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 딴따단 딴 딴따단-♬ '
가까운 지인들만 모여 열린, 작은 야외 결혼식.
신랑 '김남우'와 신부 '홍혜화'가 주례 앞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이제 막,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돌아서 사랑의 언약을 하려던 그때-,
한 하객이 앞을 향해 손가락질 했다.
" 어어어-? "
그가 가리킨 곳에, 사다리형 장식 기둥이 기우뚱하고 있었다!
" ?! "
경고할 새도 없이, 신랑 신부를 향해 쓰러지는 장식 기둥!
" 꺄악! "
누군가의 비명 속에 신랑 신부가 기둥에 깔려 넘어졌다! 그 과정에서 정통으로 머리를 부딪친 홍혜화!
얼른 기둥을 밀쳐낸 김남우가 "크윽!" 급히 홍혜화를 부축하지만-,
" 혜, 혜화야! "
홍혜화는 눈이 풀려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 저 너머로, 홀로 서 있는 흐릿한 '누군가'의 형상을 발견하고는,
" 임...여우...? "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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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홍혜화. 악몽을 꾸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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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을 늦은 교실. 복도 창 너머로 한 여학생의 모습이 보았다.
두려움에 질려 뒷걸음질하는 여학생,
[ 나, 나한테 왜 이래...! ]
그녀의 앞, 다른 여학생이 손에 가위를 들고 무표정하게 다가가고 있었다.
[ 사, 사람살려! 용서해줘! ]
뒷걸음질 치다 다리가 걸려 주저앉는 여학생!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올려다볼 때, 다가 선 그녀가 가위를 든 손을 높이 쳐들었다!
[ 꺄아악-! ]
---
" 꺅! "
눈을 번쩍 뜬 홍혜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알을 굴려 병실의 천장과 주변을 확인했다.
근처에서 얼른 달려오는 김남우,
" 혜화야! 괜찮아? "
그를 발견한 홍혜화는 정신이 없는 듯 횡설수설,
" 오빠! 여우가 나타났어! 임여우가 나타났다고! "
" 뭐?? "
" ... "
알 수 없을 말을 한 홍혜화는, 다시 기절하듯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 임여우?? "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김남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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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복도. 김남우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 네 장모님. 혜화가 방금 막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다시 잠든 것 같은데, 다 괜찮습니다. "
[ 그래. 정말 다행이네. 얼마나 놀랐는지.. ]
" 예. 저도 정말 놀라서... "
장모님께 홍혜화의 안부를 전하던 김남우는 문득,
" 아! 장모님 혹시, 임여우라고 아십니까? "
[ ... ]
" ? "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장모님의 침묵에 김남우의 얼굴이 의문스러워졌다. 곧,
[ ...아닐세. ]
" 네?? "
[ 피곤할 텐데, 들어가 좀 쉬게. 나도 곧 병원에 갈 테니 ]
" 아...예에.. 저도 좀 더 있겠습니다. "
통화를 끝내고, 김남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 뭐야? "
무언가 찜찜함이 남는 김남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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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김남우는 밖에서 간단하게 밥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 혜화야 일어났어~...음? "
김남우의 얼굴이 어리둥절했다. 침대가 비어 있었다. 얼른 병실 안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는 병실.
" 혜화야...? "
김남우의 미간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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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얼굴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는 김남우.
" 네네. 네. 혹시 혜화한테 연락 오면 좀 알려주세요. 네네. "
이번에도 소득이 없는 통화에 김남우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갈만한 곳과 친구들 모두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홍혜화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중년 여인이 걱정된 얼굴로 물었다.
" 거기도 연락 없었다는가? "
" 네 장모님.. "
연락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홍혜화 때문에 두 사람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핸드폰도 놔두고 어딜 간 건지... 병원 사람들 말로는 갈 곳이 있다며 막무가내로 나갔다던데, 도대체 어딜 간 걸가요? 이거 참... 실종신고라도 해야 할까요? "
" ...일단 내일까지는 기다려보세. "
" 예에... "
기다릴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표정이 편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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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화가 임여우를 향해 소리쳤다.
"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그것도 내 결혼식 날에! "
임여우가 무심하게 말했다.
" ...혜화 너를 괴롭히는 것들은 내가 다 죽여줄 거야. 너도 알잖아? "
홍혜화가 소리쳤다.
" 됐어! 이제 더이상 날 괴롭히는 사람 따위는 없다고! 가! 가라고! "
임여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아니. 아직 한 명 남았어. 기억 안 나? "
홍혜화의 눈이 흔들렸다.
" 뭐...? "
임여우가 또박또박한 어투로, 말했다.
" 기억 안 나? 그 사람 말이야. 정말로, 기억 안 나? 그 사람- "
홍혜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 아니.. 아니아니, 전혀 기억 안 나! 나, 난 아무것도 기억 안 나! "
임여우가 침묵하다가, 말했다.
" 그 사람 내가 죽여줄게. 이번엔 기필코... 내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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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일단, 어디 갈 때가 있다고 본인이 직접 말하고 갔다는 거죠? "
" 예에...뭐 그렇긴 한데... "
경찰의 형식적인 말투에 김남우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 그래도, 결혼식 날 밤에 신부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게 말도 없이 어떻게..! "
" 아니 뭐.. 그런 부분은 심경변화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요... 결혼식 앞두고 그러는 분들 많거든요~ "
" 무슨 소리입니까 그게? "
김남우의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경찰은 형식적으로 마무리 했다.
" 그럼 뭐, 일단은 기다려보시고~, 실종 접수는 해놓겠습니다. "
" ... "
김남우는 대놓고 못 미더운 얼굴이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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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탄 김남우가 구겨진 얼굴로 운전대를 잡았다. 혹시나 해서 홍혜화와 자주 갔던 공간들을 모두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 혜화야 도대체 어딜 간 거니... "
그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나 기다려왔던 결혼식 날인데,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사고가 원인일까? 그렇지만 병원에서는 큰 상처가 없다고 했었다. 게다가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갑자기 행방불명된단 말인가?
결혼준비 중에도 전혀, 그런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혜화의 성격도 전혀 이런 돌발행동을 할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얼마나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인데! 도대체 왜 갑자기?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푹 내쉬던 김남우는, 순간 번뜩!
" 맞아... 임여우! 임여우라고 했어! "
급히 차를 갓길에 댄 김남우가 장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 김서방? 우리 혜화 찾았나! ]
" 아뇨 아직... 저기-, 장모님! "
[ 응? ]
" 임여우가 누굽니까?! "
[ ... ]
또다시 수화기 너머 침묵하는 장모님의 모습에, 김남우는 확신하고 다그쳤다!
" 아시죠? 임여우가 누굽니까? 혜화가 마지막에 불렀던 이름입니다! "
[ ...난 모르네. ]
" 장모님! "
김남우의 미간이 찌푸려지지만-
[ 혜화를 찾으면 연락해주게. ]
" 아! 장모님! "
통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인상을 찌푸리는 김남우. 분명 임여우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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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여우? 글쎄요...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
[ 임여우요? 모르겠는데요... ]
[ 혜화 친구 중엔 없을 걸요? ]
김남우가 홍혜화의 지인들에게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임여우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 임여우가 누구야 도대체?! "
가슴이 답답한 김남우. 아무리 생각해도 임여우를 아는 건 장모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장모님께 전화를 걸려는데,
" 아?! "
장모님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혜화가 돌아왔나 싶어 급히 전화를 받는데,
[ 김서방! 혜화가 집에 왔었던 것 같네! ]
" 네?! 그게 정말입니까?! 지,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
김남우는 급히 운전대를 꺾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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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홍혜화의 방. 김남우와 장모님이 심각한 얼굴로 둘러보고 있었다.
" 집에 돌아와 보니 혜화 방에 옷가지들이랑 여행가방이랑 핸드폰이랑, 다 사라져 있었네.. "
" 네? 여행가방을요? "
김남우의 얼굴이 의문으로 일그러졌다.
그때 장모님이 망설이는 얼굴로 덧붙였다.
" 게다가... 축의금 들어온 것들도 모두 사라졌네. "
" 네? "
김남우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여행가방에 짐을 챙겨서, 일부러 현금을 가져갔다고?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있던 김남우는, 장모님을 향해 굳은 얼굴로 물었다.
" 장모님... 임여우가 누굽니까? "
" ... "
순간적으로 굳어버리는 장모님의 얼굴!
김남우는 꼭 들어야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 아무리 생각해도 혜화가 갑자기 이렇게 된 건, 임여우라는 사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발 말해주십시요 장모님! 임여우가 도대체 누굽니까?! "
" ... "
장모님은 김남우의 눈빛을 피하며 침묵하다가, 말없이 한 켠의 옷장으로 다가갔다. 손을 올려, 옷장 위에서 오래된 종이상자 하나를 꺼내는 그녀. 김남우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상자를 열어 낡은 일기장 하나를 꺼내주었다.
" 혜화는 고등학교 시절에... 심한 왕따를 당했었네. "
" ! "
전혀 몰랐던 사실에 놀라는 김남우! 받아 든 일기장을 펼쳐보고, 그 첫 줄을 읽자마자 눈이 커졌다!
[ 죽고 싶다 ]
" 아! "
김남우는 금방 일기장의 내용에 빠져들었다. 일기장 속, 홍혜화가 당한 끔찍한 일들이 김남우의 손을 부들거리게 만들었다.
가위로 머리카락을 멋대로 자른 일... 속옷을 다 벗겨놓고 남자 선생님 수업 시간에 교복이 다 젖게 만든 일... 씹던 껌에 분필 가루를 묻혀 찹쌀떡이라며 강제로 먹인 일... 중학생한테 돈을 받고 가슴을 만지게 만든 일... 등등.
일기장 한가득, '괴롭다. 죽고 싶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말들이 가득했다.
" 이...이...! "
김남우는 극심한 분노로 이가 갈렸다!
장모님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 난 전혀 몰랐네.. 그냥 애가 성격이 소심해서 적응을 잘 못 하는 줄로만 알았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신경도 안 썼어. 아빠 없이 자란 딸내미 남부럽지 않게 키운답시고 일만 했지, 정작 애가 필요할 때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 다 내 잘못이네.. "
" ... "
울먹이는 장모님의 말에, 김남우는 어찌 대답할 바를 몰랐다.
예전의 감정에 울컥해서 흐느끼던 장모님은 잠시 뒤, 조금 진정된 어투로 말했다.
" 그때 그 애가 나타났네... 임여우. "
" ?! "
말없이 일기장을 바라보는 장모님의 시선에, 일기장을 넘기는 김남우-
---
[xx월 xx일]
여우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한 마디도 못했는데, 여우는 상대가 어른이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욕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이런 애가 내 친구라니! 너무 자랑스럽다 임여우!
[xx월 xx일]
여우가 그랬다. 내가 원하면, 날 괴롭히는 애들을 모두 처리해주겠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여우가 아무리 대단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xx월 xx일]
여우는 정말 대단해!
날 괴롭히던 옆 반의 그 애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었다!
어쩌면... '걔네들'도 여우가 처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xx월 xx일]
오늘 미숙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건 분명 여우의 솜씨다!
여우는 정말 대단해!
[xx월 xx일]
오늘 은주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꼴 좋다!
이제 더이상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없어졌다!
정말, 여우가 내 친구라서 너무 행복하다!
[xx월 xx일]
미숙이가 죽었다고 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xx월 xx일]
은주가 죽었다...
......
난 여우가 무섭다...
---
" 이, 이건...? "
" 임여우 그 애가 나타난 뒤로, 혜화를 괴롭히던 아이 둘이 죽었네.. "
" 설마...어떻게 그런...?! "
목소리가 떨리는 김남우.
장모님은 우물쭈물 말을 망설이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 ...임여우는 혜화라네. "
" 네?? "
일순간 알아먹지 못한 얼굴의 김남우-
장모님이 심각한 얼굴로 김남우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 내 딸 홍혜화가 바로, 임여우란 말이네. "
" ! "
충격으로 두 눈을 부릅뜬 김남우!
" 그, 무, 무슨...? "
" 혜화가 만들어낸 혜화 속의 다른 인격.. 그게 바로 임여우야. "
" ! "
" 자네도 우리 헤화 성격은 알지? 소심해서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아이야. 그런 아이가 괴롭힘을 참다 참다가, 임여우라는 인격을 만들어낸 거야. 자신과는 정반대 성격에, 자신의 복수를 해줄 아이를... "
" 아아... "
혼란스러운 김남우의 얼굴는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일기장을 보았다! 임여우가 홍혜화라고?
장모님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 사실을 알고, 난 혜화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네... 이사를 가고, 치료도 끝내서 영영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왜 또 이렇게...! 후우~ 자네에게는...아니, 누구에게든 평생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였어.. "
" ... "
장모님은 회한이 가득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 다 내 잘못이야...다 내 잘못이지.. 내가 혜화에게 제대로 신경 써줬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하아... 도대체 어딜 가서 뭘 하고 있는 건지...! "
울먹이는 장모님을 보며 김남우는 복잡한 감정을 다스렸다. 머리가 복잡하지만-, 과거든 뭐든, 지금 중요한 건 그가 목숨보다 사랑하는 홍혜화였다.
" 장모님...걱정하지 마세요. 혜화는 제가 꼭 찾아오겠습니다. "
" 김서방... "
" 걱정하지 마세요. 혜화가 어디서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몰라도, 꼭 제가 무사히 찾아오겠습니다. "
" 고맙네...고맙네 김서방... "
눈물을 흘리는 장모님께 인사하며 문으로 돌아서는 김남우,
" 제가 꼭...! "
굳은 얼굴로 한번 더 다짐하며 방문을 나섰다.
김남우가 떠난 홍혜화의 방.
" ... "
장모님이 일기장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얼굴로 일기장을 바라보다가, 종이상자에 일기장을 넣어 닫았다.
.
.
.
" 빌어먹을! "
경찰서를 나서던 김남우가 욕설을 내뱉었다.
[ 네? 집에 와서 핸드폰을 들고 갔다고요? 에이~ 그러면 실종도 아니네~! 핸드폰 추적이요? 당연히 안 되죠~ ]
김남우는 경찰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을 꾹 참고 나온 참이었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는 김남우. 벌써 몇 번째일지도 모를 전화를 걸어보지만,
'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 '
김남우는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홍혜화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여행가방까지 챙겨 들고 어디를 가려는 걸까?
분명 홍혜화의 다른 인격이라던 임여우가 깨어난 것과 관련이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이란 말인가? 알 수가 없었다.
김남우는 별다른 방법도 없어, 문자만 계속 남겼다.
[ 혜화야! 제발 연락 좀 해줘! 어디야?! 제발 혜화야! ]
.
.
.
[ 혜화야! 제발 연락 좀 해줘! 어디야?! 제발 혜화야! ]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홍혜화는, 그냥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무표정하게 시외버스에 올라타는 그녀. 구석진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시외버스가 출발하여 달린 지 한참,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
이, 이러지 마세요...!
[ 아저씨한테 맡기라니까? 아저씨가 우리 혜화한테 다 가르쳐 줄게~ ]
제발요...! 왜 이러세요...!
[ 왜~ 우리 혜화도 아저씨 좋아하잖아~ 응? ]
제발...! 이러지 마세요...!
[ 왜 그래 혜화야? 아저씨 기억 안 나? 우리 혜화가 아저씨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저씨 다 까먹었어? 아저씨가 누구냐면 말이야-. . . ]
---
" 꺄악! "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는 홍혜화! 가쁜 호흡을 내쉬다가, 시외버스 안이란 걸 자각하고 크게 한 번 심호흡했다.
식은땀을 닦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홍혜화. 분명 나쁜 꿈을 꾸었는데, 순식간에 모두 날아간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버스의 도착지를 확인하고는 가방을 챙겼다.
' 서대구 고속버스 터미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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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녹색 철문의 주택 앞. 홍혜화가 담 너머로 2층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이 그녀가 어릴 적부터 살았던 집이었다.
조금 열려있는 철문을 밀어 들어가 보는 홍혜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홍혜화-
---
교복 차림의 홍혜화가 대문을 열며 들어오고 있었다. 머리카락과 교복이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홍혜화의 허벅지 사이로 흐르는 핏줄기.
그녀는 2층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엄마를 보자마자 서럽게 울었다.
[ 엄마아~ 흐으윽! ]
[ 혜화야? ]
놀라 달려온 엄마 앞에서 그녀는 서럽게 울며 소리쳤다!
[ 아저씨가! 그 아저씨가 날 강제로! 흐어엉! 그 아저씨가 날 강O했어-! ]
순간,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리는 엄마는-,
' 짝! '
홍혜화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 어, 엄마...? ]
홍혜화가 얼얼한 볼을 감싸 안고 올려다보자, 엄마가 차갑게 말했다.
[ 넌 강O당한 적 없어! 넌 그런 일 당한 적 없다고! ]
[ 엄마아...! ]
홍혜화가 울어보지만, 엄마는 그녀를 똑바로 노려보며 차가운 얼굴로 되뇌었다.
[ 너는 절대 강O 같은 걸 당하지 않았어! 넌 아무 일도 없었어! ]
무서운 엄마의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리는 홍혜화.
[ 어, 엄마아... ]
[ 넌 강O 같은 거 당한 적 없어! 너는 아무 일도 없었어! 너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너는-. . . ]
엄마는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거는 듯,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홍혜화를 노려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홍혜화의 고개가 공포에 질려 끄덕여질 때까지-
---
" 윽! "
홍혜화는 머리 한쪽이 찡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올렸다.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답답한 듯, 중얼거렸다.
" 그 아저씨...! "
명확함 없이, 누군가의 실루엣만이 흐릿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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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우는 오피스텔의 작은 방 앞에 서서, 문에 붙은 간판을 보고 있었다.
' 꽁치 흥신소 '
굳은 얼굴로 고민하다가, 문을 두드리는 김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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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네~! 얼마든지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핸드폰도 가져가셨다면서요? "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사내 공치열은, 서비스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김남우는 그 대답에 마음이 급해졌다.
"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까? "
" 아~ 당장은 아니고... 시간은 좀 걸립니다. "
" 제가 좀 급합니다. 그녀가 지금... 정신적으로 좀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
" 아 제가 노력하면 뭐, 최대한 빨리 찾아드릴 수도 있습니다만...착수금을 좀 주셔야~ 헤헤. "
공치열은 능글맞게 웃었고, 김남우는 잴 것도 없이 말했다.
"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찾아만 주십시오. "
" 넵! 열일 하겠습니닷! "
공치열은 사람이 가벼워 보이게 웃었고, 그 모습에 김남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공치열이 문득 물었다.
" 아참참! 혹시, 남자 문제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
" 무슨 소립니까? "
기분 나쁘게 눈썹이 꿈틀하는 김남우. 공치열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 대부분 이런 쪽 일이 들어오면 남자 문제인 경우가 참 많아서 말입니다. 하하 "
" 절대 그럴 리는 없습니다. "
김남우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공치열은 어깨를 으쓱하며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 물론 그러시겠지만... 염두에는 두시란 뜻에서~ 하하 "
" ... "
김남우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고 느끼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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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은 김남우가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 형님! 아, 편하게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한 번 뵈었으니까~ 하하하. 아무튼, 그~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형수님께서 대구쯤에 계신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계속 추적하는 중인데, 형님이 급하시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서 일단 말씀드려요~ ]
그는 공치열의 전화를 받자마자 대구로 향하는 길이었다.
대구라면 홍혜화가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 김남우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 대구... 왕따... 임여우... "
인상을 찌푸린 김남우는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
.
.
택시에서 내린 홍혜화가 대형 병원 건물 앞에 섰다.
낯익은 건물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리는 홍혜화-
" 그 아저씨...! "
그녀의 발걸음이 병원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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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형님 빨리도 오셨네! "
" 혜화가 정말 대구에 있습니까?! "
김남우는 넉살 좋게 맞이하는 공치열에게, 다짜고짜 본론을 말했다.
공치열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확실합니다 형님! 형수님 사진 보여주고 확인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
" ? "
조심스러워지는 공치열의 얼굴,
" 형수님이 남자를 쫓고 있던데... "
" 뭐? "
김남우의 얼굴이 당황스러워졌다! 남자?
" 그게 무슨? "
" 예 그러니까~.. 형수님께서 오늘 아침에 이 병원에 들렀답니다. 그리고 다짜고짜 한 사람을 찾더랍니다. 최선생님 이라고... "
" 최선생? "
" 예 형님. 제가 알아보니까, '최무정'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 이 병원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몇 년 전에 자기 병원을 차린다고 나갔다네요? "
" 으음... "
" 형수님이 그 병원이 어딘지 물어보길래 알려줬답니다. 제 생각엔 형수님이 그 병원으로 갈 것 같은데. "
" 아! 거기가 어딥니까?! "
김남우가 다급히 물었고, 공치열은 빙긋 웃었다.
" 안 그래도 지금 막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형님 차로 이동할까요? "
곧바로 돌아선 김남우의 발걸음이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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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주소는 여기가 맞는데... "
공치열이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김남우와 함께 두 사람이 서 있는 건물, 그곳에는 '한방 오리 백숙'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김남우를 돌아보며 무책임하게 웃는 공치열.
" 병원이 망했나 본데요? 하하 "
" ... "
인상을 찌푸린 김남우는, 앞장서 가게로 들어갔다.
.
.
.
" 네! 기억나요. 이 아가씨가 찾아왔었죠. "
" 정말입니까?! 그게 언제입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어디, 아파 보이진 않았습니까?! "
카운터의 아주머니가 당황할 정도로, 급하게 질문을 쏟아내는 김남우!
공치열이 얼른 제지하며 앞으로 나섰다.
" 누님~ 이 형님이 정신이 없습니다. 결혼식 날에 신부가 도망을 가는 바람에~ 하하 "
" 어머 세상에~ "
" 그래서, 우리 형수님이 언제 왔었죠 누님? "
" 한~ 2시간쯤 전에? 여기 병원 아니었냐고 묻더라고~ "
" 그래서요? "
" 작년에 쫄딱 망했다고 해줬지~ 그랬더니, 무슨 병원 원장이 어딨는지 아냐고 묻는 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서 모른다고 했더니, 얼굴이 심각해져서 나가더라고. "
" 흐음... 어디로 갔는지는 혹시, 모르시고요? "
" 모르지~ "
" 아이고... 감사합니다 누님! "
소득 없이 건물을 나서는 두 사람.
공치열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 형수님 핸드폰도 꺼져있고... 이거 뭐, 이 주변 CCTV 블랙박스라도 다 뒤져봐야 하려나요? 그건 완전 노가다인데~ 에휴. "
김남우가 답답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혜화야 넌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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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고 있는 홍혜화.
오래된 동네 문방구 앞을 지나치다가 문득,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
문방구 앞 평상을 지그시 바라보는 홍혜화-
---
문방구 앞 평상 위에 초등학생 홍혜화와 같은 반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장난감을 조작하는 남자아이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홍혜화. 곧,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엄마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평상에서 내려왔다.
[ 엄마~! 석준이가 장난감 샀는데, 되게 신기해~! ]
홍혜화가 신나서 떠들던 그 순간-,
' 짝! '
" 꺅! "
엄마가 홍혜화의 뺨이 돌아갈 정도로 후려쳤다!
[ 엄마가 분명히 말했지? 남자랑 놀지 말라고. ]
" 어, 엄마... "
엄마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 너 그렇게 남자랑 놀아서 뭐가 되려고 그래? 몸 파는 여자 될래? 다시는 남자랑 놀지 말고, 말도 하지 마. ]
겁에 질려 꿀 먹은 벙어리 상태인 홍혜화. 그 팔을 잡아 끌고 가는 엄마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 절대 남자랑은 말도 하지 마. 남자는 전부 너를 이용할 뿐이야. 알았지? 절대 남자는 쳐다보지도 마. ]
[ ... ]
---
평상을 바라보던 홍혜화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고개를 돌려 다시 걷는 홍혜화. 좀처럼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
.
.
공치열은 태블릿PC를 꺼내 들어 골몰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 아! "
무언가 떠올린 김남우가 소리를 내어 공치열의 관심을 끌었다.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거는 김남우,
" 예! 장모님? "
[ 그래 김서방! 우리 혜화는 찾았는가? ]
" 아뇨 아직..그게, 장모님! 혹시, '최무정'이라는 사람 아십니까? 의사 최무정입니다! "
[ 최무정...? ]
" 예 최무정! "
장모님의 목소리 톤이 분명 그를 아는 듯했다! 김남우의 눈이 기대로 반짝이고, 공치열도 바로 다가와 귀를 기울였다.
[ 그 사람을 자네가 어떻게? 혹시 혜화랑 관계가 돼 있는가? ]
" 예! 혜화가 지금 그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
[ 뭐! 우리 혜화가...? ]
크게 놀란듯한 장모님은 잠깐 말을 잃었다. 김남우가 잠자코 기다리자,
[ 최무정 그 사람은... 우리 혜화를 봐준 정신과 의사일세. ]
" 아 예! 그럼 혜화가 왜 그 사람을 찾는 걸까요? "
[ ... ]
장모님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김남우는 마음 급한 얼굴로 다른 질문을 던졌다.
" 저기 혹시, 그 사람 전화번호나 뭐, 아는 것 없으십니까? 혜화를 찾으려면 그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장모님! "
[ 으음... 모르겠네. 워낙 오래전이라.. 전화번호 같은 건 당연히 없지.. ]
" 아아... 예 알겠습니다 장모님..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
김남우가 실망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옆에 있던 공치열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 형님! 제가 뭐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
" ... "
김남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공치열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놓았다.
.
.
.
" 그러니까... 임여우라는 가상 인격이 나타난 뒤, 홍혜화씨가 사라졌다. 그 인격은 '아마도'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인격이다...? 흠. "
들은 얘기를 정리하며 생각에 잠긴 공치열. 곧,
" 임여우라는 인격의 존재 이유는 형수님의 복수 아닌가요? 형수님이 심하게 왕따를 당하며 만들어낸 인격이니까. 그럼 지금도 무언가, 형수님의 복수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
" 저도 그런 쪽으로 생각해보았지만... 그럼, 그 시절의 왕따 가해자들 중에 누군가를 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정신과 의사를? "
" 글쎄요 형님... 아! 혹시, 임여우라는 인격을 지운데 대한 복수? 그 의사가 치료를 해서 임여우라는 인격이 그동안 사라졌었던 거라면~ 뭐.. "
" 흐음... "
김남우는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공치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정말 그렇다면 큰일이군요. 형수님이 의사 살인범이 되기 전에 얼른 찾아야 할 텐데... 도대체 어디 가서 찾아야 하는지 원! "
" ... "
두 사람은 막막한 얼굴로 서 있었다.
.
.
.
홍혜화의 집. 중년 여인이 서랍에서 꺼낸 오래된 명함 뭉치를 뒤지고 있었다. 곧, 한 명함을 찾아드는 그녀.
[ 최무정 정신과의 ]
" ... "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무미건조한 신호음이 울리고-
[ 네- 여보세요 ]
" 최무정 선생님... "
[ 예- 누구십니까? ]
" 기억하실까요? 홍예숙이에요. 홍혜화의 엄마. "
[ 아! 홍혜화...! ]
중년 여인, 홍예숙의 입이 무표정하게 움직였다.
.
.
.
늦은 밤의 모텔 룸.
욕실 문이 열리며, 수건을 두른 홍혜화가 나타났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그녀.
복잡한 생각들로 인해 쉽사리 잠이 들지 않을 때, 갑자기 하반신의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 ! "
인상을 찡그리는 홍혜화-
---
아파요! 아파요!!
[ 괜찮아~ 금방 좋아질 거야 혜화야~ ]
흐으윽 흐윽!
[ 혜화 너도 남자가 궁금했잖아? 남자란 이런 거란다~ ]
아아악! 제발 그만! 너무 아파요!
[ 네가 남자가 궁금하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이렇게 가르쳐주는 거잖니~! 괜찮아 괜찮아~ 엄마한텐 비밀로 해줄게~ ]
아아아아악!
---
안개처럼 희미한 기억에 인상을 찡그리던 홍혜화는, 억지로라도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아침의 모텔 룸. 침대 위에 상체를 일으킨 채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홍혜화.
잠시간 그 자세로 생각에 잠겨있다가, 핸드폰을 집어 전원을 켰다.
엄청난 부재중 전화와 수백 통의 문자들.
" ... "
김남우의 문자들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지는 홍혜화.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어 엄마. "
.
.
.
[ 김서방! 혜화한테 전화가 왔었네! 최무정 선생님에 대해 물어보길래 모른다고 했더니, 바로 끊어버렸어! 대구에 있는 게 분명하네! ]
운전대를 잡고 있는 김남우의 표정이 급했다. 옆자리의 공치열은 태블릿PC를 체크하며,
" 아마 이 근방이 맞는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어요 형님! 일단 이 근방에 숙박시설을 다 뒤져볼 수밖에는~ "
급히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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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김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던 홍예숙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화장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그녀.
본인의 좌석으로 돌아가 앉았다. 대구로 향하는 KTX의 안에서.
.
.
.
" 아~ 이 작은 시내에 모텔이 도대체 몇 개야?! "
공치열이 투덜거리며 모텔 밖으로 나섰다. 이제 3개째 모텔을 뒤지고 있었지만, 모텔 관리자에게서 사람을 찾는 일은 심력 소모가 심한 일이었다. 끈덕지게 확인하고, 지친 얼굴로 나오기를 반복. 조금은 힘없는 걸음이 되었지만, 옆의 김남우는 여전히 급한 걸음으로 다음 모텔을 향해 걸었다.
공치열도 어쩔 수 없이 보폭을 맞추며 뒤를 따르는데, 갑자기 멈칫! 멈추는 김남우!
" ?! "
4차선 도로 너머 먼 곳을 바라보는 김남우! 시선을 집중하다가, 황급히 뛰었다!
" 혜화야-! "
" 뭐야? 뭐야뭐야뭐야?? "
전력으로 달리는 김남우! 그 뒤를 공치열이 따라 뛰었다!
" 혜화야-!! "
큰 소리로 홍혜화를 부르며 달리는 김남우! 뒤따르던 공치열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 형님! 조용히!! 도망갈라!! 조용히!! "
" ! "
급히 입을 악물고 달리는 김남우! 때마침 바뀐 횡단보도를 건너, 빠른 속도로 여인을 따라잡았다!
홍혜화와 똑 닮은 여성의 뒷모습을 향해 50미터! 30미터! 10미터!
" 혜화야-!! "
여인에게 다다라 팔을 붙잡는 김남우!
놀란 여인이 돌아보지만-
" 무슨?? "
" 아...! "
숨을 헐떡이던 김남우가, 울컥한 얼굴로 말했다.
"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혜화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
" 아... "
홍혜화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
.
.
세 사람이 마주 앉은 카페. 김남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 그러니까 네가...임여우란 말이지? "
그의 앞, 임여우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무어라 말하고 싶어 입을 달싹이지만,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김남우. 그가 알던 홍혜화와는 완전히 다른,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가 겨우 꺼낸 말은,
" 일단 돌아가자.. 가서 얘기해. "
" ... "
인상을 찡그린 임여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 그럴 수 없어. 할 일이 남았어. "
" 왜? 뭐가 할 일이 남아! "
임여우는 김남우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 혜화를 괴롭게 한 그 사람을 죽여야 해. "
" 뭐?? "
김남우는 임여우의 무심한 눈빛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곧, 당황한 얼굴로 더듬더듬,
" 무, 무슨..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죽이긴 뭘 죽여! "
그 순간-, 임여우가 말했다.
" 혜화를 강O한 새끼를 죽이겠다고. "
" ?! "
김남우의 얼굴이 충격으로 멍해졌다! 강O??
너무 놀라서 뭐라 말도 못하고 '어어...어..'소리만 내는 김남우-,
임여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멍청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어, 어디를! "
" 화장실. "
간단히 답하고 화장실로 향하는 임여우.
멍한 김남우가 어정쩡하게 따라 일어서자, 공치열이 손으로 신호한 뒤에 홍혜화를 쫓아가 화장실 입구를 지켰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이 흔들리는 김남우.
" 혜, 혜화가 강O을...? "
귀 뒤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아직, 혼전순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홍혜화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는데, 설마 그 이유가?
주먹을 쥔 김남우의 손이 터질 듯 부들거렸다.
.
.
.
논밭이 심심찮게 보이는 도심의 외곽. 택시에서 내린 홍예숙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최선생님. 어디로 가면 되죠? "
.
.
.
화장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공치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 2분? "
망설임 없이, 곧바로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공치열!
" 이런! "
급히 되돌아 나온 공치열이 소리쳤다!
" 형수님 도망갑니다! "
" 뭣? "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김남우는, 바로 가게 밖으로 뛰쳐나가는 공치열을 보고는 놀라서 얼른 뒤따랐다!
도로까지 달려온 공치열은, 저 멀리 택시를 잡아타는 홍혜화를 발견하고!
" 이런 씨! 형님-! "
김남우를 부르며 얼른 주차된 차를 향해 달렸다!
급히 달려온 김남우가 얼른 차를 열어 들어가고, 홍혜화가 탄 택시를 뒤쫓는 두 사람!
" 빌어먹을!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혜화야! "
운전대를 잡은 김남우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
.
.
담이 낮은 시골집의 거실.
홍예숙과 한 사내가 찻잔을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인, 최무정이었다.
" 최선생님. 다시 한번만 더 도와주세요. "
" 으흐음... "
" 우리 혜화한테서.. 그 계집을 없애주세요! 이번에는 절대로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이요! "
" 흠... "
최무정은 곤란한 듯 미묘한 얼굴로 찻잔을 한 모금 들이킨 뒤에 말했다.
" 보시다시피, 제가 병원 일을 관둔 지가 오래라... 약 같은 것도 없고 말입니다. "
" 그래도! 선생님이 아니면 맡길만한 사람이 없어요! 우리 혜화는... 꼭 선생님이 봐주셔야 하잖아요?! "
" ...글쎄요. "
최무정은 애매한 얼굴로, 찻잔을 들었다.
.
.
.
" 빌어먹을! "
신호와 차량들 때문에 가까워지지 않는 택시를 보며 김남우가 답답한 소리를 내었다.
옆에서 생각을 하고 있던 공치열은,
" 형님. 지금 혹시, 최무정에게 가는 것 아닐까요? "
" 뭐? "
" 임여우가 그랬잖습니까? 자신은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고. 그 왜... 음... 강O범이요. "
" ... "
" 임여우가 이곳까지 내려와서 찾아다니는 사람이 바로 그 강O범이라면... "
뜨거운 열이 올라와 이를 악무는 김남우!
공치열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 만약 지금 저게 최무정에게 가는 길이라면, 형수님께서 최무정을 죽이러 간다는 건데... 좋지 않은 그림인데요 이거? "
" 절대...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
눈을 형형히 뜨며 단언하는 김남우!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 그 새끼는, 죽여도 내가 죽여 버릴 거니까...! "
" ... "
.
.
.
김남우의 차량이 도심 외곽 시골길을 돌고 있었다.
" 빌어먹을! 분명히 이 근천데! "
신호에 걸려 택시를 놓친 것이, 결국 정확한 추적을 실패하게 했다. 옆에서 창밖을 둘러보던 공치열이 말했다.
" 형님! 그냥 근처에 집을 다 뒤집시다! 어차피 여기 집도 몇 개 없는데! "
동의한 김남우가 차를 세우고, 급히 내린 두 사람이 근처의 집으로 달렸다!
.
.
.
" 혜화야-! 혜화야-!! "
한 집의 대문 앞에 도달해 크게 소리치는 김남우!
반면, 공치열은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그대로 담을 넘었다!
" ! "
잠깐 놀란 김남우도 곧, 뒤따라 담을 넘었다!
창문 너머 안쪽을 살피고 있던 공치열이, 반대쪽 창문으로 가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 형님! 안에 사람이 피를! "
" ?! "
깜짝 놀란 김남우가 급히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한데,
" 자, 장모님?! 장모님이 여길 어떻게...?! "
현관문 바로 앞에, 홍예숙이 주저앉아 있었다!
김남우가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쳐다보지만, 넋이 나간 듯 대답이 없는 홍예숙!
심상치 않음을 느낀 김남우가 홍예숙을 지나쳐 안으로 달려 들어가고!
" ! "
거실에 쓰러진 최무정을 발견했다! 귀를 감싸 쥔 손에서 피를 흘리며 ㅅㅇ하고 있는 최무정!
김남우는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려 홍혜화를 찾았다!
" 혜화야! 혜화야!! "
방문들을 열어 재끼며 홍혜화를 찾는 김남우! 그사이 뒤따라온 공치열이 얼른 최무정에게 달려가 상처를 살폈다!
" 괜찮습니까?! "
" 으윽... "
아프게 ㅅㅇ하는 최무정! 곧, 달려온 김남우가 거칠게 그의 멱살을 잡았다!
" 우리 혜화 어디 갔어! "
" 형님! "
" 당신...! 당신 누구야?! "
공치열이 급히 말렸지만, 흥분한 김남우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 당신이 최무정이야?! 어?! 당신이 우리 혜화를 강O한 최무정이냐고-!! "
" 으윽... "
" 대답하라고-!! "
" 아 형님! "
순간, 최무정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 나, 난 홍혜화를 강O한 적이 없어! "
" 이 새끼가-! "
" 형님! 제발 진정 좀 해요! "
공치열이 몸을 던져 김남우를 막고, 멱살잡이에서 벗어난 최무정이 바닥에 엎드려 쿨럭거렸다.
그때, 공치열이 이성적으로 소리쳤다!
" 형님! 이 사람이 강O범이면 임여우가 왜 안 죽였습니까?! 예?! 임여우가 지금 어디 갔는데요?! 이 사람은 강O범이 아닙니다! 강O범이었다면 임여우가 죽였을 거라고요! "
" ! "
그 순간, 최무정이 소리쳤다!
" 임여우! 임여우를 막아야 돼! "
" 뭐?? "
" 임여우가 그를 죽일 거라고!! "
사정없이 흔들리는 김남우의 눈! 곧, 다급히 달려들어 소리쳤다!
" 어, 어디! 어디로 갔어?! 우리 혜화 어디로 갔어?! "
" ㅁㅁ중학교! 임여우가 그곳으로 가면 홍혜화가 그를 기억해낼 거라고! 빨리 가서 막아-!! "
" ! "
김남우는 뒤돌아볼 새도 없이 바로 뛰쳐나갔다!
" 형님! "
공치열이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떠난 김남우의 뒤를 쫓아가지 못했다.
" 도대체가...! "
공치열은 핸드폰을 꺼내서 119에 신고를 한 뒤, 최무정을 살폈다. 귀가 너덜거리며 피를 흘리고 있는 최무정.
" 괜찮습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곧 구급차가 올 겁니다. "
" 으윽... "
바닥에 누워 ㅅㅇ하는 최무정을 보다가, 방 안의 또 다른 사람, 홍예숙에게 다가가는 공치열.
멍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홍예숙을 보고 물었다.
"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 ... "
공치열을 올려다보는 홍예숙의 눈이 떨렸다-
.
.
.
[ 혜화야! 잘 찾아 왔구나! 그래, 이제 다 괜찮아! 선생님이 너를 또 고쳐주실 거야! ]
[ ... ]
현관에서 들어서는 홍혜화를 막아서는 홍예숙. 임여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 비켜. ]
[ 혜화야...? ]
[ 난 임여우야. 홍혜화가 아니야. ]
[ ... ]
싸늘하게 식는 홍예숙의 얼굴. 곧-
' 짝! '
임여우의 얼굴이 돌아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홍예숙을 노려보는 임여우.
' 짝! '
임여우의 고개가 다시 돌아가고, 빨갛게 부은 뺨을 돌려 다시 홍예숙을 노려보는 임여우.
또다시 홍예숙의 손이 올라가지만-,
[ ! ]
덥석 손을 잡는 임여우!
[ 비켜. ]
[ ...혜화야. 너는 지금 아픈 거야. 아픈 건 치료하면 되는 거야. 응? 그러면 우리 착한 딸 혜화로 다시 돌아오는 거야. 알았지? ]
[ ... ]
[ 임여우라는 년은 없어. 네가 만든 허상이야 혜화야. 응? 왕따 때문에 네가 너무 괴로워서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치료받자. 치료받으면 다 나을 거야. 착하지 우리 딸? ]
[ ... ]
임여우는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 아줌마. 혜화가 왕따를 당한 이유는 다 아줌마 때문이야. ]
[ 뭐? ]
[ 기억 안 나? 아줌마가 혜화를 그런 딸로 키웠잖아? 남자랑 말도 하지 마라. 남자는 다 쓰레기다. 개섀끼다. 남자랑 말하는 여자애들은 다 걸레다. 헤헤거리며 다리 벌리는 창녀들이다. 그런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 기억 안 나? ]
[ ... ]
홍예숙의 얼굴이 굳었다. 임여우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나. 알고 있어. 아줌마가 왜 그러는지 말이야. 아줌마! 홍혜화는-... ]
순간, 임여우가 홍예숙에게 얼굴을 가까이해 속삭였다.
[ 아줌마가 강O당해서 낳은 딸이지? ]
[ 너...! 너...! 어, 어떻게...! ]
부릅뜬 눈으로 부들부들 떠는 홍예숙!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고개 숙여 얼굴을 가까이한 임여우가, 홍예숙에게 속삭였다.
[ 홍혜화는 아줌마가 강O당해서 낳은 딸이라서, 홍혜화도 강O을 당하게 된 거라고. 모든 게 다, 아줌마 탓이야. ]
[ 으...으으...! ]
임여우는 덜덜덜 떠는 홍예숙을 지나쳐, 거실로 들어갔다.
굳은 얼굴로 앉아있는 최무정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 아저씨가 혜화의 기억을 숨겼지? 말해.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지. ]
[ 너...넌...! 그런 기억을 떠올려 무엇을 하려고...! ]
임여우는 무심하게 말했다.
[ 나는, 혜화를 괴롭게 한 모두를 죽여야 하니까. 그게 내가 태어난 이유, 내 존재 이유니까. ]
[ ... ]
최무정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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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중학교를 향해 차를 몰던 김남우는, 저 멀리 골목길을 올라가는 홍혜화를 발견했다!
" 혜화야! "
' 끼이이익! '
거칠게 멈춰선 차에서 김남우가 뛰쳐나왔다!
빠르게 달려 홍혜화를 붙잡으려던 김남우!
한데,
" ... "
김남우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의 머릿속으로 갈등이 일어났다.
...홍혜화가 기억을 찾는 걸 막아야 하는가, 막지 않아야 하는가?
이대로 홍혜화가 중학교에 도착해서 무언가를 보고 기억을 되찾는다면, 홍혜화를 강O한 그 새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김남우가 당장에라도 쳐 죽이고 싶은 그 새끼를!
그렇지만, 홍혜화가 기억을 찾는다면 임여우가 분명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리고 기억을 찾는 것 자체로도 홍혜화에게 괴로운 일이 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여기서 강제로 포기시킨다면, 임여우는? 과연 순순히 사라져줄까? 차라리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임여우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김남우의 머리가 복잡하게 뒤엉켰다. 아직은 앞서 걷는 홍혜화와의 보폭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정답인지 알 수가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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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정을 소파에 눕혀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공치열. 바로 앞에 앉아서, 119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물었다.
"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난리랍니까? 하~ 참... 저기, 선생님이 바로 홍혜화의 그, 임여우라는 이중인격을 지운 분이시죠? "
" ... "
" 뭐...괜찮으시면 얘기나 좀 해주시죠? 제가 워낙 궁금한 걸 못 참는 사람이라 하하하. "
넉살 좋은 공치열의 웃음에, 조금은 진정된 최무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맞습니다. 제가 임여우를 지웠습니다. "
" 역시 정신과 의사시니까~! "
" 하지만 그건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숨긴 겁니다. "
" 네? "
최무정은 씁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약을 통한 환각 상태에서의 최면요법으로... 임여우라는 인격을 숨겼습니다. "
" 아아... 그게 바로 치료가 아닙니까? "
" 그건 그냥 미봉책일 뿐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
" 흠. "
공치열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물었다.
" 확실히...그런 쎈 인격은 치료가 좀 힘든가 봅니다? 사람을 죽이는 이중인격이라니, 난 영화에서나 봤지~ 어후~! 거 참. 홍혜화가 당한 왕따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그런 무서운 인격까지 만들어냈을까요? "
" 아마...혜화에게는 쉬웠을 겁니다. "
" 네? 쉽다뇨? "
공치열의 고개가 갸웃했다. 최무정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 네? "
" 임여우는... 홍혜화가 두 번째로 만든 인격이었습니다. "
" 네-에?! "
놀라 커지는 공치열의 눈! 한데, 이어진 최무정의 말에 공치열의 눈은 더할 나위 없이 부릅떠졌다!
" 홍혜화는 중학교 때 처음으로 다른 인격을 만들었었습니다. 그 인격의 이름은 홍재준. 바로... 임여우가 쫓고 있는 '그 아저씨'입니다. "
" ?! "
공치열의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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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화를 뒤쫓는 김남우는 여전히 갈등 가득한 표정이었다.
홍혜화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그 새끼를 심판할까?
아니면 홍혜화가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게 막을까?
중학교가 점점 가까워지지만, 김남우는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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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 무슨? 그 강O범이 홍혜화라뇨? 자기가 자기를 강O한다는 게-, 아니 말이나 됩니까?! 아니, 뭐! 그! 홍혜화에게 뭐 달린 게 있다고...? "
" 도구를 썼을 겁니다. 홍혜화가 그에게 강O당한 장소가 중학교 체육실이었으니까... 막대 같은 걸 썼겠죠. "
" 그런...! 허 참나!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요?? "
" 예.. "
" 하? "
" 홍혜화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손에 의해 남자를 가까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 그녀의 어머니는 극도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고, 그것은 그녀에게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녀의 정신은 만
와 드디어 다 썼네요.. 굉장히 깁니다;;
진짜; 장면이 너무 많아서; 쓰면서도 이걸 뭐, 어디에 어떤 장면을 배치해야 하는지도 헷갈리고; 내용도 너무 복잡할까봐 걱정되고; 정말 최근에 쓴 이야기 중에 가장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저는 정말 재밌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저는 일단 정말 재밌는데...
고생한 보람에 맞게, 여러분들도 재밌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임여우의 방. 김남우와 장모님이 심각한 얼굴로 둘러보고 있었다.
요기 임영의 방인가요 홍혜화의 방인가요?
와 영화 한편 봤네요ㄷㄷㄷ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결국 마지막은 홍혜화인척 하는 홍재준인걸까요?
실시간으로는 처음 보네요. 일단 선댓글 후감상하겠습니다!
영화비는 어디서 내면 되나요? ㄷㄷㄷ
이건 뭐 진짜.....와!
이거는 진짜 충무로 가야할 것 같은데 ㄷㄷㄷㄷ
우와 이거 진짜 영화로 만들면 대박일 것 같아요ㅠㅠㅜㅜㅜㅜ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었구요 항상 흥미진진한 글 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헙; 댓글 감사합니다; 걱정했는데;
사실 이 이야기 완성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 건지...; 중간에 지쳐서 다른 단편으로 넘어가고 넘어가고;
그래도 저는 재미있어서, 이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제가 감을 잃은 거라 생각할 참이었거든요;
역시 제목을 잘 봐야하네...ㄷㄷㄷㄷ
단숨에 읽었어요. 진짜 재밌어요!!
와....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엄청 빨리 읽었네요
크라임씬에 나와도 짱재밌을듯!!
최고!!!!
제목에 누구인가?가 세번 들어가는건 인격이 세개라서 그런가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
매번 재밌게 읽고 있어요!!
오늘 이야기는 평소보다 긴데도
순식간에 다 봤네요 끝난게 아쉬울정도..
이 글은 특히나 제목도 소재도 내용도 너무 좋았어요
항상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으니
(기대한다는 이야기에 부담갖지 마셨으면..)
어떤 이야기든 망설이지 마시고 올려주세요^^
재밌는 글 항상 감사합니다~
복날님 글은 어쩜이렇게 머리속으로 장면이 잘 떠오르는걸까요? 정말 저뿐이아니라 이글을읽는 누구라도 글을 몇번만 읽는것만으로도 영화로 제작할 수 있을거같네요(물론 능력이있다면ㅎㅎ) 앞으로도 내손안의 영화 많이 써주세요^^
글 정말 잘 쓰셨어요!!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탄탄하고
저는 글 읽으면서 상상하는 스타일인데 영화 본듯한 느낌이에요 간만에 재밌는 글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영화본거같네요 ㅎㅎ
영화;; 아이구야 감사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이 너무 전형적인게 쪼~금 신경쓰이네요 ㅎㅎ;; 깔끔하게 홍혜화 죽일 걸 그랬나요;
아니면 뜬금없이 김남우를 죽이던가...! 정답인가?!