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32살먹고 공무원 일 하고 있는 동생 입니다.
21살에 공무원 달고 어영부영 하다가 23살에 연애하던 여자친구에게 아이가 생겨 24살에 결혼했습니다.
없는 집에 태어나 모은 돈은 없었지만 직업과 신용만 믿고 대출과 마이너스로 용감하게 결혼 생활 시작 했습니다.
저는 평생을 부모도움 못받고 살았지만 아내는 은수저 정도는 되는 집안에서 나고 자란 귀한 딸 이였습니다.
처음부터 저에게는 과분한 상대였는지 최근 장인장모와의 심한 마찰로 이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 사이에는 삶의 방식을 둘러싼 크고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가진게 없는 놈과 가진게 많으신 분들이라 그런지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데릴사위 하는 마당 종놈보다 못한 것 같아 저도 그만 둬 버리기로 했습니다. ㅎㅎ
대들거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저도 그만 두겠다고 하니 더 공격적으로 나오시더라구요. 옛정과 예의를 생각하여 더이상 말섞으며 안좋은 말이 오갈까봐
그냥 좋은모습만 간직하기로 하고 전화번호 차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처가에서 해준 고급 SUV차를 뺏기고 이제서야 제 능력에 맞는 조촐한 차 한대를 마련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느라 모아둔 돈도 없고 적금 깨고 쥐어 짜서 장기렌트로 3년 때려 부었습니다.
최근 도심지로 근무지를 옮긴 덕분에 출퇴근 외에는 차를 쓸 일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전동킥보드 한대와 경차 중에 가장 넉넉해 보이는
레이로 질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픈 부분도 있지만 진행되어 온 과정을 보니 남은 여생에 더이상 인연을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행이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은 제법 커버린 9살과 6살 두 딸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키우기로 했고 친부모님이 근처에서 많이 도와주셔 학교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아웅다웅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가진게 없으셔서 지금도 부모님 생활비에 경조사비에 용돈까지
뒷바라지 하게 되었지만 줄수 있는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더 드리고 싶네요.
새로 차를 알아보면서 기존에 타던 SUV급 차를 알아 보았지만, 경제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알아보던 중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콤팩트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슬라이딩 도어가 있는 맘에 들어 레이로 골랐습니다.
모아둔 돈도 없고 할부능력도 거기 까지라 더 큰 차는 못했네요ㅎㅎ
적금 깨고 남은거 털어서 이사 마치고 렌트 선납까지 넣었습니다ㅎㅎ
아이들 20살 될때 학자금 해주자고 태어날 때 하나씩 만들었던 적금 이렇게 깨고나니 마음이 너무 찢어지는 듯 아프네요.
핸드폰 모바일 뱅킹 속 숫자의 높고 낮음의 차이가 왜 이렇게 마음을 시큰시큰 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첨부하려고 했더니 플래시 어쩌고 저쩌고 설치해도 먹통이길래 안합니다.
보배 형님들은 그런거 상관없이 좋은 격려 해주시리라 생각하고 막 지껄여 봅니다.
보아 하니 여기 오가시는 분들께는 차보다 사람이 더 소중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냥 흰색 장기렌트 레이 그게 다입니다. 옵션도 좋은거 못했어요ㅎㅎ
여태 결혼에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앞으로 더 정신어 없어질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ㅎㅎ
이제와서 아빠노릇 부모노릇 제대로 하려고 보니 빨래에 설겆이에 청소에 알림장 확인에 준비물 준비에
눈코뜰 새 없이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또 자정이 넘어 자려고 누워서 눈감고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소중하고 행복한 노동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젠가 또 다시 좋은 날이 올거라 믿으며 버티고 이겨내어 보려고 토요일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소주한병 들이키고
따스한 베란다 바람 맞으며 여유로운 주말을 맞이하며 적어 봅니다.
어떤 일도 계획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싶었습니다.
행복합시다 형님들.
그것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닌 부단한 노력을 통해 어렵사리 얻어지는 평범한 행복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행복합시다.
우리 피가 마르고 뼈가 닳도록 노력해서,
행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