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골목을 떠도는 고양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고 살았습니다. 측은히 여기는 것과는 별개로 그저 바깥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라고 무심결에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제 밤 11시경 퇴근 후 집으로 가던 중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길을 걷던 중 도로가에서 애기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했는데 다리가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숨을 가쁘게 쉬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하냐고 제게 말하하더군요.
저희집에는 강아지 한마리가 있습니다.
다른 애견인들처럼 반려견을 금지옥엽 대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정을 주고 살아가는 또하나의 가족이지요
그때문일까요, 아니면 측은지심 탓일까요.
와이프가 있다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었습니다.
약 15분 뒤 아내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 뒤 차 문을 열고 나선 제 눈에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작고 아담한 것이 들어왔습니다.
뒤에는 동물병원 간판이 서있었고, 간판 아래에는 바람에 쓰러져있는 빈 박스 하나가 있었는데, 핏자국이 여기저기 묻어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애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그 앞에다 두고 간 듯 보였습니다.
아내가 말하기를, 녀석을 발견했을 때 뒷다리를 늘어뜨리고 엉금엉금 기어와 아내의 신발에 고개를 묻더라더군요
당시 상황을 얘기하며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정신없는 상황은 뒤로 제쳐두고서라도 일단은 녀석을 치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구미시 입니다.
야간 동물병원이랍시고 운영하는 병원이란 병원은 다 전화 해보았지만, 전화조차 받지 않더군요. 어렵싸리 대구의 한 동물병원과 연락이 닿았고 금방 가겠다는 말만 남긴채 애기 고양이를 차에 실었습니다.
약 50km의 거리를 정신없이 빠르게 달려갔습니다.
옆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아내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 코에서 피가 나고 있었고 몹시 힘든지 몸을 이리저리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숨조차 쉬다 안쉬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도를 했습니다.
꼭 살아서 우리 가족이 되자 라고 말이지요.
동물병원에 도착해 허겁지겁 아이를 담당 의사에게 보여줬습니다.
의사의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의사 말로는 x ray 촬영 후 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몇분이 지났을까, 진료실로 들어간 우리에게 의사는 촬영한 x ray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다리는 멀쩡하지만 골반이 여기저기 부서져 있다고,
자기 소견으로는 차에 치인 것 같지는 않은것 같다며 무거운 표정으로 얘기하는 의사의 말을 넋을 놓고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사람이 저지른 행위였을까요?
세상에 그렇게 작은 생명에 발길질을 하는 사람이 과연 존재한단 말인가요.
의사의 말은 계속 됐습니다.
진지하게 물어보더군요.
저번에도 길 고양이를 병원에 데러온 보호자가 있었는데,
맡기고 바로 도망갔다고. 당신들은 이 아이를 책임 질 자신이 있느냐고 말이지요.
책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치료비 생각하지말고 꼭 살려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고양이는 케이스 안에 들어가 괴로운듯 고개를 파묻고 있었습니다.
아무말 없이 그저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연일까요.. 녀석은 한쪽 앞발을 들어 유리 케이스에 지긋이 기대며 고개를 들더군요
고맙다는 표현이었을까요,
힘내서 반드시 나으라는 말과 함께 아내와 저는 병원 밖을 나갔습니다.
특이사항 발생시 연락을 주겠다는 병원측에서 전화가 온 것은 우리가 구미 집에 도착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렇게 녀석은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우리가 만난 시간은 고작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일까요,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고개를 들던 녀석을 뒤로한 채 우리는 왜 병원을 나섰던 것일까요.
고마움의 표현이었을까요.
마지막 인사였을까요.
저는 그 아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가족이 되었습니다.
원래 눈물 같은거 안 흘리는데,
눈앞이 흐리네요.
여러분께 경고합니다.
생명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https://cohabe.com/sisa/1110190
뻘글길고양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 뻘글길고양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13]
- 책읽는습관 | 2019/07/31 14:53 | 2055
- 어느 유부남에게 찾아온 사랑. [9]
- 세계의보물?눈동자에 두고왔지 | 2019/07/31 14:51 | 3971
- 다각도로 총체적 난국인 2020 도쿄 올림픽 [21]
- Arnase | 2019/07/31 14:47 | 4535
- 일본여행 예약 취소 했네요 [3]
- 리틀보이와팻맨 | 2019/07/31 14:46 | 1591
- 인싸랑 처음 놀아보는 아싸.jpg [49]
- 1323과 2966은12다 | 2019/07/31 14:45 | 3474
- 지금까지 리all돌은 잊어라... 미모가 ㄷㄷㄷㄷㄷㄷㄷ [38]
- kkks | 2019/07/31 14:44 | 5898
- 주식관련 해서 요약해준다. [15]
- 먀샬D티치 | 2019/07/31 14:44 | 5330
- 수영을 못하는 ○○○○.gisa [23]
- Arnase | 2019/07/31 14:43 | 5693
- 오늘 40평집 잔금치렀네요 [25]
- 정이아빠☆ | 2019/07/31 14:42 | 4093
- 덤벨 망가 주인공 특징 [33]
- 임팩트아치 | 2019/07/31 14:41 | 5293
- 오뚜기 후쿠시마산 논란 중립기어 안박냐? [29]
- 루리웹-0170778182 | 2019/07/31 14:39 | 4576
- 야후재팬에 올라온 대마도 근황 [52]
- 프로리치 | 2019/07/31 14:39 | 1460
- rp에 40mm 2.8 조합 딱이네요 [8]
- 가학적인간 | 2019/07/31 14:37 | 3998
- 기밀시설이라면서 보안 ㅈㄴ 허술하넼ㅋㅋ [28]
- 앙베인띠 | 2019/07/31 14:37 | 3574
- 이게 정상인가요?? [6]
- 알카파 | 2019/07/31 14:35 | 2889
저도 읽으면서 울었어요 너무 슬프네요
[리플수정]그렇게 작은 생명에게 발길질 뿐 아니라 더한 짓을 하는 인간들도 널렸습니다. 그 아가냥이는 그래도 사람의 따뜻함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떠났을겁니다. 제가 대신 감사하네요..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ㅠ 감사 드립니다.
고양이 가기전에 따뜻함을 느끼고 갔을겁니다.
너무 상심하지마세요ㅠ
집사인데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고양이도 감정을 가진 생명체 입니다. 분명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별나라로 갔을겁니다.
가끔 세상의 연약한 모든 것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저 기도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은 더 많은 상처들이 있는 곳인거 같아요. 그러나 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조금씩 그 상처들을 메우고 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힘내세요. 떠나간 아이에겐 그래도 그 아이를 위해 슬퍼한 누군가라도 있었으니까요. 아이도 고양이별에서 님 가족을 기다릴 겁니다. 그리고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을까요?
대낮에 눈물이.....ㅠㅠ
감사합니다
고양이의 고단한 삶에 눈물이ㅠㅠㅠ 하늘로 간 고양이에게 베풀어 준 사랑 감사합니다
병원에 데려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제발 생명을 소중히 여겨 주세요.
무지개 다리를 건넌 아가냥이, 이제는 아프지 말고 마음껏 뛰놀며 행복하길.
별이 되기전에 그래도 자신을 돌보는 손길을 느끼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거기선 아프지 말고 신나게 뛰놀고 행복하기를 ㅜㅜㅜㅜ
감사합니다. 냥이도 고양이 별에선 행복하기를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사랑을 받고 가서 행복할 겁니다. 고양이한테 베푸신 마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