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진은 찍은 그대로의 현실만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수정도 가해지면 안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TV 버라이어티 쇼가 아무런 각본이나 편집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감동을 전해준다고 믿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가끔 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대전제가 조금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 이유를 구전되어 내려오는 몇몇 사진에 대한 인용구나 사상들이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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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진가이자 교육가인 데이브 요라스 [D에이브이e Yorath]가 쓴 사진의 유혹 [A Crash Course in Photography]의 내용 중 1930년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그 파트에는 “그대는 그대의 사진을 수정하지 말아야 하며, 그대의 피사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인용되어 있다. 이것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한 말인지 아니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 인용구인지는 모른다. (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어구 중 이 말을 본 기억이 없다.)
이 사진들에서 알 수 있듯, 필름 암실 시절에 만들어진 사진들 역시 최종 인화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수정은 늘 이루어졌다.
이것이 실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둘째 문제로 치고라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사고를 전달코자 하는 말들은 어떤 부류의 사진가들에게는 21세기 지금까지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나 나는 저 말이 미치는 영향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수정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고, 피사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의 의미도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주 단호하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 볼 때 해석이 모호한 말들은 자칫 창작의 족쇄가 되기 쉽다.
Horst P. Horst의 스튜디오 촬영 장면. 이런 스튜디오 촬영에서 "그대의 피사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갈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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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red Stieglitz | The Steerage, 1907 / 그는 투명하고 뜨거운 매체로서의 특성을 극대화 하기 원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사진에 대한 강렬한 정의를 주장하여 사진만의 위상을 부여하는 것에 일조했다. 그는 사진이 사진으로서 정체성과 당위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화주의적인 접근보다는 사진이 갖는 사진만의 매체적 특성을 부각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사진 분리파(Photo secession)라는 계보를 만들었다. 이 분파는 'straight'가 사진의 나아갈 바-라는 사상을 얘기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스티글리츠가 제시한 그런 사진 분리파에 대한 개념이 “사진은 무조건 이러이러해야 하다.”는 식으로, 왜곡되기 쉬운 진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어볼 법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 어떤 사진가들의 경우 “그대는 그대의 사진을 수정하지 말아야 하며, 그대의 피사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라는 인용구나, 사진 분리파의 주장을 마구 뒤섞어 사진에 대한 어떤 딱딱한 금제를 스스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가 스티글리츠의 분리파 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문명은 늘 어떠한 명제에 대해(회화주의가 메이저이긴 했던가는 둘째 치고)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그다음 합의점을 찾아 새로운 영역으로 나가는 길을 걸어왔으며, 여기에서 스티글리츠가 “야! 사진은 사진으로서 이래야 한다고!”라고 일갈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해석의 제시였으므로 그 의의는 아주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진이란 매체는 회화주의를 차용해 와서 사용해도, 아니면 시세셔니스트처럼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사용했는가 하는 의도뿐이다.
Alfred Stieglitz Spotting Portrait of Dorothy Norman, (with Marin Paintings and Stieglitz in Background) An American Place, New York 이 긴 제목의 사진에서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사진에 생긴 화이트스팟을 수정하고 있다. 그가 제창한 것은 개념이지, 프랙티컬한 금기 같은것은 결코 아니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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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호도 입니다.
며칠전에 올렸다가 스르륵 게시판의 한계상 뭔가 살짝 미흡하다 싶어 다시 편집해 올립니다.
사진 크기, 사진 설명 이런 부분이 미흡해도 너그럽게 봐 주세요~
https://cohabe.com/sisa/1084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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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이 처음 발명되고 예술의 한분야로써 자리 잡기 이전까지는 아마도 땔려야 땔 수 없는 회화와의 관계에서 사진 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기록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다른 예술과의 차별점이자 한계에 부딛히게 되었고, 이 후 시대가 변화해면서 점점 사실의 기록외에 초 현실주의 라던지 순수예술의 분야로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포토샵도 없는 시절 암실에서 초현실주의를 실행한 제리 율스만도 사진도 그런 주류에서 시작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위의 작업과 같은 암실 작업들은 물론 사실만을 기록해야하는 고전 사진의 개념에는 어긋 날 수 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보다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내용이 두서가 없네요 ㅠㅠ
안녕하세요.
말씀하신대로 스티글리츠는 그 시절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아이디어 제시를 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처음엔 회화주의 사진그룹인 Brotherhood of Linked Ring의 회원이었다가 "어? 이건 아닌듯!?" 으로 생각을 달리 했으니 그의 고민과 새 의견 주장이 얼마나 큰 고단함에서 나온 위대한 한 걸음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흐름에서 사실상 이전에도 있었고 그리고 좀 더 발전된 모든 기술들이 이리 섞이고 저리 섞이며 다양한 방향으로 개화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스티글리츠에 의해 격상된 권위에 의해 도움을 받았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런 개념들이 모든 사진적, 사진외적 수정은 용납될 수 없다- 라고 가끔 잘못 이해되기 쉬운 함정일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
스티글리츠 오랜만에 보네요. 중요한건 결국 예술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은 다양하며 그것에 대한 '존중' 인거 같습니다. 아울러 '극단적인 것을 조심하는 것' 까지 말이죠ㅎㅎ
감사합니다! 한 줄 요약이 가능하네요! ;_;
사진은 이제는 사진이죠 ㅎ
사진 찍는 사람 수 만큼의 가짓수의 사진.
작년에 있었던 아크람 자타리 같은 아카이빙 전시 같은 개념까지 나타났으니, 이제 고민은 새로운 사진이 가능한가? 가 될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에렉 케셀이 기획한 24hours in photo같은 형태로 사진의 개념을 환기하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