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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고.. 당신의 가면은 무사합니까 (스포 포함)
[역린](2014)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신작,
[완벽한 타인]을 보았습니다.
이탈리아의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2016년작,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국에서 다투어
리메이크 제작에 나섰다는 뉴스로 알 수 있듯
영리하고 치밀한 각본이 영화의 성공요인이죠.
원작이 매우 궁금합니다.
훌륭한 영화의 출발점이 시나리오임은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 흐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영상을 다루는 능력보다
텍스트를 다루는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웃음이 적은 성격도 이유이겠지만
영화 속에서 아무 때나 남발되는 웃음 코드에
적응이 잘 안됩니다.
남들이 웃을 때 혼자 웃지 못하는 소외감...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객석의 웃음이 서로에게 전염되고
속에서 저절로 키득키득 웃음이 터지더군요.
그리고 그 웃음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뒤에 씁쓸함을 남긴다는 것이 핵심이죠.
그 완급 조절이 꽤 빼어납니다.
성형외과의사 '석호(조진웅)'와
정신과의사 '예진(김지수)' 부부의
한강변 호화빌라 펜트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집들이 모임에 40년 지기 친구들이 초대받죠.
변호사 '태수(유해진)'와 전업주부 '수현(염정아)',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준모(이서진)'와
수의사 '세경(송하윤)',
이혼한 전직 체육교사 '영배(윤경호)'.
그들은 한결같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죠.
관객들이 그들에게 가지는 계층적 위화감은
이 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느낄 양심의 가책에
어느 정도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냅니다.
자신과 그들과의 거리감이
그들의 행동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1984년 속초에서의 유년기의 어느 날과
현재의 모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월식입니다.
잠시 가려지지만 곧 모습을 드러내는 달...
그 달이 '진실'이 아니라
'비밀'을 은유함이 흥미롭습니다.
인간관계, 심지어 부부, 막역한 친구관계에서도
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 오히려 비밀이죠.
위선의 가면을 쓴 채 관계를 맺는 인간군상들...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진실게임이
휴대폰 공개라는 형태로 변주되어
부부, 친구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 균열은 점점 커져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 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밀도있게 쌓아 나갑니다.
그 긴장감이 폭발하기 직전이면
베란다라는 공간을 통해서 적절히 해소시키구요.
공간의 활용이 영리하기에
폐쇄된 공간에서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남자는 안드로이드폰, 여자는 아이폰"
"하루에 전화를 세 번 하면 사랑하는 사이,
다섯 번 하면 의처증 아니면 의부증,
한 번도 안하면 부부 사이" 등의 대사는
다소 도식적이고 안일하긴 하지만
딱히 부정하기도 힘들더군요.
성소수자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일침이
웃음의 소재로 가볍게 소비되는 부분이 아쉽고,
그들과 멀지 않은 공간에서 월식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소박하고 다정한 모습은
작위적이어서 별 공감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 영화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파국에 가까와진 관계의 정리겠죠.
원작의 해법이 어떤 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 영화는 '상상'을 택합니다.
그럼으로써 등장인물들은
원래의 이중적인 삶으로 태연히 복귀하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객석에 가득했던 웃음은 어느새 잦아들고
관객들의 마음 속에 남는 건
씁쓸하고 헛헛한 공허입니다.
매우 연극적인 작품이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당연히 중요합니다.
힘을 완전히 뺀 '조진웅' 배우가 특히 좋았고
'염정아' 배우의 연기력도 물이 올랐습니다.
가장 훌륭한 건 예상대로 '유해진' 배우입니다.
기가 막힐 정도로 리듬을 탑니다.
영화가 끝나면
함께 영화를 본 부부와 연인들은
각자 화장실로 가 영화의 여운을 즐기거나
영화의 내용을 복기하겠죠.
혹시 잠시 후 자신에게 현실로 닥칠 지 모르는
진실게임에 대비해
자신의 휴대폰 속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지울 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깨끗하게 손을 씻습니다.
그리곤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하며
위선의 가면을 새삼스럽게 단장할 지두요...
영화는 다시 묻습니다.
당신의 가면은 무사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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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포스터, 스틸사진과 함께 읽으시려면
http://m.blog.naver.com/hixxhim/221390297320
저는 기본적으로 리메이크를 안좋아하는데 이건 재밌더군요.
원작도 볼만합니다.
단지 조금 시끄럽죠. ^^
"텍스트를 다루는 능력"
아주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flythew// 아니 원작까지 보셨단 말입니까? 어떤 경로로 보신 건지 여쭤봐도 되는지요?
https://watcha.com/ko-KR/contents/m5nQ1jV
flythew// 왓챠였군요. 넘넘 감사드립니다.^^
오~~이 영화가 원작이 있던 영화였군요
각국에서 다투어 리메이크를 할 정도라니 원작은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네요
영상을 다루는 능력보다 텍스트를 다루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진짜 공감합니다!!
요즘 그래도 볼 영화들이 많아서 좋고 항상 좋은 영화 추천 감사드립니다!!!
야구 때문에 보헤미안도 안보고 왔는데...ㅎㅎ
보헤미안과 완벽한 타인은 꼭 봐야 될거 같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그냥저냥 코미디물인 줄 알았는데...평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나름 조진웅과 유해진 조아라해서요~~^^
조진웅 연기도 괜찮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네요...스포는 곁눈질 살짝살짝했네요..
유혹을 참지 못해서요...ㅎㅎ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즐건 주말 보내셔요!!!
flythew// 원작 영화 링크 진심 감사드려요!!!
얼마나 시끄러울지...ㅎㅎㅎ
정말 행복 가득한 주말되셔요!!!
간만에 수작이 하나 나왔다 싶었는데 리메이크였군요. 배우들 연기도 좋았습니다
안녕요정//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생각할 거리들을 남기는 블랙코미디랍니다. 사회비판의 깊이가 아주 깊거나 감독의 내공이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아도 의미있는 성취를 이루기는 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조진웅 배우는 훌륭하고 유해진 배우는 대단하구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tucco// 리메이크임은 분명 아쉽지만 그래도 수작으로 불리기엔 충분하더군요.
[리플수정]가면 없이 한 점의 거짓 없이 사는 삶이란 건 절대 불가능한 거겠죠.
그럼에도 우리는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추구합니다.
때론 배려라는 핑계로 위선을 행하기도 하고, 평화를 위해 애써 눈 감고 외면하는 진실들도 있게 마련이겠지요.
월식처럼 잠시 가려질 망정 금방 드러나고야 말 본성이 나의 밑바닥은 아니길, 그런 파국적인 결과는 빚지 않길 바랄 뿐..
비밀은 비밀대로 좀 남겨두자구요. ㅋ
간만에 가볍지만은 않은 코메디 영화라서 빈가웠네요.
문라이트// 써주신 댓글 구구절절 공감해 덧붙일 말이 없네요.^^ 점점 짙어지는 만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