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p #1] 정말 오랫만의 스냅.. 15년전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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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D | 85mm ]
벌써 15년이 지났네요..
처음 Nikon Coolpix 950 중고를 사서 좋아하던 그 때.
200만 화소로 사진찍던 그 때
불꽃놀이를 담아보겠다며 1시간을 LCD만 보고 있던 그 때
D30 중고에 개조번들 만들겠다고 플라스틱 마운트를 1시간동안 사포로 갈아내던 그 때
50.8 하나 물려서 네시간을 동네방네 걸어다니던 그 때
한참을 그러다
일상에 치어
책상위에 있던 카메라가 서랍으로, 장롱으로, 중고장터로 저만치 밀려나고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카메라라는 단어도 머릿속에서 점점 흐려져갈때 쯤
문득 공원에서 딸사진을 찍고있는 아빠를 보며
다시한번 카메라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부유하진 않지만 옛날과는 다른 경제력,
이 모델 저 모델 한참을 스펙 비교하던 중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처음 에세랄에 가입하던 14년전에도 좋은 사진가들과 좋은 사진은 많이있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10D (텐디)로, 1D 로도 입이 떡벌어지는 사진을 찍지 않았던가'
좋은 바디를 쓴다고 내가 과연 그 사람들만큼 잘 찍을 수 있을까?
기기성능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내는데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면,
그 때가서 업그레이드를 하는게 맞지 않을까..?
결국
실력없이 좋은 바디만 쳐다보는 제게
잔고없이 L 렌즈만 쳐다보는 제게
벌주듯 일부러 10년이상 된 바디를 쥐어줬습니다
다행이 제게 필요했던건 셔터막 떨어질때 찰나를 담는 느낌이지, 비싼 바디는 아니었나 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화려한 후속작들에게 무대를 넘겨주고 물러난 바디
'지금 사면 폭탄돌리기다' 라는 얘기도 듣는 오래된 녀석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마음에 드네요
5D.
십수년을 돌고돌아 바디에 배터리만 덩그러니 내게 온 녀석.
앞으로 최소 5만컷은 이녀석과 함께 해보렵니다
이렇게 긴 글을 쓰려고 한게 아닌데 밤이 깊어가니 내용이 자꾸 늘어가는군요.
다들 행복한 사진생활 하시고
편안한 밤, 활기찬 하루 되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