 것을 변화하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힘이 있거든.

 

 

 

 

세 반지를 가진 요정 군주가 다스리는 땅은 바깥과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듯했어.

 

그 곳에서 요정들은 힘의 반지의 힘이 유지될 때까지 가운데땅에서 버틸 수 있었지.

 

 

 

 

 

 

요정들은 뛰어난 능력과 신들에게서 선물받은 지식과 권위로

 

가운데땅의 인간들보다 몇배나 우월한 문명과 문화를 자랑했어.

 

 

인간들은 그들을 경외하거나 두려워했어. 아마 그들에게 요정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을거야.

 

 

하지만 세상이 변화하는걸 보면 애초부터 요정들은 가운데땅의 주인이 될 수 없던 셈이지.

 

변화하지 않도록 창조된 종족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뭘 할 수 있겠어?

 

결국 그들은 가운데땅을 떠나고 우리 인간들에게 역사의 무대를 넘겨주게 되는거야.

 

 

 

 

 

 

 

자연 친화적인 성향도 요정의 느린 문명 변화 속도와 연관지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본질이 더욱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어.

 

 

물론 이것은 요정의 변화를 거부하는 속성이라는 설정에 맞춘 나의 해석일 뿐이야.

 

실제로 가운데땅의 역사를 보면 인간 문명의 발전도 많이 느린 편이거든.

물론 가상 세계의 인간의 발전 속도가 실제 역사의 그것과 무조건 같을 것이라는 가정도 웃기지만.

 

 

 

 

 

 

 

 

판타지가 재밌는 점은 작가가 현실과 구별된 공상 세계를 창조한 뒤

 

그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정립하고 독자를 설득한다는 점일거야.

 

 

요정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든 그게 실제 이야기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그런 디테일이 그 세계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

 

 

 

설득력이야말로 판타지 세계관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요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