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86427

결혼이 현실화되어가는 지금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안녕하세요
오유에서 눈팅만하다 고민이있어 글을 남겨봅니다
글이 길어질거 같네요
 
저는 1년 4개월째 연애중인 남친과 결혼을 결심하고 이번달에 처음으로
양가에 인사를 드렸습니다 . 연애기간중에 따로 연락을 한다거나 왕래가없어
처음뵙는 자리였기에 긴장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이 앞섰지만 다행스럽게도
양가에서 저와 남친을 만족해하셨고 나이도 있다보니 올해 상반기안으로
결혼을 했으면 하십니다.
 
근데 저는 이시점에서 또 하나의 걱정이 생깁니다.
곧 다가오는 설에 남친이 본가를 가는데 그럼 본격적인 결혼이야기 및 상견례
이야기가 나올것이고 결혼을 할거라면 어차피 거쳐야하는 행사이니 부딪혀야
하지만 저희 엄마때문에 너무 걱정입니다.
 
저희부모님은 태어난곳에서 60평생을 살았고 그곳은 지도의 끝이라는 어느
깊은 시골입니다 . 부모님 다 그곳에서 일을하시며 자식들에게 십원하나 손
벌리시지않고 그 곳의 규칙과 생활방식에 맞춰 살고계십니다.
 
아빠는 어렸을때 집이 가난하여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 후 배를타셨고
엄마는 두번의 입양을 거쳐 불우한 시절을 겪으며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셨어요
흔히 까막눈이라고 하지요 ~ 엄마는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사실이 드러나지않게
티나지않게 숨겨왔었고 그렇게 하기위해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못합니다
 
저는 이런사실을 남친에게는 오픈을 했어요 한 이유는 남친 부모님 두 분다 일류대학을
나오셔서도 아니고 동정심을 얻고자도 아닙니다
앞서 말했지만 50년을 숨겨오신 본인의 치부를 3년 전 가장 친한 지인들과 주위사람들에게
들키게됩니다 그리고 우울증이 왔어요 저는 우울증 말로만 글로만 무섭다 알았지 나쁜 생각이지만
저렇게 고통받을바에 차라리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칼이 내 몸을 긋는 고통을 호소하고 자꾸 죽은사람이 보인다하고
평소에 밥 한공기도 못먹고 그 마저도 물에말아 겨우 먹던 분이 걸신들린거처럼
두공기를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고 불면증까지겹쳐 눈에 촛점이없고 마당에 인기척이
들리면 안방으로 꼭꼭 숨어버리고 .... 밥하는법을 잊어버려서 아무것도 안하는 ..
 
1년을 그렇게 모든가족이 엄마의 우울증과 싸웠어요 70대 노모인 친할머니가
아빠와 할아버지 끼니를 챙기고 (할아버지도 암환자셨구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빠는 전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엄마 살리겠다고 이악물고 버티셨지만 두달만에
16키로가 빠지시고 그래서였을까요 신경정신과에서 처방받은약을 드시기 시작하고
엄마없으면 못살아 힘들겠지만 제발 버텨주라고 사랑한다고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하고
쉬는날은 무조건 고향집으로 내려가 엄마 너무 예쁘다고 예쁘다고 ..삼남매가 다 그랬어요
한번에 내려갔다 올라오면 허전하실까봐 일부러 날짜까지 다 짜서 오늘은 언니 내일은 나
다음날은 동생 이렇게 돌아가면서 ..
 
그리고 우리가족은 결국 이겼어요 지금 다시 누구보다 활발하고 밥하는법도 기억안난다는
분이 아빠보다 일에있어서 더 야무지게 처리하시고요
그래서 지금 너무 행복한데 걱정이 됩니다
우리부모님이 남친부모님보다 못배워서도 아니고
평생을 시골에서 사시느라 도시보다 느린 삶을 살고계시는
부모님이 비교당할까봐도 아닙니다
 
혹여나 상견례자리에서 3년전과 비슷한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요
엊그제 남친한테 장난식으로 말했어요
한정식같은데는 건물도 넒고 큰데 우리엄마 화장실도 못가는가 아닌가몰라 ~
그럼 나도 그때 같이 화장실가면 되지 ~
 
이렇게 말해주는데 얼마나 고맙던지요 ~ 근데 저의 진짜 걱정은 남친은 모를거예요
우리엄마 상견례자리에서 또 숨기실거거든요 다 보이는거처럼 다 아시는거처럼
그런데 혹시나 예상치못한 상황에 엄마가 또 힘들어질까봐 무너질까봐 너무 무섭고 불안하고
걱정되요 우리엄마가 어떤사람인데 겨우 이런걸로 걱정하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냥 엄마가 상처받지않고 평소의 점심먹는거처럼 잔잔하게 흘러갔음 좋겠어요
 
결혼이야기가 오고가는 지금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 다 안계시지만 유품 정리할때
손주들 결혼하면 입는다고 사두신 양복과 한복을보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나요
3년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살아계실때 친정이없는 엄마를 친딸처럼
대해주셨고 장례식때 친자식보다 더 많이 울던 엄마를보고 장의사분이 큰딸 먼저
마지막인사하라고 했을만큼 서로에게 최선을다해 보살폈는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좋은곳으로 가셨을거니까요 ~ 이젠 엄마가 계속 행복했음 해요
댓글
  • 꼬마아줌마 2017/01/25 11:23

    남의집 상견례는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제 결혼 상견례때는 결혼식장소, 날짜 잡고
    자식 어렸을때 재밌는 얘기, 자식자랑하다 끝났거든요 그리고 한정식 맛있다는 얘기도..ㅎㅎ
    그냥 저희는 하하호호하다 끝났어요

    (GZmfcB)

  • 김치찌개홀릭 2017/01/25 13:08

    미리 간단한 한글이라도 가르쳐드리면 어때요? 주위에 그런 분 봤는데 그게 평생 한이 되더라고요......손주 보고 나니 손주한테 부끄럽기 싫다고 딸의 친구인 저에게도 가르쳐 달라고 하시더라는..ㅜㅜ
    그리고 상견례 당일엔 무슨 일 생기면 어머님 눈이 좀 안 좋으시다(or 노안이라 글씨가 잘 안 보인다) 정도로 커버하면 어떨까 해요 작성자님 가족들이 어머님을 위해서 한 일을 보니
    부끄러울 게 아니라 넘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화목한 가정이네요

    (GZmfcB)

  • 김치찌개홀릭 2017/01/25 13:09

    화장실, 메뉴로 나올 요리들, 가게이름, 방 위치 정도 미리 알려드리고
    화장실 다녀올 때 정 안 되면 직원에게 물어볼 수도 있게 미리 써드리거나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상견례 잘 마치시길 바라요^^

    (GZmfcB)

  • 피블아이리스 2017/01/25 13:55

    메뉴판 보실일 없도록 그냥 양가 어른 메뉴를 좋은것으로 미리 주문해두셔도 좋을것 같네요!! 상견례자리는 그냥 인사하시고 서로 감사합니다 하고 자식이야기나누시고 끝나는경우가 더 많아요!! 넘 걱정마시고 훌륭한 부모님 두셨네요!!

    (GZmfcB)

  • 욕심꾸러기 2017/01/25 14:23

    저희 상견례자리땐 글씨 읽을일 없었구요ㅎㅎ
    아빠엄마들 눈도 어두워지고 하시니 한글 알아도 화장실이나 등등 잘 못찾기도 하시고, 메뉴는 너희들 먹고 싶은거 시켜라~ 하심 되실거고ㅎㅎ
    굳이 숨기려하지 않으셔도 아무일 없이 그냥 지나갈거예요^^
    어머님 걱정하셔서 스트레스안받게 안심시켜드리세요. 잘 보좌(?)하시구요^^
    부모님이 멋지고 훌륭하신듯해요~
    그덕에 자식들도 부모님 사랑 가득한거 같구요. 보기가 넘 좋으네요^^
    글고 나중에, 시간나시면 어머님 한글 조금씩 가르쳐 드리시거나 관련 방법 찾아서 어머님 등떠밀어보세요. 재미나게 다니실것같네요.
    항상 행복가득하세요~ ^-^

    (GZmfcB)

  • nliemfoa 2017/01/25 14:47

    한글 가르쳐드리고 상견례 장소를
    가족들끼리 미리 한번 다녀오는게 어떤지요

    (GZmfcB)

  • 우아한애나 2017/01/25 14:51

    상견례자리에서 어머님이 자신을 먼저 포장하기 전에, 따님께서 먼저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포장지가 필요 없도록^^ 그리고 난감해질 법한 메뉴판이나 이런거 먼저 캐치해서 챙겨드리는 센스만 있으면~ 무사히 상견례 잘 치르실 것 같습니다. 화이팅!!

    (GZmfcB)

  • 뭉슐랭가이드 2017/01/25 14:54

    글쓴이가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글 읽는내내 눈물이 핑- 돌았어요..
    저희도 상견례 한정식집에서 했는데 크게 글씨읽거나 그럴일은 없으니 걱정 내려놓으세요~
    메뉴야  알아서 잘 시켜놓고, 먼저도착해서 엄마 나 떨려! 화장실 같이 갔다오자!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구
    위에 댓글님처럼 글씨를 읽어야할 순간(?)이 오면 어머니가 노안이시라^^; 하며 예비부부가 나서주면 되죠~
    절대 엄마가 부끄럽고 창피해서 숨기고자 하는게 아니고, 엄마가 받을 혹시나 모를 마음에 상처를 대비하는거고
    혼자 헤쳐나가려면 막막할텐데 예비신랑도 잘 이해해주는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하네요 ㅎㅎ
    자식이 행복하게 살면 그보다 더 바랄게 없다는게 부모님들 마음이니
    지금 고마운 마음 잊지말고 평생 행복하게 사세요!
    결혼 축하드려용 :D

    (GZmfcB)

  • Firefox 2017/01/25 15:16

    행복하시길

    (GZmfcB)

  • 데모닉333 2017/01/25 15:17

    작성자님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얼마나 정성을 다하셨으면 어머님이
    자리를 다시 찾으셨을지 저는 상상도 안됩니다.
    그리고.. 기우일 거라 생각해요.
    어머님 별 일 없이 잘 해내실 거에요.
    따님이 이렇게 든든하니까요.
    저도 메뉴 먼저 예약하시는 거 추천드리구요
    상견례 해봤지만 글자 읽을 일 없으니
    걱정마세요. 화장실은 물어보면 되죠^^
    혹시 어머님께서 너무 걱정하신다면
    작성자님이 잘 챙겨주셔도 되구요
    미리 살짝 대화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혹시 모르지만 글자를 볼 일이 있어도
    애써 아는척 안하셔도 된다구요.
    그래도 괜찮다구요.
    그리고 작성자님 어머님이 혹시 실수하셔도
    괜찮아요. 그럴 수 있어요.
    괜찮아요. 너무 걱정 말아요.

    (GZmfcB)

  • 검은고냥이 2017/01/25 15:29

    그 예쁜 마음은 어머님 한번 더 안아드리시구요. 걱정하실 일 없어요. 음식은 미리 주문해 놓으시고 화장실은 글자 알아도 못찾아가는 분이 대다수에요.(낯선 곳이고 미로 같잖아요 보통은 ㅎㅎ)

    (GZmfcB)

  • 궁서체사절 2017/01/25 15:57

    상견례가 덕담 나누는 정도지 구체적인 것을 양가 부모가 서로 묻지는 않잖아요.
    결혼 준비 때문에 양가 어머니들끼리 따로 연락은 주고 받을 수 있지만요.
    메뉴판이든 뭐든 난감한 건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이는 걸로 넘기면 될 문제죠.
    신랑될 분과 잘 상의해서 예비 부부가 가운데서 잘 처신하시면 상견례는 잘 마무리 될 겁니다. ^^
    그리고 신랑측 부모님께는 구체적으로 굳이 알리지 않으시는 게 낫지 싶네요.
    신랑이 처신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어머니의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부분이니까요.

    (GZmfcB)

(GZmf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