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리리리리링- '
파칭코 머신의 소리는 밝고 경쾌했다.
그 앞에 앉은 김남우의 얼굴은 어둡고, 절망적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 들리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터져라! 제발 터져라! 제발 터져라!!
김남우는 그런 얼굴로, 계속 구슬을 튕기고 튕겼다.
그 결과-,
' 띠리링-! '
" 망할...! 망할...!! "
김남우의 돈은 바닥났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김남우의 모든 재산, 모든 걸 담보한 빚. 모두 털렸다.
다 자초한 일이었다. 도박에 손을 댄 이상, 그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처음, 이 도박장을 찾아냈을 때 김남우가 얼마나 기뻤던가? 상위 0.1%들만 모인다는 이 선상 도박장.
그곳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기분을 느꼈다.
도박 중독? 생각지도 않았다.
단순히,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한 단계 높은 사회를 경험해보고 싶을 뿐이었다.
가져간 돈을 다 쓰면 깨끗이 손을 털겠다-, 그뿐으로 자제할 수 있다 생각했다.
아니었다. 자제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백만 원이 몇억이 되는 마법을 보았다.
자신이 한 달을 뼈 빠지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누군가는 1분, 10초도 안 되어 마법처럼 벌었다.
심지어, 자신마저도 그 마법을 썼다. 가져간 30만 원이, 순식간에 3백만 원이 되었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누구라도 옆에서 봤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당사자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30만이 3백만이 되었다면, 3백만은 3천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3천은 또 3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남우의 생각이 그랬다.
그래서 3백만 원은, 0 원이 되었다.
실제 김남우가 잃은 돈은 30만 원이었지만, 김남우가 잃었다고 생각한 돈은 3백만 원이었다.
자신의 월급보다도 많은 3백만 원을 잃고서, 그냥 좋은 경험 했다며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그 생각은, 선상 카지노 측도 같은 듯했다.
그곳에서는 충분히 돈을 융통할 수 있었다. 재산, 담보만 있으면 이자도 합리적이었다.
김남우는 빌린 돈으로 다시 도박을 시작했다. 운수가 좋아, 한 번에 자신의 월급만큼을 따기도 했다.
그뿐이다. 어차피, 그뿐이다. 멈추지 않는 이상은, 종국에는 잃는 게 도박이다.
김남우는 멈출 생각이 없었고, 종국에는 잃었다. 모든 걸 다 잃었다. 저축, 집 보증금, 차, 담보 빚, 모든 걸 다.
배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배에서 내려, 세상으로 나간다 해도 김남우에게 남은 건 없었다.
그때,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나, 김남우에게 '질문'을 했다.
[ 사람의 목숨값이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
난데없는 그 질문에, 김남우는 고민했다. 얼마일까? 한 사람의 목숨값이란 얼마일까? 아니, 지금 자신의 목숨값은 얼마일까? 1억? 2억? 어쩌면...3억?
뜻밖에도, 그들의 생각은 제법 컸다.
[ 10억. 대충 10억 정도로 생각합니다. ]
" 네? 10억?? "
놀라는 김남우에게,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 물론, 지구 어딘가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단돈 10만 원에 팔리는 아이들이 있지요. 그래도 역시, 다 큰 성인.. 삶이라는 '투자'가 들어간 결과인 김남우씨 같은 경우에는...10억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희는. ]
" 아아... "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매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남우는 솔직히 기뻤다. 자기 자신 따위에게 10억이라는 가격이 붙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게다가 어떤 은근한 기대심리가, 마음속 한켠에 피어올랐다.
그것은 적중했다.
[ 10억을 빌려드리겠습니다. 목숨값으로. 어떻습니까? 빌리시겠습니까? ]
" ... "
김남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들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내민 가방 속 오만원권 다발들을 보았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 예, 예! 빌려주십시오...! "
.
.
.
" 이봐요! 이봐요!! "
" 으으음... "
누군가 흔드는 느낌에, 김남우가 잠에서 깨어났다. 곧바로, 높은 천장이 보였다.
" 여, 여긴...? "
" 이봐요! "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하자, 낯선 청년이 김남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 김남우.
" 여기가 어딥니까? "
청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 저도 몰라요. 방금 깨어났어요 저도. "
" 아아... "
김남우는 상체를 일으켜 앉아,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며 기억을 떠올렸다.
10억. 10억이 이 손에 있었다. 11억이 되기도 했고, 8억이 되기도 했고, 15억이 되기도 했다. 그런 10억이 있었다. 있었다. 결국, 0원이 되어버린 10억이 있었다.
" 병신! 병신.. 병신!! "
김남우는 괴롭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때리며 자학했다.
한참을 괴로워하던 김남우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특이한 방 안이었다. 얼핏 보면 감옥 같아 보였다. 창문도 하나 없고, 입구라고는 오직 두터운 철문 하나로 가로막힌 방 안.
김남우가 특이하다 생각한 건, 방의 인테리어였다.
중간을 나눠, 한쪽에는 일반 가정집처럼 장판과 벽지가 발라져 있었고, 침대도 하나 놓여있었다. 그 반대에는, 그냥 차가운 돌바닥과 돌벽이 드러나 있을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높은 천장의 중앙에는 전등이 매달려 있었고, 천장 모서리에는 유리로 된 반구형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김남우가 눈살을 찌푸릴 때,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 저는 공치열이라고 해요. "
" 으음...저는 김남우입니다. "
" 아저씨도 팔았죠? "
" ... "
김남우는 말없이 긍정했고, 그것으로 둘은 상황 파악을 끝냈다.
깨어나 보니 감옥.. 갑작스러운 상황인 게 분명함에도, 둘은 쉽게 납득했다.
목숨을 팔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들의 운명은 '그들'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둘은 잠깐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예상대로 탈출은 불가능했다. 곧, 유일한 가구인 침대에 가 앉아 서로 대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남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건지...장기라도 다 떼어갈까? "
무서웠다. 불안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장기매매? 암굴노예? 인체실험?
그때, 공치열이 조금 밝은 톤으로 말했다.
"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아저씨는 도박으로 들어와서 잘 모르시겠지만...그 부자들은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우리처럼 그들이 구입한 '목숨'만 해도 전 세계에 수만 명이 넘어요. "
" 허? "
" 그들...그러니까, 그들의 뒤에 있는 '진짜 부자'들은요, 돈 몇억 따위는 신경도 안 써요. 그깟 몇억 벌자고 우리 장기를 떼 가겠어요? 그런 부자들은 차라리 그냥 유희를 위해서... 그래요, 유희꺼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저 카메라만 봐도 그렇죠? "
" 흠? "
김남우는 공치열이 가리킨 감시카메라를 보고, 어쩌면 그의 말대로 자신들이 유희꺼리 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어떤?
" 목적이 뭐지 그럼? 왜 우리를 여기에? "
" 글쎄요.. "
생각에 잠기는 둘. 그때-! 김남우의 머리에 번쩍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 만약,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평생 한 가지 음식만을 먹고 살아야 한다면 무엇을 먹겠습니까? ]
" 질문! 질문을 했었어! "
" 예? "
" 여기 오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그런 질문을 했었다고! 평생 무인도에서 한 가지 음식만을 먹고 살아야 한다면, 무엇을 먹겠냐고! "
김남우가 쳐다보자, 공치열이 대답했다.
" 아... 마, 맞아요. 그 질문 저도 받았어요..! "
" 그렇지?! 역시! 난 치킨이었어! 치킨! "
치킨을 외친 김남우가 공치열에게 시선으로 묻자, 공치열이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 ...한우 꽃등심. "
" 와우! "
김남우가 한우 꽃등심에 잠깐 놀랐다가, 웃었다.
" 그럼, 그걸 시킬 셈인가 본데? 우리한테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게 만들려고 그러나? "
" 글쎄요... 모르죠. 그런 걸 왜 시키겠어요? "
공치열이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김남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 네 말대로 유희겠지. 부자들의 악취미? 실험? 그냥 뭐, 어떤~ '유희'의 하나겠지. "
" ... "
심각한 얼굴이 된 공치열이, 김남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 그럼... 치킨과 한우 꽃등심은 지금 어디 있죠? "
" ... "
김남우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
.
.
" 크윽...! "
머리를 부여잡은 김남우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을 자려고 누워있다가 또 기절...분명, 어떤 가스 같은 냄새를 맡고 기절했었다.
하루가 지난 것인가 생각하며 방 안을 둘러보던 김남우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치열과 낯선 사내 하나를 발견했다!
" 아! "
급히 달려가 둘을 흔들어 깨우는 김남우!
" 이보세요! 치열아! "
" 으음.. "
" 음..? "
깨어난 두 사람 중, 낯선 사내를 향해 김남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혹시, 목숨을 팔았습니까?! "
" 아... "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으로 상황파악은 끝이었다.
잠깐의 대화로 통성명을 끝내고 나서, 사내- '최무정'을 향해 김남우가 다급히 물었다.
" 혹시 마지막에 받은 질문이 기억납니까? "
" 아...? 그,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산다면? "
" 맞습니다! "
김남우의 얼굴이 밝아졌다. 세 사람 모두 같은 질문을 받고 갇힌 거라면, 역시 그것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남우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자, 최무정이 말했다.
" 저는 햄버거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러면, 햄버거는 어디에? "
" 아 그건... "
김남우는 대답을 못 했고, 최무정은 가만히 지켜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 그럼 그것은 역시 추정일 뿐이군요... 어쩌면, 단순히 가둬두었다가 한 명씩 장기 적출을 위해 끌고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
" ... "
김남우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잠시 대기를 타다가 그 실험을 할 작정인지도 모르고... "
한데,
" 그 실험이 어딜 봐서 좋은 쪽입니까? "
" 예? "
최무정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 치킨이라고 대답했습니까? 평생 치킨 하나만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 그야...물리긴 하겠지만... "
최무정은 고개를 흔들며 공치열을 돌아보았다.
" 당신은 한우 꽃등심? 평생 한우 꽃등심만 먹겠다? "
" ... "
" 평생 치킨, 평생 한우 꽃등심만 먹어서 균형 잡힌 영양분 섭취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까? 불가능합니다. 점점 몸은 폐인이 되어갈 것이고, 그러다 죽겠죠. "
" 그거야 해보지 않고선-! "
김남우가 발끈해 반박하려 했지만, 최무정이 간단히 되물어왔다.
" 물은? "
" 예? "
" 물은 어쩔 겁니까? 물도 없이 평생 생존? "
" 무슨! 물 같은 건 당연히 기본으로! "
" 과연 그럴까요? 그럼, 이 방 안에 지금 물이 있습니까? "
" ...! "
김남우는 할 말을 잃었고, 최무정이 찬찬히 말했다.
" 보아하니, 어제부터 이 방 안에 갇히신 것 같은데... 지금 목마르지 않습니까? "
" 아... "
김남우는 점점 할 말이 없었다. 맞다. 목말랐다. 배도 고팠다.
최무정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저도 차라리 그런 얼토당토않은 실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그렇다 해도 여러분에겐 괴로운 일일 겁니다. 치킨과 한우 꽃등심으로는... 야채와 단백질, 탄수화물의 균형이 잡힌 햄버거가 생존에 유리합니다. "
" ... "
김남우와 공치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거기에 최무정이 덧붙였다.
" 물론, 가장 현실적인 건... 그런 실험을 할 생각이 그들에게 없다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아무런 음식도 지급해주지 않았을 테고... "
" ... "
묵묵히 듣던 김남우가, 이를 악물며 반박했다!
" 그럼 왜 그런 질문을 했겠습니까? 셋 모두에게, 그것도 이곳에 갇히기 직전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지 않습니까! "
" ... "
" 그것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그 실험입니다. 분명합니다! "
" 설령 그렇다고 해도, 치킨과 햄버거로는- "
" 우리끼리 나눠 먹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를 한 방에 가둔 거겠죠! "
" ... "
" 아마, 오늘 안에 음식들이 지급될 겁니다! 그럴 겁니다! 절대 장기 적출 따위가 아닐 거라고요! "
김남우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정말로, 간절하게 희망을 가지고 싶었다.
.
.
.
" ... "
다음날, 또 한 사람이 방 안에 늘었다.
'정재준'이라는 사내. 그가 평생 먹겠다던 음식은-
" 저, 저는... 귤을 좋아해서 그냥 귤이라고 말했는데... "
" 허? "
김남우는 그의 대답에, 속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귤? 귤이라니? 귤만 먹고 사람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반면, 최무정의 생각은 달랐다.
" 남우씨의 말대로, 그 부자들이 우리를 '실험'하는 것으로 '유희'를 즐긴다고 칩시다. 그럼, 귤은 정말 소중합니다. 한우 꽃등심? 치킨? 햄버거? 귤의 그 엄청난 수분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은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귤이 소중합니다. "
" 아...! "
" 물론, 우리끼리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을 때 얘기지만... "
생각해보면, 최무정의 말대로 귤은 소중했다. 정말로 이 방 안에서 함께 실험에 들어간다면 말이다.
한데, 김남우의 마음은 어제보다는 조금 식어있었다.
일단 몸이 괴로웠다. 벌써 삼 일째 물한모금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 이렇게 방치해 둘 리가 없어...그런 실험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우릴 방치해 둘 리가 없을 거라고.. "
" ... "
김남우는 점점 부정적인 생각만을 떠올리게 되었다.
.
.
.
" 여자? "
다음날, 다섯 번째로 방 안에 들어온 사람은 '임여우'라는 여자였다.
이미 방 안에서 며칠을 굶은 사람들은 지쳤고, 희망도 없었지만, 의례적으로 물었다.
" 이곳에 오기 전,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까? 무엇이라 대답했죠? "
" 예? 아... 맞아요. 질문을 받았어요. 저는 라면이라고 대답했는데... "
" 라면? 훌륭하군요.. "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이 훌륭하다고 판단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그 질문에 대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 가두었다는 생각은 옅어진 상태였다.
어제 정재준이 카메라를 보며 꺼낸 말이 컸다.
[ 부자들의 유희라고요? 유희를 위해서라면 어쩌면... 그냥 단순히 굶어 죽는 모습을 구경하려는 것 아닐까요? ]
그 말이 옳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얘기였다.
실험을 할 생각이라면, 왜 실험 전에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해주지 않는 걸까?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갇힌 사람들이 그냥 굶어 죽을까?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 곳에 사람들만 가둬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뻔하지 않은가?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그들에게 얼마나 자극적일까?
심지어는, 일부러 하루씩 시간차를 두고 사람을 가뒀다! 보름 굶은 사람과 하루도 굶지 않은 사람이 같은 방에! 얼마나 그림이 흥미진진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정재준의 말이 정답 같았다. 그래서 방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 사정을 다 들은, 임여우가 활기차게 말했다.
" 그래도 역시, 그런 질문을 했다는 이유가 있을 것 아녜요? 혹시 모르잖아요. 지금은 그들이 구상하는 멤버를 모으고 있는 시간일지도요! "
이제 막 들어온 임여우는, 갇혀서 굶어 죽는 지옥도 보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믿고 싶었다.
남자들은 시큰둥했다. 배가 고팠고, 지쳤고, 두려웠다.
.
.
.
" 여섯 번째도 여자군... "
홍혜화. 그녀가 선택한 음식은 '비빔밥'이었다. 그게 무엇이든 남은 사람들에겐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 그림의 떡이다.
곧, 모든 사정을 들은 홍혜화는, 새파랗게 질려서 소리 질렀다!
" 굶어 죽는다고...? 시, 싫어! 여기서 이렇게 굶어 죽는 건 싫다고요! 아니에요! 그건 아닐 거예요!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했으니까, 그 실험을 할 거 아녜요! "
" ... "
" 그렇죠?! 맞잖아요! 왜 질문을 했겠어! 맞잖아요?! "
홍혜화는 패닉상태로 소리 지르고 다녔고, 그것은 김남우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다. 가장 오랫동안 굶은 그는, 그녀의 말이 짜증날 뿐이었다.
" 닥쳐요 좀!! "
" 읏...! "
" 실험이면 치킨 쪼가리라도 나와야 할 거 아니야?!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준 게 없었다고!! "
" 으으... "
" 그냥 죽으라는 거야! 우리보고 여기서 굶어 죽으라는 거라고! 굶어 죽기 싫으면 아등바등 무슨 짓이라도 하라는 것이고! 그 더러운 모습을 구경하며 낄낄대겠다는 거라고 그 새끼들은!! "
" 으으... "
홍혜화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고, 임여우가 그 옆에 붙어서 위로하며 말했다.
" 아니에요. 아직 모르는 거예요. "
임여우는 곧, 김남우를 쏘아보며 말했다!
" 아직 모른다고요!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요!! "
" 웃기고 있네! 다 그 새끼들의 농간이야 농간! "
" 아니에요! 곧 실험을 할 거라고요! 7명...아니, 최소 10명이 채워졌을 때! "
" 그때까지 못 버틴다고 빌어먹을! "
" 익...! "
그때-, 옆의 최무정이 이죽거리며 끼어들었다.
" 아가씨들이 지금 무슨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지 알겠는데 말입니다, 진실을 말해줄까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줄까요? "
" 무슨... "
" 식인입니다. 식인. "
" ! "
두 여인의 몸이 놀라 굳었다. 뿐만 아니라, 방 안의 다른 사람들의 몸도 굳었다.
최무정은 계속해서 말했다.
" 먹을 게 아무것도 없으니 결국 식인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단 말입니다! "
" 무, 무슨...! "
" 거기에 더해서, 분명히 식인은 일어날 텐데, 그럼 누가 희생될까? 나는 아니어야 하는데? 지금 다들, 그깟 생각들을 하고 있단 말입니다!! "
최무정은 소리치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에게 반박할 수 있는 남자들은 없었다.
여자들이 무어라 반박하려 나설 때, 최무정이 먼저 말했다.
" 그럼 이런 생각은 어떻습니까? 식인이 과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까? 아니면 강제로 이루어질까? 자연스럽게 누군가 굶어 죽으면, 그 시체를 먹을까? 아니면 강제로 누구 하나를 죽여서 먹게 될까? "
" 무...! "
" 당신들은 괜찮겠죠. 아직 견딜 만 하니까. 하지만 초반에 들어온 우리는 지금, 죽을 맛이라는 겁니다! 이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단 말입니다! "
" ... "
" 이대로 있다가 그냥 내가 굶어 죽는 것 아닐까? 그러기 전에 식인 이야기를 꺼내서 제비뽑기로라도 결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저들이 동의해줄까? 아직 살만한 사람들인데? 그냥 기다리면 어차피 우리 중 누군가가 죽어서 그 시체를 먹으면 되는데? "
" 아, 아니! 뭘 먹어요! 인간이 어떻게 그런-! "
홍혜화가 말도 안 된다며 외칠 때-, 최무정이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
" 인간은 합니다. 인간은 충분히,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인간이니까. 지금은 아니어도-, 배가 고파지면. 우리처럼 지치게 되면. 죽음의 공포가 닥치면. 눈앞에 시체가 생기면! 그땐, 합니다. 인간이니까. "
" 으... "
방 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갇힌 지 하루라도 오래된 사람들은, 최무정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 이제 막 들어온 여인들은, 최무정의 말에 압도되어서.
최무정이 그들 모두에게 물었다.
" 그럼, 여러분은 누가 희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어차피 굶어 죽지 않으려면 식인밖에 없는데?? 그러면 그것은, 언제? 어떻게?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
" ... "
아무도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질문이었고,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무서운 질문이었다.
그때였다. 그때, 한 사람의 정적을 깨는 한마디에-,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로, 공치열의 작은 목소리에 의해서.
" 이거 실험 맞아요... "
" ?! "
" ?! "
" ?! "
모두가 공치열을 돌아보았다. 실험이 맞다고? 무슨 말이지? 희망을 가지란 말인가? 그걸 왜 공치열의 입에서? 가장 방안에 오래 있었던 공치열이??
순간, 김남우의 눈이 번쩍했다! 공치열은, 자신이 깨어나기도 전에 이 방에 원래부터 있었다!
" 자, 잠깐...! 치열이 너! 너 무언가 아는 거냐?! "
놀라 커진 눈으로 공치열을 보는 김남우! 방 안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얼굴로 공치열을 보았다!
공치열은 우물쭈물 망설이다, 입술을 깨물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망설이다-, 말했다.
" 제 실험이에요... "
" ?? "
일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 되었다. 무슨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곧, 공치열이 괴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저는...평생 한 가지 음식만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질문에, '한우 꽃등심'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어요.. "
" 뭐?? "
" 제가 대답한 건... "
" ...? "
" 살아있는 사람... '살아있는 사람'이었어요. "
" ...... "
방 안의 모두가, 충격먹은 얼굴로, 멍하니 공치열을 바라보았다-
.
.
.
"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뭐..라고? "
겨우 충격에서 벗어난 김남우가 떠듬떠듬 물었다.
공치열은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설명했다.
" 저는...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요. 외로워서... "
" 무..무슨...! "
" 평생 한 가지 음식을 주어진다 해도, 외로워서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꾀를 내었어요. 만약,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대답한다면? 그럼 외로워지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
" 이...이...! "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그 대답을 하면서 저는...제가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천재적이라고 생각했죠. 그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다니,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
" 이이...! "
" 아니었어요...정말 멍청했어요... "
공치열은 고개를 저으며 울먹거렸다.
" 이런...이런 걸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저는 정말, 이런 걸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
" 이, 이 씨뱔-!! "
김남우가 달려들어 공치열의 멱살을 붙잡았다!
" 너 때문에...! 너 때문이라고 이 상황이?! 우리가...우리가 모두 네 '식사'로 제공된 거라고 씨뱔-?! "
" 으...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
공치열이 눈물을 흘리며 연신 사과했다. 김남우는 쌍욕을 내뱉으며 공치열의 멱살을 흔들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공치열을 욕하는 소리, 주먹질 소리, 비명, 울음소리, 방 안에 한바탕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한풀이 같은 그 시간이 지나간 뒤-, 김남우가 공치열을 가리키며 외쳤다!
" 저 새끼를 먹읍시다! "
" 아아...! "
" 우리가 만약 식인을 해야 한다면, 저 새끼를 먹자고요! 이 사건의 원흉인 저 새끼를!! "
공치열은 두려움에 질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대답은 안 했지만, 대부분 김남우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한데 그때, 최무정이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 그를 죽여선 안 됩니다. "
" 뭐?! "
김남우가 황당한 얼굴로 돌아보자, 최무정이 이를 갈며 말했다.
" 모두가 죽어도, 그는 절대 죽어선 안 되는 사람입니다! 모르겠습니까?! "
" 뭔 개소리를-! "
" 그가 죽으면! 더 이상 그의 식사가 지급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예?! 이 방에 더 이상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단 말입니다! "
" ?! "
방 안의 모두가 굳었다!
" 무, 무슨...? "
" 그가 죽어서 그의 실험이 중단되면, 그에게 제공되는 식사도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우리들끼리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식인하며 버티다가, 끝내는 다 죽겠죠! 하지만, 공치열이 살아있다면...! 그럼 '식사'는 계속 제공됩니다. 그의 실험이 지속되는 한 영원히! "
" 시, 식사라니! 그 무슨...! "
최무정의 표현에 사람들의 몸이 떨렸지만, 그뿐이었다. 반박할 수 없었다. 냉정하게 머리를 굴려보면, 최무정의 말이 맞았다.
" 크윽...! "
공치열을 노려보는 김남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만은 지켜야 한다고? 이 사건의 원흉인 저놈을?!
그때, 임여우가 나섰다.
" 아닐 수도 있지 않아요? "
" ?! "
" 만약에, 공치열이 죽어서 실험이 중단된다면...우리 모두를 꺼내줄지도 모르잖아요? "
" ! "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야?
모두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공치열에게 향했다.
" 으으... "
겁에 질린 공치열이 떨 때, 최무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들은 우릴 공치열의 '식사'라는 개념으로 이곳에 넣었습니다. 소모품으로 써버렸단 뜻이죠. "
" 그건...! "
" 이런 끔찍한 실험을 유희랍시고 즐기려는 그들 입장에서, 우리 목숨이 소중할까요? 아시잖습니까? 우린 그들이 가진 수만 개의 목숨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오히려 실험이 망쳐진 상태에서-, 원래 우리가 예상했던 '굶어 죽는 모습을 구경하기' 쪽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도 저 카메라로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
" 으음... "
최무정의 말은 모두에게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그래도 임여우는-,
" 나, 난! 식인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다고요! 여기에 갇혀서 평생 식인을 하면서 살라고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
" ... "
모두가 공감하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한데 그때, 공치열이 다급하게 외쳤다!
" 자, 잠깐만요! 평생이 아니에요! 평생이 아니라고요! "
" 뭐? "
" 1년! 그들이 그랬다고요! 실험은 1년이라고! "
" 무슨 개소리야 그게?! "
김남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타이밍에 그런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치열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공치열은 간절했다.
" 정말이에요!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자마자, 그들은 재밌겠다며! 처음 들어보는 답변이라고, 그런 거라면 1년 정도는 지원할 수 있겠다고 그랬다고요! "
" 음... "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어쩌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최무정이 그랬다.
" 확실히...아무리 가진 목숨이 많아도, 1년이면 365명. 그것이 평생이라면 낭비입니다. 그 실험이 평생 흥미로울지도 장담할 수 없고... "
" 그, 그러니까요! "
그러나, 김남우는 절대 믿지 않았다.
" 개소리! 너 이 새끼, 네가 죽을 것 같으니까 거짓말하는 거잖아 지금! "
"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
" 웃기고 마 이 새끼야! "
김남우가 다시 공치열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최무정이 중재했다.
" 잠깐! 잠깐만! 일단 상황 정리 좀 합시다! "
" 크... "
최무정이 모두를 둘러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가 현재 가장 이성적이었다.
" 일단,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식인을 하며 살아가느냐, 공치열을 죽이고 결과를 지켜보느냐. "
" 절대 식인은 싫다고요! "
임여우가 바로 소리쳤지만, 최무정은 냉정하게 되물었다.
" 그럼 죽는 것은 좋습니까? "
"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
최무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 쉽게 대답하지 마십시오. 막상 죽음 앞에 닥쳐보지 않는 이상, 인간은 모르는 겁니다. "
" 그건...! "
임여우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말하려다가, 입술을 깨물며 관두었다.
최무정은 그런 임여우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모두를 향해 말했다.
" 만약, 우리가 식인을 선택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공치열의 말이 사실이라면...1년 뒤에는 풀려날지도 모르죠. "
" 저, 정말이에요! "
" 흥! 행여나! "
김남우가 콧방귀를 뀌었지만, 최무정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 결국 식인을 결심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우리 목숨은 연명할 수 있습니다. "
" ... "
" 다음으로, 우리가 공치열을 죽여서 실험을 중단시킬 경우-. 이쪽은 도박입니다. 이대로 이곳에 갇혀서 다 굶어 죽던가... 혹은 이 방에서 꺼내지던가. "
그리고, 최무정은 임여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 도박에 실패해서 꺼내지지 못한다면... 당신도 공치열의 시체를 먹어야 합니다. 그때도 절대 식인만은 하기 싫다면...당신이 먼저 굶어 죽게 될 테고, 우리는 당신을 먹을 겁니다. "
" ... "
임여우의 눈이 흔들렸다.
최무정은 마지막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 하루만 생각해봅시다. 하루만 생각해보고... 내일 다수결로 결정합시다. 어떻습니까? 동의하십니까? "
" ... "
그의 마지막 말에, 결국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사람들은 각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 젠장... "
" 아아... "
" 식인이라니...식인이라니... "
" 죽기 싫어... "
그렇게, 모두의 머릿속이 복잡한 밤이 지나갔다-
.
.
.
" 일곱 번째도 여자군... 한 명만 더 있으면 미팅이라도 하겠네. "
아직 잠들어 있는 여인을 보며 김남우가 농을 던졌다. 긴장된 아침이었다.
곧, 모두가 깨어났고, 새로 들어온 그녀- '장진주'에게 모든 설명이 이루어졌다.
장진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이었지만, 방 안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진 않았다.
결국,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고, 투표에 참여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이윽고, 최무정이 앞으로 나섰다.
"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내일로 미룰 수 없습니다. 이러다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고...여러분도 지금 괴롭지 않습니까? "
" ... "
정말로 모두 괴로웠다. 특히 초기의 사람들은 절실했다.
" 그럼...이제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
최무정은 사람들을 방의 중앙으로 모았다. 그리고 장판이 깔린 침대 쪽과 그냥 돌바닥 상태인 반대쪽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 인제 보니, 저 돌바닥 쪽은 공치열의 '식사'를 위한 장소였군요. "
" 으음... "
사람들은 새삼 서늘함을 느꼈다.
최무정은 마침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 그럼, 식인을 결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목숨만은 지키겠다는 분은 저 돌바닥 쪽으로 가고... 반대로, 공치열을 죽여서 실험을 중단시키고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는 분은 저 침대 쪽으로 갑시다. "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임여우가 침대 쪽으로 향했다. 이어서, 공치열이 떨면서 돌바닥 쪽으로 향했다.
1 대 1의 상황. 그때, 셋째 날에 들어온 '정재준'이 돌바닥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 크흠...운이 좋아 이곳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어딨습니까? 오히려 장기 적출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
" ! "
그의 말에 사람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목숨을 팔았었다는 사실을!
" 으으... "
사람들 사이에 잠깐의 동요가 일어났지만, 곧 홍혜화가 침대 쪽으로 향했다.
" 그래도 절대 식인 따위는 하기 싫어요! 차라리 죽고 말지! "
오늘 들어온 장진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랐다.
" 저도 역시 식인은... "
이렇게 상황은 3 대 2. 공치열을 죽여서 실험을 중단시키자는 쪽이 강세였다.
그때, 최무정이 공치열 쪽으로 향했다.
" 인간은...자기 목숨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
3 대 3.
여섯 명의 시선이, 열쇠를 쥔 한 사람에게로 몰렸다. 김남우.
" 크윽.... "
김남우는 갈등했다. 마음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식인? 지금 아무리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더라도, 자신이 식인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평생 이런 곳에 갇혀서 식인으로 목숨을 연명하다니..그런 삶에 의미가 있을까?
운이 좋으면 1년이라지만...믿을 수 없다.
그렇다고 공치열을 죽이는 것은? 실험이 중단된다면, 그들이 우리를 꺼내줄까?
도박이잖아? 만약 꺼내주지 않으면? 그럼 어차피 식인을 해야 하고... 결국엔 끔찍하게 죽는다.
죽음... 죽음... 죽음...
" 으으... "
사람들은 갈등하는 김남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김남우는 이제, 원론적인 생각에까지 접어들어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도박만 아니었어도! 10억 따위에 나를 팔아넘기지만 않았어도!
한숨이 나왔다. 눈물이 나왔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화의 대상 중에는, 공치열도 있었다.
"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
" 으으... "
공치열의 얼굴이 불안해졌다.
김남우는 일별하고, 심각한 얼굴로 양쪽을 번갈아 보았다.
"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
식인이냐, 도박이냐? 식인이냐, 도박이냐??
갈등하고, 갈등하다가, 눈을 질끈 감는 김남우!
발걸음을 옮겼다.
" 아! "
" 아아! "
그가 향한 곳은-
침대 쪽이었다.
김남우는 짧은 말로, 모든 설명을 대신했다.
" 도박은 끊을 수가 없군... "
공치열이 절망의 소리를 내었다.
" 아아아... "
최무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언했다.
" 결정되었습니다. 우리는...이 실험을 멈춥니다. "
" 아, 안돼...! "
공치열의 얼굴이 다급해졌고,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공치열의 시신이, 차가운 돌바닥 한쪽에 놓여있었다.
침대 쪽에 모인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공치열의 끔찍했던 죽음이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과연 그들이 내보내줄까? 실험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우리들을 꺼내줄까?
아니면, 그대로 우리들을 이 방에 폐기할까? 끝내 공치열의 시체를 뜯어먹는 모습을 저 감시카메라로 구경할까?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도박이었다.
김남우는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면서, 제발 이번 도박만큼은 성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
.
.
.
.
.
" ... "
" ... "
" ... "
아침에 눈을 뜬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공치열의 실험은 중단되었다. 새로운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방 안이었다. 꺼내지지 않았다.
도박은 실패였다.
그 대신-,
" ...치킨. "
김남우의 앞에 '치킨' 한 마리가 놓여있었다.
공치열의 실험은 확실히 중단되었다. 대신,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김남우의 실험이 말이다.
" ... "
눈앞의 치킨을 바라보며, 김남우는 생각했다.
자신의 목숨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저 치킨 한 마리가 과연, 자신의 목숨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까?
길지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결코, 길지 않으리란 예감이-
잘 쉬셨습니까~!
저는 명절이랍시고 이야기 하나 안 쓰고, 며칠동안 먹고, 게임하고, 만화책이나 보면서 푹 쉬었네요~;;
그러다 오늘부터 써볼까 싶어서 쓰다가... 이번 이야기는 저번 댓글을 참고해서, 일부러 이야기를 늘려봤어요;
원래 훨씬 짧은 이야기였는데 말이에요 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명작입니다.이말밖엔 없네요
공치열 고백할 때 개소름 ㄷㄷㄷㄷ
재미있게봤어요 ㅋㅋㅋ 역시나 이번편도 소름..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네요 ㅋㅋㅋㅋㅋ
늘려써도 괜찮나요~ 어떤가요~! 모르겠다~ 하하하
흠;
갑자기 궁금한 것은,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느 쪽일까요?
김남우처럼 며칠을 굶은 상황에서...
과연, 침대 쪽으로 갈까요? 돌바닥 쪽으로 갈까요?
만약 전부 침대 쪽을 선택하셨다면... 이야기 속 갈등의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치킨이 물리면 김남우는 죽겠군요;
사람 목숨이 메뉴라니 ㅋㅋ
역시 갇힌방엔 귤이지!
오 몰입감 대박...
작성자님 솔직히 귤 노린거죠?ㅋㅋㅋㅋㅋ
와 재미있네요. 두근두근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아마 침대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또 장담은 못하겠네요.
정말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어떤 음식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지 궁금해지네요
와닭살!!
소오름
치킨 1마리라니
몰입감최고였어요
아 정말 단편 영화 본거 같아요~ 재밌어요
아직 내용은 안읽고 제목만 읽었는데
열살때쯤 처음으로 팝콘을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와 평생 팝콘만 먹고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바로 실천했다가
한끼반만에 입에서 버터를 흘리며 포기한 기억이 나네요.
이건 뭘로 해도 답이 없네요.
하루에 한명씩 추가로 인원이 들어오지만 먹을것은 뭐가 되었건 1인분...
음 지금이라도 힘있는 사람들 2,3명이 연합해서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고 치킨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피로 수분을 섭취하고 매일 매일 들어오는 사람들 죽여서 피를 섭취....
그럼 그나마 식인까지는 안하고 버틸수 있을거 같긴 한데.....
참치김밥 고르면되는데.. 밥있고 참치있고 시금치있고
세트메뉴 같은 건 안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