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2018)와 앨런 J. 파큘라 감독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이 어떤 관계인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닉슨 정부 시절 두 개의 특종 기사를 냅니다.
하나가 월남전 당시 미국 정부의 음모를 다룬 맥나마라 보고서를 취재한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공화당 닉슨이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도청한 워터 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첫번 째 사건을 '더 포스트'에서 두번 째 사건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다루죠.
이렇게 치면 '더 포스트'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프리퀄입니다.
실제 영화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중 위의 세개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전반부, 뒤의 세개는 '더 포스트'의 후반부입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있는 워터게이터 호텔에 도청을 위해 도둑이 침입한 것을 흑인 경비원이 발견하는 모습입니다.
문 소리를 줄이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까지 똑같게 묘사했습니다.
편집장 벤 브래들리 역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는 제이슨 로바즈가 '더 포스트'에선 톰 행크스가 맡았는데 두 사람 다 열연을 합니다.
제이슨 로바즈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발을 얹고 거만하게 이야기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탔습니다.
'더 포스트'에서 톰 행크스가 그 모습을 따라하는게 나오는데 알고보면 재밌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 라이트'(2015)는 보스톤 글로브지가 가톨릭 교구사제들이 아동 성추행 사건을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이게 앞의 두 작품과 무슨 관련이 있냐구요?
워터 게이트 사건 당시 20대였던 벤 브레들리의 아들 브레들리 주니어가 자라서 보스톤 글로브지의 편집장이 되었고 그가 근무할 당시의 사건이 바로 '스포트 라이트'의 내용이 됩니다. 말그대로 부전자전이죠.
앞의 두 영화들을 보면 몇 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더 포스트'에서 맥나마라 보고서를 작성한 당시 국방부 장관 맥나마라는 인물은 누구이며, 닉슨이라는 사람은 어떤 대통령이었을까? 그리고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에게 결정적 제보를 하는 '딥 스롯'은 누구일까?
에롤 모리스의 다큐 '전쟁의 안개'는 맥나마라 국방부 장관이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대단히 매력적인 다큐입니다. 놓치지 말고 보세요.
닉슨에 대한 영화는 많이 있습니다. 거짓말쟁이 대통령이라는 조롱의 아이콘이었으니 영화 소재로 적합했을 겁니다.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와 닉슨과의 관계를 다룬 영화까지 나왔으니까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올리버 스톤 감독 '닉슨'(1996), 닉슨과 한물간 언론인과의 대립을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닉슨 VS 프로스트'(2006)입니다.
약간 과장이 있지만 재밌게 본 영화들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보자 '딥 스롯'은 2005년에 가서야 FBI의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였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왜 이 인물이 자신의 조직을 배반하고 언론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게되었는지가 궁금하시면 작년에 나온 '마크 펠트 : 백악관을 실각시킨 사나이'를 보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대단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기자들이 특종을 위해서 제보자들과 어떻게 밀당을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나오니까요.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과 당시 배경에 대해 모르면 누구 말마따나 '그냥 전화 받고 끊는 이야기'입니다.
(촬영도 주목해서 보십시오. 위대한 촬영 감독 고든 윌리스의 멋진 쇼트들이 나옵니다).
영화에 좀 더 몰입하시려면 다음 책들을 읽고 보시면 두 영화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에 발간된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워터 게이트 사건을 다룬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기자의 역저 '워터 게이트: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벤 브래들리가 쓴 '워싱턴 포스트 만들기', 워싱턴 포스트의 경영주 캐서린 그레이엄이 쓴 '캐서린 그레이엄 자서전'이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지식을 쌓으시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화 '퍼스트 맨'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더 포스트'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길어졌네요.
암튼 이왕 쓴 글인데.. 소개한 영화와 책으로 미국 정치사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공부하시는 분들이 올 가을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글이시네요 흥미롭습니다
정성어린 글은 추천!
지우지 말아주세요
워싱턴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이 영화를 보기전까지만 해도 당시 캐서린은 뉴스룸의 리오나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사주이지 않을까 헀는데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고나니까 실제 캐서린은 가녀린데다 매 순간 고민하고 갈등하는 그러면서도 전부를 걸줄아는 인물일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잃을 게 많은 사람이어서 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제드바틀렛// 맞습니다. 스필버그는 벤 브래들리 같은 이상주의에 눈 먼 싸움꾼의 이야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브래들리가 아니라 캐서린을 중심으로 움직이죠.
얼핏보면 스필버그가 패미니즘을 표방한 것처럼 보이나 그것보다 미국의 시스템은 협의와 조정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리플수정]제드바틀렛// 벤 브래들리와 같은 강함이 아니라 캐스린 그레이엄과 같은 부드러움이 결국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도 보이구요.
더포스트와 스팟라이트는 재밌게 봤는데 대통령의 사람들은 못봤네요.
보겠습니다.
박근혜4// 다큐 좋아하시면 에롤 모리스의 '전쟁의 안개' 꼭 보십시오. 얻는게 많은 다큐입니다.
위의 언급한 영화들 전부 한글 자막이 나와있습니다.
넷파일 같은 곳에서 찾아보시면 쉽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추천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성장과 메릴 스트립이 맡은 캐서린의 성장이 연동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ㅎㅎ
닉슨만큼 할리우드에서 사랑한 악역이 없죠....정말로
추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영화를 거장께서 레디 플레이어 원 촬영 중간에
짬내서 짧은 기간에 찍으셧다던데...
알면 알 수록 대단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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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21보다 낫네요 ㅎ
깊이 있는 좋은 글 감사드려요.
제가 생각하는 올해의영화 얼마전 블루레이가 출시되어 예약으로 구매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