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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전에 써두는 출산후기 (긴글)

이런식으로 낳을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출산후기
35주차에 정기검진 받을때도 다 정상이었다
다만 아기가 2주넘게 큰거 빼고..
양수도 정상이었고
장애검사도 다 통과였고
한의원에 침맞으러 꾸준히 다녀서 그런지 몸상태도 혈액순환도 다 좋았었다
초기에 입덧이라고는 온세상의 냄새를 다 느끼는 기분이었지만 토덧도 한 번 안하고 입덧 다이어트를 꿈꿨건만 고작 2키로 빠진게 전부
결혼하고 10키로 넘게 쪘던터라 임신했을때 입덧으로 다이어트를 노려보자라는 못된 마음이었으나 실패
중기에는 배가 좀 더 단단해져 오는게 느껴졌지만 입덧도 끝나고 안정기라 몸도 편하고 여기저기 다녔더니 잠시 방심했는지 하혈이..
다행히 수액맞고 하루 입원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겠다고 말하고 퇴원..
그리고는 배고파서 깨고 배고파서 못 자고 새벽에 먹을걸 찾아 다니는 하이에나 같았다
30주쯤 넘어갔을때는 배가 고픈데도 입맛이 없고 과일만 먹었는데 애만 자꾸 크고..
애 낳을때 몸무게는 임신 전 몸무게보다 8키로 정도 쪘다
이건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
다시
35주차 정기검진때 의사가 애가 커서 자연분만으로는 낳기 어려울 수 있으니 제왕절개 할 수도 있다 말했다
제왕절개라니..생각도 못 했는데
2주뒤에 다시 보고 결정하자 해서
그때까지는 제왕절개의 공포만 가지고 있었다
자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막달에 알바 구하려고 했는데 망할 시누 덕분에 일이 꼬여서
애 낳기 한달 앞두고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기는 했었다
그땐 정말..
다행히 일 수습하고 알바생이 온 첫 날
그날은 왜인지 좀 바빠서 밥도 못 챙겨먹고 손님 응대하고 알바 가르치고 정신이 없었는데
저녁 7시쯤 되자
갑자기 눈에 빛번짐과 글자을 읽을 수 없었다
나는 내가 형광등을 봐서 그런가 잔상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가 않아서
알바생보고 마감하고 일찍 들어가자 했다
마감하려고 장부를 보는데도 글자를 읽을 수 없었고
대충 마무리 하고 문 닫았다
운전은 하고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늘상 다니던 길이니깐 그냥 운전하고 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 안될일이었다..
집앞에 가서 도저히 주차를 할 수 없어서 남편을 부르고
혹시나 밥을 안 먹어 기력이 달려 그런가 싶어
밤 10시에 남편이 차려준 밥을 조금 먹었는데
눈이 잘 안 보이니 너무 답답해서 잠을 청했다
한시간쯤 지났나
여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통증의 두통이 왔다
진짜 머리가 이렇게 아플 수 있을까 싶었고
머리와 온 얼굴이 다 아픈데 여전히 시력은 초점이 잘 맞질 않았다
그리고 타이레놀을 먹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를 않아서 밤 12시 남편보고 응급실 가자고 했다
남편이 일반병원 응급실을 가느니
진료 받고 있는 산부인과에 물어보자해서 전화했다
남편은 머리가 많이 아픈데 응급실 하냐고 물어보니
간호사가 그럴땐 일반병원 응급실을 가야죠 라고 말해서 남편은 막 화를 내고 있고 담당의사 바꾸라고 화를내고
이차저차해서 당직의사가 받더니 나를 바꾸라고해서
나는 차근히 눈도 잘 안보이고 머리도 너무 아프다고..
의사가 당장 오라고 했다
집과 5분거리라 금방 도착
가자마자 눕히고 혈압을 쟀는데
혈압이 150
놀랐다
머리는 계속 아프고 의사가 뭘 물어본거는 같았으나 기억은 잘 안나고
약을 주던지 수액을 주던지 처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사는 나가서 누구랑 통화하는지 말소리만 들리고 ..
그러고는 곧 구급차가 도착했다
대학병원을 가야한단다
여전히 머리는 아프고
목을 너무 뒤로 젖혀놔서 숨쉬기도 힘든데
뭔가 큰일인 것처럼 호들갑스러운 구급차..
대학병원 도착해서 혈압재고
시야가 어떤지 물었다
여전히 머리는 너무 아프고
시야는 초점이 안 맞고 정신도 없는데
밥은 언제 먹었냐고 묻고;;
그리고 하는 말
임신중독증 같다고 빨리 애를 꺼내야 한단다
?!!!!!!
그 아픈 와중에도 벙찜
의사한테 예에에에에에??? 라고 말했던거 같은뎈
임신중독증이 뭔지 몰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정말 위험한;;
아무리봐도 아닌거 같은데 수술하자 하니...
난 그냥 머리만 안아팠음 좋겠는데
일은 자꾸 커지고
임신중독증 말고도 양수가 모자른다며
 그렇게
병원간지 2시간만에 진통도 관장도 없이
제왕절개;; 완전 초스피드였다
36주 3일만에 태어난 내 아들
마취에서 깬 시간이 4시쯤
보기도 싫은 시어머니얼굴과 남편이 보였다
그리고는 심각하게
애기는 서울성모병원으로 가야할거 같다며..
숨을 못 쉰다고..
36주에 3.2키로로 태어나서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출산한 대학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해결이 안 되어
서울까지 가야한다니..
수술통증땜애 무통주사 맞고 있어서 정신은 몽롱하고
애기는 못 보고
자꾸 예상하지 못한 일들만..
다음날 의사가 와서는 임신중독증은 아닌거 같다고;;
시력도 문제고 혈압에 두통까지 있었는데 단백뇨는 없단다
의사도 미스테리라고 원인을 모르겠다고;;
아니 두 의사모두 내 말은 안듣고;
그냥 스트레스때문에 혈압이 오른거 같은데...
 애기는 좀 일찍 태어났다고 폐가 덜 발달되어 니큐로 들어갔고
남편은 하루 한번 30분 면회되는 시간 맞춰 병원도장 찍고..
나는 약에 취해 잠들어 있는 애기 사진만 보고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시어머니 시누는 꼴도 보기 싫고
남편한테 눈에 안띄게만 해달라고..
제왕절개 하면 보통 5박6일 있는 줄 알았는데
3박만에 퇴원;; 대학병원이라 그런가
별 문제 없으면 퇴원;;
병원비고 씨티 찍어서 30만원 나왔지
실제 출산비용은 18만원정도 나왔다
제왕절개 비용이 정말 싸졌다
3일쯤 지나자 가슴이 단단해져오고 열감이 느껴졌다
조리원예약을 해 두긴 했는데
애기도 없이 들어가야하나 고민했는데
가슴통증에 유축방법도 몰라서 그냥 조리원으로..
가길 잘 했다
하루 두번 가슴맛사지랑 밥도 맛 있고.. 혼자 푹 쉬었다
다만 애기가 없어 수유를 안 하니 다른 엄마들하고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점..
조리원 들어가고 일주일쯤 되니 우울증이 온 건지
하루종일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남편이 데리고 나와 영화보러 갔다
럭키 ㅋㅋㅋㅋㅋㅋㅋ 유해진 보면서 실컷 웃었더니
우울감은 싹 사라져서
다시 또 잘 지내고..
애기는 계속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고
mri에서 뇌출혈증상도 보인다고...
남편이 보여주는 사진으로만 애기만나고..
다행히 2주쯤 지나자 상태가 많이 호환되어
수유연습하러 오라고 콜 받음.
니큐가서 많이 걱정은 되었지만
니큐에 있는 다른 아가들과 비교하면
내 아가는 몸도 우량하고 너무 정상적으로 보여서
호들갑 떨기에도 미안한 겉 모습을 가졌다
조리원 퇴소 이틀 남기고
애기도 니큐 퇴원
앞으로 병원에는 자주 가야하지만
별 탈 없이 나아서 나온거 같아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그다음으로 걱정되었던 병원비는
1800만원정도였지만
신생아호흡기증후군과 폐동맥 고혈압 거기에 미숙아에 포함되어  
병원비는 10분의1로 줄었다
보건소에 미숙아지원사업과 희귀난치성질환도 등록
남편이 참 바쁘게도 돌아다녔다..
몸무게는 출산하고 3일지나서 붓기가 다 빠지고
일주일 지나자 임신전이 아닌 입덧했을때 몸무게로 돌아갔다
정말 다행스런일인데..
뱃살만큼은 어떻게 해결이 안되나보다;
2주 니큐에 있는동안 유축을 열심히 안했더니
젖량이 줄어서
직수는 세번정도 해 보고
자연스레 젖이 말라서
초반 한달에만 혼합으로 먹여보고 이제는 완분
얼마 전 100일이 지났다
여전히 우량아로 무럭무럭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아무도 미숙아로 태어났다하면 안 믿을 비주얼 ㅎㅎ  
뇌출혈증상도 두번째 찍은 mri에서 더 발달되지 않는다고 안심해도 될 것 같다했고
운동치료만 받는 중이다
앞으로도 별 탈 없이 잘 자라주길
사랑해 아들
  

댓글
  • 삽삽하다 2017/01/21 01:33

    이제 30일 정도 후에 딸과 첫만남 가질 아빠인데 쓰신글보니 왠지 모르게 찡해지네요.
    다시 건강해지셔서 다행이고 애기도 우량우량하니 그것도 다행이고,
    여러보로 고생많으셨어요 ㅠㅠ

    (RiWtj2)

  • po변태wer 2017/01/21 15:17

    뭐지.. 분명 짠하고 감격스럽고 우여곡절많은 글인데
    담담한 문체로 중간중간 웃겨서 귀엽게만 느껴져요ㅋㅋㅋㅋ
    작성자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면서 아이걱정에 아내걱정, 시어머니와 아내 조율까지 하셨을 남편분도 다 고생 많으셨어요!
    참, 니큐에 있었을 아이도 고생 많았군요ㅎㅎ
    태어날때 부모님 고생시켰으니 잘 안울고 이쁘게 클거에요(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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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arkssang 2017/01/21 15:20

    고생하셨습니다.
    어려운 길을 거쳐서 찾아왔지만 누구보다도 더 기쁨주는 아이로 자라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아이 태어난지 100일 조금 지난 터라 석달전을 생각하며 생생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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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푸른나무 2017/01/21 17:23

    읽으면서 울컥했어요 ㅠㅠ 마음고생 정말 많으셨겠어요 ㅠㅠ 초반 힘든일 다지나갔으니 아기와 알콩달콩 행복한 일들만 있으실꺼예요. ^^

    (RiWtj2)

  • 데모닉333 2017/01/21 20:56

    출산만 해도 힘든 것을 다른 부분까지
    너무 애 많이 쓰셨습니다.
    친정쪽에 심혈관질환자가 있어서 노파심에
    댓글 드리는데요.
    시력의 갑작스런 이상은 뇌졸중의 주요 증상 중
    하나입니다. 물론 검사 받으셨고 설명도 들으셨겠지만
    한 번 발생하면 앞으로도 조심하셔야 해요.
    제 친정쪽도 시력이상과 현기증 및 두통이었는데
    뇌경색이었어요.
    혹시 다음에라도 이상징후가 느껴지시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지 마시고
    꼭 응급실이라도 가셔서 이번 일 말씀하시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가와 신랑님과 함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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